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언론탄압, 정치사찰이 경향신문의 보도에 의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명박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매우 노골적이고 구체적인 언론재갈물리기와 정치사찰에 나선 것이다. 결코 묵과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 당선자는 즉각, 공개사과하고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
경향신문은 1월 12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이후 인수위)가 정부 부처에 언론사 간부들과 산하기관 단체장 등에 대한 대규모 성향조사를 지시한 것을 보도했다. 지시문서에 나타난 보고 기한이 1월 3일까지였기에 이미 보고가 다 끝난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언론탄압, 정치사찰이 진행된 증거가 밝혀진 것이다.
이에 대해 인수위 대변인은 12일 유감을 표명하며 문화관광부에서 파견된 박모 전문위원의 개인적 돌출행동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박모 위원의 직위를 면하고 해당부처 장관에게 징계를 요청할 것이며 수집된 자료를 즉각 폐기할 것임을 전했다.
인수위는 스스로가 저지른 언론탄압, 정치사찰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자 한 명을 징계하는 선에서 수습하려는 인수위의 모습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소위 '잃어버린 10년' 동안 구태의 잘못에 대해 뼈저린 반성은 없고 더욱 노골적이고 체계적인 언론탄압, 정치사찰을 준비해 온 듯하다.
이 당선자를 지지하지 않았던 유권자마저도 당선자에게 걸었던 최소한의 기대는 형식적 민주주의는 후퇴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인수위는 이를 단번에 무너뜨려 버렸다.
최근 인수위가 보여주는 오만하고 독선적인 행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진영 안팎에서 마구 터져 나오고 있다. 이 당선자와 인수위를 비롯한 당선자 측근들은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국민이 모든 것에 대한 면죄부와 권한을 주었다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며 언론탄압과 정치사찰을 일삼는 인수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더구나 한 사람의 전문위원 뒤에 숨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인수위원장과 이 당선자의 모습에 분노를 넘어 부끄러움마저도 느낀다.
이 당선자는 잘 못 끼운 첫 단추를 다시 끼우는 것으로 이번 사태를 마무리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류이다. 첫 단추를 잘라내야만 한다. 인수위가 언론의 자유, 정치활동의 자유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위장은 책임지고 즉각, 사퇴하라. 또한 이 당선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뼈저린 반성으로 대국민 사과와 재발 방지책을 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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