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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핵심은, 구조본이다"

e삼성 부당 내부 거래 논란, 다시 불거지나

e삼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벤처 열풍이 한창이던 2000년, 이건희 삼성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씨가 투자한 벤처기업이다.

"'이재용의 성공 사례'를 만들자"라는 삼성의 계획

초라한 사무실에서 조촐하게 시작하는 여느 벤처기업과 달리, e삼성은 설립 당시부터 주목받았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었다.

내세울만한 경영 실적이 없는 이재용 씨에게 '성공 사례'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라는 것. 또 계열사 지배 구조의 중요한 축에 이재용 씨를 배치하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뒤따랐다.

그런데 같은 해, e삼성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 내부거래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공정위는 혐의를 입증할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가 조사과정에 치밀하게 개입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이들이 많았다.

실제로 2001년 11월 19일, YTN은 이런 정황을 입증하는 삼성 구조본의 문건 내용 일부를 보도했다. 하지만 당시 삼성 구조본은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이런 내용의 문건을 작성한 적이 없다는 것.

"삼성의 공정위 조사 대응 문건, 김용철이 갖고 있다"

그런데 13일, 경제개혁연대는 해당 문건 전체를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가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김 변호사는 YTN 인터뷰를 통해 "지난 2000년 삼성은 이재용 씨가 소유한 e-삼성에 대한 공정위 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치밀한 각본을 짰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재용 씨의 경영 성공 사례 만들기'를 위한 삼성 계열사 간의 부당 내부거래 의혹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그리고 이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삼성 구조본은 그동안 '이재용 총수 만들기'를 위해 치밀한 계획에 따라 계열사를 지휘해 왔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e삼성은 창업 당시부터 삼성 계열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단지 인력과 자금을 지원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웹에이전시 사업을 준비해 왔던 삼성SDS가 e삼성을 위해 계획을 접은 것은 단적인 예다.

하지만 e삼성은 변변한 사업도 못 해보고, 삼성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오래 지속될 줄 알았던 벤처 열풍이 e삼성 설립 이듬해인 2001년부터 급격히 식어 버렸기 때문이다. e삼성도 함께 주저앉았다.

그래도 이재용 씨는 별 손해를 입지 않았다. 삼성 계열사들이 e삼성 지분을 높은 가격에 사들였기 때문이다.

이재용이 떠넘긴 380억 원의 손해

이처럼 사업이 실패해도 손해 보지 않는 투자라면, 누구도 마다할리 없다. 하지만 '아무런 위험도 없는 투자'는 정상적인 시장경제 체제에서 불가능하다. 투자에는 위험이 따른다. 그리고 실패한 투자자는 책임을 져야한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이라면, 누구도 비켜갈 수 없는 원칙이다.

그런데 이재용 씨에겐 이런 원칙이 통하지 않았다. 이재용 씨가 져야할 책임이 다른 곳으로 돌아갔다는 뜻이다. 이미 세웠던 사업 계획까지 철회하면서 e삼성을 지원하고, 뒤늦게 높은 가격에 e삼성 지분을 사들인 삼성 계열사들이 그 대상이다.

실제로 참여연대는 지난 2005년 10월13일 "삼성그룹 구조본이 (e삼성을 포함한) 인터넷 사업들을 정리하기로 결정했고 이를 위해 이재용씨가 보유한 지분을 계열사에게 떠넘김으로써 삼성 계열사들이 주가하락 등으로 막대한 피해를 발생케 했다"며 이재용 씨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참여연대는 e삼성의 부실 지분을 떠안은 삼성그룹 계열사가 입은 손실을 380억 원으로 환산했다. 이재용 씨가 치러야 할 380억 원의 비용을 삼성의 다른 주주들이 대신 감당했다는 뜻이다.

"명함도 없애고, 전화번호도 지우고…구조본 개입 사실 자체를 감춰라"

이는 배임 행위에 해당하지만 전형적인 부당 내부 거래 사례이기도 하다. 그래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시작했다. e삼성이 세워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00년 8월의 일이다. 하지만 공정위의 조사 결과는 별 내용이 없었다. 부당 내부 거래에 대한 뚜렷한 물증을 찾아내지 못했던 것.

그런데 삼성 구조본이 조직적으로 공정위의 조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판명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실제로 김 변호사가 갖고 있는 문건에 따르면, 당시 삼성 구조본은 "구조본 전화번호를 삭제하고, 구조본 명함을 폐기 하는 등 구조본의 개입 사실 자체를 은폐"하도록 지시했다.

또 삼성 직원들이 조사를 받을 경우, 미리 짜여진 각본에 따라 대답하도록 교육했다. 그리고 삼성 계열사에서 e삼성으로 파견된 인력의 인사 발령 기록을 조작하고, 개인용 컴퓨터에 담긴 서류 가운데 공정위 조사를 위해 미리 작성한 각본과 맞지 않는 것은 폐기하도록 했다.

"구조본의 개입, e삼성뿐이겠나"

경제개혁연대는 13일 논평에서 "구조본의 개입과 은폐 시도가 e삼성의 경우에만 있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12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공개한 삼성 내부 문건에 대한 삼성의 반응을 가리킨 것이다.

사제단은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재산형성 과정을 담은 문건을 2005년 삼성구조조정본부가 작성했다"며 "JY 유가증권 취득 일자별 현황"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1994년부터 1999년까지 이재용 전무가 유가증권을 취득한 현황이 일자 별로 기록돼 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엉터리 주장"이라며 반발했다. 공개된 문건은 "이재용 전무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기소를 앞둔 지난 2003년 10월 법무팀 소속 엄대현 변호사가 당시까지 조사된 수사내용을 정리한 실무차원의 변론자료"일 뿐이며, 일각의 주장과 달리 삼성 구조본이 이재용 씨의 재산을 불법적으로 불리기 위해 미리 작성한 계획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에버랜드 경영진의 손해 보는 결정, 구조본 개입 없이 이뤄졌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는 13일 논평에서 "백 번을 양보하여 삼성측의 해명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이 곧 이재용 씨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그룹차원의 조직적 공모가 없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그룹 차원의 조직적 공모, 즉 삼성 구조본의 지휘에 맞춰 계열사 임원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흔적은 역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삼성 구조본의 조직적 개입 여부 자체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어 경제개혁연대는 1996년 12월 삼성에버랜드 CB 발행의 경우를 예로 들면서 "조직적 공모가 없었다는 삼성측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허태학·박노빈 등 삼성에버랜드의 경영진이 CB를 터무니없는 헐값으로 발행한 의사결정, 제일모직·삼성물산 등의 주주계열사들이 유리한 조건의 CB를 실권한 의사결정, 이재용 씨가 이 실권CB를 인수하기로 한 의사결정 등이 모두 독립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개별기업의 의사결정이 총수를 정점으로 한 구조본의 진두지휘 하에 일사분란하게 이루어졌던 재벌의 경영관행을 감안한다면 이러한(그룹 차원의 조직적 공모가 없었음에도, 계열사 임원들이 독립적으로 불리한 선택을 했다는) 주장은 전혀 신뢰성이 없다"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의혹의 핵심인 삼성 구조본, 특별검사가 수사하라"
▲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노총 등 50여개 시민단체는 1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천주교회에서 종교-시민사회단체연석회의를 개최하고 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을 수사할 특별검사제의 도입을 위해 공동행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진보연대는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삼성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특검제를 도입하고, 이건희를 구속하라"고 주장했다. ⓒ한국진보연대

이런 지적이 사실과 부합하는지를 확인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삼성 구조본(현 전략기획실)에 대한 검찰 수사다. 모든 의혹이 집중된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개혁연대는 "정치권은 조속히 특별검사법안을 제정하여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수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굳이 특별검사를 통한 수사를 제기한 이유는 이렇다.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은 이재용씨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이 온갖 불법 주식거래를 일삼았으며, 이에 따른 법률적 논란을 모면하기 위해 삼성이 검찰 등 국가 공권력을 농락하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 나아가 어제(12일) 공개한 삼성이 관리한 '뇌물검사' 명단에 임채진 검찰총장 내정자와 이귀남 대검중수부장등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현행 검찰 조직은 더 이상 이 사안의 수사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이들은 오히려 수사의 대상일 뿐이다"

이어 경제개혁연대는 "X파일' 사건이나 삼성에버랜드 CB 불법발행과 관련하여 이건회 회장 소환에 소극적 자세로 일관했던 검찰이 그 결과에 따라 검찰 조직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이번 사건에 대해 수사를 제대로 진행할 가능성은 전혀 없으며, 뇌물 수수의혹이 제기된 검찰총장과 검찰 수뇌부가 지휘하여 내린 결론에 수긍할 국민도 없다"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경제개혁연대는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호와 진실규명에 대한 의지를 보이기는커녕 삼성입장에 서서 공익제보자 흠집 내기에만 골몰하는 현재의 변협은 추천권한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라고 못박았다.

"문건 속 삼성 임원들 주식, 차명주식인지 확인해야"

이밖에도 경제개혁연대는 12일 공개된 문건에 등장하는 삼성 임원들의 주식이 차명주식이었는지의 여부도 조사할 것을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국감에서 차명주식이 문제가 된 두산그룹과 신세계그룹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차명주식은 우리나라 재벌 전체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관행이다"라며 "이들 삼성그룹 임원 명의의 주식이 차명주식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는 국세청이 이들 주식에 대한 조사 및 과세 여부를 밝혀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국세청이 제대로 조사하려 들지 않는다면 "그들 스스로 삼성의 관리 대상이었음을 자인하는 것"이라는 게 13일 나온 경제개혁연대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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