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한국 사회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경부운하. 녹색연합은 경부운하 백지화를 위한 녹색 순례의 대장정에 올랐다. 낙동강 하구에서 출발하여 서울 한강까지 530㎞ 경부운하 예정 지역을 발로 걸으면서 운하 실체를 확인한다. 3월 12일부터 21일까지 양산 물금, 창원 대산 강변 여과 취수장, 대구 도동서원, 달성습지, 해평습지, 속리산국립공원 화양구곡, 문경 고모산성, 충주댐, 여주 남한강 등을 살펴본다. 그 길을 <프레시안>과 녹색연합 공동 연재 기사를 통해 8회에 걸쳐 싣는다. ① "경부운하, 부산 시민은 떨고 있다" ② "바로 이게 경부운하의 실체다" ③ "이명박, 대운하 계획 '백지화'하라" ④ "화장 당한 숭례문, '수장' 기다리는 문화재" ⑤ "경부운하, 국제사회 웃음거리 될 이명박" |
경부운하의 무모함과 몰상식의 절정은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이다. 바로 백두대간을 관통해 낙동강과 한강의 물길을 연결한다는 대목이다. 태초 이래 이 땅의 자연사를 근본에서 뒤집는 대사변이다. 그 허탈하고 황당한 계획의 실체를 보고자 경상북도 화북면 장암리 눌재의 고갯마루에 섰다. 이곳은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기 위해 산에다 배를 띄우겠다는 기상천외한 발상의 현장이다.
경부운하 최대의 쟁점은 백두대간이다. 과연 배가 어떻게 백두대간을 통과할지, 여전히 안개속의 미궁처럼 소문만 무성하다. 그 현장의 한가운데 놓인 백두대간 눌재를 찾았다. 속리산국립공원의 정점이기도 한 이곳은 속리산 주능선 지역과 월악산 지역의 생태계가 만나는 곳이다.
눌재는 백두대간 조령산부터 희양산-대야산-조항산-청화산으로 이어지는 해발 1000m 가량의 힘찬 산줄기가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천왕봉 문정산 쪽으로 움푹 파인 해발 300m 지점이다. "눌재에서부터 한강 제 1본류인 달천에 이르기까지가 스카이라인이 경로가 들어설 예정지이다"라고 녹색순례단과 동행한 충북환경연합 염우 사무처장은 말한다.
달천은 속리산국립공원에서 흘러내린 물의 본줄기이자 남한강의 지류이다. 달천의 지류 중에서 두, 세 번째 지류가 화양천이다. 화양천을 따라 길을 걸으며 속리산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화양구곡에 다다르기까지 절개를 품고 있는 삼송리 마을의 천연기념물 왕소나무와, 정겨운 풍경의 마을들을 만났다. 투명하기 그지없는 화양천 한 어귀에서는 잠깐의 낮잠도 청했다. 우리가 걸은 길 그 길 어디 한 군데도 생명의 기운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현재 정부가 검토 중인 스카이라인 안은 '경상북도 상주시 화북면과 충청북도 괴산군 청천면 송면리 사이의 약 8㎞ 정도 거리가 물에 잠기는 계획'으로 알려진다. 달천 중상류 근처인 괴산댐 주변 지역에 괴산리프트를 설치하여 130m 정도의 배를 끌어올리면 해발 300m 고지인 상주시 화북면 눌재와 높이가 맞는다. 바로 이 두 지점을 이어 강 수위를 유지하기 위한 댐을 건설할 것으로 보인다. 해발 300m라고 하면 63빌딩 건물의 두 배 정도 깊이의 대규모 호수가 산 위에 떠 있는 것이다.
송면리를 지나면 속리산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화양구곡이 위치해 있는데 이 지점에는 거대한 인공수로를 받치기 위한 교각이 늘어설 것이다. 수로는 최소한 폭 12m, 높이 22m는 되어야 한다. 정부의 계획과 현장에서 확인 상황을 파악하면 할수록 분명해지는 사실은 이곳은 산이라는 것이다. 사방이 속리산 국립공원으로 겹겹이 쌓여 있는 산중이다. 즉 국토의 생태축인 백두대간을 송두리째 들어내고 거기에 댐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2007년 대선 국면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까지 이명박 대통령 측이 언급한 스카이라인 안의 본질은 겉으로는 갑문과 수중보로 표현되지만, 실제 구현되는 물리적 실체는 댐이다. 그것도 속리산국립공원으로 둘러싸인 백두대간 속 깊은 산마을과 농지 전체를 물로 수장시키겠다는 계획에 다름 아니다.
경부운하를 건설하려는 측에서는 아직도 정확한 건설 예정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지역주민들도 이렇게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 어떻게 배가 다닌다는 말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반응이다. '운하백지화국민행동' 발족을 준비 중인 괴산군민 이동욱 씨는 "우리도 아직까지 설마 하는 심정이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도무지 믿겨지지 않는다. 여기에 어떻게 배가 다닐까, 그것도 화물선이 다닌다는 가정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여기 개천은 어린애들 고무보트도 다니기 힘든 곳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괴산군민과 충북 지역을 중심으로 운하건설 백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힘이 모아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 하겠다.
현대의 토목기술은 많은 불가능을 도전하기도 했다. 만약 백두대간을 관통하여 스카이라인으로 운하의 뱃길이 열릴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한 하나의 전제가 필요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역사에서 가장 극심한 환경 파괴를 겪고서야 가능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곳에 배는 다닐 수 없다. 왜냐하면 배가 산으로 가기 때문이다.
운하 반대 운동 나선 솔멩이골 사람들 "경부운하 못 막으면 고향 잃은 떠돌이 신세-솔뫼농장" "운하삽질 최대 피해 괴산군민 분노한다-솔멩이골" 낙동강 수계에서 한강 수계로 백두대간 눌재를 넘어서 충북 괴산군 청천면으로 들어왔을 때 처음 발견한 현수막이다. 부산광역시에서 충청남도 괴산군까지 오면서 지역 주민들의 내건 경부운하 반대 현수막은 처음이었다. 경부운하 계획 중 상주에서 충주, 문경으로 이어지는 지역은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 이른바 '스카이라인'이다. 이 경우 충북 괴산군 일대는 인공 호수가 만들어져 물에 잠긴다. 마을 주민에게 이것은 상상조차 되지 않는 일인 듯 했다. 모인 주민들은 배가 산으로 가는 경부운하 계획에 대해 한결같이 "그게 정말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주민들은 자신의 마을을 지키기 위해 움직일 것을 분명히 했다. 가톨릭농민회장 이명학 씨는 "운하가 진짜로 추진된다면 운하를 막기 위해 주변사람들과 함께 운동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토종 종자를 잇기 위해 애쓰고 있는 이수진 씨 역시 "운하 저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마을 사람들과 함께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솔뫼농장의 총무를 맡고 있다는 이동욱 씨는 "솔뫼농장의 올해 사업은 운하 백지화 운동이다"라는 말로 그들의 결연한 의지를 대변했다. 괴산군 청천면 일대의 주민들에게 운하 반대 운동은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 싸움이었다. 운하가 추진되면 이 일대는 온통 수몰이 되어야 공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운하를 막아내기 위해 격렬히 저항할 것을 예고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피와 살인 농토에서 물러설 수 없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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