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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기름값 때문에 일할수록 손해입니다"

MB정부 '무대책'…화물노동자 "차 세우자"

"아니, 뭐 누군 파업 하고 싶어 하나요? 일을 하고 싶어도 일할수록 손해인데 방법이 없어. 경유 값은 조만간 2000원을 넘는다고 하지, 그나마 있던 유가보조금도 6월이면 끝이지. 대통령은 아무 대책도 없지. 파업 아니라 파업 할배라도 차 세우는 수밖에 없어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기름 값에 한숨 쉬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기름을 이용해 일을 하고 그 값에 따라 일한 뒤 손에 쥐는 돈이 달라지는 사람들은 한숨 수준이 아니다. 당장 먹고 살 길이 캄캄하다. 대표적인 이들이 30만 명에 달하는 화물차 운송 노동자들이다.

기름 도둑 막으려 차에서 잠 자고, 기름 아끼려고 위험 운행까지…
▲ 1년 전 ℓ당 1100원대였던 경유 값은 최근 1900원 대까지 치솟았다. 이미 2000원 대에 진입한 휘발유에 이어 오는 6월이면 경유도 2000원 대를 돌파하리라는 것이 이미 기정사실화됐다.ⓒ뉴시스

휘발유 값이 2000원 대를 돌파한 데 이어 23일 경유 값마저 2000원 선을 넘어섰다. 1년 전 ℓ당 1100원 대였던 경유 값은 1년 사이 거의 1000원 가까이나 오른 것이다.

경유 값이 휘발유 값을 추월하는 경우도 나타난다. 경유 차를 판매하는 자동차 업계도 비상이 걸렸지만 트럭에 생계를 걸고 있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죽을 맛'이다.

운송료는 그대로인데 기름 값은 눈만 뜨면 오르니, 집에 가져가는 돈이 없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하는 데 받는 운송료 80만 원에서 통행료가 7만6000원, 기름 값이 60만 원이 넘는다. 차량 유지비와 보험료 등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밑지는 장사'인 셈이다.

게다가 기름 값이 오르면 차를 두고 다니면 되는 운전자와 달리, 이들은 차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다보니 아낄 기름이 없다.

그래서 화물차 운전자들은 목숨을 건 '위험 운행'으로라도 기름 값을 줄여보려고 애쓰고 있다. 무리하게 밤 운송을 고집하거나 내리막길에서 기어를 중립에 놓은 채 주행을 하는 것.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 박상현 법규부장은 "조금이라도 기름 값을 아끼기 위해서 목숨을 건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름 값이 오르면서 '기름 도둑'도 생겼다. 밤새 기름을 도둑맞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최근 화물차 운전기사 가운데는 차 안에서 잠을 자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 화물 노동자들의 얘기다.

정부는 '강 건너 불 구경'…"밑바닥 분위기, 심상치 않다"
▲ 23일 화물연대 창원동부 하이로지스틱스분회 소속 화물 노동자 170여 명은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창원 성산동 하이로지스틱스 물류센터 앞에서 파업에 들어갔다. ⓒ뉴시스

사정이 이런대도 정부 대책은 '전무'나 다름없다. 치솟는 기름 값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수출입 화물과 각종 원자재를 운반이라는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화물 노동자들의 생계 문제에 대해서도 '강 건너 불 구경'일 뿐이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오는 6월로 만료되는 유가보조금 지급 기한을 연장하겠다는 것이 전부다. 현재 화물 노동자들은 ℓ당 287원의 보조금을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그나마도 342원까지 올랐던 보조금은 올해 3월 정부의 유류세 10% 인하와 더불어 60원 가량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 역시 "6월 이후에도 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는 것일 뿐, 경유 값이 오르는 것에 맞춰 보조금의 액수도 올려주겠다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경유 값 인상분은 화물 노동자 개인의 부담일 뿐이다.

때문에 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23일 성명을 통해 "정부는 무대책이 상책이라는 식이며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당연히 "밑바닥 분위기가 심상치 않을" 수밖에 없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당장이라고 차 세우고 들이 박자'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곳곳에서 개별적으로 '차를 세운' 사람들도 있다.

이날도 화물연대 창원동부 하이로지스틱스분회 소속 화물 노동자 170여 명은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창원 성산동 하이로지스틱스 물류센터 앞에서 파업에 들어갔다.

"한 달 간 성실 교섭 요구한 뒤에도 안 되면 길은 하나다"

화물연대 차원에서의 '총파업' 시계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화물연대는 일단 앞으로 한달간 국토해양부와 대형물류회사 등을 상대로 각각 성실한 교섭을 통해 해법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이다.

국토해양부를 상대로 한 요구사항은 "단기적인 유가보조금 지급 연장을 넘어서는 대책을 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화물연대는 "세금 체계의 근본적인 개혁이나 기름 값이 올라 이득을 보는 세력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화물연대는 대형물류회사와 화주 등을 상대로도 다음 주 중으로 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다. 운송료 인상이 핵심 요구다. 박상현 부장은 "경유값은 오르는데 운송료는 그대로니, 기업 물류비 부담을 모두 화물 노동자에게만 떠넘기는 격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들을 상대로 한 교섭이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할 경우, 화물연대는 6월 경 총파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장에서는 일하고 싶어도 기름 값이 너무 비싸 죽을 지경이라는데, 모두가 모르쇠로 나오면 우리도 총파업 외에는 방법이 없지 않겠냐."

화물연대 관계자의 말이다. 화물연대 조합원은 전체 화물 노동자 37만 명 가운데 1만5000명 수준으로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수출입화물을 담당하는 컨테이너에 조합원이 집중돼 있다. 따라서 이들이 총파업에 돌입하면 소위 '물류 대란'도 가능하며 이명박 정부의 '경제 살리기' 프로젝트에도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화물연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화물 노동자들의 극단적 선택을 강요하는가"라고 정부에게 물었다. 미국산 쇠고기 등 각종 비난 여론에 부딪혀 있는 이명박 정부는 이들의 질문을 귀 기울여 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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