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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털고' 떠난 이철, '손 묶인' KTX 여승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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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털고' 떠난 이철, '손 묶인' KTX 여승무원

'채용 거부'된 KTX승무원 "이철이 결단만 내렸더라도…"

오는 3월이면 파업 2년이 되는 KTX 승무원 문제 해결이 어려워졌다. 이들을 역무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방식에 대해 코레일 측이 결정을 내리지 못한 가운데 사실상 '마지막'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점쳐졌던 코레일 이사회가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것.

더욱이 이철 사장은 지난 21일 KTX·새마을호 승무원 문제를 남겨둔 채 퇴임했다. 장기화되는 문제 해결을 위해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존재가 없어진 것. 이런 상황에서 이사회의 '결정 유보'는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KTX승무원 문제 해결의 마지막 전환점이었던 코레일 이사회
▲ 오는 3월이면 파업 2년이 되는 KTX 승무원 문제의 해결이 요원해질 것으로 보인다. ⓒ프레시안

이미 2007년 말, 김천환 여객사업본부장과 철도노조 집행부가 KTX 승무원 등을 역무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잠정 합의'까지 했지만, 공식 발표 직전에 코레일 측이 "공식 입장이 아니라 실무진 차원의 논의였다"며 태도를 바꿔 무산된 적이 있었다. (☞관련 기사 : '새해'에 들떠있는 지금, 당신의 이웃은…)

이후에도 승무원과 철도노조는 이 방안 해법을 찾기 위해 대화를 거듭했으나 마지막 벽을 늘 넘지 못해 진전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철 사장이 퇴임하면서 공은 이사회로 넘어갔다. (☞관련 기사 : 이철 코레일 사장 사임…"가는 발걸음 가볍다")

지난 3일 코레일 신임 이사 간담회에서는 "정부 각 부처의 입장을 들어 24일 이사회에서 결정하겠다"고 결론을 내렸고 노동부, 건설교통부, 기획예산처 등 정부 부처에 문의한 결과 대부분의 부처가 "노사가 자유롭게 결정하라"는 취지의 답변을 보내왔다.

그간 "노사 대화가 진행 중이라 조심스럽다"며 마지막 합의에 기대를 걸어왔던 승무원은 이사회 전날인 23일 모처럼 목소리를 냈다. 승무원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공사 내부에 거부반응이 있다'는 코레일 측의 입장을 고려하여 조용히 기다렸지만 해결이 늦춰지고 있다"며 "그동안의 갈등을 씻고 KTX-새마을호 승무원들이 코레일에서 성실하게 일할 수 있도록 코레일 경영진은 물론 사회 각계각층이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코레일 "이사들이 문제점 공감했다"…사실상 '거부'

하지만 결과는 승무원들의 바람을 저버렸다. 24일 열린 2008년 첫 이사회에서는 정식 안건과 별개로 승무원 문제가 보고됐다. 그러나 코레일 관계자는 "이사들은 역무 계약직 채용안이 갖고 있는 세 가지 문제점에 대해 공감했다"고 이사회 분위기를 전했다.

세 가지 문제란 △코레일 내부 정규직 직원의 거부감 및 반발 △다른 계열사 직원과의 형평성 문제 △현재 역무계약직 티오(TO) 80명보다 응시 자격이 있는 승무의 수가 400여 명으로 더 많아 향후 인력 초과 문제가 발생하는 점 등이다.

사실상 이사들이 '거부' 의사를 밝힌 것. 코레일 관계자는 "역무 계약직 채용이 아닌 다른 대안에 대해 여러 가지로 검토해 볼 것"이라고 밝혔지만 새로운 안이 나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법과 원칙"을 유독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를 맞아 새로 취임할 코레일 사장이 이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할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승무원들 "너무 힘겹고 고통스러워 코레일 방침 받아들였는데…"

이에 승무원들은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두 번이나 합의했던 내용이고 철도공사의 방침대로 처리하려던 것인데 계속 늦추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비록 지난해 12월 26일 시작한 서울역 천막 농성은 정리하지만 "새롭게 전열을 정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승무원은 또 이철 전 사장에 대해서도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 "무책임한 처사"라는 것이다. 비록 코레일의 주장대로 실무진 차원의 논의였다고는 하나, 잠정 합의안까지 작성했던 내용이 지난해 말부터 지지부진 하다 끝내 확정짓지 못한 것은 이철 전 사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승무원들은 보고 있다.

승무원들은 "2년 넘는 해고와 농성이 너무도 힘겹고 고통스러워 코레일의 방침을 승무원들은 말없이 받아들인 것인데 또다시 연기를 거듭하는 진정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애초 정규직화를 요구하던 승무원들은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비정규직이라도 승무직으로 고용해 줄 것을 요구했고, 최근에는 승무직마저 포기하고 역무직 비정규직으로 돌아가는 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코레일 측의 최종 결정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이마저도 어려워지자, 한 승무원은 이날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번에는 정말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고 말도 조심해 왔는데 너무 허탈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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