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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왜 전관 판ㆍ검사 좋아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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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삼성이 왜 전관 판ㆍ검사 좋아하겠나"

[인터뷰]노회찬 "삼성문제 외면하는 李가 경제대통령?"

최근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그룹 비리 의혹 폭로 사건을 지켜보는 시선이 남다른 이가 한 명이 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지난 2005년 익명으로 보도된 이른바 'X-파일 떡값 검사 명단'을 폭로해 명예훼손 혐의로 민.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노 의원은 12일 열린 자신의 형사재판에서 김 변호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자신이 폭로한 삼성그룹의 검사 대상 불법 로비를 김 변호사가 생생하게 증언해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노 의원을 만나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심정과, 삼성 문제에 대한 정치적 대응 방안, 사법권력과 재벌권력의 유착관계의 원인과 해결 방안에 대해 의견을 들어봤다.


우선 현안인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과 관련해 노 의원은 "검찰은 수사팀 구성 신뢰성을 얻기 위해 로비 대상 검사 리스트를 먼저 제출할 것을 요구한다지만, 검찰 스스로가 삼성 로비에서 자유롭다고 다짐하는 검사들을 뽑아 수사팀을 구성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검찰의 소극적인 수사 태도를 비판했다.

노 의원은 또 "김 변호사가 자수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이번 사안은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긴급체포해 수사해 할 정도로 다급한 수사인데, 검찰은 마치 피고발인의 변호인인 것 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 같다"고 검찰을 비난하기도 했다.

▲ 노회찬 의원. ⓒ프레시안

노 의원은 특히 사법권력과 재벌의 유착관계에 대해 근본 원인으로 '전권예우' 관행을 꼽았다.

노 의원은 "사법부의 권력화 배경에는 전관예우라는 뿌리 깊은 악습이 있다"며 "전관예우를 뿌리 뽑아야 이런 '떡값 검사'니 '떡값 판사'니 하는 얘기가 안 나온다"고 말했다.

전관예우 관행 때문에 기업들이 전관 검.판사들을 거액에 스카우트 해가거나 사건을 맡겨 경제적 부를 안겨주는데, 이런 구조 속에서는 검.판사들이 현직 시절부터 재벌 앞에 당당해지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노 의원은 "과거 우리나라 사법부의 고질병이던 '쪽지 재판'이나 잔혹한 고문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면서도 "최근 검찰의 재벌에 대한 태도, 법원의 재벌에 대한 판결을 보면 이들이 국민 전체를 평등하게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대법원장이 나서 '화이트칼라 범죄를 엄단해야 한다'고 했지만, 지난 3년 동안 과연 그랬냐"고 덧붙였다.

노 의원은 또 이번 '검사 로비' 논란이 비단 사법부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재경부 등 정관계 뿐 아니라 언론 등도 삼성의 로비 대상이다. 노 의원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가기관의 업무에 간섭해 결국 재벌들이 국가의 기능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이번 기회에 재벌체제 개혁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핵심적 위치에 있던 내부고발자가 나섰기 때문에 매우 좋은 기회"라며 "다른 대선 이슈에 묻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 의원은 '삼성' 문제가 이번 대선에서 부패, 반부패를 가를 가장 중요한 이슈가 돼야 하며, 특히 정동영 대통합신당 후보는 '말'로만 '삼성특검'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특검 도입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는 13일 정동영 후보,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등 3자가 모여 특검법 발의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노 의원은 통합신당 등 범여권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BBK 의혹'이 가려질 수 있다는 정략적인 이유로
'삼성특검' 도입에 대해 소극적으로 나온다면 "신당도 한나라당과 마찬가지로 '친삼성 세력'으로 규정하고 양심적 시민사회세혁과 국민들에게 호소해서 삼성문제 해결을 위한 범국민적 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또 삼성 문제에 '침묵'하고 있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겨냥해 "우리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재벌개혁 등 경제 현안을 외면하면서 어떻게 경제대통령을 자처할 수 있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 ⓒ프레시안

다음은 노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이학수·홍석현 증인 신청했으나…"

프레시안 : 노희찬 의원은 익명으로 보도된 'X-파일 떡값 검사 명단'을 실명 공개해 민.형사상 소송을 당했다. 이번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가 재판에 어떤 영향을 주리라 생각하나?
노회찬 : 안기부 도청 내용을 보면 "작년에 줬고, 올해도 준다"는 취지의 내용이 있다. 떡값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연례행사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내 경우 X-파일의 내용이 오래 전 것이어서 공소시효의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X-파일에 나오는 뇌물 살포가 계속 내려져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수사를 통해 이런 사실이 밝혀질 경우, 내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

프레시안 : '검찰을 자극해 검찰로부터 더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았다'는 얘기도 있는 것 같다.
노회찬 : 이부영 전 의원도 2002년 한나라당 도청 문건을 폭로했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전 의원에 대해 수사를 시작하지도 않았다. 유독 내게는 회기 중에 출석하라 요구를 하고, 비회기에 출석요구를 해달라고 하니, 형식적으로 고발하기 3일 전에 출석 요구서를 한 번 발송했을 뿐이다. 결정적으로 명예훼손 소송의 경우 주장 내용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한데, 검찰은 고소한 전직 검사들이 떡값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수사도 하지 않고 나를 기소했다. 나는 내가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특혜를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일반적인 다른 사건에 비해 '떡값 논란'에 전현직 고위 검사들이 관련됐기 때문에 유독 나에게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프레시안 : 민사소송에서는 1심에서 5000만 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어떻게 생각하시나?
노회찬 : 당시 재판에서 이학수 부회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두 사람은 떡값 돌리는 것을 상의했던 것으로 나오는 인물이기 때문에 재판에서 증언을 들어야 할 핵심적인 인물들이었다. 그래서 이들을 증인으로 채택했는데, 안 나온다는 이유로 증언도 듣지 않고 판결을 내려버렸다. 매우 유감이다.

현재 2심 재판 중인데, 같은 사건에 대한 형사 재판이 시작됐기 때문에 민사 2심 재판은 형사 재판의 결과에 따라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검찰에서는 김용철 변호사에게 '로비대상 검사 명단'을 제출해야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검찰에서는 나름대로 '수사의 공정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 것 같은데.
노회찬 : 이번 사건은 떡값 리스트가 핵심이 아니라 삼성의 불법비자금 조성 여부 등이다. 비자금 관리 계좌의 계좌번호까지 나왔는데, 왜 조사를 안 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마치 피의자 측 변호사처럼 얘기하는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에버랜드 사건에 대해서도 증인과 증거를 조작했다고 주도자 본인이 증언을 했다. 이는 김 변호사를 강제구인해서라도 수사를 해야 할 사안이다. 김 변호사의 얘기가 사실이라면 김 변호사도 처벌의 대상이다. 체포영장이라도 발부해 수사를 착수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검찰이 '떡값 검사 리스트'를 요구하는 것은 스스로 떡값 받았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이는 검찰 스스로가 내부 감찰 기능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대검 중수부에서 스스로 자신있게 '난 안 받았다'고 다짐하는 사람들만 추려서 수사팀을 꾸릴 수도 있지 않나.

프레시안 : 참여연대와 민변 등 고발을 한 측에서는 대검찰청이 직접 수사팀을 꾸려 수사해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그러나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배당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노회찬 : 검찰 스스로가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약화시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중앙지검은 BBK 수사를 앞두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BBK 수사에 시선이 집중될 테고 검찰 인력도 많이 투입될 텐데, 상대적으로 삼성 수사는 관심이나 집중도에서 밀려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결국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없으면, 혹은 제대로 한다고 해도 수사 결과에 대한 신뢰를 받지 못할 것이면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노회찬 :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못할 우려가 크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고 본다. 그래서 특검 도입을 제안했던 것인데, 다행히 정동영 후보가 특검 도입에 찬성했다. 문국현 후보도 찬성했다. 그러나 정 후보의 입장과 달리 신당은 특검 도입에 별로 의지가 없는 것 같다. 곧 김경준이 귀국하게 되면 대선에서 신당은 온통 김경준에게만 집중할 것이다. 한나라당도 김경준 방어하는데 급급할 것이다. 두 당의 의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올해 국감에서 삼성 관련 증인들도 채택되지 않았다.

프레시안 : 그럼 특검을 안 할 명분은 있나?
노회찬 : 없다. 각 당 후보들이 대외적으로 '특검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는 것이 특검을 안 할 명분이 없다는 증거이다. 국민들의 정서가 특검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후보는 대외적으로 특검에 동의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추진 안 하고 있다. 임채진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증인신청 문제에 대해서도 신당 중진 의원이 내게 "김경준 귀국 임박했는데 시선이 삼성으로 모아지면 안 된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삼성 문제로 검찰을 괴롭히면 검찰이 BBK 수사를 열심히 하겠느냐는 정치적 고려도 있을 것이다. 당 차원에서 김경준에 집중하느라 삼성 문제가 부각되지 못 하고 있다.

"신당 일부 의원들, 삼성 때문에 BBK 묻힌다며 특검 반대"

▲ ⓒ프레시안

프레시안 :
대선 시기와 맞물려 있어 이번 삼성 문제 이슈가 묻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노회찬 : 가장 우려되는 바이다. 대선에 의해 묻혀야 할 사안이 아니다. 대선과 무관하게 이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비중 있는 내부고발자가 나왔기 때문에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선의 이해득실에 의한 담합으로 이 문제가 묻힐까 걱정된다.

프레시안 : 삼성그룹은 이미 국민경제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는 기업이다. 그럼에도 이런 진통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삼성에 이건희 회장 일가 및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을 분리해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노회찬 : 이 문제를 통해 재벌체제에 대한 개혁방안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해야 한다. 1~2%도 안 되는 지분을 갖고 전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좌지우지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냐는 심각한 문제가 내포돼 있다. 게다가 편법승계까지 하려하고 있다. 이런 지배구조로 인해 삼성자동차와 같은 무모한 투자가 생긴 것 아니겠는가. 자기들이 하고 싶은 거 하다가 안 되면 계열사에게 피해를 덮어씌우는 것 아닌가.

1인 독재체제이기 때문에 수조 원의 비자금 조성과 비자금을 근거로 한 불법행위도 가능한 것이다. 이런 의혹 자체만으로도 이미 국가경제와 정치사회에 많은 해악을 끼치고 있다. 이 것이야말로 국가적 개혁대상 아니겠는가. 또 대선자금 등의 사건에서 부패구조의 원동력이 이런 재벌의 불법적 비자금 조성이라는 것을 경험했다. 어느 한 개인만 타겟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재벌의 지배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선진화해야 한다. 삼성이 이건희 일가에서 해방될 때 삼성이 전세계적 기업으로 제대로 운영될 수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노회찬 의원은 국회에 입성한 이후 줄곧 법사위원을 하면서 사법부 감시에 상당한 노력을 해왔다. 'X-파일 떡값 검사 명단' 폭로는 물론, 전관예우를 지적하는 활동도 많이 했다. 그런데 최근 급속히 사법부가 중요한 권력집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사직서를 낸 삼성그룹 이종왕 전 법무실장도 검찰 요직을 두루 거친 뒤 '김앤장'에서 재벌들의 형사사건을 도맡은데 이어 삼성 법무실장도 역임했다. 이렇게 굳이 '떡값'이 아니라 하더라도 검찰과 법원 등 사법기관 인사들 스스로가 권력집단화 돼 재벌세력과 암묵적 연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노회찬 : 그런 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4년 동안 법사위원을 하면서 검찰과 법원을 죽 지켜봐왔는데, 과거처럼 정권이 판사에게 형량을 쪽지로 전달해 판결케 하는 쪽지 재판이나 수사 과정에서 잔혹한 고문을 하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그러나 요즘 검사들과 판사들을 보면 이들의 의식이 국민 전체를 평등하게 바라보면서 사법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게 된다.

단순집회 참가자를 쉽게 구속하면서 수백억 원을 횡령한 재벌은 불구속 하거나 집행유예로 풀어주지 않나. 법조문만 제대로 적용해도 이들은 특정경제가중처벌법에 의해 형이 가중돼야 할 인물들이다. 기업인으로서 사회에 기여했다고 해서 풀어준다.

정몽구 회장 판결을 보면 사회공헌기금 액수가 형량에 반영됐다고 한다. 돈을 낼 수 없는 사람은 형을 더 많이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 법 앞에서 자신의 재력에 따라 평등도가 달라진다는 것 아닌가.

대법원장이 취임 초기 화이트칼라 범죄를 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관 개개인은 독립적인 존재라고 하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화이트칼라 범죄가 엄단 됐는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경제권력, 정치권력 등 권력층과 평소 교류를 해오고 봐주고 그러기 때문에 그런 관계가 유지되기 위해 로비가 계속 되는 것이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사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길을 없겠는가.
노회찬 : 어려운 문제이다. 검찰과 법원은 다소 위상의 차이가 있는데, 우선 검찰과 관련해 공직자의 비리에 관한 수사를 검찰에 맡겨서는 안 된다.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얘기도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공수처가 정권에 예속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상설 특검'을 대안으로 내놓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대통령과 검찰로부터 자유롭게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논의가 노무현 정권 초기에 진행되다 사라져버렸다.

사법부, 즉 법원의 구조개혁도 필요하다. 대법관까지 지내고 변호사 개업을 하면 1~2년 사이에 100억 원 이상 돈을 번다고 한다. 아예 대법관을 평생 하도록 하던가, 대법관이 된 이후에는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게 해서 전관예우의 뿌리를 뽑게 해야 한다.

사법부의 권력화 배경에는 전관예우라는 뿌리 깊은 악습이 있다. 전관예우를 뿌리 뽑아야 이런 떡값 검사니 떡값 판사니 하는 얘기가 안 나올 것이다. 전관예우를 선호하는 기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검사와 판사를 영입하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니겠는가.

프레시안 : 비단 법조계의 전관예우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정부도 삼성의 로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 지적됐는데.
노회찬 : 공정거래위나 국세청, 재경부 간부를 영입해 해당 기관에 규제 완화 로비에 활용한다고 한다.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기관의 업무에 간섭해 국가 기능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 "시장에게 권력이 넘어갔다"고 하지 않았나. 국가 통치 전략도 삼성에서 짜서 제안하는 현실이다. 이 나라를 과연 누가 움직이고 있느냐에 대한 심각한 문제제기 상황에 봉착했다.

삼성이 불법행위로만 권력을 포섭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이미 자금력을 바탕으로 여러 인재들을 포섭하면서 권력화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헌법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조항이 '삼성공화국'이라는 조항으로 바꿔야 할 상황이 올 지도 모른다.

"지금 반부패의 핵심은 삼성 문제다"

프레시안 : 현재 민노당이 삼성 특검을 위한 연석회의를 제안했고, 통합신당은 반부패 연석회의를 주장하고 있다. 민노당은 반부패연대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 테이블에 참석해 특검 도입을 주장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노회찬 : 논점이 반부패연대에 참여하느냐 마느냐로 가서는 안 된다. 무엇을 의제로 하느냐가 중요하다. 지금 시기에서 반부패의 핵심에 삼성 말고 무엇이 있나. 대통합신당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2002년 대선자금 수사에서 미진했던 부분이 김 변호사의 주장으로 드러난다면 우리가 제일 깨끗하니 우리 혼자 가겠다는 것이 아니다. 삼성이 워낙 중요하니까 삼성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가진 사람은 삼성 문제로 모이자는 것이다. 정 후보와 문 후보 모두 삼성 문제를 다루자고 하지 않았나. 동의를 하면 되는 것이다. 이 문제에 있어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공통분모만 처리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신당의 과거를 세탁하는데 동참할 뜻한 없다. 부패에 대한 국민적 평가가 있으리라 본다. 최근 국세청장 문제 등 현 정권 하에서도 부패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 식으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국민적 상식에 입각해 공통분모를 중심으로 모이자는 것이다.

프레시안 : 신당이 계속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특단의 대책이라도 있나?
노회찬 :정치권의 의견 일치에 의한 해결 실마리가 잡히지 않을 경우, 민노당 단독으로라도 대선 쟁점으로 끌고 갈 수밖에 없다. 정책 대안을 분명히 제안할 것이고, 이해관계를 뛰어넘어서 삼성 문제 바로 잡는 노력을 제대로 하는 정치세력이 누구인지 보여줄 것이다. 삼성 문제의 올바른 해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증폭시키기 위한 활동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프레시안 :국회 회기가 23일까지로 시간이 별로 없다.
노회찬 :특검이 무산된다면 우리는 신당과 한나라당 모두를 친삼성 세력으로 규정하고 규탄할 수밖에 없다. 양심적 시민사회세혁과 국민들에게 호소해서 삼성문제 해결을 위한 범국민적 운동을 벌여나가겠다.

또 한나라당은 삼성 문제에 대해 지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를 그대로 두면서 어떻게 '경제대통령'을 말할 수 있나. 우리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재벌개혁 등 경제 현안을 외면하면서 어떻게 경제를 말하나. 대기업이라도 혁신하지 않으면 무너질 수 있다. 일본 소니 등이 무너지는 것을 많이 보지 않았냐.

"콩가루 집안 문제 때문에 동네 현안이 묻히는 꼴"

프레시안 : 삼성 문제와 함께 이회창 전 총재의 무소속 출마가 대선판을 흔드는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노회찬 : 굉장히 큰 우려를 갖고 있다. 이 전 총재의 출마는 한나라당의 내부 문제다. 한나라당 내부 문제로 보자면 경선까지 했는데 과연 경선 결과에 실질적으로 승복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경선에서 진 쪽에서 말로는 '승복한다'고 했지만, 자기당 후보를 위해서 안 뛰고 있다.

▲ ⓒ프레시안

문제는 이게 한나라당 내부의 문제인데, 한나라당 내부에서 끝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체 대선판을 흔들고 있다. 어떤 동네에 동네 현안이 산적한데, 그 동네의 어떤 집에서 집안 문제가 일어나 동네로 뛰쳐나와 칼부림의 활극을 벌이는 바람에 동네 현안이 묻히고 집안 문제가 동네 문제가 되고 있는 꼴이다.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다. 이 전 총재가 뛰쳐나왔으니 인지상정상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그게 관심사가 되는 이상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사느냐의 문제는 다 사장될 것이다.

그리고 이 전 총재의 출마 선언은 한나라당 당내 민주주의 수준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평당원이 뛰쳐나와버렸다. 손학규 전 지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의 민주주의 수준은 현재 한국사회의 민주주의 수준보다도 더 낮다. 이런 당이 집권돼도 되겠나.


프레시안 :이 전 총재의 출마로 이명박 후보와 '보수경쟁'에 관심이 쏠리면서 민노당에 대한 관심도도 떨어지는 것 같다.
노회찬 :두 이 후보 외에 모든 다른 후보들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이회창 후보가 이명박의 대척점에 서 있으니 나머지가 배제되는 것이다. 어떤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부각되지 않아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 기회에 선거 전략 전체를 검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이대로 가도 되는 것인지, 더 보완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긴밀히 협의 해야 한다.

프레시안 :
이 전 총재 출마 등 외부적 상황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권영길 후보의 침체는 민노당 내부문제에 기인한 것도 있다. 이에 대한 원인과 극복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노회찬 : 선거는 후보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 선대위원장은 이를 보완하는 관계이다.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것은 경선이 끝나고 난 뒤 당 내의 에너지를 한 곳으로 모으기 위한 상징적 촉매 역할 차원에서 맡은 것이다. 지금의 내부 문제는 선대위원장을 맡았는데도 당 내 단합이 안 된다는 문제라기보다는, 민노당이 이제까지는 신명이 나서 활동을 해왔는데, 지금은 조직 피로도가 좀 있다. 또 보수(이명박, 이회창)의 기세가 굉장히 드세기 때문인 것도 같다.

민노당 내에서는 전반적으로 지지율이 빨리 안 오르니까 달아오르는 속도가 좀 늦은 것 같다. 지역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는 두 선대위원장들이 다니고 있고, 1차적으로 내부 동력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해야 할 것 같다. 대외적으로 당을 부각시키는 것은 후보 중심으로 하고 나는 찬조 출연식으로 가야 한다.

언론 토론 등 중앙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다. 후보조차 부각이 안 되고 있으니 밖에서 볼 때 선대위 역할이야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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