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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대통령, 초반에 버릇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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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대통령, 초반에 버릇 잡아야"

중ㆍ고등학생이 대거 참가한 촛불집회…2만여 명 운집

▲ 3일 저녁, 서울 청계천 광장에 2만여 개의 촛불이 일렁였다. 하루 전보다 크게 불어난 숫자다. ⓒ프레시안

딱히 주최 측이랄 게 없었다. 중간고사를 갓 마친 중·고등학생들이 촛불을 밝히고, 화창한 날씨를 즐기며 고궁을 산책하던 연인들이 바닥에 주저앉아 구호를 외치는 집회였다.

"대통령 버릇 나빠지기 전에, 따끔하게 야단쳐야"
▲ ⓒ프레시안

3일 저녁, 서울 청계천 광장에 촛불을 들고 모인 2만여 명의 시민 가운데 누군가의 연락을 받고 나왔다는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

이날 오후 내내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책을 고르고 있었다는 30대 직장인 정인영 씨는 점심 무렵까지만 해도 집회에 참가할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서점 밖에서 일렁이는 촛불의 물결을 보자, 생각이 바뀌었다. 집에 들어가 식구들과 저녁식사를 하려던 계획을 접고, 안전한 밥상을 지키기 위한 촛불을 들기로 했다.

"거짓말도 자꾸 하면 버릇이 됩니다. 버릇이 나빠지기 전에, 따끔하게 야단을 쳐야지요." 정 씨가 촛불을 든 이유다. 정부와 언론이 광우병 쇠고기의 위험성에 대해 계속 '거짓말'을 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었다는 뜻이다.

이날 집회에 모인 이들의 면면은 다양했지만, '거짓말'에 대한 분노는 한결 같았다. "거짓말 하면 안 된다"라는 교과서 속 교훈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이들일수록, 이런 분노가 절절했다.

그래서인지, 이날 집회 참가자 가운데 80% 가량이 중·고등학생이었다. 이날 촛불을 들고 모인 학생들은 높은 위치에서 점잖은 일을 하는 어른들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한다는 것에 대해 큰 충격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 ⓒ프레시안

▲ 3일 촛불 집회에는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들이 대거 참가했다. ⓒ프레시안

중·고생이 대거 참가…"신문이 거짓말하는 것 보고, 너무 놀랐다"
▲ ⓒ프레시안

서울의 한 고등학교 2학년생인 윤 모 양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광우병 위험을 경고하던 신문이 갑자기 입장을 뒤집었다. 그렇다면 지난해 기사와 올해 기사 중 하나는 거짓말이라는 것 아닌가. 신문에 나온 이야기는 다 사실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보다. 많이 놀랐다"라고 말했다.

중학생 이 모 양의 발언은 아주 솔직했다. "오늘 점심에 냉면 먹었다. 걱정돼 죽겠다. 소화가 안 된다." 일렁이는 촛불 사이에서 이처럼 솔직한 이야기들이 끝없이 쏟아졌다.

다른 중학생 김 모 양은 학교 급식을 걱정했다. 김 양은 "광우병 위험 쇠고기가 급식에 쓰일 수 있다면서요. 앞으로 5년 동안 학교 급식을 먹어야 할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아이들 군대 보낼 일 생각하니, 숨이 막혔다"

가족과 함께 참가한 30대 주부 박 모 씨는 "남자 아이가 둘이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급식도 문제지만, 군대 보낼 일도 걱정이다. 군대에서는 당연히 미국산 쇠고기를 먹이지 않겠나. 부모가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아이들이 아직 유치원생인데, 미래를 생각하면 숨이 막혔다. 그래서 집회에 나왔다." 박 씨의 말이다.

중·고등학생들이 대거 참가한 집회, 주부들이 유치원생 자녀들 데리고 나온 집회, 다정하게 손잡은 연인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는 집회…. 이런 집회가 경찰에게 몹시 낯설었던 모양이다. 경찰은 이날 저녁 8시께부터 "심야 집회는 불법이다. 오늘 집회에 어린 여중고생들이 많이 참석했다. 즉시 귀가조치 시키기 바란다"라는 방송을 연거푸 내보냈다.

하지만 집회는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오후 9시께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바닥에 떨어진 촛농을 제거하고, 유인물을 치웠다. 2만여 명이 모였던 청계천 광장은 금세 깔끔한 모습을 되찾았다.
▲ 이날 집회 참가자 중에는 여중생, 여고생, 주부 등 여성 참가자가 유독 많았다. ⓒ프레시안

"재협상 없으면, MB정부 미래도 없다"

3일 촛불 집회는 누가 주최했을까? 대답하기 애매한 질문이다. 경찰에 집회 신고를 낸 곳은 '정책반대 시위연대'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다. 그리고 이날 집회의 발언대는 '미친소닷넷'이라는 청소년 단체가 관리했다. 광우병 문제를 알리기 위해 청소년들이 지난해 자발적으로 구성한 모임이다. 이 두 단체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하지만 대규모 집회의 '주최 측'으로는 많은 이들에게 아직 낯설다는 점에서는 닮았다.

그렇다면, 이런 집회의 '주최 측'으로 익숙한 단체들은 아예 참석하지 않은 걸까. 그렇지는 않다. 이날 청계천 광장 곳곳에서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관계자들이 눈에 띄었다.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도 그 중 한 명이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어제(5월 2일)보다 많은 인원이 모였다. 소감이 궁금하다.

"제대로 된 민심이 광화문에서 표현된 것 같다. 정부가 재협상은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렇게 하면 이명박 정부에게 미래가 없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촛불 집회 현장을 보면 깜짝 놀랄 것 같다.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민의를 받아들여 즉각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입을 금지하고 수입소를 전수 검사하는 강화조치를 시행해 한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그런 주장이 '정치공세'라고 한다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어린 학생, 가정주부들 등 일반 시민인데, 이들의 목소리를 정치적 선동으로 폄하하다간 큰 대가를 치를 것이다. 정부가 책임지지 않은 것을 스스로 하려고 나온 사람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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