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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교사 조직적 동원 '촛불 집회' 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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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교사 조직적 동원 '촛불 집회' 감시

[단독] 회의 내용 녹취 공개…지역별·학교별 구역 할당도

서울 청계천 광장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등에서 계속되고 있는 '촛불 집회'에 참석하는 학생을 감시하고자 서울시교육청이 조직적으로 교사, 장학사를 동원한 사실이 확인됐다.

<프레시안>이 최근 익명의 제보자를 통해 단독 입수한 녹음 자료에 따르면 촛불 집회가 열리던 지난 6일 오후 서울시교육청은 여의도 윤중중학교 강당에 강서, 동작, 남부교육청 관내 중·고등학교 생활지도부 교사 수백 명을 긴급 소집했다. 비슷한 시각, 중구 창덕여중학교에서도 같은 회의가 열렸다. 각각 집회가 예정된 청계천과 여의도 인근에 위치한 학교였다.

교육청은 해당 학교에 촛불 집회가 끝나는 시간까지 상황실을 설치하고, 현장에 나간 교사에게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교육청 예상과 달리 여의도 쪽 문화제에 참가하는 학생이 늘어나자 교사에게 실시간으로 여의도로 이동해 현장을 지도하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돌리기도 했다.

이날 교육청에서 교사를 동원한 사실은 이미 알려졌으나, 일선 교사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는 회의 내용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 일부 교사는 "교사를 정권에 필요에 따라서 동원하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강력히 항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회의 녹음을 직접 들으시려면…


"상황 발생하면 빨리 귀가시키고…"

"오늘 긴급으로 우리가 보호해야 할 학생들이 그런 집회에 참가를 못하게끔 하도록 생활 지도를 했다. 그런데 또 혹시 나오는 학생들…, 선생님들이 보면 다 알지 않나? 그 상황이 발생되면 빨리 귀가시키고, 어디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했고, 학생이 몇명 귀가했는지 교육청에 바로 연락해서 오늘 하루도 잘 지낼 수 있게 해달라."

이날 회의에 나선 한 교육청 임원은 "학부모들이 걱정이 돼서 교육청에 계속 전화한다"며 교사들을 소집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왜냐. 고3 학생들이 1, 2학년 후배들한테 집회 나가라, 촛불시위 하라, 가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라고 메시지를 보내기 때문이다. 또 출처가 불분명한 곳에서 계속 문자를 보낸다. 학생들이 학부모들 얘기 안들어요, 선배들 말 듣지. 거기에 또 지하철에서는 유인물 나눠주는 대학생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이것이 장기간 계속될 것 같다. 생활 지도에 만전을 기해달라. 지금 경찰청과 합동으로 하고 있다. 오늘 특별히 우리가 모였으니까, 우리 후배, 아들딸 생각하는 의미에서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학부모들도 잘 협조를 취해서 학생들을 잘 보호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며 "오후에도 고생하게 해서 죄송하다는 말 드린다"고 덧붙였다.

교육청 "흩어져서, 너무 주위에 의식되지 않도록…"

이후 한 장학사가 나와서 교사들에게 구체적인 행동 요령을 지시한다. 그는 "집회 시간은 지금 8시 정도로 예정돼 있고 저희가 지도해야 될 시간은, 식사하시고 바로 현장에 나가셔서 9시 반까지로 대략 잡고 있다"며 "그 때 상황을 봐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지도 내용은 '학생 안전'에 중점을 두는 것"이라며 "집회에 나가지 말라고 저지하는 것이 아니라, 군중이 몰리는 데 가게 되면 학생들이 다칠 염려가 많고, 교통사고가 날 수도 있고, 학생들의 불미스러운 이탈 행위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 본연의 자세를 바로 잡는데 주안점을 둬야 될 것으로 생각된다"며 "상당히 민감한 문제니까 적절하게 교육적으로 판단해서 지도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장학사는 교사와 장학사별로 할당된 '생활 지도 장소'를 일러준다. 그는 "국회의사당 옆 국민은행이 주집회장소인데, 거기엔 강서교육청 관내 중학교 부장 선생님들과 강서 지역에 해당되는 00고, 00고 등 고등학교가 33개 고교가 맡는다. 두 번째 지도 장소는 여의나루 전철역이다. 그쪽은 동작교육청 관내 중학교와 동작 지역 00고, 00고 등 19개교 선생님들이다. 세번째 지도 지역은 여의도역, 거기는 남부교육청 관내 중학교와 남부 지역 00고, 00고 등 29개 고등학교의 지도 지역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철역이 1~4번 출구가 있다. 출구별로 봐서 4명씩 나눠서 지도하면 될 것 같다. 일부러 지하철역 구내에 들어가도 좋겠다. 흩어져서 너무 주위 사람들 눈에 의식되지 않도록 잘 되면 좋을 것 같다. 혹시라도 상황이 발생하면 긴급 연락은 여의도 00중학교 행정실이다. 전화번호는 780-XXXX다. 상황 담당 장학관이 있을 거다. 보고가 즉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 부탁한다"고 말했다.

"11번 학교까진 5번 출입구…담당 장학사 님은 OOO와 OOO…"
▲지난 6일 여의도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 참석한 중·고등학생들. 서울시교육청이 이들을 감시하고자 관내 교사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한 사실이 확인됐다. ⓒ프레시안

이후 생활 지도를 담당하는 또 다른 장학사가 나와서 할당된 구역별로 동행할 장학사를 한 명씩 소개하며 교사들에게 보다 구체적인 행동 지시 사항을 내린다. 그는 "학생들 집회 참석 자체를 저지하는 건 2차 목표가 되겠고, 1차는 안전 지도"라며 "군중 심리에 이끌려서 일탈 행동을 하지 않을까, 그런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지도하는 선생님들이 언행을 상당히 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장학사는 "촛불 문화제가 상당히 정치적인 색깔을 띠니까 경찰이 처음에 막지는 않되, 만약 집회 성격이 바뀌면 이 학생들을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사후 조치를 하겠다는 것 같다"며 "여기에 학생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우리가 지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래서 '너희들, 여기 불법 집회인데 왜 왔냐, 빨리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는 말은, 과격하게 하는것과 부드럽게 얘기하는 게 다르듯이 말 한마디도 조심스럽게 해서 아이들에게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군중들과 마찰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학생들은 특히 자기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있으면 움찔하게 되고, '아, 내가 여기에 가는게 옳은가' 이렇게 한 번 생각해볼 수도 있는 기회가 된다"며 "그래서 여기 선생님들을 나오시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학사는 "오늘 장학사님들이 곳곳에 있게 되는데, 같이 협의해서 행동해주시면 되겠다"며 "장학사님들에게 메시지 주면 '돌아가도 좋다' 이런 지시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아마 학생들이 전철을 이용하면 여의도역을 더 많이 이용하게 될 것 같다. 거기에는 남부 관내 중학교 33개 중 11개, 그러니까 학교 번호 11번까지는 5번 출입구를 주로 봐주시길 바란다. 5번 출구를 담당하실 장학사 님은 OOO와 OOO 장학사 님… 한 번 일어서 주시죠"라며 각 지하철역 출입구별·집회 장소별 담당 장학사와 학교명을 일일이 거명하며 생활지도를 지시했다.

그는 "학생들이 처음에는 학교 자율화 조치에 반대하는 집회에 나왔는데, 그때는 불과 몇십 명밖에 나오지 않다가 갑자기 '광우병'하면서 많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학교 자율화 조치 반대 촛불 문화제 등 학생들이 참가할 만한 집회 현장에 대한 교육청의 감시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장학사는 분대장, 교사는 전경대원인가"

이날 회의에서는 즉각 이에 반발하는 교사의 항의가 제기됐다. 교육청의 지시 사항 전달이 끝난 뒤, 영등포 00고등학교 한 교사는 "교육청 측에 당장 오늘 행사를 오늘 교원 동원 중단해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한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여기에 몇 명이 박수로 찬성을 표시했다.

이 교사는 "지금 교육청에서 하고 있는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교원의 독립성을 이처럼 노골적으로 유린하고, 교원을 정권의 필요에 따라 동원하는 태도야말로 교원을 우습게 여기는 사회적 풍토를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염려되는 선생님들이 현장에 나와 지도해 주라는 협조 요청 공문 정도면 충분히 나올 용의가 있다"며 "그런데 이렇게 일률적으로 장학사들이 분대장, 소대장처럼 지휘하는 데 교원들은 절대로 동원 대상 아니고, 협조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하철역 입구에 선생님들이 서 있는걸 보면, 학생과 학부모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나"라며 "교원이 무슨 전경대원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당장 중단하길 바란다"며 "이것이야말로 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 초래하고, 학생과 교사의 교육적 관계를 훼손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교육청 장학사는 "애당초 말했지만 이것이 학생들이 많이 집회에 모이다 보니까 학생들이 교육적으로 우리가 보호해야 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목적에서 생각해달라"고만 답한 뒤 서둘러 회의를 끝냈다.

한편, 이번 녹음 파일을 제공한 제보자는 "참가자들은 전반적으로 시대가 어느 때인데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어이없어 하는 분위기였다"며 "지시를 받은 많은 교사들이 그냥 집에 돌아가거나, 아니면 대충 시간을 때우다 들어갔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집회 이후에 교육청 측에서는 더이상 평교사를 동원하지 않고, 대신 교감 선생님들을 동원한 것으로 안다"며 "실제로 대부분의 교사들도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기 때문에 교육청의 지시가 잘 통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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