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독립적인 '특별수사본부' 설치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내용을 검찰에 고발했던 민변과 참여연대가 검찰에 요구했던 것이다. 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도 검찰이 수사하는 태도를 봐서 협조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김 변호사 측의 검찰 수사 협조 여부도 관심 대상으로 떠오르게 됐다.
검찰, 총장 직속 독립적 특별본부 설치
대검찰청 김경수 홍보기획관은 15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기존 수사지휘 체계로는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해 특별수사·감찰본부(특별본부)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기획관은 "임채진 검찰총장 후보와 이귀남 대검 중수부장 등 핵심 수뇌부 인사들이 삼성그룹의 관리 대상자였다는 폭로로 인해 국민적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고 별도 수사팀 구성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특검을 의식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여러 요소를 고려했다"고만 답했고, "어느 것이 가장 실체적 진실 규명에 효율적인가를 고민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또 임채진 후보자가 감찰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수사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내놨다. 임 후보자는 이날 정상명 검찰총장을 방문해 특별본부 설치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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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대상 검사 명단 안 주면 나름대로 검증방법 동원할 것"
문제는 검찰이 빼든 특별본부 칼이 날을 제대로 세울 수 있느냐이다. 일단 지휘체계는 고발인 측에서 요구하던 모양새를 갖췄다. 특별본부의 최종적인 수사 결과를 검찰총장에게 보고하게 했으며, 중간 결과는 상황에 따라 총장에게 보고하지 않아도 되게 했다. 특히 의혹을 받고 있는 이귀남 대검 중수부장도 보고 라인에서 뺐다.
특별본부의 인적 구성도 위상을 높일 예정이다. 일단 본부장은 이귀남 중수부장(사시 22회, 연수원 12기)보다 높은 고검장급 검사장을 임명할 예정이고, 수사 인력도 김용철 변호사와 최대한 인연이 없는 검사들을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김경수 기획관은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로비 대상 검사 명단 전체를 공개해 주면 좋겠지만, 협조가 없다면 나름대로의 검증방법을 동원해 수사진을 구성할 것"이라며 "특별본부는 독립해 수사해 나갈 것이며, 특별본부의 구성과 운영은 국민 여론을 최우선으로 반영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특별본부 방식은 지난 2001년 '이용호 게이트' 수사 때도 이뤄진 적이 있었다. 당시 이용호 씨가 서울지검에 긴급체포됐다가 불입건 되는 과정에서 검찰 간부들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가 있었다는 의혹을 풀기 위해 구성된 특별감찰본부는 당시 서울지검장과 차장검사들이 사표를 내게 했고, 특수2부장은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까지 하는 성과를 냈었다. 당시 특별감찰본부도 고검장급 본부장에 총장 중간 보고 과정이 생략됐다는 점에서 닮았다.
다만 다른 점은 당시 '이용호 게이트'의 비리 등에 관한 본류 수사는 대검 중수부가 맡았다는 것 정도이다.
특별본부, 일단 내부감찰 주력할 듯
따라서 이번에 설치되는 특별본부는 '내부 감찰'에 주력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검찰로서는 삼성에 대한 수사 못지않게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신뢰가 없으면 나중에 삼성 불법 비자금이나 편법 승계 의혹 수사 결과가 미진할 경우 검찰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추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임채진 후보자의 이름이 폭로된 가운데 어떻게 해서든 시급히 의혹을 해소하지 않으면 새 총장 체제 구축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특검이 12월 초중반에 구성이 되면 삼성그룹 비자금 등의 수사는 특검에서 착수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검찰이 '완주하지 못 할' 수사에 착수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수사 상황이나 전개는 '예측 불허'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검찰의 다음 행보를 가늠하는게 쉽지는 않다.
일단 검찰이 내부 감찰에 우선 주력한다고 봤을 때, 특별본부가 김 변호사 측으로부터 명단을 입수해 이른바 '떡값 검사', 즉 삼성의 로비 대상 검사들을 색출해 내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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