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으나, 그 중 하나가 개신교 장로라는 것이다. '장로 대통령'을 꿈꾸는 이명박 후보 이전에도 김 전 대통령, 이승만 전 대통령이 개신교인이었다.
하지만 이 후보는 과거 '장로 대통령'들과는 다르다. 과거 '장로 대통령'들은 교회에 지지를 호소할 때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반면 이 후보는 '간증정치'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자신의 정치적 세를 넓혀가고 지지자를 확보하는 데 종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간증정치'
종교를 정치에 적극 활용하는 이 후보와 이 후보 지지를 숨기지 않는 보수 교회와 목회자들. 이들의 관계는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공생관계'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공생관계'가 한국사회에 끼치는 영향이다.
"2007년,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명시한 대한민국 헌법 20조가 흔들리고 있다"고 김지방 <국민일보> 기자는 주장한다. 그는 취재 일선에서 목격한 '권력 그 자체가 되려는 한국 교회'의 위험천만한 모습을 알리기 위해 <정치교회>(교양인 펴냄)라는 책을 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 후보와 보수 교회의 '권력의지'가 어떻게 상승효과를 만들고 있는지에 대해 보여준다.
"이 후보는 서울시장으로 재임한 2002년 7월부터 4년간 공식적으로만 50회가 넘게 개신교 행사에 참여했다. 고건 전 시장도 감리교회 권사였으나 임기 중 교회 관련행사에는 12회 참여했다. 전임 시장들은 부활절 연합예배 등 큰 행사에 참석하거나 축사를 하는 수준이었던 데 반해, 이 시장은 축사 외에 강의, 발제, 간증, 기도, 봉헌사, 마라톤 참가 등 다양하고 적극적인 형태로 교계에 얼굴을 비쳤다.
(…) 서울시장 재임 시 가장 큰 치적으로 꼽히는 청계천 복원 사업에서도 그는 목사를 모시고 준공예배를 한 뒤 준공식을 열었다. 정치성 집회가 금지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매번 보수 기독교 단체의 시국기도회 같은 대규모 집회가 아무런 제재 없이 열릴 수 있었던 것도 장로시장의 힘이 컸다고 개신교인들이 믿고 있다."
저자는 따라서 "개신교인들 사이의 이 후보에 대한 높은 지지는 정치인 이명박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뿐 아니라 이 후보에 대한 '종교적인 환상'이 뒤섞여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에 대해 기독교인들이 '종교적 환상'을 갖고 있다는 것은 청교도영성훈련원의 전광훈 목사가 한 다음과 같은 연설에서도 확인될 수 있다.
"이명박 장로님 나한테 약속했어. 개인적으로 꼭 청와대 들어가면 교회 짓기로. '내가 주일날 저 한강을 건너 압구정동 소망교회까지 가는데 전투경찰들이 주일날 경호하느라 약 1000명이 (필요합니다.) 이들이 주일날 쉬지도 못하니 나는 그들을 안 귀찮게 하기 위해서 청와대에서 예배를 드려야 될 터. 예배를 드리려면 예배 드릴 장소가 있어야 되니. 처음에는 교회 짓는다 말고 종교관 짓는다 해야지. 종교관 짓는다 해놓고 중간에 가서 십자가 달면 됩니다.'"
"대통령직은 잠시, 장로는 영원하다"
이 후보 역시 이런 개신교도들의 기대에 호응한다. 서울시장 재직 시 논란이 됐던 '서울시 봉헌'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대선후보가 되고 나서도 이 후보는 지난 9월 19일 한나라당 기독교인 조찬기도회에 참석해 "하나님은 한나라당을 사랑하신다"고 말했다. 그는 이 모임에서 "대통령직은 잠시이고, 하나님을 믿는 우리는 영원하기 때문에 어쩌면 대통령직보다 (장로라는 직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저자는 또 "이 후보가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도 개신교는 적지 않은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때 이 후보 캠프의 비공식적인 최고의결기구인 '6인회의' 멤버 중 4명(이명박, 이상득, 이재오, 김덕룡)이 개신교 신자였다. 이 회의 멤버는 아니지만 이방호 사무총장, 정두언 의원 등 이 후보가 신뢰하는 최측근들도 개신교 신자다. 또 이 후보의 경제공약인 '747 공약'을 입안하고 정책개발을 담당한 안국포럼의 초기 멤버인 강만수 전 재경부 차관은 교회를 통해 이 후보를 만나 20년 넘게 친분을 쌓은 인물이다.
또 이 후보가 교회를 통한 '인맥'을 정치에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10월 미국 부시 대통령과 면담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일을 들 수 있다. 이 후보는 소망교회에서 만난 강영우 미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의원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부시 대통령과 면담을 추진했다가 한국과 미국 양측 정부로부터 반발을 샀었다.
저자는 이처럼 기독교 장로라는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 후보의 태도에 대해 위험하다고 평가한다. 또 종교를 일종의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이 후보의 태도는 "하나님의 뜻대로 공의롭고 정의롭게 국가를 운영하는 장로 대통령"을 바라고 있는 대다수의 개신교도들의 순수한 마음을 더럽히는 것이기도 하다.
"이 후보가 개신교인으로서 자신의 신앙을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비롯해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주는 것도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 그가 믿는 하나님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힌다면, 그가 대통령이 되어 종교와 관련된 정책을 결정할 때 과연 공정한 국가 통치자로서 국민의 복지를 최고의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신앙에 치우칠 것인지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교회는 지금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가
저자는 물론 종교를 '표밭'으로 여기는 정치인들의 태도가 이 후보에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정치인들이 하나같이 종교를 선거 때 찾아가 립서비스를 하거나 선심성 정책을 내놓으면 되는 문제 정도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 "건설업에 비유하자면 아직도 개발시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 후보와 보수교회의 관계에 주목하는 이유는 서로가 서로에게 해악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종교가 가진 사회적 책임을 감안할 때 교회의 정치참여 자체를 백안시할 필요는 없지만, 문제는 어떤 정치참여인가 하는 점"이라면서 "권력을 향한 질주가 아니라 오히려 권력에서 소외된 이들을 향한 섬김의 활동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자는 거듭 묻는다.
"지금 교회가 바라보는 곳은 어디인가. 청와대인가, 서민들의 눈물과 한탄이 가득한 저 빈 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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