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을 시작하기 전인 지난 3월 31일, 이태식 주미대사는 축산업이 발달한 미국 네브래스카 주를 방문해 이곳 주지사와 함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제한을 푸는 문제에 대해 논했다. 또 지난 2월 이명박 대통령 취임 당시 이미 정부가 이 대통령 방미 일정에 앞서 쇠고기 문제를 풀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이같은 사실은 일명 '누리꾼 수사대'가 미국축산협회 홈페이지 등에서 잇따라 찾아내고, 언론과 정치권에서 이를 다시 문제제기하며 알려지고 있다. 지난 14일 통합민주당 서갑원 의원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청문회에서 이명박 대통령 발언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했으며, <경향신문>도 16일 이태식 대사의 발언을 보도했다.
3월, 이태식 대사-미국 주지사 쇠고기 수입 논의
이태식 대사의 발언은 미국축산협회 기관지 <Cattlemen's Capitol Concerns>를 통해 국내에 알려졌다. 지난 4월 3일 발행된 기관지에 따르면 이태식 대사는 지난 3월 하이네만 네브래스카 주지사를 만나 새로 맺는 쇠고기 협상에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에 부합해야 하며, 이에 따라 뼈 있는 쇠고기가 협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시 이 대사의 방문은 현지 일간지 <오마하 월드 헤럴드>에도 보도됐다. 이 신문은 "이 대사는 하이네만 주지사에게 한국이 조만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제한 문제를 풀길 바란다고 얘기했다"며 "이 둘은 한국의 쇠고기 수입 제한을 끝내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이 신문에 따르면 이 대사는 "우리는 여전히 시장 개방의 과정에 있으며, 소의 월령 제한 조치를 없애야 할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으며 "우리는 어떤 문제가 선결돼야 할지, 또 어떤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지 알고 있고, 양국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서 협상이 타결되는게 핵심 문제"라고 말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이태식 대사가 이미 뼈 있는 쇠고기를 수입하려고 결정한 정부의 의사를 미국 측에 전달한 것"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경향신문> 역시 "이는 우리 정부가 쇠고기 협상을 벌이기 전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수입하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는 관측을 뒷받침해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논란이 일자 주미 대사관은 16일 보도 자료를 내고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며 사전 통보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2월, 축산협회장 "협상이 곧 풀린다고 믿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을 전후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의사를 미국 측에 전했다는 의혹도 누리꾼들의 '입소문'을 타고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런 사실 역시 미국축산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최초로 알려졌다.
지난 2월 발행된 미국축산협회보는 "한국의 새 대통령이 쇠고기 통상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방미 일정에 앞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양국 간 의견 차를 좁히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 기관지는 "한국 정부는 현재 제한된 소의 월령과 수입 가능한 부위를 좀 더 확대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축산업자들은 양국 정부에 가능한 한 빨리 한국 쇠고기 시장을 완전히 여는 협상을 맺도록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 기관지는 그로세타 협회장이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는 사실을 함께 보도했다. 당시 그로세타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 그로세타 회장의 음성은 협회 홈페이지에서 직접 들을 수도 있다.
"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질좋은 쇠고기를 생산하는 미국 농장주를 대표해 그 자리에 참석했다. 우리는 정부의 도움이나 협조 없이도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나는 이번 방한에서 많은 용기를 얻었으며, 한미 쇠고기 협상이 곧 풀릴 것을 믿는다. 결국 우리는 한미 FTA과 함께 무역 관계를 공고히 다져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결론 갖고 시작한 협상?
그간 정부는 지난 달 25일 타결된 미국산 쇠고기 협상은 '과학적 근거'에 의한 '국제적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수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축산협회보 보도 등으로 밝혀진 정황을 종합해 볼 때 한국이 협상에 임하기 전 이미 정부 차원에서 어느 정도의 결론을 갖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 제기가 가능하다. 특히 이 같은 의혹은 누리꾼들이 발굴해 알려진 뒤, 온라인 상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번져가고 있다.
한편, 일부 누리꾼은 언론이 누리꾼 받아쓰기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을 꼬집기도 했다.
'다음'의 한 누리꾼(감생러브)은 "이번 광우병 미국소 논란에서 누리꾼이 올린 글들이 연속 특종을 터뜨렸다"며 "이 정도면 온라인에서 여론과 국정을 주도한다고 생각하는데 특종 한 건 하신 기자님들, 예의상 누리꾼 수사대를 소개해야 하는것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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