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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운하, 대재앙 부른다"

[그대로 흐르게 하라 ⑧·끝] 재해 위험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한국 사회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경부운하. 녹색연합은 경부운하 백지화를 위한 녹색 순례의 대장정에 올랐다. 낙동강 하구에서 출발하여 서울 한강까지 530㎞ 경부운하 예정 지역을 발로 걸으면서 운하 실체를 확인한다. 3월 12일부터 21일까지 양산 물금, 창원 대산 강변 여과 취수장, 대구 도동서원, 달성습지, 해평습지, 속리산국립공원 화양구곡, 문경 고모산성, 충주댐, 여주 남한강 등을 살펴본다. 그 길을 <프레시안>과 녹색연합 공동 연재 기사를 통해 8회에 걸쳐 싣는다.

① "경부운하, 부산 시민은 떨고 있다"
② "바로 이게 경부운하의 실체다"

"이명박, 대운하 계획 '백지화'하라"
"화장 당한 숭례문, '수장' 기다리는 문화재"

"경부운하, 국제사회 웃음거리 될 이명박"
"배가 산으로 갈 수 있을지 두고 보자"

"이명박의 '무모한 도전', 운하 터널"

▲남한강의 수심을 확인하고자 직접 강에 들어갔다. 평균 수심은 1~2m에 불과했다. 수심이 발목에 미치지 못하는 지점도 많았다. ⓒ녹색연합

경기도 여주는 운하 사업의 여러 가지 위험을 직접 보여주는 곳이다. 한강과 낙동강의 물줄기는 대부분이 화물선이 다닐 수 없는 아주 얕은 수심이다. 대부분의 깊이가 1~3m가량이기 때문에 이런 곳에 운하를 강행할 경우 예기치 못한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운하 반대'라고 적힌 커다란 플랫카드를 들고 여주대교와 세종대교 사이 남한강 한 가운데로 들어갔다. 수심은 얕았다. 강 한 가운데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이 성인 남자의 가슴 높이에 불과했다. 발목에 미치지 못하는 지점도 있었다. 평균 수심은 고작 1~2m에 불과했다. 이렇게 낙동강, 한강의 수심은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구간이 2~3m를 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는 댐이나 보를 쌓아 물을 모으거나 강바닥을 긁어내 배가 다닐 수 있는 수심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주환경운동연합 이항진 집행위원장과 여주 곳곳을 둘러보며 경부운하의 쟁점인 수심, 골재 채취 등에 대해 알아보았다.
▲여주대교. 2006년 홍수가 났을 때 홍수 위험 수위 9.5m가 넘었다. 항상 일정량을 물을 채워놓아야 하는 경부운하로 홍수 위험이 커진다. ⓒ녹색연합

댐이나 보를 쌓으면 물이 넘치지 않도록 강변에 제방도 쌓아야 한다. 제방을 쌓으려면 강의 수위를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항진 위원장은 "강 상류와 여주 지점의 수위차가 15m 가량"이라고 했다. 홍수 대비 안전 높이인 6m를 추가해 경부운하를 건설할 경우 남한강변을 따라 21m 높이의 제방을 쌓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존 제방을 활용하는 경우에도 무리는 따른다. 여주대교 아래로 가자, 일부 콘크리트 제방의 색깔이 달랐다. 보수공사를 했기 때문이었다. 2006년 여주에 홍수가 발생했을 때 콘크리트 제방 중 일부가 수압에 못 이겨 붕괴된 것.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콘크리트 제방은 3일에서 7일 정도 견디도록 설계되었다. 그런데 운하에는 배가 다니려면 항상 물이 6m 이상 차 있어야 한다.

가득 차 있는 물과 배가 지날 때마다 생기는 파랑은 제방에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한다. 이런 사정 탓에 현재의 제방만으로는 운하를 유지하기 힘들다. 전면적인 교체가 불가피하다. 금당천 제방은 700m를 건설하는데 42억 원이 들었다. 경부운하 540km에 제방을 쌓는다면 최소한 약 6조 4800억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 이 비용은 이명박 정부의 운하 건설 비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반대로 강바닥을 파는 경우에는 다리가 붕괴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강은 강바닥을 3m이상 파고 들어가면 암반이 나온다. 6m 이상의 수심을 확보하려면 이 암반을 폭파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다리는 암반을 폭파할 경우에 대비해 설계되지 않았다. 암반을 폭파할 때 발생하는 충격이 다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녹색순례단이 낙동강 구간을 탐사할 당시 만난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국토해양부 산하의 한 전문연구기관 연구원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강의 수심이 평균 2~3m"라고 한 번 더 확인해주었다. 낮은 수심에 따른 문제가 여주 남한강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강의 문제 일 수 있다는 것.
▲남한강교. 골재 채취로 교각과 암반 사이에 공간이 생겨 붕괴 위험이 있다. 경부운하가 들어서면 손을 보지 않은 다리는 붕괴 위험이 있다. ⓒ녹색연합

여주군 강천면 적금리 남한강교 위의 차선 2개는 텅텅 비어 있다. 이항진 집행위원장은 차선이 텅텅 비어있는 이유를 "교각이 공중에 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한강교는 지하 암반과 암반이 맞물린 틈에 교각을 세우는 공법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1980년대 정부가 주택 200만호 공급 사업을 하면서 골재를 과다하게 채취하여 교각과 교각을 받치는 암반 사이에 공간이 생긴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골재 채취를 위해 강바닥을 추가로 긁어낸다면 다리는 붕괴할 수밖에 없다.

남한강교 교각 중 일부는 땅에 묻혀 있어야 할 부분까지 훤히 드러나 있었다. 비정상적으로 훤히 드러난 교각은 한 눈에 보기에도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홍수 때 물이 교각을 파고 들어가며 자갈, 모래 등을 쓸어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많은 물이 흐르는 운하는 교각을 감싸고 있는 모래와 자갈을 빠른 속도로 유실시킨다. 모래와 자갈이 유실되면 교각은 직접적으로 물에 노출돼 압력을 받게 된다. 이것 또한 다리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강은 대형 바지선을 띄우기에는 턱없이 낮은 수심이다. 그런데 억지로 수심을 높이려 한다면 그 결과는 걷잡을 수 없는 재앙으로 나타날 것이다.

역시 강은 있는 그대로 흐르게 하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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