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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지문' 정보가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

[생체여권? 나쁜여권!④·끝] 여행의 자유가 주는 재앙

현재 정부는 생체여권(전자여권)을 도입하고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26일 한국조폐공사는 대전 대덕테크노밸리 내 ID본부에서 '여권 중앙 집중 발급 전면 시행 및 전자여권 제조 시설 가동 기념식'을 가졌다. 국회에서 생체여권 도입을 골자로 하는 여권법 개정안이 계류 중인데도 제조 시설 가동에 나선 것이다.

이해성 한국조폐공사 사장은 기념식에서 "국민의 기업으로서 완벽한 고품위 여권을 발급해서 국민에게 어떤 불편도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미국의 비자면제프로그램(VWP)과 연관있는 전자여권도 다른 어느 국가와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런 정부의 주장과는 다르게 세계 곳곳에서 생체여권은 반발을 사고 있다. 미국, 영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생체여권은 위·변조나 개인정보 무단 유출 위험을 이유로 전자칩을 망가뜨리고 있다. 많은 전문가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것처럼 지문 등 민감한 생체정보가 여권에 수록될 경우 입·출국이나 호텔 투숙 등 여권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전세계적으로 해당 정보가 광범위하게 유출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생체여권에 담길 국민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한 인권단체 활동가는 "이해성 사장의 발언은 정부가 생체여권 교체를 어떻게 보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정부는 생체여권 교체를 '산업'으로 간주하고 여권 교체를 미국 정책에 발맞추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도입부터 하고 보자'는 발상의 위험
▲ 현재 미국은 입국심사를 받는 외국인을 상대로 지문 채취를 하고 있다. 미국은 비자면제프로그램(VWP)에 새로 가입하려는 국가들을 상대로 지문이 수록된 생체여권제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 ⓒ프레시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조범석 변호사는 "지문 등 생체정보를 포함한 생체여권은 전 세계적으로 자국민뿐만 아니라 외국인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법·제도적 장치가 갖춰지고, 개인정보 무단 유출이나 부당한 이용 등에 대한 적절한 국제적 구제 수단이 완비되는 것을 전제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범석 변호사는 "만일 미국이나 기타 다른 나라가 당해 국가 출입 통제를 위하여 생체여권 제도를 요구한다면, 정부는 그 나라가 우리나라 국민의 개인정보를 어떤 수준까지 이용하도록 제한할 것이며, 어떻게 개인정보를 보호할 것인지 등에 대한 적절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조범석 변호사는 "이를 위해 해당 나라에 대해서 우리나라에 요구한 것과 동일한 수준의 생체여권 제도 도입을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 영국 등에서 도입된 생체여권에는 지문 정보가 수록돼 있지 않다. 유럽연합(EU) 가입국은 2009년까지 생체여권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보안 및 개인정보보호의 취약성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다.

만약 한국에서 지문 등 보다 많은 정보를 포함한 생체여권 도입에 먼저 나선다면 한국에 입국하는 외국인 역시 같은 수준의 정보가 수록된 여권을 제시하라고 요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인권 활동가는 다른 국가에 대해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은 전세계적으로도 정보노출 위험도를 높이기 때문에 부당한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대다수의 인권 위협하는 일"

생체정보가 외국 여행을 할 때 반드시 필요한 정보가 아니라는 점도 주요하게 지적되는 부분이다. 여권의 주요 기능이 '개인 식별'인만큼 현행 여권만으로도 이 기능에 특별한 장애가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얼굴 사진 정보는 개인 식별을 위한 최소한의 생체정보로 인정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지문은 여권에 반드시 필요한 정보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조범석 변호사는 "세계 어느 나라도 자국 출입을 하려면 여권에 지문을 수록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에서 굳이 우리나라만 과도한 생체정보를 여권에 넣을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일 자국 방문을 위해 여권에 지문이나 다른 정보를 수록하라고 요구하는 나라가 있다면, 그 나라에 방문하고자 하는 국민을 대상으로만 여권에 지문을 수록하도록 하면 될 일"이라고 밝혔다.

천주교인권위원회 조백기 활동가는 "생체여권 도입은 결국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국민 대다수의 기본적 인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는 생체여권이 '안보 강화'는 물론 보안 관련 기술 개발에 활발히 참여하게 하는 유인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조백기 활동가는 "이것은 국민에게 장밋빛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라며 "빈번한 여권 발급 체계의 변경으로 인해 관련 기업의 이윤 창출을 보전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외교통상부 스스로가 인정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여행의 자유 볼모로 과도한 생체정보 요구…응할텐가?"

인권활동가들은 정부와 기업이 이제라도 생체여권의 경제적 가치를 내세워 인권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범석 변호사는 "결국 여권에 지문 등 생체정보를 수록하는 것은 필요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여행의 자유를 볼모로 일방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과도한 생체정보의 제공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기본권인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이처럼 정부가 시행하려고 하는 생체여권제도는 민감한 생체정보를 포함한 국민의 개인정보가 전세계적으로 무방비상태에서 유출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며 "여권법개정안은 전면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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