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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훈 유서대필'… 감정조작 의혹 규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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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훈 유서대필'… 감정조작 의혹 규명해야"

진실화해위, 국과수 재감정 결과 발표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과 관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가 "강 씨가 유서를 대필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감정 결과를 내놓았다. 이에 따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13일 "감정 결과가 잘못됐다는 것은 재심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강기훈 씨의 피해 보상과 명예회복을 위해 당시 사건에 대해 재심을 해야 한다"고 사법부에 권고했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이란 1991년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 씨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외치며 분신자살했는데, 강기훈 씨가 김 씨의 유서를 대신 써주는 등 자살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법원은 강 씨의 자살방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했고, 강 씨는 징역 3년을 복역했다.

국과수 '강기훈 유서대필 잘 못 감정' 인정

당시 강 씨의 '유서 대필'을 뒷받침했던 증거는 유서의 필적과 강 씨의 필적이 같다는 국과수의 감정결과였다. 그러나 사건 발생 16년이 지나서 당시 감정이 잘 못됐다는 것을 국과수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진실화해위는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진상규명 대책위'로부터 진실규명 신청을 받은 뒤 국내 7개 사설감정 기관에 감정을 의뢰해 "유서가 김기설 씨의 것이 맞다"는 감정 결과를 받았고, 마지막으로 국과수로부터도 "재감정 결과 당시 김기설 씨의 유서는 김 씨의 필적"이라는 감정 결과를 통보 받았다.(☞국과수 감정결과 보기: '김기설-강기훈 필적' 다시 감정 해보니… )
▲ 1991년 5월 강기훈 씨가 명동성당에서 필적실연을 해보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특히 진실화위의 조사에 따르면 16년 전 필적감정서에 서명했던 국과수 필적 감정인 4명 중 3명이 이번 감정에 참여해 "당시 국과수 감정은 잘못된 것"이라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한 명은 김형영 당시 국과수 문서분석실장으로 다른 사건과 관련해 돈을 받고 허위감정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현재 국과수를 떠난 상태다.

진실화해위는 "국방부와 대검찰청은 필적감정을 거부했으나, 국과수는 당시 필적 감정으로 인해 이번 의혹이 일어난 만큼 반성적 차원에서 감정에 응했다"고 전하며 "당시 감정에 오류가 있었음을 고백해 진실이 규명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점에서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검찰, 불리한 증거 의도적 배제 의혹…"법원도 엄격한 증거주의 위반"

검찰이 감정을 의뢰하고 감정 결과를 통보 받는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진실화해위는 "필적감정에는 감정인의 판단이 개입되므로 필적감정은 감정자료인 필적의 선정·채위가 중요하다"며 "감정 의뢰 및 회신과정에서 감정의뢰가 누락되거나 수기로 감정의뢰물이 추가된 경우가 있으며 검사가 직접 감정서를 가져간 일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진실화해위는 또 "검찰이 감정자료로 강기훈의 진술서를 의뢰하며 앞장과 맨 뒷장을 제외하고 두 장만 감정을 의뢰했고, 강기훈의 시필을 받았음에도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이유로 필적감정을 하지 않았다"며 "검찰이 감정결과도 나오기 전에 필적에 대해 예단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당시 법정에서는 "4명이 공동감정했다"고 증언했으나 실제로는 문제의 감정인 1명이 감정을 하고 나머지 3명은 감정서에 서명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과정에서 강 씨에게 유리한 증거가 배척됐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강 씨 측은 당시 재판에서 김기설 씨가 쓴 속필 문건을 제출했으나 재판부에서 증거물로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국과수가 김 씨의 유서와 대조한 김 씨의 필적은 오래되거나 정자체로 쓰여진 것이어서 속필로 급하게 쓴 유서와 비교하기 부적절하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강신욱 "10년 지난 사건 문제제기는 난센스"

이에 대해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들은 불만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장이었던 강신욱 전 대법관은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지 10여년이 지난 지금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특정 단체가 입맛에 맞는 결론을 얻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수사검사였던 남기춘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는 "당시 필적 감정 결과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정황들을 종합해 검찰이 수사하고 법원이 1, 2, 3심을 거쳐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당시 증거물로 제출되지도 않았던 김기설 씨의 필적을 가져다 감정한 뒤 이것이 옛날 감정 결과와 다르다는 이유로 당시 수사와 재판을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역시 수사검사였던 신상규 광주지검장은 "진실화해위가 확정 발표한 것이 아니기에 아직 언급하기 적절치 않다"며 "결론이 확정되면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김형영 전 국과수 문서분석실장은 "허위감정은 하지 않았다. '유서대필 사건' 이야기는 그만 두자. 했던 얘기를 새삼스럽게 또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보연대 "강신욱, 남기춘 등 법조계에서 추방해야"

그러나 한국진보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증거 조작에 가담했던 당시 수사진을 모두 직위해제 하고 법조계에서 영원히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연대는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장이었던 강신욱은 대법관까지 지낸 뒤 여생을 안락하게 보내고 있고, 당시 검사였던 신상규, 곽상도, 남기춘 등은 현재 각각 광주고검장,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등으로 지금도 승승장구 하고 있다"며 "이들의 이름은 '검찰의 치욕'으로 길이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당시 강 씨를 범인으로 몰아갈 때 사설과 칼럼, 기사 등으로 진실을 호도하고 여론을 왜곡한 사이비 언론인들이 있다"며 "이들 역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자신의 누명이 벗겨지게 됐다는 소식을 들은 강기훈 씨는 "당시 필적 감정이 잘못됐다는 국과수의 고백이 나왔다는 점에서 만족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강 씨는 그러나 "재심을 통해 잘못된 판결이 뒤집혀야 끝이 나는 것이며, 나를 범인으로 지목해 정권의 위기를 넘기려 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사건을 조작했는지, 잘못된 판결이 어떻게 내려졌는지도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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