경찰은 지난 5일 이 씨를 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자 이 씨를 직접 가해한 전경 김 모 상경에 대한 사법처리와 중대장 김모 경감, 소대장 윤모 경위, 지휘책임자인 서울 특수기동대장 한모 총경을 직위해제하는 등 징계키로 했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나를 폭행한 진짜 가해자는 정치인, 관료, 경찰 지휘부"
이에 대해 이 씨는 "가해 전경과 부대를 밝힌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그러나 단순히 직접 가해한 전경이 우발적으로 나를 폭행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진실과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 씨는 "폭력 강제 진압의 경위, 폭행을 가능하게 한 진압 지휘, 2차 폭행, 그리고 현장 지휘자들의 방조 등 밝혀야 할 사실이 아직도 많다"며 "더구나 직접 폭행 전경에 대해서만 사법처리를 한다는 경찰의 조치는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당시 경찰 진압 전체가 지극히 조직적·폭력적으로 진행됐다"며 "해당 전경에 폭행을 당했을 때, 현장 지휘관의 제지도 없었고, 당시 차 밑에서 나온 후에도 폭행이 가해진 점을 보아도 나에 대한 폭행 역시 조직적이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그 전경은 진압명령을 지시받고 당시의 폭력적인 분위기에서 그런 행위를 하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며 "전경과 나를 가해자와 피해 당사자로 세워놓고, 그 뒤에 정작 책임을 물어야 할 진압 명령자들을 모두 빼버리는 것은, 나에 대한 2차 가해"라고 강조했다.
이 씨는 "해당 전경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면 용서하겠다"며 "특히 그가 이번 사태로 구속되는 것은 정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내게 발생한 육체적, 정신적 피해에 대하여 진정 책임질 사람들은 이번 사태를 낳은 정치인과 관료들, 폭력적으로 시민들을 진압하도록 명령한 경찰 지휘부이며, 그들이 진짜 가해자이고 먼저 처벌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변은 9일 이 씨의 글을 공개하며 △평화적인 집회의 보장 및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살수차 등 폭력 진압 중단할 것 △강경진압 방침을 세운 경찰수뇌부 및 현장 지휘자의 해임 및 형사처벌 △집회 출입 경찰의 소속 및 이름을 알 수 있도록 장비와 복장에 소속과 이름을 부착할 것 △구체적인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알릴 것을 요구했다.
국악인들 "촛불은 국악이 더 멀리 흐르기 위한 유일한 선택"
한편, 이나래 씨의 사건을 지켜본 국악인들도 이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경찰의 강제 진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국치 수준의 쇠고기협상을 둘러싼 최근의 시국은 젊은 국악인들에게도 큰 파고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특히 이나래 학생이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에 짓밟히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감추기 어려운 공분과 자책을 갖기에 이르렀다"며 자발적으로 모인 202명의 젊은 국악인이 성명에 동참하게 된 경위를 밝혔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 앞에 진심으로 무릎을 꿇고 진퇴양난의 정국을 돌파할 지혜를 국민에게 물어야 한다"며 "그것 말고 이 정부가 생존할 다른 방법은 도저히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30년 전 개발독재의 삽자루를 국민 손에 거머쥐게 하여 오천년을 흘러온 물길을 임기 내에 아낌없이 망가뜨릴 작심인 이 정부는 겨우 촛불 하나 들고 서 있는 광장의 국민들에게 20년 전 군사독재의 습성을 빌려와 폭력적 탄압과 물리적 파괴를 과잉 행사하는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나라의 평화와 번영이 우리 음악의 착상이었고, 백성들의 희노애락이 우리 가락의 본체였듯이, 젊은 국악인들은 광장의 국민들과 같은 호흡을 나눌 것"이라며 "촛불과 더불어 같은 밤을 지새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것은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마땅한 본연이기도 하지만, 국악이 그 이름에 값하는 민족의 가락으로 이 나라의 역사와 더불어 더 멀리 흐르기 위한 유일한 선택이기에 그렇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국민들의 평화적인 촛불집회를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강제 연행한 정부의 불법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경찰을 대국민 폭력 집단으로 폐위시킨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한다"며 "또 국치 수준의 한미쇠고기 협상 경위와 진상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규명하고, 관련 책임자의 문책은 물론 전면 재협상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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