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100일 평가 - 교육 부문
김재춘 (영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Ⅰ. 평가를 시작하며
실용정부를 자칭하는 이명박 정부의 등장으로 우리 사회의 이념적 지향이 중도 좌파에서 중도 우파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이명박 정부의 등장은 미국 사회에서 1980년대의 레이건 정부와 2000년대의 부시 정부의 출현으로 힘을 얻은 신우익(the New Right)의 등장에 비견될 수 있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도 '신우익 즉 뉴라이트'라는 말을 애용하는 단체가 한 둘이 아니며, 뉴라이트 단체가 이명박 정부의 출현에 일조했음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미국에서의 신우익은 신자유주의와 신보수주의의 기묘한 연합의 형태를 띠고 대두되었다. 학교 교육에 시장 원리를 도입하여 자율, 선택, 경쟁, 책무 등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와 도덕 교육(character education)을 강조하면서 영국계 백인 개신교도들의 문화(WASP)로 상징되는 백인 주류 문화에 근거한 역사 해석과 문화를 강조하는 신보수주의가 연대하여 신우익이라는 이데올로기적 정체성을 형성하면서 신우익은 지난 20여년 동안 미국인의 삶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쳐왔다. 이명박 정부의 등장으로 우리 교육에서도 자율, 선택, 경쟁, 책무 등이 강조되는 것은 신자유주의적인 이념이 강조되고 있다는 징표로 해석할 수 있으며, 경제 및 역사 관련 교과서 내용에 대한 정부 주도적인 수정 작업 등은 신보수주의의 등장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물론 지난 10여년간 중도 좌파적 성격이 강한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학교 교육에 있어서 자율, 선택, 경쟁, 책무 등에 대해 상대적으로 무관심했으며, 평등, 정의, 복지, 공동체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인 정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자율, 선택, 경쟁, 책무 등을 강조하면서 학교 교육에 많은 변화를 가져 온 아시아 이웃 국가들 (예컨대, 일본, 홍콩, 싱가폴, 태국 등)에 비해 우리 교육이 지나치게 획일화되어 있으며, 교육에 있어서 평등주의적 정책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중상류층은 학교 교육에 대한 수요자의 선택권 부재와 이로 인한 불만족으로 인하여 자율, 선택, 경쟁, 책무 등을 강조하는 외국 학교로의 탈출 현상이 일어난 것도 사실이다. 요컨대, 우리 학교 교육에서는 구미 선진 국가는 말할 것도 없고, 아시아의 선진 국가인 일본, 홍콩, 싱가폴 등과 비교할 때도 상대적으로 자율, 선택, 경쟁, 책무에 대한 강조보다는 평등, 정의, 복지, 공동체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취임 100일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20%대로 떨어졌지만,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로 탄생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우리 국민이 이명박 정부를 선택했다는 것은 앞으로 5년간 이명박 정부가 설정한 국정 운영 방향에 따라 한국이라는 거함을 운전해 나갈 수 있도록 선장의 권위를 인정해 주어야 함을 함의한다. 따라서 발표자는 이명박 정부가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제시하고, 이러한 공약을 정책으로 구체화하여 실천하려는 노력에 대한 이념적인 비판 (즉 자율, 선택, 경쟁, 책무 등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적인 방향으로의 학교 교육의 변화가 바람직한가에 대한 추상적인 차원에서의 판단과 비평)을 수행하는 것은 그다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이 이명박 정부 스스로가 내건 교육 개혁 모토인 "교육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 감축"이라는 대국민 약속을 얼마나 잘 지킬 수 있는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더 나아가 5년 임기의 새 정부가 백년지대계인 교육의 본질 실현과 공교육의 정상화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가에 관심을 가진다.
이명박 정부는 스스로를 '실용정부'라고 규정하고 있다. 발표자는 실용정부란 이념을 지향하기보다는 이념과 상관없이 성과를 중시하는 정부하고 생각한다. 좋은 성과를 올일 수 있다면 이념이 다를지라도 능력있는 인재를 활용하고, 필요할 경우에는 자신의 정치적 이념과 다른 정책조차도 채택하는 정부가 실용정부이다. 등소평의 저 유명한 흑묘백묘론,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라는 주장처럼, 실용정부를 자처하는 이명박 정부는 경제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제고라는 실용적 성과를 중시하면서 정책 수립이나 인재 활용에 있어서 이념적 경계선을 자유로이 가로지르는 정부일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성과를 중시하는 실용정부라고 자칭하지만, 실지로 인재활용이나 정책내용에 있어서는 실용정부라기보다는 보수적 코드정치를 수행하는 보수 정당 정부라는 인상이 강하다. 발표자는 이명박 정부가 자신들의 규정처럼 진정으로 실용적인 정부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 100일을 맞이하여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평가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의 이념적 지향성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실용적인 관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얼마나 실용적인 가치(교육만족 두 배와 사교육비 절반 감축)를 지닌 것인가를 평가하려고 할 때 더욱 그러하다. 왜냐하면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의 대부분이 아직은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기획 및 연구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정책의 이념적 지향성을 평가할 때는 교육정책의 대강의 방향만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실용적인 관점에서 교육정책을 평가하는 작업은 구체화된 정책을 대상으로 의미있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학교 선택제'(school choice를 위한 voucher 제도)이라는 용어는 이념적 지향성 평가에서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으로 예단되어 매도되기 쉽지만, 1970년대에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근교에서 실험 적용된, 미국의 대표적인 교육평등론자인 C. Jencks의 학교선택권 담론은 학교 선택의 기회를 갖지 못한 하위 계층 사람들의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한 복지적 학교 선택권으로 기획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학교 선택권'이라는 용어 자체를 본질화시키거나 유사실체화하여 신자유주의적인 이념이라고 무조건 적대시하기보다는 해당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을 분석하고 평가하여 우리 모두의 삶의 질, 특히 사회경제적/교육적 약자에 해당하는 하위계층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이 정책이 얼마나 기여하는가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Ⅱ. 평가의 기본 전제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을 평가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이전 정부의 교육정책과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의 이념 지형을 대조하여 비교 분석하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새 정부가 출범하여 새 정부의 정책을 평가한다고 할 때, 우리가 쉽게 취할 수 있는 평가 방법 중의 하나가 이러한 이념적 지형 분석 및 이데올로기 비판 방법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 발표자는 새 정부의 교육정책의 이념 지형을 분석하는 것을 평가의 일차적인 관심사로 삼기보다는 새 정부의 각 교육정책이 가져올 효과를 가급적 세밀하게 분석/추정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의 이념적 분석을 시도하지 않은 이유는 이념적 분석이 중요하지 않거나 의미가 없어서라기보다는 '소모적인 이념정치를 벗어나서 생산적인 실용정치의 실천'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이념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 관계자들에게는) 의미없는 작업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용정부를 지향하면서 각 정책의 실용성을 무엇보다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의 의도를 존중하여 '실용적인 관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평가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 발표자가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이념적 지형 분석 및 이데올로기 비판보다는 실용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평가한다는 말은 다음과 같은 준거를 통해 교육정책을 평가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첫째,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대선공약처럼 사교육비를 감축하고 국민의 교육만족도를 높이는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가를 살펴볼 것이다. 둘째,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학교 교육의 공공성을 실현하는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가를 살펴볼 것이다. 셋째,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얼마나 사회정의에 부합하는지를 분석할 것이다. 넷째,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교육의 본질을 실현하는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가를 살펴볼 것이다. 각각의 분석 관점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의 교육공약으로 "교육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 감축"을 제시하였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평가하는 중요한 준거 중의 하나는 교육정책이 사교육비의 감축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그리고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만족도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는가를 분석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출범 100일의 시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들이 사교육비 감축과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 만족도 제고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를 분석하여 평가하고자 한다.
둘째, 근대 사회의 등장과 더불어 보편화된 공교육 체제는 지역, 성별, 사회적 신분 등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시민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 교육을 제공해 왔다. '국민공통기본교육'이라는 말이 의미하듯이, 국가는 공교육 체제를 통하여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 교육을 모든 사람에게 제공해야 한다. 국가사회적으로 이러한 공교육 체제의 역할과 기능을 인정하는 한, 정부의 교육정책은 학교 교육의 공공성의 실현과 학교 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우리 사회의 학교 교육의 공공성의 실현과 학교 교육의 정상화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가를 분석하고자 한다.
셋째,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공교육 체제의 중요한 역할/기능 중의 하나는 학교 교육을 마친 학생들을 사회적으로 분류하고, 선발하여 직업 영역에 배치하는 기능이다. 학생들은 학교 교육의 결과에 따라 돈과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는 직종으로 나아갈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바로 이런 연유로 학교 교육에서의 정의의 문제는 단순히 학교 안에서 교육활동의 정의 문제 뿐만 아니라 학교 밖의 사회적 지위 분배와 관련된 정의 문제와도 밀접히 연계된다. 따라서 학교 교육 정책을 평가하는 중요한 준거 중의 하나는 정부의 교육정책이 사회의 다양한 집단과 학생들에게 얼마나 공정한지 혹은 차별적인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우리사회의 모든 사람들에게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 계층에게 얼마나 공정한지를 평가하고자 한다.
넷째, 교육은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을 통하여 인간 삶의 독특한 결을 형성하는 과업이다. 교육의 본질을 실현한다는 것은 학생들이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의 가치를 경험하고, 삶의 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문제들을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을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에 종사하지만, 인간의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기관이 바로 학교이다. 학교 교육은 인간의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활동을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인간은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 자체에서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이 이루어지는 삶의 영역에서의 성장을 통한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예컨대 과학을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에 진지하게 참여할 때 우리는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 자체의 가치를 느낄 수도 있으며, 과학의 발전과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나타날 국가 경쟁력의 가치도 높일 수 있게 된다.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 자체의 가치 실현을 위해서든 아니면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의 결과로 얻게 될 경제적 또는 과학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든 정부의 교육정책은 인간의 독특한 삶의 결을 형성하는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을 촉진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인간의 삶의 독특한 특징인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을 학교 교육에서 얼마나 촉진시킬 수 있는가를 분석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 발표자는 앞에서 제시한 준거에 근거하여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평가하고, 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부분적으로 각 교육정책에 대한 대안도 함께 제안하고자 한다.
Ⅲ.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평가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어떻게 범주화하여 평가할 것인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지 100여일 동안 진행된 교육정책만을 평가할 것인가 아니면 대선 공약 전체를 평가할 것인가? 앞에서 제안한 평가의 준거별로 정책을 평가할 것인가 아니면 정책 내용별로 평가할 것인가? 여기서 발표자는 일단 초중등 학교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칠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중심으로 평가하되, 이명박 정부가 지난 100일 동안 좀더 구체화한 정책 내용이 있을 경우 이러한 정책 내용에 초점을 맞춰 평가하고자 한다.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평가 영역을 편의상 다음과 같이 4가지 영역으로 범주화하고자 한다. 첫째, 영어공교육 완성 방안, 둘째, 고교다양화 300 방안, 셋째, 대입 자율화 3단계 방안, 넷째, 학교자율화 및 정보공시제로 나누어 평가해 보고자 한다.
1. 영어공교육 완성 방안
이명박 정부의 영어공교육 완성 방안은 영어 사교육에 막대한 돈(사교육비의 약 1/3을 차지함)을 들이면서도 영어의사소통능력의 부족으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영어공교육을 강화하여 한편으로 사교육비를 줄이고, 다른 한편 영어의사소통능력을 신장시키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상황진단과 문제의식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영어공교육 완성 정책의 일환으로 초등학교 영어수업시간을 확대(초등 3-4학년은 현재 주당 1시간에서 3시간으로, 초등 5-6학년은 현재 주당 2시간에서 주당 3시간으로 확대)하고, 초중등학교에 약 23,000명의 '영어전용교사'를 충원하며, 영어 전용 교실을 확충하고, 실용 영어 중심의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을 운영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교육과정 개편을 통한 초등학교 영어수업시간 확대 방안은 6-7월 중에 확정될 예정이고,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은 5월 중에 제1차 파일럿 테스트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명박 정부는 5년 임기내에 영어공교육 완성 정책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영어공교육 완성 방안과 관련된 여러 정책을 매우 빠른 속도로 추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이러한 영어공교육화 정책은 우리 사회와 학교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영어 공교육화 방안은 사교육비를 줄이고 학부모의 학교 교육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것인가? 학교 교육의 정상화와 교육본질 실현에 얼마나 기여할 것인가?
대통령직인수위 때부터 현재까지 구체화한 정책을 분석해 보면, 영어공교육화 방안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 의도와는 정 반대의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추정에 대한 몇가지 근거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초등학교에서 영어 교과가 이른바 '주요 교과'의 위상을 차지하게 됨으로써 사교육비가 증가할 가능성이 많으며, 그 결과 국민의 교육만족도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수업시수로 비교할 때, 현 초등 교육과정에서 영어수업시수는 초 3-4학년이 주당 1시간, 5-6학년이 주당 2시간으로, 10개 기본교과 중 8번째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영어공교육화 정책에 따라 영어 수업시수가 주당 3시간으로 늘어날 경우 초등학교에서 영어 교과의 위상은 국어, 수학에 이어 3번째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수업시수로 볼 때, 8등이던 영어교과가 영어공교육화 정책으로 인하여 3등(사회, 과학과 공동 3등)으로 격상된다. 그야말로 초등학교에서조차 이제 국어, 수학, 영어가 3개의 주요 교과로 공식화될 가능성이 많다. '주변 교과'에서 '주요 교과'로의 영어 교과의 위상이 바뀜에 따라 학부모와 학생들은 영어 공부에 대하여 강한 심리적 압박감을 느낄 가능성이 있고, 그 결과 높아진 영어교과의 위상에 걸맞게 영어 사교육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굳이 별도로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우리사회에서 교육은 일종의 '심리게임'의 형태를 띤다. 학교 교육에서 위상이 높은 교과에 대해서는 미리 사교육을 통하여 선행 학습하는 것이 우리교육의 고질적인 관례이지 않는가? 그리고 사교육은 많은 경우 절대적인 지식 부족 때문에 요구된다기보다는 점수 경쟁에서 상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지지 않는가? 영어 교과의 경우, 중등학교에서의 주요 교과로서의 막강한 위상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초등학교 학생들의 영어 사교육이 팽창해 왔는데,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주요 교과화 하는 정책은 사교육의 급속한 팽창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다른 교과의 수업시수의 감축없이 영어 수업시수만을 일방적으로 늘릴 경우, 영어공교육화 방안은 한편으로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가중시키고, 다른 한편 사교육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학교 밖에서도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많다.
둘째, 영어공교육화 방안의 좀더 심각한 문제는 학교 교육에서 영어교육의 강조로 인하여 타 교과의 교육이 상대적으로 소홀해 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영어공교육화 정책의 일환으로 임기내에 영어전용교사 23,000명을 임용하고, 이를 위해 임기내에 약 5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자할 계획이다. 문제는 영어전용교사 확보에 필요한 5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교육 예산으로 추가적으로 확보하기 보다는 현 교육 예산에서 5조원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달리 말하면, 지금까지 학교 교육의 여러 영역에서 사용하던 예산을 삭감하여 영어공교육화 정책을 위해 집중 투자할 것이라는 점이다. 교육예산의 대부분이 인건비나 시설 유지비 등 경직성 예산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영어전용교사 확보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지속해왔던 대부분의 예산 사업이 축소되거나 중단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여기서 우리는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영어공교육화 방안이 다른 여러 교육활동들을 대체할 만큼 그렇게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인가? 발표자는 교육의 다른 영역에서 쥐어짠 예산을 몽땅 영어공교육화 방안에 투자하는 정책은 공교육의 정상화에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본다.
셋째, 5조원의 예산을 투자하여 23,000명의 영어전용교사를 확보하려는 영어공교육화 방안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일단 이명박 정부의 영어공교육화 정책을 의미있는 교육정책으로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23,000명의 영어전용교사를 확보하는 정책은 영어공교육화 실행의 적절한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 나아가 영어전용교사의 확보가 이명박 정부의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며,
(여기서 발표자는 이명박 정부의 영어공교육화 정책 논리의 모순을 발견한다. 이명박 정부는 그 동안 우리나라 영어 교육은 실패하였고, 따라서 회화 중심의 실용 영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다른 한편, 우리 사회에는 영어전용교사로 일할 의지와 능력(영어의사소통능력)이 있는 잠재적 영어전용교사가 23,000명이나 있다는 것이다. 영어 교육이 실패했는데도 23,000명이나 되는 잠재적 영어전용교사가 어떻게 있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이명박 정부에 의하면) 그토록 중요한 영어의사소통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연봉 2,000만원에 불과한 계약직인 영어전용교사직에 들어오는 것을 선호할 만큼 현재 실업자나 준실업자 상태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설령 영어전용교사를 확보하더라도 교육적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영어전용교사를 확보하여 영어공교육을 완성하려는 정책 실행의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자. 첫째, 교원양성기관의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즉 교사자격증이 없는 사람들)을 영어회화능력이 있다고 하여 (영어전용)교사로 임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교원 임용이 적체되어 교사자격증을 가지고도 임용되지 못한 예비/잠재적 교사들이 넘쳐나는 현실에서 교사자격증이 없는 사람들을 영어회화능력만을 평가하여 교사로 임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영어 교사 양성 및 임용 과정을 개편하여 영어의사소통능력을 갖춘 자들을 영어(전용)교사로 임용하는 것은 영어공교육화의 대안이 될 수 없는가?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오년지대계로 만들려는 과욕 때문에 교사자격증이 없는 사람들을 성급하게 영어전용교사로 채용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인수위의 영어전용교사 임용 및 활용 계획을 분석해 보면, 영어전용교사 1인당 약 2,000만원 정도의 예산이 책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들(이들은 대부분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임)이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계약제 교사 신분으로 2,000만원의 연봉을 받고 학생들을 가르치고자 농산어촌 지역에 들어갈지도 의문이다. 더 나아가 영어전용교사로 임용되더라도 이들이 정식 교사의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연봉을 받는 계약직 교사로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얼마나 성실하게 수행할 지도 의문이다. 영어공교육화라는 정책이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 바람직한 정책이라면, 이 정책을 중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점진적으로 실행할 필요가 있다. 영어전용교사가 필요하다면, 영어교사양성 교육과정과 임용과정을 개편하여 영어의사소통능력을 갖추고 교사자격증을 지닌 사람을 정규교원으로 임용하여 영어공교육화 정책을 완성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의 영어공교육화 방안의 구체화된 첫번째 정책이 TALK(Teach and Learn in Korea: 대통령 영어봉사 장학생 프로그램) 프로그램이다. 해외교포대학생이나 한국에 와있는 영어권 국가 출신의 외국인 교환학생을 초등학교의 방과후활동 등에 활용하자는 프로그램이다. 해외교포대학생은 초등학교에서 주당 15시간(월 60-70시간)의 영어 수업을 진행하고, 월 150만원의 봉사활동비(장학금)를 지원받는다. 외국인 교환학생은 주당 9시간(월 36-40시간)의 수업을 진행하고, 월 90만원의 봉사활동비를 지급받는다. 물로 이들은 프로그램 시작 전에 4주간의 오리엔테이션/연수를 받아야 한다. 현재 국내외 각 기관에서 TALK 프로그램 참여자의 신청을 받고 있다. 해외교포 400명과 외국인 교환학생 100명을 모집하는 TALK 프로그램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원할지 궁금하며, TALK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이 초등학교에 근무하면서 얼마나 의미있는 교육을 실시할지도 의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TALK 프로그램을 영어공교육화 정책의 하나의 실험사례로 간주하여, TALK 프로그램의 진행과정 일체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평가한 후, 영어전용교사 임용 등을 포함한 영어공교육화 정책 전반에 대한 반성과 평가 작업을 수행하길 기대한다. 특히 교육 정책의 실행에 있어서는 돌아가는 것이 빠른 길일 수도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넷째, 영어공교육화 방안의 일환이면서 대입 자율화 3단계와 연계되어 있는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일명 영어표준화시험 방안)은 영어공교육화 방안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영어표준화시험 방안은 한편으로 학생들의 영어에 대한 학습부담과 사교육비를 지금보다 훨씬 늘리면서, 다른 한편 학교 교육의 정상적인 운영을 심각하게 방해하는 정책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많다. 영어표준화시험 운영 방안이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을 확인하기 위해서 몇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자. 영어표준화시험 정책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가가 포플이나 토익처럼 실용 영어 중심의 표준화된 시험을 개발하여 학생들이 희망할 때 희망하는 회수만큼 치를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수능 영어시험을 폐지하고, 대입 선발에서는 영어표준화시험 결과를 활용하도록 한다. 영어표준화시험의 성적은 포플이나 토익처럼 표준화된 점수로(등급으로) 제공한다. 이런 성격의 영어표준화시험을 도입할 경우, 이명박 정부는 학생들의 학습부담과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어표준화시험의 시나리오를 좀더 따라가 보자. 1등급을 받지 못한 학생들은 더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하여 영어표준화시험에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응시할 것이다(외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나 외국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중고등학생들이 더 좋은 토플 점수를 얻기 위하여 5-10여 차례 반복적으로 토플 시험에 응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학생들이 영어표준화시험에서 1등급을 받았더라도 상위권 대학을 진학하는 데는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상위권 대학의 지원자들의 대부분이 영어표준화시험에서 1등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지닌 각 대학은 영어표준화시험의 변별력이 거의 없음을 깨닫고서 지원학생들의 영어 능력을 변별하기 위하여 별도의 대학별 영어시험(영어논술, 영어면접, 또는 대학 자체가 개발한 별도의 영어시험 - 서울대의 텝스 시험 등)을 치를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상당수의 우수학생들은 영어표준화시험을 치러야 할 뿐만 아니라 영어 대학별 고사를 위한 시험대비도 하여야 할 것이다. 요컨대, 이런 이유로 인하여 영어표준화시험은 학생들에게 학습부담과 사교육비를 줄여주기보다는 더욱 늘려줄 가능성이 많다. 그리고 영어표준화시험은 학교 교육의 정상화에도 역행할 가능성이 많다. 영어표준화시험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들은 더 이상 학교의 영어교과를 공부할 필요가 없다. 영어표준화시험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들은 더 이상 학교수업에 참여하고자 하지 않을 것이며, 대학별 영어시험에 대비하기 위하여 사교육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많다. 요약하면, 영어표준화시험은 학생들의 학습부담과 사교육비를 줄여주기보다는 더욱 늘려줄 가능성이 많으며, 학교교육의 정상화에도 도움이 되기보다는 방해가 될 가능성이 많다.
발표자는 영어공교육화 정책과 관련하여 이명박 정부에 다음과 같은 주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초등학교에서는 여러 교과를 균형있게 배우면서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 가치, 태도를 기르는 교육의 시기이다. 초등학교 교육에서 영어 교과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그리고 타교과의 교육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는 것은 초등학생의 전인적인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영어공교육화 정책이 그토록 중요하다면 타 교과/교육 영역에서 사용하던 예산을 돌려서 영어교육에 투입할 것이 아니라 별도의 교육예산을 추가로 확보해야 할 것이다. 영어공교육화 정책으로 인하여 초등학교에서 현재 이루어지고 이는 다양한 교육활동이 조금이라도 위축되어서는 곤란한다. 둘째, 임기내에 영어공교육화 방안을 마무리하겠다는 과욕을 버릴 필요가 있다. 영어전용교사 23,000명을 임기내에 채용하려고 하기보다는 교대와 사대의 영어교사를 길러내는 프로그램의 개선을 통해서 영어를 영어로 가르치는 것이 가능한 영어교사를 지속적으로 양성하여 임용 배치하는 것이 올바른 길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셋째, 수능 영어시험을 영어표준화시험으로 대체하는 방안에 대해 좀더 깊이있는 검토와 분석이 필요하다. 정책의 도입 의도와는 달리, 영어표준화시험은 학생들의 학습부담과 사교육을 줄여주기보다는 더욱 늘려 줄 가능성 있으며, 학교 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하기보다는 학교 교육을 더욱 황폐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제도이다. 영어표준화시험의 도입 방안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2. 고교다양화 300 정책
이명박 정부는 다양한 고교 체제 도입을 통해 학교선택권을 확대함으로써 공교육 만족도를 제고하기 위한 목적에서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12년까지 자율형 사립고 100개교, 농산어촌에 기숙형 공립학교 150개교, 창의적 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마이스터고 50개교를 지정하여 육성할 계획이다. 그리고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에 포함되지 않은 고교에 대해서는 학교특색살리기 플랜을 추진하여 학교의 다양화/특성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도에 기숙형 공립고 88개교와 마이스터고 20개교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농산어촌 우수고를 중심으로 1군당 1교 기준으로 기숙형 공립고를 지정하여, 교당 평균 50억원을 지원하여 기숙사 건축과 프로그램 개발을 추진하고자 한다. 마이스터고의 경우 교당 25억원을 지원하여, 학생들에게 학비면제, 해외연수 등의 혜택을 줄 계획이다. 사회적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는 자율형 사립고에 대해서는 모형 개발 등 좀 더 많은 연구와 토론을 거친 후에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전 국민적인 관심사이자 사회적 파급효과가 매우 큰 자율형 사립고에 대해 좀더 시간을 갖고 연구검토한 후에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한발 물러선 것은 매우 바람직한 정책결정이라고 생각된다. 자율형 사립고는 한편으로 교육의 다양성을 살리고, 다른 한편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을 확대시켜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정책으로 평가될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과열된 고입(자율형 사립고) 진학 경쟁으로 인하여 중학교와 초등학교 교육을 입시위주의 교육과 비인간적인 점수 경쟁 교육으로 타락시킬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학교 교육의 다양성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을 확대시켜주기 위하여 대선 공약대로 자율형 사립고를 100개 설립하고자 한다면, 자율형 사립고 설립이 중학교나 초등학교 교육의 정상화에 폐를 끼치지 않는 자율형 사립고의 운영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자율형 사립고를 현재의 자립형 사립고나 외국어고처럼 운영(전기모집, 전국단위 선발경쟁 등)할 경우, 자율형 사립고 정책은 학생들의 학습부담과 사교육비를 폭발적으로 늘려줄 가능성이 있으며, 중학교와 초등학교 교육의 정상적 운영을 심각하게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외국어고 진학을 위한 입시 경쟁에 참여한 중학생들이 새벽2시까지 고교 과정을 선행 학습하고 있으며, 입시 준비생이 많은 중학교에서 특히 3학년 2학기에는 정상적인 학교수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현실이다. 자율형 사립고가 추가로 100개 만들어질 경우, 학교당 학년 정원을 보수적으로 추정하여 300명이라고 했을 때, 전국적으로 매년 약 3만명의 학생이 자율형 사립고에 진학하게 된다. 진학 경쟁률을 3대 1로 잡았을 경우 약 9만명의 학생들이 자율형 사립고를 위한 입시 경쟁에 뛰어들게 된다. 전체 학생의 20%가 넘는 학생들이 자율형 사립고 진학 경쟁에 뛰어들 경우 중학교의 교육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입시 경쟁이 심하면 심할수록 학부모와학생은 사교육비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자율형 사립고가 많아지면, 입학졍쟁률이 낮아지지 않겠느냐라는 낙관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자율형 사립고가 많아진다고 해서 상황이 그렇게 낙관적일 것 같지는 않다. 자율형 사립고가 많아지면, 자율형 사립고간에 우열이 생길 것이며, 학생들은 더 나은 자율형 사립고에 진학하기 위해 더욱 심한 입시 경쟁에 참여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사회에는 두 가지의 두꺼운 담이 세워질 것이다. 첫째, 자율형 사립고에 다니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을 가르는 담, 둘째, 좋은 자율형 사립고에 다니는 학생과 별볼일 없는 자율형 사립고에 다니는 학생을가르는 담. 우수한 학생들이 자율형 사립고에 몰려들 경우 공립학교는 2류 학교로 전락할 것이며, 자율형 사립고간에는 대입실적에 따른 학교들의 서열화 현상이 분명하게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자율형 사립고 100개 설립 방안은 이명박 정부의 대선 공약인 "교육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감축"과는 모순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많다.
자율형 사립고 100개 설립 정책이 정책의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의도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율형 사립고의 운영 방식을 현재의 자립형 사립고나 외국어고와는 다르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율형 사립고의 선발 경쟁을 약화시키는 운영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학생 선발을 선발 경쟁이 아닌 '선지원 후추첨' 방식으로 전환하거나 입학생의 150-200%를 일차적으로 경쟁 선발한 후 최종합격자는 추첨 선발을 하는 방안(미국의 일부 마그넷스쿨에서 활용하는 방안) 등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숙형 공립고 지정 방안은 농산어촌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지정한다는 점에서 날로 황폐화되어가는 농산어촌 지역에 조금이나마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이라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있는 방안라고 생각된다. 다만, 1군 1개교만을 지정하여 집중 지원하는 방식은 군내 고등학교간의 서열(일류학교 vs 삼류학교)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기숙형 공립고로 지정받은 학교와 지정받지 못한 학교간의 갈등, 기숙형 공립고로 지정받지 못한 학교의 상대적인 박탈감, 공립학교간의 차등 예산 지원의 불공정성 문제 등으로 인하여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기숙형 공립고 지정 방안은 기숙형 공립고로 지정받지 못한 여타의 고등학교의 발전 방안과 동시에 추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명박 정부는 학교특색살리기 플랜을 추진하여 나머지 학교도 다양화/특성화를 유도한다는 계획이지만, 기숙형 공립고와는 달리 나머지 학교에 대한 예산 지원 계획이 없다는 점에서 교육적/사회경제적 약자에 대한 차별적인 교육정책이라고 비판받을 수 있다.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학교의 다양화와 특성화가 쉽지 않다는 점을 이명박 정부는 유념하길 바란다.
3. 대입 자율화 3단계 정책
이명박 정부는 대입 자율화를 3단계에 걸쳐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제1단계에서는 수능등급제 보완 및 대학 자율화를 추진하고, 제2단계에서는 수능 응시과목을 축소하며, 제3단계에서는 대입 완전 자율화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대입 자율화 3단계는 대학을 자율화하되, 3단계에 걸쳐 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1단계의 수능 등급제 보완 정책, 학생부 및 수능 성적 반영 비율 자율화 방안, 대입 관련 권한의 대학협의체로의 이양 정책 등은 개인적 입장이나 이념적 차이에 따라 찬반 논의가 가능할 수 있지만, 발표자는 총론적인 차원에서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대입 자율화 3단계 정책에서 예상되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2단계에서 진행될 수능시험 응시과목 축소 방안이다. 교과부의 위탁으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수능시험 응시과목 축소를 위한 수능체제 개편 관련 정책연구가 추진 중에 있다. 2012년(현 중학교 3학년)부터 적용될 수능시험 응시과목 축소 방안은 영어를 표준화시험으로 대체하고, 사탐/과탐 및 한문/제2외국어 영역에서 최대 2과목(현재는 4개 선택임)을 선택하게 하는 방안 등이 연구 중이다. 그런데 현재 추진 중인 연구의 방향이 "현행 교육과정을 유지하면서 수능 응시과목을 축소함으로써 수험생의 학습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수능시험 응시과목 축소 실행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대학 입시 방안, 특히 전국의 거의 모든 학생들이 동일하게 치르는 수능시험은 우리나라 학교 교육의 방향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따라서 수능 응시과목의 축소 방안은 고등학교 교육과정, 특히 선택중심 교육과정과 밀접히 연계되어 개편되어야 한다. 현행 교육과정을 유지하면서 수능 응시과목을 축소할 경우 십중팔구 학교 교육과정과 수능시험간의 괴리가 확대될 것이며, 그 결과 공교육은 더욱 황폐화되고 학생들은 사교육에 더욱 의지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 예컨대, 고등학교 2-3학년에서 학생들이 공부해야 할 교과목 중에서 수능 응시과목의 축소로 인하여 수능 응시과목의 비중이 줄어들 경우, 학생들은 수능 시험과 무관한 교과목을 고등학교 2-3학년 과정에서 현재보다 더 많이 공부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럴 경우, 학생은 학교 공부를 게을리하고, 학교는 수능시험과 무관한 교과목을 고등학교 2-3학년에서 가르쳐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따라서 수능 응시과목을 축소하여 수험생의 학습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과목과 수능 응시과목의 일치 비율을 현재보다 더 높여야 한다. 이렇게 볼 때, 현 교육과정 체제에서 수능 응시과목을 축소함으로써 학습자의 학습부담을 줄여준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수능 응시 과목을 축소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2-3학년 교육과정을 연계시켜 함께 개편해야 한다. 고등학교 2-3학년의 학교 교육과정의 개편없이 수능 응시과목만을 축소할 경우 새로운 수능 시험 체제는 자칫 고등학교 학교 교육을 황폐화시키고, 학생들을 학교 밖의 사교육에 더욱 의존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수능 체제를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연계시켜 확실하게 개편할 의지와 자신이 없다면 이명박 정부는 수능 시험 체제를 건드리지 않기를 바란다. 어설프게 수능 체제를 개편할 경우, 우리 교육계에 한바탕 소용돌이를 일으키면서 많은 사회적 비용만을 초래할 뿐,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줄여주는 등의 학교 교육의 개선을 이룰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4. 학교자율화 및 정보공시제
이명박 정부는 지난 4월 15일에 '학교자율화 추진 계획'을 발표하였다. 학교 현장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불합리한 지침을 즉시 폐지하는 1단계 학교 자율화 방안, 시도교육청으로 권한을 이양/위임할 법령 및 법규 정비 등에 관한 2단계 자율화 방안(2008년 6월 중 추진 예정), 공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커 신중하게 추진할 사항이나 관계부처간 조정/협의가 필요한 내용에 대한 3단계 자율화 방안(2008년 7-12월에 추진할 예정)을 발표하였다. 여기서 특히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끈 것은 0교시 수업, 우열반 편성, 사설모의고사금지 등 관련 지침의 즉시 폐지 방안이다. 이명박 정부는 교과부의 학교자율화 추진 계획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시도교육청의 단위학교에 대한 규제나 간섭을 최소화할 것을 강조하면서, '학교 자율화 추진 정도'를 추후 교육청 평가시 주요 지표로 반영한다는 사실을 적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여기서 우리는 교과부가 학교자율화를 추진하기 위하여 학교의 상급기관인 교육청을 강제하는 기이한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이명박 정부의 학교자율화 추진 계획은 원칙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된다. 중앙정부가 전국의 모든 학교에 대한 세세한 지침을 정하여 시달한다는 것이 시대정신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학교의 자율적 운영은 우리 학교가 마땅히 지향하면서 지속적으로 추구해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 때문이다. 학교자율화 조치는 그 방향이나 원칙에 있어서 이러한 바람직성에도 불구하고, 정책추진 방식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한계를 지닌다. 첫째, 공교육의 정상화와 관련하여 대부분의 국민들이 공감하는 지침, 예컨대, 0교시 수업 금지, 우열반 편성 금지 등과 같은 지침까지 모두 한꺼번에 그리고 그토록 전격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학교자율화의 추진을 위하여 실용적인 전략이었는지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둘째, 교과부가 학교에 대한 포괄적인 장학지도권을 폐지했다고 해서, 시도교육청도 학교에 대한 장학지도권을 폐지하도록 강요(교육청 평가시 학교자율화 정도 평가하여 반영한다는 지침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국가가 장학지침을 통해 통제하던 것을 1단계로 16개 시도교육청이 스스로 장학지침을 만들어 시행하도록 한 다음, 2단계로 교육청의 장학지침도 가급적 폐지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학교자율화 정책의 추진 방식으로 더 적절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요컨대, 학교자율화 추진 계획은 교과부 차원에서 즉시 폐지와 점진적 폐지 지침을 구분하여 단계적으로 실행하거나 교과부 지침 폐지 후 교육청 자율 결정이라는 과도기적 단계를 거처 점진적으로 학교자율화로 나아가는 것이 더 실용적인 정책 집행이라고 생각된다.
이명박 정부는 단위학교의 정보공시를 의무화하고, 필수 공시항목을 지정하여 정보를 공시하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학교의 책무성을 제고할 것임을 천명하였다. 이러한 정보 공시는 학교 교육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교육수요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필수 공시항목을 무엇으로 설정하는가이다. 예컨대, 학사일정, 교육과정 편성, 예결산 등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성적에 해당하는 학습결과를 공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좀더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에서 치러지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2009년부터 점진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2009년에는 각 과목별로 기초학생과 미달학생 비율만 공개되지만, 2011년부터는 우수학생, 보통학생, 기초학생, 미달학생 4등급의 비율과 학생의 학력향상도가 함께 공시될 예정이다.
단위학교가 학생들의 기초학력 신장에 좀 더 많은 책무성을 느낄 수 있도록 기초학생과 미달학생의 비율이나 학생들의 학력향상도를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역별 학력 격차가 심각할 뿐만 아니라 학생의 학교 선택권이 완전하게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수학생의 비율을 공개하는 것은 여러 가지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학생들의 학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이 학교 내적 변인이라기보다는 가정 배경이나 사교육 정도와 같은 학교 외적 변인인 상황에서 학교별 우수학생의 비율을 공개하는 것은 학교를 서열화시킬 뿐만아니라 열악한 지역에 위치한 교사와 학생들의 교수-학습의욕만을 떨어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고 강제 배정된 학교가 우수학생의 비율이 적은 학교일 경우 대학 진학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라는 심리적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 우수학생 비율을 공개하는 정책은 대학으로 하여금 신입생 선발에 있어서 고교 등급제를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정책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학교별 우수학생의 비율을 공개하는 것은 우수학교 진학에 대한 학생의 욕망을 부추켜서 우수학교 주변의 부동산 값을 끌어올리는 현상을 재연시킬 가능성마저 있다.
단위학교별 우수학생 비율을 공개하는 정책은 그렇지 않아도 입시위주 교육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교육을 더욱 치열한 점수 경쟁으로 내몰 위험성을 안고 있다. 교육청은 학교에 우수학생 비율을 높이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고, 학교장은 교사에게 동일한 압력을 행사할 것이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입시경쟁의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조금이라도 입시 위주의 점수 경쟁 교육에서 벗어나서 전인적인 교육을 수행하기 위하여 다양한 정책(아일랜드의 특별학년 프로그램, 일본과 싱가폴의 중고6년제 통합교육체제 등)을 강구하고 있는 나라들과는 달리, 이명박 정부는 초중고등학교 학생들 모두를 점수경쟁으로 내모는 정책을 추진하고 한다. 이미 입시위주의 교육과 점수 경쟁으로 과열된 우리 사회에서 각 학교의 우수학생 비율까지 공개하면서 얼마나 더 심한 점수 졍쟁을 유도하고자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학습이 처지는 학생들에 대한 학교의 책무를 강조하기 위해서는 단위학교의 정보공시에서 기초학생과 미달학생의 비율, 학생의 학력향상도만 필수 고시항목으로 지정해도 충분하다. 학생들을 살인적인 경쟁으로 내몰면서 학교 교육의 정상화에 역행할 수 있는 우수학생 비율의 공개 방안은 철회될 필요가 있다.
Ⅳ. 이명박 정부 100일에 대한 (교육 분야) 평가를 마치며
앞에서 이루어진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평가에서 알 수 있듯이, 이명박 정부의 등장으로 우리 사회의 교육정책은 지난 10년 동안 평등, 정의, 복지, 공동체 등을 강조해 왔던 중도 좌파적 성격에서 자율, 선택, 경쟁, 책무 등을 더 중요시하는 중도 우파적 성격으로 바뀌었다. 중도 좌파적인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지나가고 중도 우파적인 이명박 정부의 등장으로 교육정책 또한 정부의 이념적 지향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현상(정권의 이념적 지향의 변화로 교육정책의 이념적 지향도 바뀌는 현상)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정권의 변화로 교육정책의 이념적 지향이 바뀐 것 자체를 문제삼을 필요는 없다.
발표자는 이명박 정부 100일 교육정책을 평가하는 현 맥락에서 중도 좌파적 교육정책과 중도 우파적 교육정책 중 어느 것이 더 바람직한가에 대한 추상적인 논의/판단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우리 국민의 '교육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 감축'이라는 대선 공약 실현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그리고 학교 교육의 정상화와 교육의 본질 실현에 얼마나 기여하는지에 관심이 있다. 이명박 정부 100 교육정책의 평가 결과를 종합하면, 이명박 정부는 자율, 선택, 경쟁, 책무를 강조하는 교육정책을 집중적으로 기획하고 실천함으로써 교육적/사회경제적 강자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데는 상당한 정도로 기여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반면에, 교육적/사회경제적 약자에 대한 상대적인 무관심으로 인하여 사회경제적 계층간의 교육 격차를 더욱 크게 벌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일부 교육적/사회경제적 강자의 교육만족을 두 배 이상 높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지만, 그 댓가는 사교육비의 폭발적인 증가가 될 것이다. 이 말은 곧 사교육비의 부담을 강하게 느끼는 중하위권 학부모들의 교육만족도를 현저히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잦은 그리고 더욱 심해질 선발 경쟁과 사교육비의 증가는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저해할 것이며, 교육의 본질 실현에도 장애물이 될 것이다. 사회경제적/교육적 강자와 약자 모두에게 공평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경제적 '재생산의 순환고리'(학력과 계층의 대물림)를 끊고, '생산의 새로운 사이클'(원활한 사회 상승 이동)을 만들어야 할 임무를 지닌 공교육 체제의 책무성은 더욱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평가하면서 발표자는 우리 사회의 교육적 약자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렇지 않아도 마지못해 학교에 다니고 있는 교육적 약자가 설 땅은 더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학교 교육 체제는 학교 교육의 희생자(the victim)에게 그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경향이 있다는 어느 교육학자의 주장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우리사회에서 교육적 약자의 대부분이 사회경제적 약자라는 점과 연계될 때, 교육 정의의 문제는 곧 사회 정의의 문제가 될 것이다. 사회경제적 약자가 학교 교육 체제에 진입하면 대부분 교육적 약자로 드러나며, 교육의 공공성이 약화된 상황에서 교육적 약자는 초/중/고/대학이라는 학교 교육 체제를 통과하면서 여전히 교육적 약자로 남아있게 된다. 이러한 교육적 약자가 사회로 진출하면서 다시 사회경제적 약자로 자리매김되고, 이러한 사회경제적 약자의 2세는 다시 교육적 약자로 학교 교육 체제에 진입하는 사회경제적/교육적 약자의 재생산이라는 순환고리를 형성하게 된다.
공교육의 임무는 사회경제적 약자가 학교 교육 체제에 진입하면 더 이상 교육적 약자로 남아있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학교 교육을 통한 사회경제적/교육적 약자의 재생산의 고리를 끊어, 사회경제적/교육적 약자가 학교 교육을 통하여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계발하여 한편으로 배우는 즐거움을 체험함으로써 교육의 본질을 실현하고, 다른 한편 교육적/사회경제적 약자의 자리를 탈출함으로써 사회 정의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요컨대, 학교 교육의 공공성은 사회경제적/교육적 약자가 학교 교육 체제에서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고 공정하게 경쟁하며 자신의 능력에 부합하는 사회적 선발과 배치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데 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부분의 교육정책은 교육적 약자보다는 교육적 강자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학교 교육의 공공성을 실현하기보다는 저해할 가능성이 더 많아 보인다. 자율, 선택, 경쟁, 책무를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 패러다임에서는 경쟁에서 뒤처진 학생들 즉 교육적 약자를 경쟁력도, 책무성도 없는, 게으르며 무책임한 학생이라고 명명하여 비난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자율, 선택, 경쟁, 책무만을 강조할 뿐, 학교 교육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즉 교육의 본질에 대한 물음)에 대한 문제의식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 패러다임에서는 무엇을 위한 자율이고 선택이고, 무엇을 위한 경쟁이고, 책무인가가 불분명해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교육의 국가경쟁력을 기르기 위하여 자율, 선택, 경쟁, 책무를 그토록 강조하는 것인가?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경제의 수단으로 전락하여도 문제가 없단 말인가? 학생들이 학교에서 다양한 학습/배움 활동을 통하여 서로를 이해하고, 도와주며, 함께 살아가는 경험을 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낭비에 불과한 것인가? 이명박 정부는 학교 교육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교육과정의 기본 질문에 대해 좀더 충실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왜냐하면 자율, 선택, 경쟁, 책무는 학교 교육의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절차나 방법)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를 마치면서, 발표자는 앞으로의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입안 및 실행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몇가지 제언을 덧붙이고자 한다. 첫째,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실용성의 포장에도 불구하고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와 밀착된 특정 용어와 가치만을 지나치게 많이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담론/실천의 성격을 지닌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자율, 선택, 경쟁, 책무 등이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용어이며, 수월성/경쟁력이 가장 많이 추구되는 가치이다. 이들 가치는 교육적/사회경제적 강자들에게 매우 친화력이 있는 용어/가치이다. 그러나 우리 삶과 교육이 보다 윤택해지기 위해서는 자율, 선택, 경쟁, 책무 외에도 평등, 정의, 복지, 공동체 등의 용어나 가치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우수학생이나 우수학교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하위학생이나 하위학교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우리 학교가 하위학생만을 위한 학교가 아닌 만큼, 우수학생만을 위한 학교도 아니다. 한 국가의 교육정책은 '교육적 강자'인 엘리트 교육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교육적 약자'에 해당하는 하위학생들에 대해 교육적 복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학교 교육의 공공성은 교육적 강자 뿐만 아니라 교육적 약자에게도 동일한 교육적 관심과 배려, 투자가 필요함을 요구한다. 우리사회의 교육적 강자와 교육적 약자가 모두 함께 차별받지 않고 배움의 가치를 체험할 수 있는 학교 문화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이명박 정부는 앞으로 평등, 정의, 복지, 공동체 등의 용어와 가치를 좀더 빈번히 사용하는 교육 담론/실천의 생산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갖기를 기대한다.
둘째, 현 정부의 임기내에 우리 교육의 문제를 모두 해결하려는 과욕을 버리고, 효과가 확실하게 예상되는 정책부터 하나하나 차근차근 해결해 가려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교육의 문제를 성급하게 해결하려고 달려들면 들수록 교육의 문제는 더욱 복잡하게 헝클어질 가능성이 많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이지 '5년지대계'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우리 학교 교육의 무한한 발전을 위한 기초를 닦는다는 심정으로 교육의 문제에 좀 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 주기를 기대한다.
셋째, 교육정책에 대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와 코드가 일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무리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더라도 하나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동일한/유사한 것의 수적인 다양성, 즉 사이비 다양성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사람들, 예컨대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비판적인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이나 목소리를 경청할 때 질적인 다양성이 확보되며, 이러한 질적 다양성이 확보될 때 목하 관심있는 교육문제에 대한 실용적인 교육정책의 개발과 실행이 가능해진다. 나와 생각이 다른 타자와의 지속적인 접속을 통하여 타자의 입장에서도 교육정책을 바라보고 평가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출 때, 실용정부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실용적 교육정책을 성공적으로 개발하여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들만의 폐쇄적인 세계로부터 탈주하여, 다양한 경계를 가로지르면서 다양한 종류의 타자와 만나는 것에 익숙해질 때 교육정책의 즉흥성은 줄어들고, 교육정책에 대한 좀더 심층적인 이해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이명박 정부는 자신들의 생각과 유사한 사람들의 소리만을 경청하고 자신들과 다른 시각에서 교육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을 회피하려는 소극적인 태도를 버리고, 시각이 다른 사람들을 찾아 대화하면서 해당 정책을 포괄적이고 총체적으로 이해하려는 적극적인 태도를 갖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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