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번 대선에서 정동영, 문국현, 권영길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우파 자유주의 논객들이 무슨 주장을 하는가 한 번 진지하게 읽어보면 새로운 시각에서 세상을 보는 눈이 생길 것"이라는 거다. 이를 테면 그에게 이번 인터뷰는 좌파 성향의 유권자에게 말을 거는 나름의 시도인 셈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자신을 자유주의자로 칭했다. 그가 말하는 자유주의란 시장 자유주의다. 시장이 모두를 복되게 하리라는 것. 그 복음에 대한 그의 믿음은 철벽같았다. 경제학원론에 매끈하게 정리되어 있는,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으로 이뤄진 세계가 그의 말 속에서 고스란히 살아났다.
그렇다고 그가 융통성 없는 이념가인 것만은 아니었다. 그의 주장 속에는 이념의 완고성과 함께 현실주의적 태도가 묘하게 섞여 있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평가나 재벌의 도덕성 문제에 대해 말할 때 그는 종종 이념의 화법이 아닌 현실의 화법을 따랐다. 그의 사고는 여러모로 우리나라의 '(시장) 자유주의자들'이 갖고 있는 세계관의 원형질을 보여주는 듯했다.
(이 인터뷰는 지난 24일 오후 서울 시청 주변에 있는 한 호텔의 커피숍에서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정동영, 좌파 정체성 드러냈다면 30% 넘겼을 것"
프레시안 : 이번 대선을 지켜본 소감은?
복거일 : 이명박 후보가 이길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정동영 후보가 그렇게 적은 표를 얻을 줄은 몰랐다. 좌파 지지자들이 막판에 결집하면 30%는 넘을 것이라고 봤는데, 뜻밖이었다. 왜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 먼저 정체성이 불분명했다. 유권자들에게 좌파를 대표하는 후보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못 했다. 그리고 문국현 후보가 예상보다 잘 했다. 또 네거티브 캠페인이 지나쳤다. 네거티브 전략은 상대방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자신의 인기를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프레시안 : 정동영 후보가 좌파적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해 예상보다 적은 표를 얻었다?
복거일 : 처음부터 자신의 이념을 밝히면서 노무현 정권의 잘못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를 네거티브 캠페인과는 별도로 제시했다면 30% 득표율은 넘기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정 후보는 거기서 실패했다. 노 대통령의 업적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이라면 그 원인을 밝히고 그것을 어떻게 고치겠다고 하는 구체적인 얘기를 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 했다. 자신에게 할당된 지면에 이명박 후보 사진만 내보냈다.
프레시안 : 이명박 당선자는 차기 정부의 핵심적 국정 운영 가치로 '실용'을 제시했다. 선생은 완고한 시장 자유주의자인데, '실용'이라는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나.
복거일 : 이 당선자는 기업 활동을 통해 경력을 쌓은 사람이기 때문에 실용을 말하는 게 자연스럽다. 원래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은 이념과 같은 추상적인 가치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 당선자의 체질이 그런 것 같다. 또 선거는 표를 얻어야 되는 거다. 국민들의 이념적 성향을 보면 우파는 그리 많지 않다. 모호한 사람이 다수다. 그런 시민들을 아우르는 구호로서 실용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당선 후) 이 당선자가 실제 내놓은 정책은 실용적이라기보다는 전통적 자유주의 정책이 많다. 나와 같은 사람들은 이 당선자의 정체성이 분명치 않다고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나 막상 나오는 정책을 보니 자유주의적인 것이 많다. '실용'은 정치적인 슬로건의 성격이 강하다고 본다.
프레시안 : 예를 들어 어떤 정책을 보면서 이 당선자의 정체성에 대한 걱정을 덜게 됐나?
복거일 : 우선 북한 문제다. 일반 시민들은 경제문제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유주의 지식인들은 우리나라의 안보 문제를 걱정했다. 그게 핵심이다. 이념적으로 관심이 적고 당장 생업을 위협받는 일반 시민들에겐 물론 경제문제가 중요하다. 그리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자유주의 경제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도 분명했다. 그러나 훨씬 더 급한 문제는 안보문제였다. 10년의 좌파 정권 하에서 북한은 남한의 도움으로 체제의 붕괴를 넘겼다. 군비를 축소하지 않고도 견뎠다. 급기야 핵무기까지 개발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가장 급한 것은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는 안보 능력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이회창씨를 비롯한 우파 지식인들 사이에서 (이 당선자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당선 후) 대북 상호주의 원칙을 제시하지 않았나. 북한 인권문제도 얘기하겠다고 했고. 이게 가장 중요한 거다. 경제 문제는 그 다음이다. 새 대통령은 안보 문제에 마음을 써야 한다. 그건 이념을 떠난 문제다. 일단 나라가 유지돼야 할 것 아닌가.
프레시안 : 그런 기준에서 보면 이회창 후보가 보다 안전한 후보 아니었나?
복거일 : 그렇게 얘기할 점도 있다. 그러나 이회창 씨는 처음부터 대선 후보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 출마 동기도 불순하고 절차도 불순했다. 정권교체라는 명분을 내걸었는데 정권교체를 위험에 빠뜨렸다. 얼마 전 '시사인'이라는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최악의 인물이 누구냐'고 묻기에 이회창 씨를 꼽았다. 지도자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자신이 소속된 정당의 공식 후보가 약점이 생겼다고 해서 다시 나온 사람은 대선 후보의 자격이 없는 거다.
"우리 헌법 사회주의적인 색채가 짙어"
프레시안 : 지난 대선 결과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국민적 평가였다. 노 정부가 민심을 잃은 이유가 뭐라고 보나?
복거일 : 노무현 대통령은 흠도 많고 장점도 많은 사람인데, 장점이 문제가 됐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옳다고 여기는 건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정하지 않았다. 옳다고 여기는 걸 밀고 나간 거다. 그게 이 분의 장점이다. 그러나 애초 노 대통령이 따르는 이념과 정책은 모두 그른 것이었다. 어지간한 정치가라면 중간에 문제를 깨닫고 진로를 수정했을 거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그대로 밀고 나갔다. 결국 그릇된 이념이 노 대통령의 장점과 결합되면서 나라를 파탄에 몰아넣었다.
프레시안 : 노 대통령의 그릇된 신념에서 나온 대표적인 정책이 뭔가?
복거일 : 북한과의 관계다. 핵무기로 돌아오지 않았나. 북한과 거래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문제다. 북한과는 거래가 안 된다. 전체주의와는 거래가 안 된다는 것을 역사가 수 백 번 보여줬는데 (노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은) 여전히 낭만적인 것이었다. 남북관계만 잘 되면 다른 건 깽판쳐도 된다는 게 얼마나 순진한 생각인가. 그 생각은 김영삼 정권 때부터 나온 거다. 그러나 YS는 정치적 동물이다. 북한에 간 원조선이 대접받는 것을 보고 '이건 아니구나' 하고 원래의 우파 정책으로 돌아섰다. YS는 그래서 파탄을 면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낭만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
사실 노 대통령은 경제 분야에서 그렇게 큰 실수를 한 건 아니라고 본다. 그 많은 실정에도 불구하고 성장률이 4% 이상 유지되고 있지 않나. 우리 경제의 잠재력을 감안하면 크게 모자란 것이지만 사람들이 당장 굶어죽을 지경은 아니었다.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이 워낙 잘 나가니까 우리가 상대적으로 초라하게 보이고 위기의식이 발동한 거지 우리 경제가 파탄 난 건 아니다. 경제의 근본이 흔들렸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북한과의 관계는 근본이 흔들렸다. 햇볕정책을 차기정권의 유산으로 남겨줬다. 이제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도 햇볕정책을 바꾸지 못 한다. 그게 가장 큰 문제다.
프레시안 : 선생은 대선 직후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두 차례 사회주의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고 했다. 김, 노 정권이 사회주의 실험을 했다? 쉽게 이해하기 힘든 평가다.
복거일 : 사회주의는 사회민주주의부터 공산주의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사회주의의 상위개념은 전체주의다. 개인들의 영역보다는 사회적 선택을 일반적으로 넓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사회주의자라고 얘기할 수 있다. 되도록이면 개인적인 선택을 늘려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로 볼 수 있다. 우리 헌법에 규정된 것 보다 더 많이 사회적인 선택을 늘려야 된다는 정책을 취한 것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 두 정권은,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회주의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프레시안 : 노태우 정권 때 토지공개념 얘기가 나왔다. 또 재벌개혁도 강도 높게 시도됐다. 노태우 정권도 사회주의적이었나?
복거일 : 헌법 얘기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 헌법이 사회주의적인 색채가 짙다. 지금 헌법대로 하면 사회주의적인 정책이 많이 나올 수 있다. 그나마 사법기관에서 많이 완화한 거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개인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는 게 우리 헌법의 일반적 명제다. 그건 안 되는 거다. (개인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열거해야 한다. 공공의 이익이란 개념은 너무 모호하다. 정권에 따라 (개인의 자유에 대한 제약이) 심해질 수 있다. 우리 헌법에는 또 행복추구권이라는 게 있다. 국민 모두가 행복을 추구하는데, 행복추구권을 말하는 건 좋게 말하면 의미가 없는 거고 심하게 보면 사회가 개인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우리 헌법에는 그런 요소가 있다. (그런 요소를 적용하는 건) 정권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프레시안 : 선생이 말한 '두 정권의 사회주의적 실험'이라는 건 결국 '국가가 사적인 영역에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것과 같은 의미인가?
복거일 : 그렇다. (사회주의냐 아니냐 하는 건) 그것으로 밖에 나눌 수가 없다. 궁극적인 기준은 개인에게 얼마를 남기고 정부가 얼마를 가져가느냐다. 지금 세금이 문제가 되지 않나. (노무현 정부가) 세금 늘린 건 합법적인 절차를 거친 거 아닌가. 국회에서 다수 의원이 찬성해서 세율을 높였다. 절차상으로 문제없다. 그럼 그게 왜 문제냐고 할 거다. 세금을 거두는 건 헌법으로 보장되어 있는 거 아니냐고 할 거다. 그러나 헌법에 개인의 재산권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나와 있는데 단 몇 해 사이에 세금을 두 배 세 배 올리는 것은 헌법의 정신에 어긋난다.
헌법이란 것이 모든 사항을 규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그 정신이 무엇인가를 따져서 헌법을 해석해야 한다. 그걸 사법적 심판이라고 한다. 그건 미국에서 나왔다. 지금껏 우리 사회도 개인의 재산권이 존중돼야 한다는 헌법 해석에 입각해 유지돼 왔다. 개인의 재산권을 회수하는 가장 큰 수단이 세금이다. 그런데 세금을 몇 배로 높인다면 그것이 어떻게 헌법의 정신에 맞나. 사회주의 정권이지. 사회주의 정권은 다른 게 아니다. 시민의 재산을 일단 사회가 갖고, 개인은 사회가 자신에게 배분하는 몫만을 소비할 권한이 있다는 거다.
"복지가 좌파의 전유물은 아니다"
프레시안 : 칼럼에서 선생은 우리나라의 좌파도 미국의 민주당이나 유럽의 사민당 모델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사회주의적이었다고 비판하는 선생이 이들 정부보다 훨씬 왼 편에 있는 서구식 사회민주당의 존립 필요성을 말하는 게 흥미롭다.
복거일 : 내가 사민당의 모델로 삼은 건 영국 노동당이다. 블레어가 채택한 정책은 전부 대처의 정책을 그대로 받아들인 거다. 시장경제에 바탕을 둔 토리의 정책 그대로다. 보수당 정치인들이 '블레어가 표절해가서 우리는 내세울 게 없다'고 한탄할 정도다. 노무현 정권이 네덜란드의 '폴더 모델'과 스웨덴 모델을 얘기했다. 내가 그 두 개에 대한 반론을 폈는데, 네덜란드는 원래 공산주의 세력이 강했던 나라다. 공산주의로 안 되니 좌파가 사민당으로 변신했다. '폴러 모델'은 좌에서 우로 우경화하는 과정에서 나온 모형이다. 반면 노무현 정권은 우파에서 좌파로 가는 흐름을 타는 정권이다. 중요한 건 방향인데, 둘은 방향이 다르다. 이제 서구 사민당은 우파 정당과 구분하기가 힘들다. 자신들의 지지 기반인 노조와 교사노조에 발목 잡혀서 복지와 사회안전망, 연금에서 기존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지 경제정책에서는 우파와 다를 게 없다. 내가 얘기하는 사민당은 그거다. 과거의 역사는 중요하지 않다. 흐름이 중요하다.
프레시안 : 서구의 사회복지 수준은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그런 바탕이 있기 때문에 우경화라는 말도 나오는 거 아닌가?
복거일 : 우파고 좌파고 사회복지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내가 자유주의를 받아들이는 대학생들에게 비난받는 게 뭔지 아나. 나는 국영기업체를 주식회사로 만들어서 가장 가난한 5%의 국민에게 무상으로 배분하자고 얘기한다. 그거야말로 좌파의 극치가 아니냐는 얘기를 듣는다. 단숨에 무산계층을 유산계층으로 만드는 방법으로 이것 보다 좋은 게 있나. 사회복지라는 건 좌파의 전유물이 아니다. 다만 사회복지를 확충하는 건 정부가 주도할 텐데, 그것을 사회가 감당할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경제성장이 중요하다. 모든 사회복지는 일자리를 주는 것보다 못 하다. 그 사실 앞에서 끝나는 거다. 복지가 중요하다. 다만 복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일자리다. 쥐들도 그렇다. 그냥 먹이를 주는 것과 쳇바퀴를 돌려서 나오는 것 가운데 쳇바퀴 돌려 나오는 걸 먹는다. 하물며 사람이 남에게 도움 받는 걸 바라겠나. 내 생각은 그렇다. 정부에서 주는 게 100이고 자기가 열심히 일 해서 받는 게 80이라면 대부분의 사람은 80을 받을 거다. 사람은 자신의 인간적 가치를 확인하려는 욕구와 그렇게 할 권리가 있다. 공산주의가 실패한 이유가 뭔가. 인간의 천성에 어긋나서다. 인간의 천성에 맞는 복지가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복지다. 사회주의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천성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바탕을 두고 있다.
프레시안 : 이명박 당선자의 경제론에는 시장주의와 개발주의가 섞여 있다. 이 가운데 대운하와 같은 개발주의적 요소는 정부 개입의 최소화를 말하는 선생의 입장과는 좀 다른 거 아닌가?
복거일 :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사업이 있다. 치안, 국방, 외교와 같은 게 그렇다. 시장만 갖고 안 되는 건 사회적 선택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경부고속도로 건설 같은 건 정부만 할 수 있다. 개인들이 할 수 없다. 경부운하도 마찬가지다. 공공재는 정부가 하는 게 옳다는 건 경제학 이론에 나와 있다. 다만 공공재와 관련해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는 게 교육이다. 교육은 공공재가 아니다. 공공재는 투자한 사람 외에 다른 사람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또 한 사람이 누린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누리는 데 방해가 되면 안 된다. 그런 면에서 운하는 공공재에 속한다. 정부가 하는 게 맞다. 오늘 뉴스를 보니 (이명박 당선자가) 교육부를 해체한다고 한다. 정부가 독점했던 걸 과격할 정도로 자유화하겠다는 거다. 교육은 그게 가능하다. 공공재가 아니니까. 그러나 운하는 정부만 할 수 있다. 운하 자체의 타당성을 떠나서 그렇다는 말이다. 적어도 건설만은 정부가 해야 한다. 다만 운영은 민영화할 수 있다.
"노 대통령, 좌파로 출발해 우파로 마무리"
프레시안 : 선생은 선진화를 위한 처방으로 '재산권 확립, 정부 규모 축소, 과세 최소화, 기업 규제 완화, 외국인 투자자의 재산권 보장, 무역장벽 철폐, 노동시장 기능 복원 및 노동조합의 독점적 지위 최소화' 등을 꼽은 적이 있다. 선생이 말한 이런 요건들이 참여정부에서 지나치게 많이 이뤄져서 문제였다고 보는 사람도 많다. 특히 한미 FTA가 그렇다.
복거일 : 그래서 내가 노 대통령을 칭찬하는 거 아니냐. 작년 연말에 문화일보와 대담할 때 그렇게 말했다. 한나라당 뭐하는 집단이냐고. 노 대통령은 한미FTA 체결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표 잃을까봐 팔짱끼고 앉아있다고. 그게 무슨 자유주의 정당이냐 그랬다. '시사인'에서 올해의 인물이 누구냐는 물음을 받고 첫 번째가 노 대통령, 두 번째가 박근혜, 세 번째가 이명박이라고 했다. 한미FTA는 노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한나라당과 자유주의자들이 (한미FTA와 관련해) 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이유는 한미FTA 음모론이 돌았기 때문이다. 협상 잘못되면 미국에 뒤집어씌워서 대선에 이용하려는 거 아니냐 하는 우려였다. 그래서 내가 인하대 정인교 교수(FTA 실현 국민운동본부 정책본부장)에게 물어봤다. 음모론이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느냐고.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자유기업원 설득해서 한미FTA 음모론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거기서 나는 음모론은 없다는 주장을 했고, 그 다음부터는 찬성 캠페인을 벌였다. 한미FTA 음모론을 깨뜨리는 데 진력했다. 내가 노 대통령을 도와준 거다. 그래서 노 대통령에게 한 번 초청받은 적도 있다. 그러나 소설가로서 문학인으로서 내가 갈 자리는 아닌 것 같아 감기 걸렸다고 (사양)했다. 사실 내가 우파에서 노 대통령 칭찬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이다.
프레시안 : 선생의 이념 구분대로 하면, 노무현 정권은 좌파로 출발해 우파로 마무리한 정권이 되겠다.
복거일 : 그렇다. 노 대통령은 옳다고 하면 밀어붙인다. 그렇게 하기가 힘들다. 지지기반이 반대하는 걸 무릅쓰고 한다는 건 정치인으로서 상상하기 힘든 거다.
프레시안 : 선생은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은 민중주의로 덮인 사회에서 재산권을 다시 확고하게 세울 수 있는 정치 지도력"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민중주의를 우리 정치의 커다란 문제로 보는 듯한데, 이명박 당선자의 정책을 포퓰리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복거일 : 모든 정치가들은 민중주주의적이다.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정책을 펴는 게 민중주의적인 거다. 대중들 표가 많으니 민중주의적일 수밖에. 민중주의적인 것으로 포장하면서 자기 이념에 맞게 하는 게 위대한 정치가다. 정치가에게 민중주의적이라는 말은, 내가 얘기할 대는 비판이지만, 칭찬이다. 같은 정책이라도 대중이 따라올 수 있도록 포장해야 한다. 거기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정책이나 이념은 큰 배와 같다. 돌리려면 큰 원이 필요하다. 정권도 마찬가지다. 단기적으로는 안 바뀐다. 정치가가 민중주의적인 정책을 내놓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하는 게 무엇인지 봐야 한다. 이명박 당선자는 정부의 규모를 줄이고 교육 정책을 바꾸겠다고 했다. 그건 자유주의적인 거다.
프레시안 : 요컨데 민중주의가 아니라 컨텐츠가 문제겠다.
복거일 : 그렇다. 포장은 민중주의로 해야 한다.
"상속세 폐지해야"
프레시안 : 차기 정권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를 세 가지만 꼽는다면?
복거일 : 국군 포로와 납북자 송환이다. 나라의 책무가 그거 아닌가. 나라가 품격을 유지하려면 자기 나라 국민을 지켜야 할 거 아닌가. 내가 얼마 전에도 쓴 적이 있다. 이명박 당선자가 첫째로 할 일은 퇴임 전에 국군 포로와 납북자 송환 문제를 협상 의제로 걸도록 노 대통령에게 협조를 구하는 거다. 이명박 당선자가 의제로 걸면 북한이 그걸로 1년은 시비를 걸 것 아닌가. 노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만은 거론하고 가라는 거다. 일단 테이블에는 올려놔야 할 거 아닌가. 다른 건 얘기할 거 없다. 이거 하나만 해결하면 나머지는 다 풀린다고 본다.
프레시안 : 선생은 "이미 만들어진 법률 가운데 시민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은 폐기되거나 수정돼야 한다"고 한 적이 있다. 예를 들면 어떤 건가?
복거일 : 세율부터 낮춰야 한다. 단기적으로 법인세를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폐지해야 한다. 이건 욕먹을 얘기지만 상속세도 없애야 한다. 효과는 없으면서 중소기업 상속을 어렵게 해서 경영을 절단 내는 게 상속세다.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상속세를 없애야 한다. 윤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상속을 방해하는 것이 가장 나쁜 법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자식에게 물려주는 게 뭔가. 재산이다. 그 재산의 핵심이 뭔가. 유전자다. 사람은 유전자를 물려주고 그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재산을 물려준다. 그게 인륜의 기본이다. 인륜의 기본은 상속이다. 유전자만 물려주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과 똑같이 해야 한다는 건 사회주의적 주장이다. 그건 인륜에 어긋난다.
"노동조합 없애면 비정규직 문제 해결된다"
프레시안 : 선생은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고 말했는데, 현재 서민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고용불안정이고 그 핵심은 비정규직이다.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복거일 : 노동조합을 없애면 된다. 비정규직이 생긴 이유는 노동조합 때문이다. 노조는 우리 기업이 생산성으로 합리화할 수 있는 것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요구한다. 생산성 대비 임금 수준은 싱가포르의 곱절이다. 노조가 없으면 기업 내부에서 시장의 원리에 따라 임금이 낮아져서 기업이 지탱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그러나 노조가 정치화되고 특히 전투적인 상급 노조가 있게 되면 비정상적으로 임금이 높아진다. 우리나라 노동법규가 잘못되어 있다. 전두환 정권이 노조를 탄압하면서 (그 반대급부로) 밑으로는 법률적 특혜를 줬다.
프레시안 : 그 특혜라는 게 뭔가?
복거일 : 노조가 결성이 되면 기업이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게 되어 있는 장치가 있다. 내가 쓴 글 보면 자세히 나온다. 기업은 초창기에 건설 요원이 필요하고, 생산성도 낮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나 설비가 정상적으로 가동되면 생산성이 높아지고 또 건설 요원도 줄어들기 때문에 사람을 추려내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추려낼 수 없게 되어 있다. 현실적으로 노조에 가입된 사람들은 해고를 못 한다. 따라서 대기업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새로운 기업을 만들어서 요원들을 그리 파견하는 거다. 그래서 재벌들 산하기업 수가 늘어났다. 그랬더니 좌파 경제학자들이 문어발식 경영이라고 비판했다. 그 길도 막힌 거다. 그래서 나온 게 임시직이다. 어느 경영자가 종업원들의 인센티브를 낮추려 하겠나. 임시직을 고용해서, 같은 일을 하는데도 정규직에겐 월급과 특혜를 많이 주고 임시직을 차별 대우하면 인센티브가 오르겠나. 어느 고용주가 임시직을 두고 싶어 하겠나. 궁여지책으로 하는 거다. 민주노동당이 비정규직을 철폐하자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거다.
프레시안 : 노조를 없애면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된다?
복거일 : 내가 한 20년 전에 그렇게 썼다. 노조는 역사적 사명이 끝나서 없어져야 할 존재라고. 노조가 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정상적인 사회에서, 노조는 노동자의 권익을 끌어올릴 수 없다. 다만 노조가 조직되지 않은, 힘이 약한 노동자들의 잉여이익을 강한 노조를 가진 노동자들이 가져갈 따름이다. 노조 자체로는 이윤을 창출할 수 없다. 이윤은 자본의 생산성과 기업가 정신이 결정하는 거다. 노조가 하는 일이 뭔가. 당장 노조 간부들은 일 않고 투쟁하지 않나. 노조는 일자리를 지키려고 하기 때문에 생산성이 없는 부문도 지키려고 한다. 우리나라 자동차 공장 가보라. 이미 단종된 모델인데 한 두 라인은 꼭 갖고 있다. 거기에 있는 노동자들은 일 하지 않고 논다. 노조는 옛날에 노예노동처럼 강제로 붙잡혀 와서 쿨리식으로 하던 일부 상황에서 존재가치를 인정받았다. 물론 당시의 노조가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줬느냐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거기까지는 인정한다 이거다. 그러나 지금은 법률로 다 보장되어 있다. 만일 기업주가 하는 게 정 아니라면 소송을 걸면 되지 않나.
프레시안 : 노조를 없애는 게 비정규직을 없애는 첩경이겠다.
복거일 : 그렇다. 노조가 있는 한 비정규직은 없어지지 않는다.
프레시안 : 흔히 '선진사회'라고 말하는 서구의 국가들에도 노조가 있다.
복거일 : 노동자들이 수가 많지 않나. 그 표를 어떻게 무시하나. 미국 예를 들어 보자. 민주당은 노조와 친하다. 미국 노조 중에서 제일 강한 게 교사노조다. 어느 나라나 노조 가운데 가장 잘 조직되고 이론적으로 가장 잘 무장되고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큰 노조가 교사노조다. 전원이 다 인텔리 아니냐. 또 안정된 직장이다. 지적노동을 하기 때문에 여유도 많다. 방학 때 뭐 하나. 조합비도 가장 많이 걷힌다. 멕시코의 경우 교사노조 해체하려고 총격전까지 벌였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강한 좌파 세력이 누군가. 전교조 아닌가.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민주당은 미국 교사노조의 워싱턴 지부라는 말이 있다. 민주당의 정책은 교사노조의 이익을 해치지 못한다.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는 교사와 노조를 누가 반대할 수 있나. 우리나라에서 전교조를 누가 감히 막나.
프레시안 : 결국 노조는 없어져야 하지만, 없어질 수 없는 조직이라는 얘긴데.
복거일 : 나처럼 없어져야 된다고 얘기해야 사람들이 그 조직을 들여다본다. 노조는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내놓은 대안이 뭐냐. 노조도 진화해야 한다는 거다. 진화의 끝이 뭐냐. 인력 송출회사다. 노조의 성격을 보면 인력 송출회사와 비슷하다. 노조가 경영에 참여하는 건 아니지 않나. 작업조건과 임금 가지고 협상만 하는 것 아닌가. 인력 송출회사가 하는 게 바로 그거다. 노조가 인력 송출회사로 진화하도록 밀고 나가자는 것이다.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노동3권은, 개인적인 집단인 노조의 권익을 지나치게 규정한 것이므로 헌법에서 빼버려야 한다. (노조가 인력 송출회사의 형태로 진화한) 선례가 있다. 항운노조가 그렇다. 거기는 노조가 다른 것에 관여 않는다. 이권만 준다.
프레시안 : 그래서 부패 문제가 생기는 거 아닌가.
복거일 :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그게 우리나라 부두가 원활히 돌아가는 이유다. 그렇게 하지 않는 미국의 경우 부두에서 전자식 항운업무가 안 된다. 우리나라는 항운이 선진화되어 있다. 부패가 많다고 하지만, 부패는 현 노조를 인정하면서 치러야 하는 대가 중에서는 가장 적다.
프레시안 : 노조라는 게 옳고 그르고를 떠나 존재할 수밖에 없는 집단이라면, 그 세력을 인정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선택 아닌가?
복거일 : 나는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이다. (노조의 소멸과 같은) 그런 변화가 생각보다 빨리 올 거다. 노조라는 건 19세기의 산물이다. 21세기에 기업의 모습은 19세기의 팩토리를 중심으로 한 기업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 노조의 조직률이 전 세계적으로 10% 밑으로 떨어지는 건 노조가 (노동자들의) 복지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에서는 노조가 의미가 없다. 성과급이나 스톡옵션 같은 걸로 (복지가) 보장이 된다. 노조가 필요한 나라와 기업은 점점 사라져가는 추세다. 노조와는 다른 형태의 무엇이 아마 그 자리를 차지할 거다. 생각보다 빨리 노조가 종말을 고할 거다.
"삼성은 우파가 기댈 수 있는 언덕이었다"
프레시안 : 차기 정부의 재벌 정책도 관심거리다. 금산분리 정책은 폐기돼야 하는 건가?
복거일 : 금산분리는 애초 불순한 의도에서 생긴 거다. 미국에서 나온 정책인데, 이 정책이 나오게 된 이유를 보고 받아들인 게 아니라 선진국에서 하니까 무작정 받아들인 측면이 강하다. (금산분리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나온 거다. 또 산업이 많이 바뀐다. 직종은 분화된다. 게다가 금융업은 뭐고 산업은 뭔가. 금융은 산업이 아닌가. 경제학자들이 분리가 불가능하다고 하는 걸 관료들은 나눈다. 그게 자신들에게 이익이니까. 공정위는 없어져야 한다는 게 모든 학자들의 주장이다.
프레시안 : 삼성 비자금 문제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수천억 원 대에 달하는 주주들의 '재산'을 몰래 빼돌려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 정도면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일종의 반체제적 범죄 아닌가? 평소에 시장주의를 말하는 국내의 우파들은 왜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나?
복거일 : 나는 삼성을 동정한다. 삼성은 우파가 기댈 수 있는 언덕이었다. 우리는 개인적 신의 때문에라도 삼성 비판을 못 한다. 삼성이 잘못했다는 걸 알면서도 비판을 못한다는 거 인정한다. 삼성을 욕하는 건 배신이다. 나는 김용철이 아니다. 삼성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면 아득하다. 저에게는 지난 20년 동안 그래도 삼성이 기댈 언덕이 됐다. 물론 직접 (돈을) 받은 건 없다. 그러나 내가 도움 받은 걸 추적해보면 그 도움은 다 삼성에서 나온 거였다.
물론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들이 삼성에서 제일 큰 돈을 받았다. 참여연대로 간 돈이…. 참여연대가 무슨 힘으로 떵떵거리고 살았나. (삼성으로부터) 우리보다 100배 정도 더 받았다. 그 쪽에서는 칼을 들고 후비고, 우리는 잡아놓은 물고기고 하니까 그 쪽에다 모이를 많이 준 거다. 우리가 사석에서 삼성 욕 얼마나 하는 줄 아나. 참여연대에 얼마 가고, 박원순에게 얼마 간 것 우리가 다 아는데, 그리로 간 돈의 10분의 1만 줘도 좋겠다, 100분의 1주고 생색낸다, 이런 얘기한다. 솔직히 그렇다.
이 얘기는 해야 한다. 그래야 좌파 지식인들의 그 더러운 정체가 드러나고 반성한다. 지금 삼성 공격하는 사람들은 다 삼성으로부터 돈 받은 사람들이다. 우리는 사실 받은 게 없다. 개인적으로 받은 거 없고 내가 모임을 하다 보니까 삼성 쪽에 가서 기천만원 받은 것 정도다. 저쪽으로는 몇 십억 가지 않았나. 한 번에 가는 게 그렇다. 참여연대에서 행사한다고 기업들에게 쭉 돌린다. 비판할 사람들이 그걸 왜 돌리나. (기업들은) 열이면 열 다 갖다 바치는데 그 액수가 전경련에 바치는 회비를 상회한다. 좌파 지식인들이 그렇게 썩었다. 삼성 욕할 것 없다. 지들이 뭐 먹고 살았나. 뭐 갖고 빌딩 짓고 떵떵거리며 살았나.
삼성을 나는 욕 못한다. 그거 인정한다. (삼성 욕하는 건) 개인적으로 배신이다. 이번에 (총수 일가가 그룹의 비자금을) 개인적으로 쓴 건 아프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삼성에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고 걱정한다. 그러나 그건 내가 언급할 수가 없다. 배신이기 때문에. 내가 얼마나 삼성에 고마웠는지 모른다.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군대 다 (좌파가) 장악했지, 기업들 모두 좌파에 항복했지. 유일하게 버틴 게 삼성이다. 버틸 수 있었던 이유가 뭐냐. 삼성에 외국자본이 많이 들어온 게 하나의 이유일 거다.
"우파가 반성할 거? 정권 뺏겼던 거 반성해야지"
프레시안 : 지난 대선 결과에 대해 '우파가 잘해서가 아니라 좌파가 못해서'라고 평하는 시각이 많다. 차제에 우파가 진정한 대안으로 인정받으려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보나.
복거일 : 우파는 대안세력이 아니다. 대한민국 구성 원리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따르는 세력이다. 대안이라면 좌파가 대안이다. 그런데 대안이 실패한 거다. 우리는 원상 복귀하는 거다. 원리대로 하면 된다. 법대로 하고, 개인들 재산권 지켜주고, 세금 낮춰주고, 우리 원리와 어긋나는 정책들 되돌리고, 북한에 대해 안보태세 확립하면 잘 된다. 왜 안 되겠나. 다소 위험한 예언이지만, 이명박 후보가 잘만 하면 3년간은 10%대 성장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억눌린 잠재적인 능력이 용솟음치면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다.
프레시안 : 우파가 반성할 건 없나.
복거일 : (두 번이나 정권) 뺏긴 거 반성해야지.
프레시안 : 정권을 왜 뺏겼나.
복거일 : 이회창 개인의 문제다. 질 수 없는 선거를 진…. 이회창 한 분의 개인적인 흠이라고 봐야지. 우리가 잘못한 게 뭐가 있나. 자식 둘을 다 군대에 안 보낸 게 말이 되나. 법관으로 높은 자리에 오른 분이니까 출퇴근하며 복무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낼 수도 있었을 텐데, 그것도 마다한 거다. 지도자 자격이 없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에서 이겼어야 한다. 97년에는 김종필 씨와 연합했으면 이겼다. 이인제가 나가는 것 막았으면 이겼다. 2002년에는 노무현-정몽준 야합도 막지 못했다. 그 정도로 못했다. 우리 잘못이 아니다.
또 YS는 엄밀한 의미에서 자유주의자가 아니다. 중도였다. 김영삼 정권이 들어선 후 (자유주의 지식인 가운데) 내가 처음으로 비판적인 글을 썼다. 이상하더라. 처음에 청와대 들어가서 비서실을 늘렸다. 그건 자유주의가 아니다. 또 햇볕정책을 내세웠다. 노조가 정치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노조를 강화한 게 김영삼 정권이다. 그 악영향이 나타난 게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다. 씨앗을 뿌린 건 김영삼 정권이다. 우리가 잘못한 게 있다면 그 때 막지 못하고 YS에 홀려서 정책을 비판하지 못한 거다.
김영삼을 뽑은 게 잘못이고 이회창을 대선 후보로 두 번이나 민 게 잘못이다. 지금은 우리 초심으로 가면 된다. 이명박 당선자가 얼마나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 분도 정치가니까. 만약 자유주의의 원칙대로 간다면 성공할 뿐더러 그 성공이 이 당선자가 약속한 것보다 더 클 수 있다고 본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