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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원회로부터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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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원회로부터 온 편지

[송기호 칼럼] 광우병 환자 닮은 광우병 검역

지난 2월 29일, 2월의 마지막 날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로부터 공문이 날아 왔다. 그런데 인수위는 이미 그 1주일 전인 22일에 해산되었다. 이 땅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유령으로부터 편지를 받은 셈이 된다.

인수위가 보낸 공문은 소송에서 피고가 내는 답변서이다. 인수위는 지금 피고다. 인수위는 지난 1월 23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위한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검역 기준 완화 문제에 대한 업무 보고 내용 공개를 거부했다. 그래서 제소되었다. 아마 인수위가 제소당한 최초의 사건일 것이다.

왜 인수위는 그 때, 내용 공개를 거부했을까? 인수위가 스스로 밝힌 비공개 사유는 이렇다. '사안이 민감해서 구두 보고만 받았을 뿐, 문서로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공개할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 인수위는 덜 중요하고 사소한 일만을 문서로 남기나 보다.

지금 책상 위에는 인수위의 답변서가 놓여 있다. 빨간 색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의 인'이라는 직인도 선명히 찍혀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로서의 품격이 담긴 답변서일 것을 내심 기대하면서 읽었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한 나라의 대통령직 인수위가 만든 문서인지 눈이 의심스러웠다. 인수위가 구두 보고 외에는 문서 보고를 받은 바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 한 것까지는 참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인수위는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검역 기준 완화 문제를 협의하지 않았다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마침내, 인수위는 외교통상부나 농림부로부터 관련 자료도 받지 않았고, 검역 기준 완화가 국민 건강에 미칠 영향에 관한 자료도 받지 않았다고 적힌 부분에 이르러서는 그만 답변서를 던져버렸다.
▲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감염 위험이 계속 경고되는 상황에서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광우병 검역을 둘러싼 문제를 관련 부처와 협의조차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4월 중순에 미국을 방문하여 부시 대통령을 만난다고 한다. 그리고 보도에 의하면, 인수위 활동을 종합한 "이명박 정부 국정과제 이행 초기 3개월 플랜"이라는 것이 있고, 여기에 미국산 쇠고기 검역 기준 완화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지금 인수위의 답변서에서는, 인수위는 검역 기준 완화에 대해서는 아무런 협의도 하지 않았으며, 이에 대한 아무런 자료도 없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산하에는 질병관리본부라는 정부 기관이 있다. 이 본부가 2006년 3월에 전국의 관련 기관에 배포한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 표본 감시 관리 지침>이 있다. 이에 의하면, 인간광우병(vCJD)에 걸린 사람들은 대개의 경우 정신 증상이 초기에 나타난다. 그래서 자신이 인간 광우병에 걸린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정신과부터 먼저 찾는다고 한다. 보행 시 균형 장애를 겪는 단계로 악화되어도 여전히 정신과 치료 약물 부작용으로 여긴다고 한다. 그러다가 팔 다리의 감각 이상 증상이 나타나고, 운동 실조증이 심해지면서 자주 넘어지게 된다. 결국 운동불능, 무언증의 상태가 되고, 불행히도 환자들은 모두 사망한다. (33쪽, 34쪽)

이명박 정부의 광우병 검역 문제는 광우병을 닮았다. 인지 장애 증상이 심각하다. 앞에서 말한 질병관리본부의 인간광우병 지침은 광우병이 발생한 나라에서 육류를 수입하는 것을 규제하고 검역 체계를 강화할 것을 방역대책으로 내 놓고 있다. 그리고 소의 뇌 및 척수 조직의 섭취는 직접적인 감염의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이를 먹지 않는 식습관을 제시했다.

그러나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월 5일, 국내 일부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지만 위해성에 대해 과학적으로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보도를 보고, 도대체 외교통상부는 광우병 위험성에 대한 어떤 과학적 자료를 가지고 있는 지 궁금해서 정보공개를 정식 요청했다. 그랬더니 지난 2월 22일 이런 공문이 왔다. "외교통상부에서는 보유 또는 관리하지 않고 있는 사항입니다."

그래서 보건복지부에 공식적으로 물어 보았다. 인간 광우병 예방을 위하여, 어떠한 전문적 의견과 자료를 미국산 쇠고기 검역 기준 완화 협상 과정에서 제공하고 있느냐고. 그랬더니, 지난 1월 18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이런 답변이 왔다. "광우병 오염 쇠고기 검역 대책과 관련하여 외교통상부와 농림부에 제공한 문서는 없음"

지난 26일, 캐나다에서는 12번째 광우병 소가 발견되었다. 이런 캐나다조차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이미 작년 5월에 광우병 관리 등급 판정을 받았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받았다는 광우병 관리 등급 판정의 실상이다. 광우병이 발생한 미국이 광우병이 발생하지도 않은 한국보다 더 높은 등급을 받고 있는 현실의 실체이다.

미국이 관리 등급 판정을 받았으니, 한국이 현행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검역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의 잘못을 밝히기 위해 굳이 국제법의 판례를 보여 줄 필요는 없다. 지금 한국의 광우병 검역은 위법 상태 여부를 따지기 전에 곧 미치기 직전에 있다. 불행하게도, 한국의 광우병 검역은 자신이 인간 광우병에 걸린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은 채, 정신과 병원을 다니고 있는 초기 증상의 환자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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