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은 그간 의혹이 무성했던 국내 체대의 비리 실태를 내부고발자가 직접 나서서 밝힌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A씨의 고발장에는 이 대학 총장을 역임했던 모 스포츠연맹 총재를 비롯해 이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전 탁구 국가 대표팀 감독 유모 씨와 전 여자 프로 농구팀 감독 박모 씨 등이 피고발자에 포함돼 있다. 이들은 국내 체육계의 거물급 인사여서 제기된 의혹이 사실일 경우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변해야 살아남는 현실 두고 볼 수 없어"
23일 <프레시안>이 입수한 고발장에 따르면 A씨는 "10여 년간 이 대학 체대 조교 및 시간강사로 일하면서 많은 전임교수들의 비상식적인 일탈을 지켜봤다"며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많은 회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체육을 이끌어 간다는 체대의 '메카'인 K대학교가 부정부패 및 비리에 얼룩져 그 피해가 수많은 후배에게 되돌아가는 것을 가만 둬서는 안 될 것 같아서 고발하기로 결심했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이어서 그는 "더 이상 자신이 변해야 살아남는 현실이 싫고 교육자로서 양심을 가책을 느꼈다"며 "K대 체대에서 배움의 길을 걷고 있는 후배, 크게는 대한민국 체육계 발전을 위해서 이 모든 비리를 폭로한다"고 덧붙였다.
사건을 접수한 수원지검은 형사3부에 사건을 배당했으며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관련자를 불러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다음은 A씨의 고발장을 바탕으로 <프레시안>이 재구성한 몇 가지 사례이다. A씨는 비리의 증거로 돈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전화 녹취와 인터넷 메신저 대화내용 등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사례1. 학위 취득 및 입학을 미끼로 금품 요구 B씨(2006년 당시 K대 교육대학원 체육교육전공)의 논문지도교수 H 교수(K대 체육대학 교수, 2006년 교육대학원 체육교육학과 주임교수)는 K대 체대 내에서도 원생들에게 금품요구를 가장 많이 하는 교수로 정평이 난 교수입니다. B씨가 2006학년도 2학기 석사학위 취득을 위한 최종 논문학기 중에도 불구하고 H교수는 논문 지도는커녕 금품만을 요구하며 지속적으로 원생을 학교 연구실에 불러들여 불필요한 심부름 및 자기 위신을 세우기 위한 방편으로 원생들을 이용했습니다. 당시 B씨가 졸업 논문을 통과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H교수에게 바쳐야 하는 금품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상품권 10만 원권 3장(30만 원)과, 식대비 현금 10만 원, 20만 원 상당의 명품 선물. 논문을 한번도 한 페이지도 제대로 봐주지도 않고 논문의 작성 방향을 지도해 주지도 않았으면서 총 60만 원 상당에 금품 및 물품을 가져다가 바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H교수에게 지도를 받는 모든 원생의 기본적인 논문 심사비로서 일반적으로 대학원생이 내는 12만원의 논문 심사비 외에 또 다시 H교수에게 들어가는 비용인 것입니다. 이러한 H교수의 비리는 B씨에게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당시 2006년 2학기 교육대학원 체육교육전공 H교수에게 논문지도를 받았던 다른 원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또 H교수는 B씨에게 논문을 대리작성 해주겠다며, 금품 300만 원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H교수는 B씨 같은 경우 '논문대필' 제안을 듣지 않자, 지속적으로 논문지도는 전무했으며, "2006년도 2학기 졸업을 못할 것"이라며 심리적으로 협박했습니다. 사례2. 대학원 박사학위과정 부정입학 및 합격 사례를 위한 금품요구 및 수수 H교수는 B씨가 박사과정까지 공부할 의향이 없는 상태에서도, 지도교수라는 이유로 원서를 접수시켰습니다. 박사과정 접수 마지막 날인 2006년 10월 20일 오후 2시40분경 B씨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여 윽박을 지르고 "너는 내가 원서 넣으라고 했는데 왜 말을 듣지 않아" 라고 호통을 치며 빨리 원서를 접수시키라고 했습니다. H교수의 지시에 B씨와 석사 학위를 졸업한 당시 졸업생인 C씨도 어쩔 수 없이 박사학위과정에 서류를 접수하게 되었습니다. 10월 20일 오후 5시가 일반대학원 석·박사 전형일 마지막 일시였습니다. B씨와 C씨는 10월 20일 오후 서류 접수 과정 중 첨부서류가 미비해 접수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 접수를 포기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조교로 근무하던 D씨(지도교수: H교수)가 B씨에게 전화해 원서에 필요한 신상사항을 알려달며 "자기가 접수자인데 E씨(지도교수: H교수)에게 전화가 와 H교수가 난리를 치면서 빨리 서류접수 처리하라고 호통을 쳤다"며 "첨부 서류는 나중에 접수하는 것으로 하여 우선적으로 원서만 접수를 하라"고 연락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로써 기본적으로 입시에 지원하는 지원자가 서류미비로 접수가 불가한 상태인데 전형료 및 기본적인 인적 사항을 행정조교가 지도교수에 지시를 받아서 마음대로 작성하여 정상적인 시간이 지난 오후 5시 30분에 원서만 접수된 것입니다. 증명사진 및 첨부서류(증명서 등)는 10월 20일에서 5일이 지난 후에 제출했습니다. B씨는 10월 20일 6시경 본인에게 전화를 해 기본적으로 박사과정에 진학할 생각이 없다며, 그저 석사 과정 졸업하는 데 있어서 이득이 있을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응시하게 되었다고 고백을 했습니다. B씨와 C씨는 11월 21일 2007학년도 전기 일반대학원 석, 박사과정발표에서 합격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B씨는 11월 21일 H교수에게 뜻하지 않은 박사과정 합격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하여 상품권 30만원을 구입하여 책과 함께 H교수를 직접 찾아가서 감사의 표시를 하게 됐습니다. B씨는 박사과정 합격이라는 감사의 마음으로 준비한 상품권 30만 원을 책에 넣어서 전달하면서 "교수님 신경써 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라고 말했고, H교수는 "야~! 앞으로 석사논문 발표 때 심사비(위에서 언급한 60만 원)도 들텐데 이런 걸 왜 하냐"라는 말과 함께 함박웃음을 지었답니다. 11월 21일 밤 B씨는 박사과정에 함께 합격을 한 C씨에게 전화를 받았는데 "E씨가 박사과정 입학 감사 명목으로 심사교수 5명에게 감사 표현을 해야 한다고 하여 250만 원을 준비하라고 전화가 왔다"라고 했답니다. 11월 24일 E씨가 B씨에게 "교수님이 찾으시니깐 빨리 학교 연구실로 가봐라"라고 전화를 해서 학교 연구실로 갔습니다. 도착하니 연구실에서 H교수는 "왜 연구실에 코빼기도 보이질 않냐? 연구실에서 논문을 쓰지 않고 집에서 쓰냐" 라는 말과 함께 "너 박사과정 합격되고 나한테 고맙다는 말 한 적 있냐?"라고 말했습니다. B씨는 너무 황당해 "교수님~! 책 선물(상품권 30만 원) 해 드리면서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말씀 드렸습니다"라고 말하니, H교수는 "난 니가 합격 된지도 몰랐고, 너에 대해서 하도 신경 쓸 일이 많아서 그에 대한 보답인 줄 알았다" 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니가 박사과정 입학 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고 생각하느냐"라고 질문했으며 " 내가 다른 심사교수들 및 학장님에게 너를 합격 시켜달라고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고맙다는 말 한마디도 없어서 너에게 굉장히 실망을 하게 되었다" 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 말이 있은 후 "내가 너한테 받은 상품권은 안 받은걸로 하겠다" 라고 말하며 이미 받았던 상품권을 B씨에게 던졌습니다. H교수의 말과 행동은 박사과정 합격의 보상으로 금액이 적으니깐 더 가지고 오라는 직접적인 암시였으며, 250만 원의 박사과정합격 사례금을 가지고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사례3.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대필 K대 체육대학에는 체육과학대학원이라는 석·박사 과정이 있습니다. 이 대학원은 한 마디로 수 많은 입시 비리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H교수는 전 여자프로농구 박 모 감독와 대학동기이자 그의 지도 교수입니다. C씨는 H교수의 지시를 받고 P씨의 논문을 대필했습니다. 국가대표 선수 및 국가대표감독 등을 맡은 유 모씨는 2000년경 체육과학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그러나 단 한번도 체육대학 건물에서 그를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유 모씨의 최종 박사학위 논문은 본인이 보기에도 잘 작성되어진 논문임을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도교수에서 J교수 라는 이름을 보고서 '아하! 그럼 그렇지'라고 생각했습니다. J교수는 체육과학대학원 주임교수를 다년간 해오면서 입학 및 졸업에 있어서 가장 많은 비리 및 대필논문을 작성한 교수일 것입니다. 사례4. 학부 졸업 관련비리와 대학원 입학 부정 본인은 2005학년도 K대 체육대학에서 학부기초필수 과목을 가르쳤습니다. 이 과목은 체육대학에 입학한 모든 학생이 졸업을 위해 꼭 이수해야 하는 과목입니다. 그런데 이 과목에서 F학점(이수하지 못함)을 받은 P학생(현 여자프로농구 선수, K대 교육대학원 체육교육학과 재학 중)이 학부를 졸업했으며, 또 대학원에 입학한 것입니다. P학생은 2005년 당시 본인의 강의 출석부에 등제돼 있었지만 한 학기가 모두 끝날 때까지 한 번도 출석을 하지 않아서 학기말 최종 평가에서 F학점을 부여했습니다. 그러나 본인이 종강 후 성적을 입력하고 이틀 후 H교수는 P학생의 성적을 정정하라는 지시했습니다. 본인은 "출석을 한번도 하지 않고 얼굴도 모르는 학생에게 점수를 부여할 수 없습니다" 라고 정중하게 말했더니 H교수는 "내가 점수를 주라면 주는 거지 뭐하는 거야" 라는 큰 목소리로 전화상으로 폭언을 했습니다. 최종 성적을 입력 후 체육대학에서 H교수가 P학생이 수강했던 과목에 대해서 해당교수들에게 전화를 하여 점수를 구걸 한다는 소문을 접하게 됐습니다. 본인은 당시 H교수가 P학생의 학점을 위해서 담당 과목 교수들에게 전화를 하고 찾아 다니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이것은 분명한 학칙에 의거한 사문서조작 및 위조에 속하는 죄이며, 이러한 학생이 졸업을 하였다는 것은 부정 졸업을 뜻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배후에는 H교수와 박 모 감독(당시 P학생의 농구코치) 등 깊이 개입되어 있었습니다. 사례 5. 전국체전 출전비 횡령사건 2003~2004년 K대 체육부 전국체전 출전비 횡령 사건 및 모 스포츠연맹 선거자금유입사건은 2003년, 2004년 체육대학교 학장직을 맡았던 Y교수로부터 시작됩니다. 당시 체육부장은 J교수였습니다. 2007년도 경기도체육회 전국체전 출전비 가운데 K대는 경기도 대표로 출전하는 종목에 따라서 총 8000만원을 수령해 집행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2003~2004년도에는 출전 종목 및 선수가 많아서 총 3~4억 원 정도를 출전비로 경기도체육회에서 수령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전국체전 출전비는 각 대학에 체육부 통장으로 입금 또는 해당 종목 감독 통장에 입금되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당시 체육부장인 J교수의 측근 통장에 입금돼 모 스포츠연맹 선거자금으로 유입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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