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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한국, '진보정당' 없는 미국·일본을 따를 것인가?

"민주주의가 가져온 사회적 성취가 왜 나라마다 다른가를 묻는다면, (나는) 그러한 차이는 조직노동에 바탕을 둔 진보정당의 존재 내지 그 영향력과 아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 한국은 지금 진보정당 있는 민주주의의 미래가 아주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4·9 총선을 거치면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이른바 진보정당은 참담한 패배를 맛보았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한국은 미국, 일본처럼 '진보정당 없는 민주주의'를 갖게 될 것인가? 박상훈 박사(정치학·후마니타스 대표)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며 "다음 지방선거, 총선에서 진보정당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진보정당 없는 민주주의는 공고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덕, 운동 강조하면서 정치 이해하는 데 실패"

박상훈 박사는 오는 30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창립 13주년 토론회에서 발표할 '한국은 진보정당 있는 민주주의를 가질 수 있을까'라는 글에서 그간 한국에서 이른바 '진보파'가 왜 의미 있는 정치 세력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실패했는지 그 원인을 조목조목 분석했다.

박상훈 박사는 한 마디로 "진보파는 정치를 이해하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보파가 정치 영역에 참여하는 것은 '정치의 방법으로 힘을 조직해 가난한 서민대중의 삶의 현실을 더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라며 "여기서 핵심은 '정치의 방법으로 힘을 조직한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박 박사는 "정치란 개인의 차원, 도덕의 차원으로 환원될 수 없다"며 "(이를 염두에 두면) '초심', '도덕성', '운동성'과 같은 도덕률이 한국 정치를 지배하는 언어로 자리 잡게 된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접근은 정치를 현실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정치의 방법으로 힘을 조직하지 못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박 박사는 이어서 "도덕성이 정치적 행위를 규제하는 기준이 될수록 정치가 도덕적일 수 있는 기반은 파괴된다"며 "도덕성이 강조되는 한국 정치가 도덕적인 것과 거리가 먼 것은 그 단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그는 "도덕성을 따지는 동안 실제 개선해야 할 정치의 현실을 놓쳐버리고 결과적으로 부도덕한 정치 현실이 만들어진다"고 덧붙였다.

"당내 민주주의 강조하다 리더십 부재 직면"
▲권영길, 강기갑 의원 등 두 명의 재선의원을 배출하고 비례대표까지 거머쥔 민주노동당은 크게 환호했다. 그러나 실제로 2004년과 비교했을 때 전체 성적은 초라하다. ⓒ연합뉴스

박상훈 박사는 진보정당의 리더십 부재도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당내 민주주의를 강조하다 보니 좋은 정당이 되려면 당연히 발전시켜야 할 리더십, 이념, 조직 규율 등이 심각하게 약화되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진보정당은 브란트(독일 사회민주당), 맥도널드(영국 노동당), 미테랑(프랑스 사회당)과 같은 리더를 왜 만들어내지 못했는지 반성해야 한다는 것.

박 박사는 특히 "정당은 정치적으로 더 강해져야 하고, 그러한 사회적 요구를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리더십 형성이 시급하다"며 "정당이 하나의 조직인 한, 그것도 사회의 개혁자가 되고자 하는 진보정당인 한, 리더십의 문제를 경시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박사는 더 나아가 "정당이 꼭 민주적일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당은 자신이 대표하려는 집단의 이익을 위해 위계적인 조직 구조를 가질 수도 있다"며 "가능한 민주적 가치와 원리가 당내에서 발전해야겠지만 그것이 조직 내지 리더십의 발전을 억압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것이야말로 주객의 전도"라고 설명했다.

박 박사는 "현실의 민주주의가 먼저 정부로 하여금 통치하게 한 뒤 그것에 책임을 묻듯이, 정당 역시 먼저 리더십이 가능하게 한 뒤 그것이 만들어낼 수 있는 권위주의적 요소와 대면해가야 한다"며 "한국의 진보정당은 대중적 열망을 응집시킬 수 있는 '인치의 부족' 즉 리더의 부재 때문에 더 많은 문제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박 박사는 이런 리더십의 부재가 바로 한국 사회 진보파를 괴롭혀온 정파 갈등으로 나타났음을 강조했다. 그는 "바로 리더십이 기능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파 간의 경쟁이 당내 활력과 에너지로 전화하지 못했다"며 "베버가 말했듯이 '지도자 없는 민주주의'에서는 대중의 권력이 강해지는 게 아니라 정파, 붕당이 지배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박상훈 박사는 결론적으로 '진보정당 있는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비관적으로 보았다. 박 박사는 "미국의 양당 체계가 다당 체계로 변화할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듯이 일단 정당 체계가 공고화되면 잘 변하지 않는다"며 "한국 역시 대통령 권력을 둘러싸고 경쟁하는 보수 양당 체계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 박사는 "보수 양당 체계가 갖는 중요한 특징은 이들 정당이 이념, 정책적으로 아주 유연하다는 데 있다"며 "이들은 지지표를 늘릴 수 있다면 양극화든, 민생이든, 비정규직이든, 88만 원 세대든, 진보든, 생태든, 웬만한 이슈에 반응하기 때문에 제3당의 대중적 입지를 만들어가는 것은 더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노회찬, 심상정 두 의원이 지역구에서 낙선하면서 진보신당은 원외 정당으로 생존해야 한다. ⓒ연합뉴스

박 박사는 "이 보수 양당 체계가 공고화돼 새로운 가능성의 문이 닫히기 전에 진보정당이 밀고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은 많이 남지 않았다"며 "다음 지방선거, 총선에서도 지금처럼 진보정당이 대중이 신뢰할 만한 집권의 의지와 비전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진보정당 없는 정당 체계의 공고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박 박사는 진보정당이 기존 정당 체계에 파열을 낼 가능성도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까지 역사를 보면 정당 체계의 변화는 기존 정당 체계 밖 제3당의 충격으로 가능했다"며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진보파가 새로운 제3당의 충격을 조직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충고한다.

"민주주의와 정치의 언어를 진보의 자원으로 바꿔 아주 강력한 정치적 지도력을 발휘해 현재와 같은 분열을 극복하고 대중적 신뢰를 확대할 수 있는가, 기존 정당에 대해 불만과 비판을 갖고 있는 다수 유권자에게 더 나은 정책 대안을 공급할 능력을 갖춘 새로운 엘리트와 활동가를 양성할 수 있는가, 원내외에서 여러 형태로 존재하는 다양한 정치 세력과 사회 집단과 능동적으로 경쟁하고 연합할 수 있는가, 진보파는 바로 이런 문제에 답해야 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오는 30일 오후 3시부터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CCMM)빌딩 1층 메트로홀에서 '노동자 정치 세력화, 버릴 것과 살릴 것'이라는 주제로 창립 13주년 토론회를 연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가 주제 발표를 하고 이영희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양정주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 이수호 민주노동당 혁신·재창당준비위원장, 전재환 진보신당 인천시당 공동대표,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사회학)가 지정 토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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