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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시위에 무차별 폭력...시대가 거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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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시위에 무차별 폭력...시대가 거꾸로 간다"

[인터뷰] '어청수式' 진압에 지옥 다녀온 '촛불' 시민

연일 이어지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반대 거리 시위와 이에 대한 경찰의 폭력 진압에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는 시민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지난 31일과 1일 새벽 청와대 인근 시위에서 이뤄진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는 7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1일 저녁부터 2일 새벽까지 이어진 촛불 집회에서도 한 여대생이 이가 부러지고 코가 함몰되는 중상을 입었다.

이렇게 부상자가 속출하는 데도 경찰은 언론을 상대로 "정당한 공무 집행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시민의 부상 정도도 과장된 것"이라는 사실과 다른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특히 1일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한 시민이 뇌출혈 증세를 보였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경찰은 "그런 환자는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프레시안>은 머리를 다쳐 뇌출혈 증세를 보인 박건웅(37) 씨와 코가 함몰되고 이가 부러진 H대 재학생 이 모(21) 씨에게 2일 연락해 당시 정황과 현재 상태를 들어보았다. 이모 씨는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어서 대신 함께 현장에 있었던 같은 학교 재학생 서모 씨가 답변을 했다.

코 함몰된 여대생, 얼굴 전체가 부어

▲ 1일 저녁부터 2일 새벽까지 이어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거리 시위에 나선 시민을 상대로 경찰은 방패로 가격하며 진압했다. ⓒ프레시안

- 현재 상태는?


"부상당한 직후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실려가 치료를 받았다. 출혈이 있었고,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CT 촬영을 했다. 응급실이라서 의사의 진단서는 받지 못했다. CT 촬영한 사진을 들고 곧 백병원에 가서 정밀 진단을 받을 예정이다.

현재 치과 치료를 받고 있다. 부러진 1개의 이빨 대신 임시 치아를 끼워 넣고 있다. 치료가 끝나면 곧바로 백병원으로 갈 것이다.

얼굴 전체가 심하게 부어 있다. 말을 하지 못할 정도는 아닌데, 보기에 안타깝다. 이번 촛불 집회에 4번 정도 참가했다가 이런 부상을 당했다."

- 부상 당시 정황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달라.

"2일 새벽 1시쯤 시위 참가자들이 광화문 사거리를 점거했다. 1시 20분께 경찰이 치고 들어오면서 덕수궁 방면으로 시위대를 밀었다. 동화면세점 앞에서 계속 대치했다.

그러다가 1시 45분 무렵 경찰이 위협을 하려 방패로 땅을 찍으면서 달려들었다. 사람들은 청계천 소라광장으로 밀려 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이 친구가 뒤돌아서 서둘러 뛰다가 넘어졌고, 그때 경찰이 방패로 얼굴을 찍었다."

- 경찰의 신원은 확인했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경찰은 이미 지나간 뒤였다. 진압하는 경찰을 일일히 구분할 수도 없었다. 경찰이 라이트를 켜고 진압했기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뒤로 가다가 그런 사고를 당했다."

-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측에서 부상당한 사람을 모아서 경찰청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하려 준비하고 있다.

학교 선배들도 모금운동을 진행하려고 준비 중이다. 부상당한 친구가 새내기라서 걱정이 많다. 우선은 치료가 시급한 상황이니 그쪽으로 집중해야 할 것 같다."

박건웅 씨 "물대포차 막으려다 끌려가는 아주머니 보고 나섰다가…"

- 현재 상태는.

"귀 뒤쪽에서 뇌출혈이 있다. 의사가 수술까지 갈 수도 있다고 했지만 상처가 크지 않아서 약물로 치료를 한다고 했다."

- 경찰은 한때 뇌출혈 환자는 없다고도 했는데….

"병원에서 CT를 찍고 의사가 뇌출혈이라고 판정한 진단서를 가지고 있다. 그렇게 거짓 유포한 경찰은 누구냐?"

- 당시 상황이 어땠나.

"효자동 쪽에서 새벽 4시 30분까지 시민들이 함께 자리를 지키면서 시위를 하고 있었다. 평화 시위였다. 그런데 갑자기 경찰이 엄청난 숫자로 밀고 내려오더라. 경찰은 방패로 땅을 내리찍으면서 밀려왔고, 물대포를 앞장 세우며 사람들을 향해 쏘았다.

물대포에 맞아 실신한 사람이 여러 명이었다. 그러던 중 한 아주머니가 물대포를 막으려다가 끌려갔다. 그걸 보면서 저도 흥분이 돼서 물대포 차 앞으로 나가서 막으려 했다. 그랬더니 경찰이 갑자기 방패로 내리쳤고, 거의 땅바닥에 내동댕이가 쳐졌다. 그 과정에서 머리를 땅바닥에 부딪혔다. 군홧발에 2~3분간 온몸을 맞았고, 정신을 잃었다. 이후 앰뷸런스에 실려서 왔다."

- 위험한 상황이었는데도, 물대포차 앞으로 나섰던 이유는.

"나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많이 다치는 상황이었다. 사람들은 맨몸인 상태인데 무장한 경찰이 방패를 들고 내리찍는다는 게 말이 안 됐고, 충격이었다.

나라도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모하지만 나섰는데, 그렇다고 그렇게 무자비하게 폭력을 휘두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어이가 없고, 황당했다. 시대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내가 입원해 있는 백병원에도 10명 넘는 사람이 치료를 받으러 왔다."

- 구타한 경찰의 신원은 확인했나.

"못 했다. 군홧발로 구타한 뒤 도망가 버렸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방패는 들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전경이 아닌 특공대였다는 생각이 든다. 정확히는 모른다. 가 버려서."

- (박건웅 씨는 <노근리 이야기>, <홍이 이야기> 등 한국 현대사를 그려낸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잘 알려진 만화가이기도 하다.) 당시 촛불 집회에는 어떤 계기로 참석하게 됐나.

"특별한 의식이 있어서였다기보다는 우리 가족에 대한 문제인 만큼 그냥 넘어가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촛불 집회에 계속 참석을 했다.

많은 시민들이 같은 생각으로 공감을 했다고 본다. 그날 늦게까지 아이를 안고 남아있는 시민들도 볼 수 있었다. 소위 말하는 운동가가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모여 있었던 것이다."

-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제가 군홧발로 맞고 있는 장면이 동영상에 찍혔다고 한다. 시민단체 쪽에서 다른 부상당한 사람들과 함께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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