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의 대선 정책연대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 중이던 대선 후보 초청 노동·사회분야 TV토론이 이명박 후보의 거부로 불발로 끝났다.
조합원들의 유일한 판단 근거가 될 정책요구에 대한 답변서도 이 후보 측은 '수용', '논의 필요' 등 불성실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명박은 TV토론 거부해도 '포함'
한국노총이 문화방송(MBC)과 공동주최하기로 한 대선 후보 초청 TV 토론은 한국노총이 정책연대 '성공'을 위해 가장 공을 들여 온 사업이었다. 흥행 뿐 아니라 현장 조합원들의 선택을 위한 근거 제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관련 기사 : 이명박-이회창, '노동관' 놓고 한 자리서 맞붙나? )
그런데 TV 토론을 기피하고 있는 이명박 후보 측이 끝내 토론회 참가를 거부했다. 한나라당은 후보 당사자가 아닌 정책위의장 간 토론회 등을 역제안 했으나 이는 방송사에서 난감해 했다. 이명박 후보가 거부하자 방송사 측에서는 현재 지지율 1위의 후보가 참석하지 않는 토론회는 어렵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한때 한국노총 내에서는 TV토론 거부 후보를 정책연대 대상에서 배제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왔으나 결국 '포함'하기로 결론이 났다. 이와 관련 박영삼 기획홍보선전본부장은 "논의 과정에서 일부 그런 방향의 목소리가 나오기는 했으나 'TV토론을 거부하면 배제한다'는 결론을 내린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관련 기사 : 이명박과 민주노동당, 한국노총의 고민)
'누가 가장 한국노총과 닮았는지 알아서 맞춰보세요?'
하지만 논란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노총이 19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공동대표 강지원, 김영래)와 함께 공개한 '한국노총 정책연구에 대한 대선후보 답변서 분석결과'가 각 후보들의 답변을 그대로 요약·정리한 말 그대로 '비교표'에 불과해, "무엇을 보고 찍으란 말이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 한국노총 정책요구에 대한 답변서 분석 결과 전문 보기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 참석한 김만재 금속노련 수석부위원장은 "이명박 때문에 정책연대가 엇박자가 나고 있다"며 "문서화된 자료 말고 후보들 당사자의 의지를 TV토론을 통해 확인하고 싶었던 것인데 한 사람 때문에 무산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과연 '정책에 근거한 정책연대'가 될 수 있겠냐"는 비판인 셈이다. 실제 이날 공개된 분석 자료는 한국노총의 10대 핵심요구와 41개 세부 요구안에 대한 짤막한 답변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
가장 성실하고 자세하게 답변한 것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였고, 이명박 후보와 이인제 민주당 후보의 답변은 '수용', '논의 필요'나 조건의 내용조차 담기지 않은 '조건부 수용' 등에 불과했다.
한국노총은 비교 분석 자료만 내놓았을 뿐 어느 후보가 한국노총의 정책에 가장 적합한 답변을 했는지조차 밝히지 않았다. 장대익 한국노총 정치기획단장은 "지난 중앙정치위원회에서 어느 후보가 가장 한국노총 입장에서 흡족한지 판단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말하기는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누가 한국노총과 가장 닮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조합원 개개인 스스로의 몫이 됐다.
민노당은 정책연대 '거부'
한국노총에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은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와 심대평 국민중심당 후보였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정책연대 확약서만 제출하고 답변서는 제출하지 않았다. 출마선언 등 일정이 맞지 않아 답변서를 제출하지 못한 이회창 후보를 제외하고 권영길 후보와 심대평 후보는 정책연대 대상에서 최종 배제됐다.
한국노총의 민주노동당 배제는 사실상 민노당 스스로의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노총은 최근 민노당에 대한 조건부 포함 결정을 내렸고 이에 민노당이 문성현 대표의 공식 사과문을 들고 오기도 했지만 이에 대해 당 내부에서 논란이 벌어지면서 최고위원회에서 표결까지 벌인 끝에 사과를 철회하는 '소동'이 벌어진 것. (☞관련 기사 : 한국노총 정책연대에 민노당 포함하기로, 한국노총-민노당, 화해 첫 발?)
민노당은 당시 최고위원회에서 정책협약 확약서 및 정책요구에 대한 답변서 제출을 어떻게 할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최종 기한이었던 지난 15일까지 민노당은 이 두 가지 가운데 어떤 것도 내지 않았다.
한국노총은 오는 28일부터 7일까지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ARS 총투표를 실시해 지지 후보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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