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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쇼'만 하다 돌아온 농림부 점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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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쇼'만 하다 돌아온 농림부 점검단"

[기고] 현지 점검단이 외면한 美 도축장의 현실

농림수산식품부의 현지 점검단이 미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 쇠고기 도축장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방문하고 돌아왔다. 그들은 이번 현지 점검에서 "문제가 될 부분은 없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미 현지 점검단을 파견할 때부터 미리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결론을 내려놓고 있었다. 현지 점검단은 미국으로 떠날 때까지 미국의 현지 일정도 모른 채 무작정 비행기에 탔다. 그래서 이 '묻지 마' 점검단은 "미국 정부가 교통 편의를 제공해준 덕택에 현지 점검을 원활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엉뚱한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던 것이다.

그들이 현지에서 쇼를 벌이고 있는 동안, 에드 샤퍼 미국 농무부 장관은 주저앉는 증상을 보이는 소 이른바 '다우너'가 인간의 식용 목적으로 도축되지 않도록 규정하는 입법예고안을 마련하겠다는 성명을 5월 20일에 발표했다. 국내 대다수 언론에서는 미국 정부가 다우너의 도축 금지를 즉각 시행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미국 농무부 장관은 겨우 입법예고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을 뿐이다. 당연히 그 입법예고안이 시행될 때까지는 여전히 다우너가 도축되어 인간의 식용으로 공급될 것이 분명하다.

미국 농무부 장관의 이 같은 성명은 그동안 다우너가 도축되어 인간의 식용 목적으로 사용되어 왔음을 시인하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이나 일본에서는 다우너를 인간의 식용 목적뿐만 아니라 사료의 원료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반드시 광우병 전수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광우병 위험이 높은 다우너에 대해 광우병 검사조차 제대로 실시하지 않고 있음은 물론 인간의 식용 및 동물의 사료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올 2월에도 다우너를 비롯한 병든 소를 불법적으로 도축한 동영상이 폭로되어 미국 역사상 최대인 6만4000톤(t)의 쇠고기가 리콜되었다. 지난 5월 9일에는 하와이 주에서 만든 다진 쇠고기에서 병원성 대장균이 검출되어 리콜 조치가 취해졌으며, 5월 4일에는 리스테리아균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쇠고기 제품에 대해 1급 리콜 조치가 내려진 바 있다.

그렇다면 한국 농림부는 미국 도축장의 이러한 문제점들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었을까? 농림부가 지난 2007년 7월 25일자로 작성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 분석 검토' 자료를 보자. 농림부는 "(미국) 도축장에서 폐사축 및 기립불능우(다우너)는 반드시 폐기 처리"한다고 밝히고 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최근 미국 농무부 장관이 다우너의 식용 공급을 금지하는 입법예고안을 검토해보겠다고 한 발표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도살장>(게일 A. 아이스 니츠 지음, 박산호 옮김, 시공사 펴냄) ⓒ프레시안

이렇게 현지 점검단이 미국에 머물고 있었던 동안 '미국산 육류의 정체와 치명적 위험에 대한 충격 고발서'인 <도살장>(게일 A. 아이스 니츠 지음, 박산호 옮김, 시공사 펴냄)이 국내에서 출판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슈퍼마켓 고기 상자에 든 포장 고기의 숨은 얼굴을 낱낱이 고발했다.

미국의 도축장에서는 히틀러가 유대인을 학살한 아우슈비츠 수용소보다 훨씬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괴담을 퍼뜨리는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생생한 현실이다. 산 채로 껍질이 벗겨지고 몸이 잘리는 참혹한 일들이 매일같이 되풀이되고 있다. 쇠고기의 0.1%만을 검사하지만 공장에서 출하되는 고기 100%가 '미국 농무부의 검사를 받아 합격했음'이란 도장을 받는다.

이런 사정 탓에 검사관들은 농무부 장관에게 "(현행) 검사 체제에서 우리는 포괄적인 검사를 완료할 수 없도록 제약을 받기 때문에 오염되고 완전하지 않은 제품이 공장에서 출하되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우린 몸통을 꼼꼼히 살펴보도록 허가받지 못했고, 설사 허가를 받는다 해도 작업 라인이 너무 빠르게 돌아가서 자세히 볼 수 없습니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네브라스카 주의 한 검사관은 "포장하기 위해 머리뼈에서 고기를 발라내는 테이블에 도착한 소머리의 24%가 털, 흙, 가죽, 음식 섭취물 같은 것으로 오염돼 있었다"고 증언했다. 참고로 머리고기는 보통 햄버거용 고기로 쓰는데, 이명박 정부는 볼살을 포함한 머리고기의 수입을 허용했다.

미국의 양심적 전문가와 내부의 공익 제보자의 증언에 따르면 미국의 도축장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품이 아니라 광우병, O157 대장균, 리스테리아균과 같은 괴물을 생산하고 있는 동물 수용소에 불과하다. 이것이 바로 미국산 쇠고기의 진실이다.

이번에 미국에 파견된 농림부 현지 점검단은 미국산 쇠고기의 진실을 어떻게 점검했을까? 미국 정부가 마련해 놓은 방문 일정대로 움직이는 것으로 그들은 제대로 점검을 할 수 있었을까? 그들의 눈에는 미국 도살장이 천국으로 보였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미 오랫동안 도살장을 연구해 온 게일 아이스니츠의 결론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기준으로 재협상을 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무시한 채 허울뿐인 현지 조사를 빌미로 농림부 장관 고시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 만일 입만 열면 국민을 섬기겠다는 말을 고장 난 라디오처럼 되풀이하는 대통령이 '소귀에 경 읽기' 만큼이나 민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스스로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대규모 리콜 조치와 폐기 처분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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