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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李·親朴은 없다"="親李의 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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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李·親朴은 없다"="親李의 독주"

<고성국의 정치분석ㆍ41> 이명박 방식으론 '한나라당 양극화' 뻔해

선거가 끝난 다음날부터 한나라당은 친박연대와 친박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문제를 둘러싼 논란에 휩싸였다. 당연한 수순으로 복당 논란은 조기 전대 논란으로 비화됐고 급기야 대통령이 나서 조기 전대 불가와 5월 민생국회 운영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복당 문제나 전대 문제 등 어느 것 하나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것 같지가 않다.

논란을 지켜보면서 문득 한나라당 의원들 중에 과연 이명박 정부를 "내가 만든 정부, 내가 끝까지 책임져야 할 정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아마도 임기 말이라면 대답은 간단할 것이다. 그러나 출범한 지 1달 반 밖에 안 된 정부, 당선자들의 다수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지지에 의지해 당선될 수 있었다는 정황 등을 감안하면서 내린 필자 나름의 결론은 다소 충격적인 것이었다.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나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캠프 실무자 출신 당선자들을 제외하면 친박계 의원들은 두말할 것도 없겠고 그 외 대다수 한나라당 의원들도 이명박 대통령과 이명박 정부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지는 않을 것 같다는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실용과 실적과 기능이 절대적 가치로 자리 잡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서 기능과 실용과 실적을 넘어서는 인간적 존중과 정치적 일체감이 들어설 자리는 애초부터 거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거리감 때문인가. 지난 일요일 있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기자회견이 필자에게는 한나라당에 대한 대통령의 간곡한 호소로 들렸다. 당내정치는 이쯤에서 멈추고 국정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총선민의를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국민통합과 화합의 정치를 펴며 경제살리기와 민생챙기기에 매진하라는 준엄한 국민의 명령"이라고 규정하면서 "대통령과 청와대는 일을 하는 곳이며, (친박인사들의 복당문제 같은) 복잡하고 잡다한 현실정치의 문제는 당이 책임지고 해야 한다. 경선이 끝났으니 '친이'나 '친박'은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기자회견 내용이 그렇다는 말이다.
▲ ⓒ청와대

말에는 말하는 사람의 생각이 잘 표현된 말이 있고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도록 잘 짜인 말이 있는데, 청와대와 당을 기능적으로 가른 후에 일하는 청와대와 그 외 잡다한 문제를 해결하는 당이라는, 당으로서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구분법을 구사한 것도 그렇지만, 엄연히 존재하고 더욱 강화되어가고 있는 '친이-친박' 간 권력투쟁적 프레임을 극복할 어떤 대안제시도 하지 않은 채 단지 경선이 끝났으므로 더 이상 친이 친박은 없다는 당위적 선언만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말은 아무래도 후자 즉, "박근혜 전 대표와 박근혜를 따르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잘 짜여진 말 같지는 않다. 그보다는 차라리, '내 생각은 이러니 알아서 하라'는 일종의 선긋기(가이드라인) 발언에 가깝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이런 어법, 이런 프레임으로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양극화 현상을 막기 어렵다. 이런 프레임 속에서라면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를 자신과 정치적으로 일체화하고 있는 핵심 측근 인사들은 더욱 공격적, 공세적으로 정국을 드라이브하려 할 것이다. 그것이 곧 대통령의 뜻이며 더 나아가 경제살리기와 민생챙기기라는 민의에 부합하는 길이므로. 반면, 친박근혜계 인사들은 더욱 거리감을 느끼고 방어적으로 될 것이다. '친이, 친박'은 더 이상 없다는 언명 하에 이루어지는 '친이'의 독주는 곧 자신들의 정치적 위기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에.

문제는 이 경우 이명박 정부와 일체감을 크게 갖지 못하고 있는 대다수 중간파 의원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대통령과 정부에 대해 일체감을 느끼기 보다는 거리감을 느끼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친이계의 드라이브로 권력집중은 가속되고 자신들의 위치는 경향적으로 주변화 될 것이기 때문에.

혹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에 새로 정치권에 진출한 자신의 참모들만으로도 정권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두 가지 이유로 그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빨리 깨달을 필요가 있겠다. 이들의 역량이 정국을 주도하거나 정권의 중심 역할을 하기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고, 이들이야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대통령과의 관계를 기능적으로 설정해 온 사람들이었을 것이므로 지금은 가장 강한 일체감을 형성하고 있을지 몰라도 앞으로의 정국 전개 양상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자신들의 역할을 기능적으로 재설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다.

어쩌면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기능주의의 메마르고 무미건조한 스산함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더 이상 친이도 친박도 없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공허하게 들리는 것도 자신의 가장 가까운 측근들부터 '친이-친박'이라는 권력투쟁적 프레임에 기능적으로 긴박되어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권력투쟁도 기능적으로 사고하는 이들에게 이명박 대통령인들 달리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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