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삼성 비자금 특검 법안 거부권 검토 방침과 관련해 특검법안을 발의한 3당은 뜬금없다는 반응이다. 느닷없이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처리를 삼성 특검법에 연계시킨 청와대의 주장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
게다가 공수처 문제와 관련해 대통합민주신당은 당론이 정해진 바 없고,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의 반대 입장이 분명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이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삼성특검 무력화 의도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신당 "국회 입법권 침해"
대통합민주신당 최재성 원내부대표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공수처법을 처리하지 않으면 삼성특검을 거부하겠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공수처법 처리를 당부할 수는 있지만 연계할 문제는 아니다. 지나친 감이 있다"고 비판했다.
최 부대표는 "공수처법 문제는 그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아 있던 사안인 만큼 논의를 다시 끌어올리려면 당내 의견을 다시 모아야 하는데 그에 따른 시간과 절차가 필요하다"고 조속한 처리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최재천 선대위 대변인은 "아직 심리도 안 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말하는 것은 국회의 입법권 행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의원입법은 국회의 전속적 권한인 만큼 삼성 관련 특검법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돼야 하고 국회의 판단은 행정부가 존중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율사 출신인 최 대변인은 이어 사견을 전제로 "헌법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사유에 다른 법안과 연계시키는 것까지 규정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그걸 전제조건으로 다는 것은 원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신당은 정동영 후보가 강하게 주장한 삼성 비자금 특검 도입에 대해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거부권 행사를 검토를 밝힘에 따라 난처한 상황에 몰렸다. 특검법 도입 자체가 어려워졌음은 물론이고 대선을 코앞에 둔 정 후보에게도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 대변인은 "정치적으로 자칫 불편함을 감내해야 하는 불리한 상황에 놓인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삼성 특검에 대한 강한 의지로 이걸 돌파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청와대, 제 발 저린가?"
민주노동당은 "삼성 비자금과 관련된 의혹을 앞장서 규명해야 할 청와대가 오히려 의혹을 키우는 데 앞장서고 있다"며 "많은 국민들이 지지하는 특검을 청와대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거부권 행사를 거론하고 있는 것은 청와대가 제 발 저려서 저러나 하는 의혹만 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상정 선대위원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누구나 공감하는 특검을 반대하고 나선 것은 참여정부가 그동안 역대 어느 정부보다 긴밀하게 삼성과 결탁된 정부라는 세간의 문제의식을 재확인시켜준 증거"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심 위원장은 또한 "공수처 문제는 국회가 결정할 문제이지 청와대가 나서서 특검법 거부권의 조건으로 거론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김성희 부대변인도 "공수처는 국가청렴위 산하에 편재되고 기소권을 갖지 못해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의 비리를 독자적으로 수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민노당은 그런 이유로 상설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공수처냐 상설특검이냐의 문제도 국회가 처리할 문제이지 청와대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청와대가 특검과 공수처법을 교환하자는 요구는 국민이 부여한 입법기관 역할을 중대하게 침해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문국현측 "청와대 황당하다"
창조한국당 장유식 대변인도 "특검 기간과 범위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건 모르겠지만 특검 자체를 가지고 거부권 행사부터 얘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장 대변인은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믿지만, 그럼에도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부패 종식에 대한 의지와 진정성을 의심치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회 차원에서 대응을 할 수밖에 없으니 이에 대한 대통합민주신당의 움직임도 예의주시하겠다"며 "모처럼 다가온 재벌의 잘못된 관행을 끝낼 수 있는 기회를 대통합민주신당이 외면한다면 국민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밝혔다.
장 대변인은 이어 "청와대가 공수처 얘기를 갑자기 들고 나온 것은 황당한 처사"라며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하지 않은 상태로 국가청렴위 내에 설치하자는 것은 검찰 눈치보기성 대책"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수처법 자체가 근본적인 부패 대책이 아니라서 반대하는 것인데 이를 근본적인 부패 대책인 특검과 걸어서 통과 여부를 협상하자는 청와대의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