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가? 쇠고기야말로 한미 FTA의 가장 큰 실질적 쟁점의 하나이다. 이번의 광우병 검역 협상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미국 축산업이 한미 FTA에서 얼마나 얻을지가 결정된다. 미국이 2006년에는 한미 FTA 협상 개시의 전제 조건으로, 2007년에는 협상 타결의 조건으로, 그리고 올해에는 의회 승인의 조건으로 다름 아닌 쇠고기 검역 완화를 건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광우병 검역 협상과 한미 FTA는 관계가 없다고 되뇌는 사람이 끊임없이 출몰한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도 이 둘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과 미국 의원들이 광우병 검역 기준 완화 없이 한미 FTA 승인은 없다고 단언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이른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을 들면서, 지금의 광우병 검역 협상이 국제 기준에 따르는 것인 양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은 OIE 기준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율권을 가지고 있다는 WTO 판례부터 찾아보아야 한다. 일본, 중국, 대만도 모두 미국산 쇠고기 검역을 국제 기준보다 더 엄격하게 하고 있다.
지금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한미 FTA 재협상의 결과가 어떻게 나든,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를 따라 할 것이다. 세상에서 정말 신기한 것이 언제나 이익의 균형이 맞는다는 한미 FTA이다. 작년 4월에 첫 타결 선언 때에도 서로 균형이 맞았다는 양국의 이익은 미국 민주당의 새 통상 정책이 전면 관철된 6월의 재협상 후에도 여전히 그 균형이 무너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노무현 정부가 그토록 내세웠던 한미 FTA 개성 공단 조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리고 덤핑 장벽 조항, 전문직 취업비자 조항은 어떻게 되고 있는가?
한미 FTA는 전면 재협상되어야 한다. 국민들은 모른다. 설령 한미 FTA가 미국 의회 승인을 얻어 발효된들, 그리고 이른바 북핵 문제가 해결된들, 그리고 한미 행정부가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을 합의한들, 최종적으로 미국 의회가 이를 다시 승인하지 않으면 쓸모없게 되어 있는 문항을 국민들은 알지 못한다.
지금은 미국에게 유리한 쇠고기 검역 문제만 재협상할 때가 아니다. 한미 FTA 개성공단 조항을 적어도 한국-싱가포르 FTA 수준으로는 변경해야 한다. 그래서 한미 FTA가 발효되면 개성공단 원산지가 인정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한미 FTA가 지금의 남북 대결 조짐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의 존속과 발전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불법적 덤핑 장벽도 마찬가지이다. 노무현 정부는 덤핑 장벽 문제는 WTO에서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지금 WTO 2기 협상장에서 불법적 덤핑 관세 계산 방식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아! 전문직 취업비자는 또 어떠한가? 인구가 12억 명이 넘는 중국보다도, 10억 명이 넘는 인도보다도 더 많은 유학생을 미국에 보내는 한국이 한미 FTA에서 전문직 취업 비자 문제 하나를 지금까지도 풀지 못하고 있다. 왜 한국의 국회는 미국이 한국인 유학 졸업생들에게 미국 취업 비자 쿼터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을 경우 한미 FTA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 못하는가? 외교통상부에 취업비자 문제 해결을 위해 지금까지 무엇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공개될 경우 외교 관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 등 국가의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으며, 또한 향후 동 건 관련 우리 정부의 미국 측 인사 접촉 계획 등에 대한 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으로 공개 시 관련 업무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줄 수 있다."
한미 FTA는 전면 재협상되어야 한다. 한국의 본질적 이익이 확보되는 방향으로 다시 협상해야 한다. 서명을 한 후에도 다시 협상하는 예는 이미 미국이 미국-페루 FTA, 미국-콜롬비아 FTA에서 보여 주었다.
덧붙인다면, 지금의 광우병 검역 협상에서 농림부는 미국의 실제 현실을 반영하는 자료와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 농림부의 손에 있는 미국 자료는 낡았다. 그것은 작년 7월초에 예닐곱 군데의 미국 사료 공장, 송아지 농장 등을 방문한 실태 조사 결과이다. 그런데 그 직후인, 7월말에 미국산 쇠고기에서 광우병 위험물질이 발견되었지만, 농림부는 미국의 광우병 통제 실패에 대한 전면 재조사를 하지 않았다. 도축장 종업원이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실수라면서 넘어 갔다.
미국 정부의 재발 방지 약속을 비웃듯이 작년 10월말에 미국산 쇠고기에서 광우병 위험물질이 다시 발견되었지만, 농림부는 서면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이어 올 2월, 미국에서 주저앉는 소가 강제 도축되어 학교 급식에 제공된 사건이 일어났지만 농림부는 그 어떠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 이처럼 지금 농림부가 미국과 협상을 하면서 손에 들고 있는 자료는 낡은 것들이다. 미국에게 유리한 옛 자료들이다.
더욱이 의사들이 '인간광우병(변종 크로이트펠트-야코브병, vCJD) 증세로 진단한, 미국 버지니아 주의 아레타 빈센트 양이 참으로 유감스럽게도 인간광우병으로 확정된다면, 농림부의 미국 자료는 더욱 낡은 것이 될 것이다. 그녀의 가족에 의하면, 그녀는 미국 밖에서는 쇠고기를 먹은 사실이 없기 때문에, 그녀의 광우병 확정은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입증하는 과학적 증거가 될 것이다.
지금은 미국이 원하는 쇠고기 검역 협상만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포함해서, 선거가 끝나자마자, 한미 FTA 국회 처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권하고 싶다. 이제라도 한미 FTA 공부에 시간 좀 충분히 내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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