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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주민번호 실린 전자여권, 위헌 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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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주민번호 실린 전자여권, 위헌 소지"

민변·인권단체 "여권법 개정안 철회하라"

오는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전자여권(생체여권) 도입을 골자로 하는 여권법 개정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24일 의견서를 발표하고 "현재 개정안은 위헌의 소지가 높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연내 가입 등을 이유로 이름, 주민등록번호, 생년월일, 국적을 비롯해 얼굴사진, 지문 등 생체정보를 전자적으로 수록한 전자여권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민변은 "생체정보는 개개인의 고유하고, 유일한 정보이기 때문에 그 수집과 이용은 매우 엄격하게 제한되어야 한다"며 "얼굴사진 정보와는 달리 지문을 여권에 수록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문, 인권 침해 가능성만 높고, 활용 가능성은 없다"

헌법재판소는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그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 즉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인정하고 있다. 필요성을 인정하기 힘든 지문 등 과도한 정보를 전자여권에 싣는 조치는 바로 이 같은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

민변은 "성명, 국적, 성별, 생년월일, 사진 등은 개인을 식별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라고 볼 여지가 있다"며 "그러나 주민등록번호의 경우에는 외국 여행 시 반드시 필요한 정보라고 보기는 어려운 반면 개인의 인격에 밀접히 연관된 중요한 개인정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민변은 "때문에 여권을 발급받고자 하는 주체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여권에 주민등록번호를 수록하도록 하는 것은 '보호하려는 공익이 침해되는 사익보다 커야하는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나아가 지문의 경우에는 더욱더 민감하고 고유한 정보이기 때문에 유출될 경우 명의인에게 돌아올 침해의 가능성은 대단히 심각한 반면 여권에 지문이 수록되지 않았다고 하여 개인 식별에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민변은 "어느 나라나 국제 협정도 우리나라에 여권에 지문을 수록하도록 하고 있지 않다"며 "여권을 발급받으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일률적으로 여권에 지문을 수록하도록 하는 것 역시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또 민변은 "특히 이런 정보들이 여권에 인쇄될 뿐만 아니라 전자적으로 수록되는 경우에는, 여권을 펼치지 않아도 원격으로 정보 유출이 가능하다"며 "여권 소지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개인정보를 유출당할 수도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는 전자여권에 지문을 수록하는 것에 대해 인권 침해,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등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일단 전자여권을 도입하되 지문은 2010년부터 수록하기로 방침을 바꾼 상태다.

이에 대해 민변은 "여권에 지문을 수록할 필요가 없다는 점은 2년 후라고 달라질 이유가 없다"며 "만일 향후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개인 정보 유출의 가능성이 차단되거나 국제적인 요구에 의해 지문 수록의 필요성이 검토되어야 한다면, 그 때 가서 지문 수록 여부를 다시 검토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외통부, 조삼모사로 우리를 기만하지 마라"

한편 전국 38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지난 21일 성명을 발표하고 "지문수록을 2년 유예한다는 법안은 국민을 기만하는 조삼모사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연석회의는 "여권에 지문을 수록하는 것은 국제표준도 아닐뿐더러 출입국심사를 위해 그것을 요구하고 있는 국가도 없고, 출입국심사에 여권과 지문을 활용하고 있는 국가도 없다"며 "우리는 외교통상부가 왜 여권에 지문을 수록하고자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연석회의는 "미국과 일본 등 전자여권을 도입한 국가들조차 여권에 지문을 수록하고 있지 않고 영국은 올해부터 시행하려던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전자여권을 도입한 국가들 사이에서도 전자여권을 원하는 사람만 선택적으로 발급 받도록 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당연히 이러한 선택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석회의는 "한편 외통부는 이번 국회에서 여권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미국비자면제(VWP) 협상에 차질이 생긴다는 엄살로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며 "행정부의 협상편의를 위하여 졸속으로 심사를 하란 말인가"라고 비난했다.

연석회의는 "우리는 충분한 논의, 검증, 사회적 합의를 위해서 이 법안이 다음 국회에서 논의되거나 법사위의 심사를 통해 여권법 개정안에서 지문과 주민등록번호를 삭제하고, 여권의 종류에 대한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관련 연재 보기: <생체여권? 나쁜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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