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는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주최로 열린 '삼성과 정·검·언 동맹을 바로 본다' 토론회에 참석해 "군부독재는 군화나 총이 아니라 언론 보도에 의해서 이뤄졌다"며 "이제 삼성의 언론인 매수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상호 "삼성의 언론 관리가 얼마나 집요한지…"
이 기자는 "삼성 이건희 일가가 생각하는 가장 무서운 위협은 자신들의 금권 통치에 반대하는 국민적 감시와 그에 따른 처벌, 즉 국민의 알 권리일 것"이라며 "정부, 검찰,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삼성에 돈을 받고 팔아 넘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지난해 저는 어떻게 삼성이 언론을 구체적으로 관리하는지 말했다"며 "현재 <시사매거진2580>의 데스크를 맡고 있는 신강균 부장의 예가 그것이었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이는 삼성이 한 유력 언론인을 찍어서 얼마나 집요하게 관리하고, 그 폐해가 얼마나 심대한지에 대한 것이었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1년이 넘도록 회사로부터 아무런 후속 조치도 전해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당시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것은 신강균 부장과 MBC가 반성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며 "탐사취재를 10년 넘게 해온 제가 배임행위에 대한 증거 없이 그런 말을 할 수 있었겠나"고 관련 증거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이상호 기자는 언론노조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X파일 보도와 관련해 MBC 내에서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밝히며 삼성과 언론의 유착 관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었다. (☞ 관련 기사: "네 기사 때문에 삼성서 연락 안 오면 어쩌냐" )
이상호 기자는 당시 토론회에서 "2005년 MBC에서는 X파일이 진본이란 사실을 최종 확인한 상태였고 보도를 위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이었다"며 "그런 시점에서 보도국 간부(이인용 앵커)가 곧 고발 대상이 될 삼성 계열사의 홍보 책임자로 옮겨가는 것에 대해 아무런 문제제기가 없었다"고 밝혔었다.
또 이 기자는 신강균 부장을 지목해 "삼성의 로비스트"라면서 삼성이 언론인 개인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기자는 "X파일 취재 당시 담당 부장과의 협의 하에서 2개월 동안 삼성 관련 취재 사실을 신강균 앵커에게 철저히 숨겨왔다"며 "그가 삼성의 로비스트였기 때문"이라고 밝혔었다. 그는 "신강균 앵커가 X파일 보도를 막아서지만 않았어도 어쩌면 구찌 핸드백 사건은 침잠해 있었을 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구찌 핸드백 사건이란 이상호 기자가 자신이 신강균 앵커, 강성주 당시 보도국장 등과 함께 2004년 태영으로부터 명품 핸드백을 받은 사실을 인터넷에 고백해 파문이 일었던 사건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당시 신강균 부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상호 기자 발언의) 전후 맥락을 모르겠다"며 답변을 거부했었다.
"기자들은 왜 삼성 특종을 회피할까"
이날 토론에 참석한 다른 참석자들 역시 삼성과 언론, 삼성과 정치, 삼성과 검찰 간의 '동맹관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발제를 맡은 신학림 <미디어스> 기자(전 언론노조 위원장)은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삼성과 이건희 가벌(家閥), 즉 이건희 회장의 일가친척이 소유 혹은 경영하는 그룹들과 닿아 있다"며 "한국 사회에서 그들은 불법행위가 있어도 건드리지 못하는 성역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학림 기자는 "노무현 정부와 이건희 가벌의 유착에 관한 징후들은 여러가지가 있다"며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과 4시간에 걸친 단독 대담이 있은 뒤 홍 회장이 주미대사로 발탁된 점,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등 삼성의 슬로건이나 정책제안이 그대로 정부 정책으로 채택된 사례 등이 그것"이라고 밝혔다.
신 기자는 "진대제 삼성전자 사장, 홍석현 회장 외에도 국정홍보처장 자리에 중앙일보 출신의 인사들이 진출한 점, 전육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의 방송위원 행,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에 중앙일보 출신 기자와 CJ그룹 케이블방송 사장을 지낸 인사가 민간위원으로 위촉된 점 등 노무현 정부 들어 범 삼성가와 직간접적인 인연을 가진 이들의 발탁이 두드러졌다"고 덧붙였다.
또 신 기자는 "삼성 문제의 합리적 해결과 경제민주화를 위한 범국민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며 "삼성의 로비와 위세가 워낙 크고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이기 때문에 진상규명을 검찰과 국회 등에만 맡겨서 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전국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은 "유일하게 기자들이 특종을 회피하는 부분이 삼성"이라며 "시위대가 경찰이 다가오면 조금씩 꺾이듯, 삼성이 다가오면 꺾이는 것이 언론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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