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가 지난 2005년 시사월간지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비슷한 내용의 사실을 밝혔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당시 인터뷰에서 김 변호사는 '삼성의 로비'를 받는 인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롯해 지난 12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통해 공개한 '뇌물 검사' 중 하나로 지목됐던 이종백 현 국가청렴위원장을 이미 언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나온 <신동아> 12월호에 따르면 과거 안기부의 'X파일' 사건이 불거졌던 지난 2005년 8월 김용철 변호사는 '비보도'를 전제로 인터뷰에 응했다.
<신동아>는 "현 시점에서 인터뷰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그의 '양심고백'으로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의 의미가 사라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김용철 변호사가) 지금과 달리 그의 언행을 두고 이런저런 의혹이 제기될 이유가 없던 시기"라고 비보도 인터뷰 내용을 뒤늦게 보도한 이유를 설멍했다.
X파일, 에버랜드, 대선자금 수사…검찰-삼성의 '밀월 관계' 개입
김용철 변호사는 당시 인터뷰에서 "이종백 때문에 (X파일) 수사가 제대로 안 된다"며 "(X파일) 녹취록에 ('떡값 검사' 이름이) 다 나와있지 않다"고 주장해다.
이종백 위원장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으며 'X파일'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었다. 현재 이 위원장은 사제단이 밝힌 명단에 대해 "삼성으로부터 로비나 부정한 청탁을 받은 일이 전혀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또 김 변호사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이 애초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서 2004년 6월 금융조사부로 넘어간 까닭에 대해 이전 대선자금 수사를 강도높게 진행했던 남기춘 검사가 특수2부장으로 부임했기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에버랜드 사건과 관련해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이었던 2003년 12월 1일 허태학, 박노빈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을 기소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 부부는 기소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검찰은 사건을 축소해 분리기소라는 편법을 썼고, 이 덕분에 이건희 회장 부부는 법망에서 벗어나게 됐다"며 "하지만 남 검사가 부장으로 오니 위험하다고 보고 수사 부서를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 변호사는 2003년 대선자금 수사 당시 검찰 수사팀이 이학수 부회장을 구속하자는 의견을 냈느냐는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시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수사는 거기서 멈췄다"며 "노 대통령은 대선 전 사석에서 '내가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이 이학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도 덧붙였다.
"삼성의 무리수, 이재용 때문…그걸 정부가 덮어준다"
또 김 변호사는 삼성이 검찰 간부들에게 정기적으로 돈을 주느냐는 질문에 "검사만 먹었나. 국회의원도 먹었고. 예전엔 5000만 원 먹어도 괜찮았는데"라고 답했다.
김 변호사는 "명절 때 인사하는 건 기본"이라며 "각계에서 잘나가는 사람들과는 다 관계를 맺어두고 잘나가는 검찰 간부의 80% 이상이 '삼성 장학생'"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삼성이 무리수를 두는 이유가 뭔가"라는 질문에 "아들(이재용) 때문"이라며 "후계구도 공격에 대한 방어 차원에서 (구조본) 법무팀을 강화했다"고 답했다.
김 변호사는 "이건희 회장은 주식도 몇 주 없으면서 회사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며 "그 비정상적인 지배구조를 국세청, 금감원, 검찰 등 정부에서 덮어준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인터뷰 당시 삼성 측에서 자신이 퇴사한 뒤 1년간 연락하지 않다가 'X파일' 사건이 터진 후 전화를 걸어왔다며 "삼성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 '쓸데없이 입 열면 불행해진다'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삼성 측 관계자는 "터무니 없는 음해"라고 전면 부인했다.
한편 김 변호사는 26일 오전 제기동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 비자금 의혹 등에 대해 추가 의혹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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