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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운하, 부산 시민은 떨고 있다"

[그대로 흐르게 하라 ①] 식수 오염에 떠는 부산

이명박정부의 출범과 함께 한국 사회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경부운하. 녹색연합은 경부운하 백지화를 위한 녹색 순례의 대장정에 올랐다. 낙동강 하구에서 출발하여 서울 한강까지 530㎞ 경부운하 예정 지역을 발로 걸으면서 운하 실체를 확인한다. 3월 12일부터 21일까지 양산 물금, 창원 대산 강변 여과 취수장, 대구 도동서원, 달성습지, 해평습지, 속리산국립공원 화양구곡, 문경 고모산성, 충주댐, 여주 남한강 등을 살펴본다. 그 길을 <프레시안>과 녹색연합 공동 연재 기사를 통해 8회에 걸쳐 싣는다.

▲ 경상남도 양산시 물금취수장에서 바라본 낙동강 전경. 이곳에서 취수된 물은 부산 지역에 공급된다. ⓒ녹색연합

부산은 이명박 정부의 경부운하 계획에서 한 축을 이루는 지역이다. 녹색연합은 3월 12일, 부산에서 한반도 대운하 저지를 위한 녹색 순례 '그대로 흐르게 하라'를 시작했다.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 앞에서 출정식과 함께 대시민 홍보 활동을 진행했다. 그리고 경부운하의 주요 쟁점 중 하나인 식수원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양산 물금읍의 물금취수장을 방문했다.

부산의 식수는 낙동강 맨 아래인 경남 김해시 상동면의 매리취수장, 경남 양산시 물금읍의 물금취수장 두 곳에서 취수된다. 이 물은 덕산정수장, 화명정수장 등 네 곳에서 다시 정수처리 된 후 부산 전 지역으로 공급된다. 두 취수장에서 공급되는 양은 부산 전체 공급량 284만1000톤(t) 중 256만5000톤으로 90%에 이른다.

이처럼 부산의 식수는 절대적으로 낙동강에 의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991년 이후 4차례나 이 낙동강에서 중대한 오염사고가 발생했다. 페놀과 포르말린이 대구부터 부산까지 낙동강을 퍼져 나간 것이다. 그 때마다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삼고 있는 부산 지역 사람들은 먹는 물 때문에 큰 불안감을 경험했다.
▲부산 시내에서 경부운하 사업의 문제점을 시민에게 알리고자 거리 홍보를 진행하는 녹색순례단. ⓒ녹색연합

지난 3월 1일 코오롱유화 김천공장 화재로 낙동강 페놀, 포르말린 오염 사건이 다시 발생했다. 당시 부산은 난리가 났다. 생수가 동이 나고 정수기 판매가 급증했다. 녹색 순례단이 서면 롯데백화점 앞에서 만난 김순란(58) 씨는 사고 발생 당시 "페놀에 오염된 물이 부산까지 내려온다는 것에 대해 불안했다"며 "수돗물은 전혀 먹지 않고 생수만 먹었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의 식수 중 94%는 낙동강에서 얻고 나머지 6%만이 다른 수원지에서 얻는다. 이 때문에 경부운하에서 운행하는 배에서 오염 물질이 유출될 경우, 이번 낙동강 페놀 오염사고 때처럼 부산 등 낙동강 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영남 지역 도시들은 식수 대란을 겪게 된다.

오염사고 발생 때마다 생수가 동이 나고 정수기 판매가 급증하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낙동강 물을 취수, 정수하는 과정에서 오염 물질을 분리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산의 대표적인 취수원인 물금취수장의 권종순 홍보관은 "낙동강이 오염될 경우 페놀, 포르말린 등의 유해물질을 취수, 정수 과정에서 분류해 낼 수 없기 때문에 오염된 물이 하류로 흘러내려가기만을 기다려야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물금취수장은 이번 오염사고 때 발생 후 3일 동안 취수가 중단되었다.

이런 사정 탓에 경부운하가 현실화 될 경우, 부산의 식수 문제는 절망적인 상황으로 접어들게 된다. 현재 정부가 검토 중인 계획을 보면, 경부운하는 갑문 19개와 수중보가 16개 설치될 예정이다. 이는 강물의 유속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환경공학과)는 "경부운하가 건설될 경우 낙동강 최상류에서 하구언까지 걸리는 시간이 현재 19일에서 108일로 6배 가까이 길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물이 늦게 흘러가면 취수 중단 기간 또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태우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운하가 건설되면 유해물질이 그대로 강 전체에 갇히면서 바닥에 가라앉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산 시민은 논란의 대상인 경부운하를 놓고 "먹는 물에 배를 띄우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 앞에서 안경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경태(54) 씨는 "낙동강이 그렇잖아도 물 문제가 심각한데, 운하하면 더 안 좋다"며 "낙동강이 부산 시민 식수인데, 운하하면 낙동강이 오염된다. 바다에 폐유 떠다니는 거 봐라. 운하에서 배가 전복되면 물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갑(65) 씨도 "운하는 잘 모르지만 부산 시민의 식수인 낙동강에 배가 다니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부산 시민은 현재의 먹는 물 공급에도 강한 불안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경부운하를 밀어붙이는 것은 먹는 물 대책의 끝자락에 다름 아니다. 부산 시민들에게 경부운하는 생활의 가장 기본, 생명선인 먹는 물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오후 햇살 아래 반짝이는 낙동강 하구. 낙동강 하구는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로 1966년 천연기념물 179호로 지정됐다. ⓒ녹색연합

▲ 낙동강 하구의 갯벌, 모래톱은 철새의 놀이터이다. 수면 위를 나는 한 마리 솔개의 모습이 평화롭다.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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