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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우리가 무능했다"

쇠고기 '민란' 진화 나선 정부…협상 과정 '무능' 인정

"그래, 우리가 무능해서 상황이 이 지경이 됐다."

2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농림수산식품부, 보건복지가족부의 합동 브리핑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이날 나온 농식품부, 복지부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놓고 제기되는 갖가지 걱정을 두고, "근거가 없거나, 과장된 것"이라고 수습하는 데 급급했다. 그러나 그 근거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보장하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특히 농식품부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이 대폭 완화된 이유를 놓고 "미국의 요구를 거부할 만한 과학적 근거를 갖추지 못한 탓"이라고 고백했다. 사실상 한국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지난 2년간의 협상 과정에서 아무런 대비를 하지 못함을 인정한 것이다.

"미국의 요구 거부할 만한 근거 못 가졌다"

"당시 발표는 충분한 과학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당시 방어적으로 협상에 임하던 과정에서 '쇠고기의 혈액, 근육 등을 통해서도 광우병 병원체의 전염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했던 것인데, 국제적으로 보편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거부당했다."

최근까지 미국산 쇠고기 협상을 주도해온 이상길 농식품부 축산정책단장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그는 "미국 측의 요구를 거부하려면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한국 정부는 그런 요구를 거부할 만한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2일 정부는 농림수산식품부, 보건복지부 관계자를 동원해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을 홍보했다. 그러나 이 '끝장 토론'은 반대 측 전문가 없이 정부 측과 기자들만 참석한 일방적인 토론이었다. ⓒ뉴시스

사실상 자신의 무능을 고백한 이런 대목은 일본과 대조적이다. 일본은 자국에서 도축되는 모든 소를 대상으로 광우병 검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30개월 미만의 소에서 광우병이 발생했고, 이를 근거로 미국으로부터 2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을 수입하고 있다.

이상길 단장은 일본과 같은 이웃 나라와 비교했을 때 검역 조건이 크게 완화된 것과 관련해 "일본, 중국 등도 OIE의 기준에 따라 다시 미국과 재협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조건과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작 '왜 일본과 같은 주변국과 보조를 맞춰 협상을 진행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똑 부러지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이상길 단장은 지난 10월 "우리는 미국에 OIE 규정보다 강한 조건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수출길이 막힌 미국과 달리 우리 측은 협상을 서두를 이유가 없어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주장했었다. 이런 입장이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180도 바뀌어 결국 이번 검역 완화를 용인한 것.

"미국이 알아서 잘 해줄 것이다"

이 자리에서 정부 관계자는 그간 제기된 여러 가지 불안 요인을 놓고도 '미국 측의 광우병 예방 조치를 신뢰한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정부는 광우병 예방의 관건인 동물성 사료 금지 수준이 미국이, 유럽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것은 인정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미국처럼) 뇌, 척수만 제거해도 특정 위험 물질(SRM)의 90% 가까이 제거되기 때문에 미국의 조치가 광우병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새로운 수입 위생 조건에 따라 30개월 이상의 쇠고기까지 들어오면, 뇌, 눈 등 광우병 감염 위험이 큰 물질이 한국으로 수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도 정부 관계자는 "광우병 위험 물질이 수입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력 추적제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30개월 이상과 이하를 치아를 보고 감별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를 미국 전체 국민이 먹고 있음을 강조했다. 정부는 담화문에서 "미국에서도 뼈에서 우려낸 육수를 다양한 요리에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미국의 도축장에서 '주저앉는 소'가 도축돼 유통된 사실이 알려졌을 때, 정부는 "수출이 허가된 도축장에서만 쇠고기가 오기 때문에 우리랑 관계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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