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비롯된 각종 삼성그룹 비리 의혹 고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 배정하고 수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김홍일 3차장검사는 12일 "명단의 일부가 나왔지만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사건을 배당해 처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며 "고발인 측에서 제기한 각종 의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수사팀 구성은 특수2부장(오광수 부장검사)를 주임으로 부부장검사 등 검사 4명이 투입될 예정이다. 검찰은 일단 수사 진행 상황을 봐서 수사팀 확대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날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사제단)이 김 변호사의 '진술'을 바탕으로 "삼성의 로비 대상이었다"고 폭로한 임채진 검찰총장 내정자(법무연수원장)와 이귀남 대검 중수부장, 이종백 국가청렴위원장 등의 수사 여부에 대해 검찰은 일단 원칙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김 차장검사는 "의혹이 제기된 사안에 대해 철저히 확인할 계획"이라고 원칙론을 강조하면서도 "아직 그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제단, 검찰 수뇌부 정조준…검찰 행보 제약될 듯
"로비 검사 명단을 공개하라"며 수사 착수를 미루던 검찰이 이날 공식적으로는 '수사 착수'를 밝혔지만, 수사가 제대로 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사제단이 이날 폭로한 명단은 검찰 최상층 수뇌부이기 때문이다.
임채진 법무연수원장은 인사청문회를 앞둔 차기 검찰총장 내정자이다. 이귀남 대검 중수부장은 서울중앙지검 수사의 보고라인(특수2부→3차장검사→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에서 한 발 빗겨나 있지만 엄연히 검찰의 특수수사를 총괄하는 위치에 있다.
따라서 당장 사제단에 의해 지목된 두 고위 검사의 '떡값 수수 논란'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서는 검찰 수사에 대한 신뢰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의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로비 대상 검사 명단을 폭로하겠다"던 사제단이 검찰이 사건을 배정하기로 한 이날 최고위층 검사 두 명의 이름을 폭로한 것은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독립적인 수사팀'을 요구와 달리, 사건을 지검에 배정한 데 대한 불만 표출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번 의혹을 고발한 민변과 참여연대는 "대검찰청 산하에 독립적인 수사팀을 구성해야 한다"고 처음부터 요구했었다.
이와 관련해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를 통해 "검찰 내에 '삼성으로부터 떳떳하다'고 자신하는 검사들만 뽑아 수사팀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번 폭로 자체가 일단 검찰에 대한 '불신'을 나타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에 대한 신뢰'가 삼성에 대한 본격적 수사의 전제라 할 때, 우선 '떡값 논란' 부터 해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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