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광우병 논란'으로 나라가 들썩이고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골프장 그린피(입장료)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광우병은 안전한 식품을 먹을 권리의 문제라는 점에서 온 국민이 연관된 사안이라면, 골프장 그린피는 많아야 전체 인구의 5% 정도에 불과한 골프 인구에 국한된 문제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져 골프 얘기가 길어졌을 수도 있지만, 이 대통령이 '광우병 파동'으로 국민들의 분노가 어느 수위에 와 있는지 알고 있었다면 공식적인 발언은 자제했어야 한다.
또 이날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 금리를 5.00%로 동결할 것을 결정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4.5% 이하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경제에 우려가 쏟아진 날이기도 했다.
"골프장, 세금 줄이고 업계가 노력해 가격 줄여야"
이 대통령은 이날 출입기자들과 '삼계탕 오찬'을 함께 한 뒤 차를 마시면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청와대 기자실인 춘추관 2층 야외 테라스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최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회동을 가진 일을 얘기하면서 "빌 게이츠는 운동은 테니스를 좋아하고, 골프도 좋아하는데 시간은 많이 걸리고 운동은 제대로 안된다고 하더라. 너무 기업가적인 발언이지"라면서 골프 얘기를 화제에 올렸다.
이 대통령은 "(골프 칠 때)나는 (카트 안 타고) 거의 걸어 다닌다. 그런데 슬슬 걷는 것이지 그게 뭐 오락이지"라면서 "제주도는 (골프)값이 많이 떨어졌다더라. 세금을 줄이고 업계가 더 노력해서 더 가격을 줄여야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 기자가 "서울은 공무원이 골프를 안 쳐도 영향이 없는데, 지방골프장은 부킹이 안 된다고 하던데"라고 질문하자 "공무원에 의존해서 기업하면 안된다. 제대로 된 골프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골프장이 너무 비싸다. 20만 원을 주고 골프 치겠나"고 발언을 이어갔다.
한 기자가 "10만 원이면 되겠냐"고 묻자 이 대통령은 "100불도 비싸다. 미국은 60불도 비싼 거다"라면서 "일본에서 3박 4일하면 아침까지 주고 우리나라보다 더 싸다"고 강조했다.
"공무원 골프 금지, 바람직하지 않아"
이 대통령은 또 노무현 정부에 있었던 '공무원 골프 금지령'과 관련해 "(공무원들이) 대통령에게 신고하고 치겠냐"며 "자기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지. 골프를 해도 된다, 안 된다 일률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자율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 때는 '골프 로비'를 우려해 공직자들은 직무관련자와는 골프를 치지 말라는 '골프 금지령'이 있었다.
이 대통령은 또 "제주도는 비행기가 오후 9시면 끊긴다. 24시간 비행기를 띄우면 (골프)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골프장의 세금을 줄여 그린피를 3-5만 원 가량 낮추도록 유도해 해외 골프 관광객의 수요를 국내로 돌리겠다고 밝혔었다.
정부가 이런 방식을 내놓자 자유선진당은 논평을 통해 "그린피가 3~4만 원 정도 싸진다고 서비스산업과 경제가 얼마나 살아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경제 살리기'를 '골프장 살리기'에서부터 시작할 작정이냐"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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