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영쇄신안은 지극히 미흡하다
삼성은 오늘 특검 수사 발표 이후 경영쇄신안을 발표하였다. 이번 경영쇄신안 중 불법적인 경영책임을 지고 이건희 회장 등 상당수 임원들이 사퇴하기로 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나, 상당히 미흡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민변이 삼성임원들을 고발한 궁극적인 이유는 삼성이 불법경영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투명 경영을 약속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한 경영쇄신방안에는 투명경영으로 거듭날 의지가 구체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실행방안이 매우 모호하다.
특히 삼성사태의 핵심이라 할 이재용씨에 대한 책임추궁과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를 개선할 개선방안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경영쇄신 방안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재용 씨로 삼성의 지배권이 넘어가면 자연히 이건희 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경영쇄신방안은 정해진 수순을 밟는 것일 뿐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e-삼성사건 등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경영능력 없음이 이미 검증되었고, 지배권 승계를 위한 그룹 전체의 조직적 불법행위의 최종수혜자인 이재용씨가 그 책임을 지는 모습이 빠져있다. 현재의 직위를 그만둔다고는 하나 해외 사업부로 배치한다는 것은 새로운 후계자 경영수업을 하도록 한 것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특검의 수사와 경영쇄신 과정에서 이재용씨는 잃은 것이 없고, 오히려 후계자로서 자리만 튼튼하게 보장된 꼴이다.
삼성에서 반복적으로 불법경영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계열사간 순환출자구조를 이용해 언제든지 불법을 자행될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쇄신안에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아무런 해답이 없다. 은행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다른 계열 금융사 등을 통해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는 데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삼성의 조치가 국민에게 진정한 쇄신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진정한 반성 위에 기초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삼성은 객관적인 근거가 충분한 각종 불법 의혹은 물론 특검을 통해 밝혀진 불법행위에 대해서조차도 고백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쇄신안은 사회적 비난만을 피해보려는 의도라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
이번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이후에도 삼성은 전면 부인, 최소한의 시인, 침묵 등으로 진실을 회피하여 왔다. 또한 수사에도 협조를 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삼성 주변에서는 아직도 김용철 변호사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했거나 취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정한 반성에 기초하여 경영쇄신안을 내어 놓은 것이라고 믿기 힘든 것이다. 외신조차도 사람만 바뀔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전혀 없다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삼성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쇄신안을 발표했지만, 곧이어 다시 다른 불법문제가 터져 나왔다. 진솔한 고백과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당연한 결과이다.
우리는 다시 한번 삼성이 형식적이고 미봉적인 해결책만을 고집하지 말고 보다 발본적인 해결책을 내어 놓기를 요구하며, 우리는 삼성을 진정한 쇄신과 투명한 기업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08월 4월 2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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