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는 독재정권의 망령을 되살리려는가?
경향신문의 보도는 충격적이었다.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쫓아냈다고 믿어왔던 "언론사찰", "정치사찰"을 이명박 새 정권의 인수위원회가 백주대낮에 버젓이 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향의 지적대로 언론사의 논조를 결정하는 간부들의 성향을 조사하겠다는 것은 언론 통제 의도를 드러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더군다나 광고주까지 조사대상에 포함한 것은 비판적인 언론을 압박할 새로운 수단을 찾고 있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사건이 불거지자 도마뱀 꼬리 자르기 식으로 파견 전문위원의 돌출행동이라고 축소하는 것도 책임 있는 인수위원회의 모습이 아니다. 이번 사태는 한 전문위원 개인의 돌출행동일 수 없다. 이미 다른 전문위원이 관련된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 이하 언론노조)은 일련의 사태를 보며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안감과 노여움을 감출 수 없다. 이명박 당선자와 그의 추종세력들이 말했던 잃어버린 10년의 복원이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언론사찰", "정치사찰"을 되살리는 것이란 말인가? 이명박 당선자가 인수위원장에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을 임명했을 때부터 한계는 이미 드러났다. 그는 한국 현대사의 씻을 수 없는 기억, 전두환과 노태우가 광주 학살 이후 만들었던 국보위에서 입법위원으로 참여해 신군부의 정권찬탈에 기여하고 그 대가로 국회의원까지 지낸 인물로 단 한 번도 과거의 행적에 대해 반성한 적 없는 인물이다. 과거 행적에 대해 참회조차 하지 않았던 이를 새 정부의 상징인물로 내세운 것 만 봐도 이명박 당선자의 정치 철학과 국가 비전이 얼마나 빈약하고 위태로운 것인지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당선자에게 엄중히 경고한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세력에게는 오로지 역사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천년만년 갈 것 같았던 전두환, 노태우 군사독재 정권의 비참한 말로를 똑똑히 되새겨야 할 것이다. 언론노조는 이번 언론사찰 파문의 모든 책임을 지고 군사 독재정권 협력자였던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 더불어 진실 규명을 위해 무소불위의 오만방자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인수위에 대해 독립적인 기구로부터의 감사가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도 이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겸허하게 국민과 언론인들에게 사과하고 민주주의근간을 파괴하는 과거 회귀적이고 반사회적 정책을 시행하지 않겠다는 것을 국민 앞에 약속해야 한다. 우리는 이 같은 요구 사항이 관철되도록 감시의 눈을 떼지 않을 것이고 투쟁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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