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광우병 발생해도 한국은 발만 '동동'
이는 현재 미국의 한 공개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돼 있는 영문 수입 위생 조건에 명시돼 있다. 이 수입 위생 조건은 농림수산식품부가 입법예고한 개정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쟁 조건의 영문본이다.
양측 협상 대표가 서명한 이 문서 5항에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하는 경우 (…) 추가 발생 사례가 국제수역사무국(OIE)의 미국 광우병 지위 '하향 조정(adverse change)' '결정(recognizing)'을 이끌어낼 경우 한국 정부는 쇠고기, 쇠고기 제품 등의 수입을 중단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합의대로라면, 미국에서 광우병(BSE)에 걸린 소가 발생하더라도 한국의 쇠고기 수입 중단 여부는 OIE의 결정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미국이 역학 조사를 해서 그 결과를 놓고 OIE가 미국의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에 영향을 줄 때만 한국이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이런 사실은 2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농림수산식품부, 보건복지가족부 합동 기자 회견에서 <프레시안>의 질문을 통해 확인되었다. 이상길 농림부 축산정책단장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우리는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는 것이냐'는 질문에 "미국이 역학 조사를 통보하게 되어 있고, 그 결과를 우리에게 알려주고, 거기에 따라 우리가 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답했다.
이상길 단장은 "단건이 발생했다고 해서 (수입을) 중단하는 건 국제적 기준에도 맞지 않다"며 "조류인플루엔자(AI) 등 다른 동물의 질병에 대해서도 몇 개월 이상 발생하지 않으면 된다는 기준이 있는데 광우병에 대해서는 그런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국민들이 생소하게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OIE 등 국제적 기준이) 가장 객관적이니까 (정부가) 그러는 것"이라며 "(무역에서) 우리 기준을 멋대로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WTO에서도 국제적 기준 이외에도 추가적인 규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 않나'라는 질문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있을 때에 그럴 수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송기호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OIE의 '하향 조정' 결정이란 표현에 주목해야 한다"며 "농림부가 입법 예고한 국문본에는 '부정적 영향'으로 번역돼 있는 돼 이는 잘못된 번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영문본대로라면, 한국 정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인간이 아니라 축산물을 수입하기 때문에…"
또 이상길 단장은 OIE가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평가하는 기준에 인간광우병 발생 여부가 들어가 있지 않다는 지적을 놓고도 "인간광우병이 많이 생긴다고 해서 축산물이 광우병 원인체에 노출돼 있다고는 볼 수 없다"며 OIE 평가 기준이 느슨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인간을 수입하는게 아니라 축산물을 수입하는 것이고 그 축산물에 광우병 원인체가 포함돼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라며 "개념을 분리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즉, 미국에서 인간광우병이 다수 발생하더라도 그 원인으로 추정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
그는 "인간광우병은 사람이 광우병 고기를 먹어서 걸리는 것 아니냐"며 "그럼 고기에 인간광우병 원인체가 안 들어가게 하면 되는 것이고 (OIE 조치는) 그런 가능성이 있느냐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간광우병 환자가 몇 명이냐에 따라서 (그) 등급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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