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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은 '짜증' 내고, 기자들은 '속' 터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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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은 '짜증' 내고, 기자들은 '속' 터지고…

[현장] '미국산 쇠고기' 4시간 기자 회견

6일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농림수산식품부와 보건복지가족부의 2차 기자회견은 4시간 동안 지루하게 이어졌다.

정부는 지난번 기자 회견과 마찬가지로 '끝장 질의 응답'을 표명했다. 그러나 "재협상은 없다"는 것 외에 정부가 밝힌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다만 답답해하는 기자의 질문과 짜증섞인 공무원의 답변이 반복됐을 뿐이었다.

이날 기자들의 질문은 특히 미국산 쇠고기 협상 대표를 맡았던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통상차관보)에게 집중됐다. 1차 기자 회견 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는 마침내 '협상의 기본'을 알아야 한다며 짜증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협상은 상대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원한다고 해서 우리 입장을 관철시킬 수 없다는 것을 모두 잘 알 것이다. 그렇게 되면 처음 제시한 입장이 있고, 마지막까지 관철돼야 할 입장도 있다. 처음 입장을 최종까지 가져가야 하면 그게 무슨 협상인가."

"여러분,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아나"

협상에서 처음 우리 측이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던 점을 기자들이 계속해 추궁한 것에 대한 답변이었다. 또 그는 '협상을 잘 모르는' 국회와 언론에 대한 불만도 나타냈다.

"협상 전략은 상대국에 노출되지 않아야 하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그걸 자꾸 공개하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그만큼 협상력이 떨어지게 된다. 심지어 마지노선이 뭐냐고 국회와 언론서 요구한다. 그러면 어떻게 협상하냐. 나중에는 왜 그것을 다 지키지 못했냐고 얘기한다. 우리는 협상에서 분명 입장과 기준을 가지고 나선 것이다."

그는 또 애초 광우병의 우려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선회한 것에 대해서도 비슷한 어조로 이렇게 답했다.

"지난해 3월 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 전화했고, 담화를 통해서도 국민에게 알렸다. 협상에 성실하게 임하겠고,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에 따르겠다고 했다. 여러분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아나. 그때와 지금과 무슨 차이가 있나. 우리 입장은 정부가 바뀌었다고 해도 근본 원칙에는 변함이 없었고, 그 기조 아래서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그 기조 아래서 얻어보려고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그걸 가지고 왜 애초 기준을 관철하지 못했냐고, 심지어 20개월 미만인 일본과 비교하면 결코 합리적이지 못하다."

"의견 제시해도 비판, 제시하지 않아도 비판하면서…"
▲농림수산식품부,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들이 2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미국산 쇠고기 2차 기자 회견을 열었다. 공무원의 짜증 섞인 '변명'과 기자들의 반복되는 질문이 지루하게 이어진 2시간 30분이었다. ⓒ연합뉴스

민동석 정책관은 국제수역사무국의 결정 과정도 기자와 국민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여러분, OIE의 메커니즘을 생각해보라. 논의하는 과정에서는 어떤 의견도 제기할 수 있다. 그 과정을 거쳐서 결정이 되면 따라야 한다. 우리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다 그렇다. 우리가 광우병 위험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OIE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왜 그걸 관철시키지 못했냐고 비판할 수 있다.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든지, 국제적으로 호응을 받지 못한 경우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하자. 그럼 왜 이런 의견 제시 안 했냐고 얘기할 것이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국제 회의건 양자 간 협상이건 간에 우리가 그것을 제시하 는 과정과 결론적으로 합의 도출해서 이행하는 부분은 차이가 있다."

민 정책관은 더 나아가 미국의 협상 전략을 친절하게 설명해주기도 했다.

"미국이 왜 이렇게 30개월 이상 쇠고기 판매에 집착하는지 우리가 직접 물어봤다. 사실 상업적 의미에서는 별 문제가 없다고 했다. 왜냐하면 30개월 미만, 16~17개월이 90%를 차지하고 대부분 24개월 미만에 도축되기 때문이다. 안전상의 문제에 있어서도 OIE에서 규정한 바와 같이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SRM)을 제거하면 별 문제가 없다고 했다.

다만 자기들이 국제적으로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부여받았고, 그걸 기초로 해서 한국뿐 아니라 일본, 대만 등 여러 나라 협의해나가는 상황에서 원칙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쇠고기 문제, 양국 간 신뢰 관계 악화시키는 요인"

또 민 정책관은 "협상에는 여러가지 고려 요소가 있다"며 사실상 이번 협상에 정부가 강조한 '국제적 기준', '과학적 기준'만 반영되지 않았음을 사실상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일본이나 대만이 협상에 들어갈 텐데 이들이 더 강화된 수입 위생 조건으로 협상을 체결하면, 협상력 부재를 통감하고 책임지고 물러날 의향이 있나'라는 질문에 "각국마다 관계나 사정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그는 "다른 나라 선례도 감안하자는 의견도 분명 있었다"며 "그런데 꼭 그 선례를 반드시 따라야할 사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한미 간 쇠고기 문제는 양국 간 신뢰 관계를 근본적으로 악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였고, 오랜 통상 현안으로써 빨리 이것이 정상적으로 자리잡아야겠다는 측면에서 접근했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 말은 조금 뒤 다시 바뀌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요소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며 "실제로 협상에서도 그런 얘기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국제기구(OIE)의 지침이고 이건 미국의 지침이 아니다"라며 "미국과의 기싸움에서 밀렸다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해서 원래는 지난해 9월 말까지라는 시한도 나왔는데 6개월 지난 후에 타결된 것 가지고 빨리했다고 하면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도 했다.

"정부를 비판적으로만 보면 끝이 없다"

한편, 이상길 축산정책단장도 원산지 표시제를 확대하는 정책이 결국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정부의 불안을 방증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다소 높은, 짜증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답했다.

"정부를 비판적으로만 보면 끝이 없다. 원산지 표기, 소규모 음식점까지 되어 있지 않아 확대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금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하니까, 불안하니까 확대한다고 하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가 생각한다."

4시간 가까이 이어진 끝장 질의 응답에서는 결국 "왜 광우병 위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불리한 협상을 타결했나"라는 궁극적인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비슷한 질의응답이 이어지면서 결국엔 쉰 목소리가 오갔지만 기자들의 표정은 더욱 답답해졌을 뿐이었다.

물론 이 자리에 나선 민 정책관을 비롯해 공무원들은 끝까지 '성실하게' 임하며 '일관된' 입장을 밝힌 것이 사실이다. 이를 지켜보며 '왜 이들이 미국산 쇠고기 협상 테이블에서 이런 자세를 보이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이 생긴 건 기자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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