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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국민 사기극'을 보고만 있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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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국민 사기극'을 보고만 있어야 하나"

[기고] 검역 주권 더 내준 5·20 합의

대국민 사기극만 있었을 뿐 추가 합의는 없었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 도대체 무엇을 추가로 합의했다는 것인가? 5월 19일자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서신 어느 구석에도 '수입 중단'이라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 슈워브 대표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20조와 세계무역기구(WTO) 동식물검역협정(SPS)에 따라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각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확인했을 뿐이다. 이러한 국제 협정은 한미 쇠고기 협상과 무관하게 이미 존재하고 있으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도 못한다.

게다가 슈워브 대표는 "금번 수입 위생 조건은 미국산 수입 쇠고기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적절한 기준과 절차를 포함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2008년 4월 18일에 합의한 최악의 한미 쇠고기 협상을 정당화하고 있다. 한마디로 현재의 협상 내용에서 한 글자도 바꿀 수 없다는 의미의 서신을 보냈을 뿐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GATT 20조와 WTO SPS 협정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전면 중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이 한국 국민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과학적 근거를 한국 정부가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는 이미 2006년에 GATT 20조나 WTO SPS 협정을 근거로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하지도 못했던 사실을 알고 있다.
▲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20일 오후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한.미 쇠고기 추가협의를 통해 합의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6년 한국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의 4조와 21조를 통해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할 경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한다는 내용을 명문화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6년 3월 앨라배마 주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지 못했다. 2006년에도 GATT 20조와 WTO SPS 협정이 작동하고 있었으며, 2006년 수입 위생 조건에 수입 중단 조치까지도 명문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2008년 수입 위생 조건의 5조에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등급 판정 변경이 없는 한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하지 못하도록 못까지 박아 두었다. 따라서 5조가 완전히 삭제되지 않는 한 GATT나 WTO SPS 협정은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반 규정에 불과할 뿐이다.

모름지기 검역 주권이 회복되었다는 말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국제수역사무국의 등급 판정 변경이 없는 한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5항의 완전 삭제 △미국의 쇠고기 수출 작업장의 승인권을 미국 정부에 양도한 6항의 내용 전면 변경 △미국 쇠고기 수출 작업장에 대해 한국 정부가 표본 조사만 할 수 있을 뿐 중대한 위반을 발견했을 경우에도 수출 작업장 승인 취소 권한도 없도록 규정한 8항의 내용 전면 변경 △특정 위험 물질(SRM)이 발견되더라도 해당 작업장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한 수입 검역 검사를 중단할 수 없으며 검사의 비율만 높일 뿐 전수검사도 하지 못하는 23항의 내용 전면 변경 △수입 위생 조건 위반에 대한 적발을 동일한 작업장에서 생산된 별개의 로트에서 최소 2회 적발했을 경우에만 일시적인 중단을 할 수 있을 뿐 "수입 검역 검사는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24항 등 수입 위생 조건상의 독소 조항이 모두 삭제 혹은 변경되어야만 한다.

광우병 SRM 결정 권한도 미국 측에 양도

슈와브 대표의 5월 19일자 서한에는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을 미국의 규정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검역 포기를 더욱 확실히 명문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한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모든 연령에서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 제거를 의무화해야 마땅하다. 현재 일본, 대만, 홍콩, 베트남 등 미국산 쇠고기의 주요 수입국은 모든 연령에서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 제거를 의무화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지난 2006년에 맺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에도 모든 연령에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 제거를 명문화했었다.

슈와브 대표의 5월 19일자 서한은 가장 보호 수준이 낮은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이번 사태의 본질을 완전히 호도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 멕시코, 러시아, 태국, 베트남, 대만, 홍콩 등 FDA 기준보다 훨씬 강화된 조건으로 쇠고기를 수입하는 나라들에 대해 별도의 수출증명(EV)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FDA 기준을 적용하게 되면 미국의 쇠고기 수출업자들은 아무런 규제나 제한 없이 막대한 양의 쇠고기를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 부위를 수입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 수입이 최소한 일본이나 EU 수준으로 강화되지 않으면 안전성이 담보될 수 없다.

일본은 연령에 관계없이 모든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의 제거 및 소각을 의무화하고 있다. EU는 모든 연령에서 편도와 십이지장에서부터 직장까지 장 전체, 장간막까지 제거를 의무화하고 있다. 또 EU는 12개월 이상의 머리뼈, 뇌, 눈, 척수를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로 규정하고 있으며, 30개월 이상의 등뼈와 배근신경절의 제거를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논란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 광우병 위험이 매우 높은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한 점, 30개월 미만의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 전체를 수입 허용한 점, 선진회수육(AMR), 곱창, 혀 등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쇠고기의 수입을 허용한 점 등의 핵심적인 문제점들을 하나도 손대지 않고 도대체 무슨 추가협의를 했다는 말인가?

오히려 정부는 추가 협의를 통해 검역 주권 포기를 확실히 확인했으며,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의 결정권까지 미국 FDA에 넘겨주고 말았다. 이번 5월 20일 조치는 검역 주권도 지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도 지키지 못했다.

이번 대국민 광우병 사기극 소동을 지켜보면서 이명박 정부를 향한 국민의 불신은 더욱더 커졌다. 국민은 이런 사기극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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