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우리은행의 공모 여부는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가 제기한 삼성 비자금 문제의 핵심이다. 김 변호사의 주장대로 본인이 전혀 모르는 사이에 50억 원대의 차명계좌가 운용되고 있었다면, 이는 금융실명제법 위반 등 범죄행위다.
하지만 삼성과 우리은행의 관계를 최근 대선국면에서도 각 후보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던 금산분리 문제와 연관시킨다면 단순히 범법행위 차원에서 그치는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최근 삼성이 이른바 '삼성은행'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치밀한 계획표를 담은 삼성 내부문건을 입수해 공개했던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7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삼성과 우리은행 관계에서 보여지듯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지 않고 인적 네트워크만으로도 엄청난 불법 행위가 행해지고 있다"며 "재벌이 은행을 소유한다면 그 은행은 사금고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보기 : 심상정, 문제의 '삼성 내부문건' 전문 공개)
심 의원은 현 정부 들어 황영기 삼성증권 전 사장이 우리은행장이 됐고, 그 뒤를 이은 박해춘 현 우리은행장도 삼성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정부와 삼성과 우리은행의 '특수관계'를 지적했다.
심 의원은 또 황영기 전 행장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캠프의 핵심인사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황 전 행장은 이 후보가 '금산분리 철폐'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우게 된 중요한 배후 인물이며, 이명박 캠프에도 이미 삼성의 이익을 대변하는 친삼성인사가 포진해 있다는 지적이다.
심 의원은 금산분리 완화론자들이 '재벌 지배구조가 과거에 비해 투명해졌다'는 이유를 들어 금산분리 완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는데, 이번 삼성 비자금 파문을 통해 이런 주장이 허구임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또 17대 국회의 4년을 돌이켜보면 의원들이 삼성에 어떻게 포섭돼 갔는지를 알수 있다고 말했다. 17대 국회 첫 해에는 이건희 회장이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마지막 해인 올해에는 증인 채택에 대한 얘기도 나오지 않은 채 국감이 끝났다. 그는 또 "내가 삼성 관련 안건에 대해 서명 받을 때 어떤 의원은 '삼성한테 돈을 너무 많이 받아서 양심상 서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의원들에게도 삼성의 로비가 일상적인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삼성 비자금 파문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출마와 맞물려 대선정국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등 대선후보들이 '삼성 특검'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고, 정동영 후보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전 총재에 맞서 다른 후보들에게 '반부패 연석회의'를 제안하고 나섰다.
심 의원은 그러나 정 후보가 제안한 '반부패 연석회의'는 "참여정부와 삼성의 결탁을 은폐하고 범여권 후보단일화를 위한 정치공학적 제안"이라면서 "민노당은 재벌로부터 돈을 받은 정치세력이나 재벌과 결탁했던 정치세력과는 반부패를 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이달 안에 신속하게 특검이 가동돼야 한다. 이를 통해서만이 정 후보의 진정성이 확인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인터뷰 전문이다.
"검찰 최고위급 인사도 삼성 로비 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소문도…"
프레시안 :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으로 삼성의 전방위 로비의 실체가 드러났다. 하지만 검찰이 이 문제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현재 정치권에서 특검이 얘기되고 있는데 특검이 가능할까?
심상정 : 2005년도 'X파일' 특검도 야4당이 다 동의했는데도 잠자고 있다. 여당의 반대도 있지만 한나라당도 강력한 추진의사가 없었다.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에 따르면 검찰 고위급 검사 40여 명 떡값 수수설을 제기되고 있고, 정치권 내에서는 검찰 최고위급 인사도 포함돼 있다는 소문이 파다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사실 검찰 수사는 불가능하다.
국회가 삼성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아서 특검은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간 정치권의 의지로만 보면 삼성문제를 갖고 특검은 불가능한데 이번은 삼성 내부의 강력한 고발, 양심과 증거들이 제시됨으로써 거역할 수 없는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또 대선 시기라는 점을 볼 때 정치권이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들의 힘으로 최대한 노력하면 이번에는 특검이 될 거라고 본다.
프레시안 : 삼성의 검찰에 대한 로비는 'X파일' 사건, 노회찬 민노당 의원의 폭로 등으로 좀 거론이 됐었지만, 이번에 김 변호사의 폭로로 재경부와 국세청에 대한 로비가 새롭게 이슈로 떠오르게 됐다. 국회 재경위원으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심상정 : 삼성 문제가 본론으로 진입하는 국면이라고 본다. 노무현 대통령이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말했을 때, 그 권력은 삼성을 말한 것이다. 정치권력 위에 군림하는 절대 권력으로 기능한다는 게 삼성왕국, 아니 이건희 왕국의 핵심 문제다.
초일류 기업 삼성의 성과와 열매가 이건희 일족으로 집중된다는 것이다. 또 정·관계, 법조계, 학계, 언론계 등 모든 영역에 성역을 구축해서 절대권력화 된다는 것인데, 어느 사회나 통제받지 않은 권력은 부패하고 다수 국민들의 이익과 반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의 민주주의는 삼성의 절대권력을 얼마만큼 통제할 수 있느냐, 그 권력을 국민들이 얼마나 분점할 수 있느냐가 최고의 과제 중 하나다.
삼성이 이렇게 절대권력화된 것은 바로 정치권, 관료집단, 삼성을 비롯한 재벌의 3각 동맹체제에 의해 수십년간 보수체제가 유지돼 온 것이고, 그 정점에 삼성이 있다.
경제관료들은 오랜 세월 족벌처럼, 그래서 제가 관벌이라고 표현한다, 관벌이 삼성과 참여정부의 결탁에 가장 확고한 주도세력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재벌을 해체한다는 것은 곧 관벌을 해체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그런 점에서 재경부, 국세청에 대한 로비는 삼성왕국의 성역의 가장 심장부의 문제다.
"0.28% 지분 가진 이건희 회장이 삼성 지배할 수 있는 비법은…"
프레시안 : 김용철 변호사 등은 삼성이 이미 국민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상당히 큰 기업이 돼 있는 상태라는 점에서 삼성이라는 기업의 문제라기보다는 이건희 일가의 문제다, 그래서 삼성을 이건희 일가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는 입장인데 이에 대해 동의하는가.
심상정 : 그렇다. 재벌해체, 경제민주화의 과제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삼성기업을 이건희 일족에 복무하는 게 아니라 국민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것이다. 이건 소유지배구조의 민주화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또 하나는 삼성의 각종 불법, 탈법 구조를 해체하는 것, 즉 정·관계와 삼성의 삼각동맹을 해체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어야 삼성이 이건희 일족으로부터 벗어났다고 할 수 있을까?
심상정 : 삼성의 소유지배구조를 볼 필요가 있는데 삼성 이건희 회장의 일가는, 총수가 존재하는 38개 기업집단 중 유일하게 1% 이하의 지분으로 삼성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지분은 0.28%에 불과하고 일가의 지분을 다 합쳐도 0.84%에 불과하다. 이걸 가지고 계열사 출자를 통해서 내부지분율을 53%나 확보하고 있다.
의결권 지배력으로 계산하면 이건희 일가의 소유 지분율은 4.41%이나 계열사 지배구조를 통한 실제 의결지분율은 31%로, 이건희 일가는 1주로 7주의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된 원인이 순환출자다. 삼성은 순환출자가 가장 심각한 기업이고, 그 순환출자의 핵심이 바로 총자산의 56%를 차지하는 금융계열사(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다. 금융계열사 자산은 삼성일가나 삼성그룹 주주의 것이 아니라 가입자의 자산인데도 삼성은 이를 총수 일가의 지배에 이용하고 있다. 이 금융계열사들이 이건희 왕국으로 만드는 친위부대다.
이런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성장의 열매가 이건희 일족으로 집중된다. 한 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삼성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그 파괴력도 절대적일 수밖에 없고 그것은 국민의 책임으로 전가된다. 따라서 국민들이 삼성을 감사하고 통제하는 것은 국민들의 자위권이다.
과거 대우 김우중 회장의 세계경영이 많은 국민들의 칭송을 받았지만 IMF로 30조 이상의 부담을 국민들에게 지웠다. 그것보다 삼성의 파괴력은 더 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민들이 당연히 그 권력에 대해 개입하고 통제해야 한다.
구체적인 방도로 이건희 일족의 지배구조의 핵심이 순환출자제도이므로 이를 금지해야 한다. 그래서 민주적 참여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
또 하나는 지금까지 삼성이 각종 편법·불법 경영권 승계 및 탈세 등으로 부당한 이익을 취해왔는데 이에 대해 단호히 조치를 해야 한다.
"삼성, 은행 소유한다면 사금고로 악용될 수도"
프레시안 : 이번 건을 계기로 삼성과 우리은행 간의 커넥션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심상정 : 참여정부 들어서 2004년도 3월에 황영기 전 삼성증권 사장이 우리은행장이 됐는데, 공교롭게도 김용철 변호사가 공개한 계좌가 바로 그 시기에 이뤄졌다. 그 다음 박해춘 은행장도 삼성 출신이다. 정부 애기는 은행을 맡길 수 있는, 능력 있고 경험을 가진 사람은 삼성 정도에서 훈련되지 않으면 어렵다고 하는데, 그것은 핑계라고 본다.
프레시안 : 삼성과 우리은행 공모는 금산분리 철폐 문제와 연관해서도 주목해 봐야 하지 않나? 또 심 의원이 최근 공개한 '삼성은행 로드맵'을 보면 삼성이 금산분리 철폐를 원한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심상정 : 참여정부 내에서도 윤증현 전 금감위원장이라든지, 중앙은행장들이라든지, 경제결정의 중심부에 있는 분들은 금산분리 완화를 주장해왔고, 그 분들이 대체로 친삼성 인사들이다.
또 이명박 후보가 전면에 나서서 금산분리 철폐를 주장하고 있는데, 그건 황영기 씨가 이명박 캠프의 핵심으로 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분들의 주장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재벌의 지배구조가 투명해졌다. 그래서 금산분리를 완화해도, 재벌이 은행 소유를 해도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다 외국자본에 빼앗기지 않냐. 외국자본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재벌에게 줘야 하고 우려하는 문제는 지배구조가 개선됐기 때문에 괜찮다. 또 외국에도 금산분리는 해체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배구조 개선됐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것은 삼성 비자금 실태가 그 허구성을 전면에 제기해주고 있다.
두 번째는 외국에서 금산분리가 해체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오히려 금산분리 원칙이 확고하게 지키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를 주장하면서 내세우는 근거 중 하나가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인데, 이는 삼성과 소유지배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GE 그룹은 지주회사인 GE만이 상장되어 있을 뿐 나머지 계열사는 예외없이 100% 지분의 완전자회사이다. 따라서 금융기관이 제조업을 갖고 있는 것도 없고, 서로 섞여 있는 일이 전혀 없다.
또 유럽에서 비금융기관이 금융기관을 소유한 사례가 있다는데 이는 민영화된 우체국이나 지역 상호 저축은행 등 산업자본과는 차이가 있다. 외국에서도 금산분리 원칙은 확고하게 지켜지고 있다.
삼성과 우리은행의 관계에서도 보여지듯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지 않고 인적 네크워크만 갖고도 이런 엄청난 불법행위가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 은행을 소유한다면 그 은행은 재벌의 사금고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기우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금산분리 원칙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노무현 정부, 삼성으로부터 돈-머리-사람 빌려"
프레시안 : 관벌 해체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노무현 정부가 재벌개혁을 표방하고 나섰지만 실제로 '삼성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삼성과 깊은 연관이 있었다. 이 관벌을 해체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도가 있나?
심상정 : 참여정부는 그 어떤 정권보다 삼성과의 결탁이 심하다. 노무현 정부는 삼성에게 더 많은 빚을 지고 출발했다.
프레시안 :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심상정 : 대선자금 관련해서도 30억 애기하는데 500억 삼성 채권 등 미확인된 돈이 많이 있다. 노무현 정부는 삼성에서 머리를 빌렸다. 2만 달러 시대, 기업도시, 동북아 중심 프로젝트 등 다 삼성에서 나온 애기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도 삼성의 슬로건이다. 또 참여정부 핵심부처 고위공무원들이 삼성인력개발연구원에 가서 삼성경제연구소 임원과 연구원들에게 재교육을 받도록 했다.
그리고 삼성에서 사람도 빌렸다.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 낙마했지만 홍석현 전 주미대사, 국가정보원 최고정보책임자(CIO)에 삼성경제연구소 이연호가 영입됐고, 황영기.박해춘 우리은행장들이나 윤증현 전 금감위원장도 삼성 사람이다. 따라서 참여정부가 처음 출발할 때 재벌개혁 로드맵은 삼성의 머리와 사람, 인적 네트워크 등으로 다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총액출자제한제도도 형해화됐고, 금산법도 '삼성 맞춤법'이 됐다.
더 나아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참여정부에 이어 삼성연합정권으로 기능을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관련된 입장이 현 정부와 한나라당이 다른 게 없다.
프레시안 : 관벌해체가 더 어려운 것은 김대중이나 노무현 정권에서도 정권을 만든 사람들은 개혁 의지가 있을 지라도 관료들에 의해 둘러싸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그래서 어떤 방법으로 해체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심상정 : 관벌은 정치권의 변화와 상관없이 대한민국 60년 보수체제를 유지하는 시스템으로 존재하고 있다. 보수정당간 정권교체는 60년을 지탱해온 관벌-재벌 결탁 시스템 위에 사람만 바꾸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수정당간 정권교체로는 관벌해체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진보정권의 집권은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60년 보수체제를 뒤집는 시대교체다. 그 핵심은 관벌-재벌 유착관계를 해체하는 것이고, 각 분야의 아래로부터의 개혁의 힘이 형성될 때 가능하다.
"삼성 돈 너무 많이 받아 안건에 서명 못한다는 의원도 있다"
프레시안 : 김용철 변호사 고발장을 보면서 놀란 것 중 하나가 삼성이 참 치밀하게 모든 것을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국회의원들도 삼성의 로비의 대상 중 하나일텐데,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은 없나?
심상정 : 민노당이 삼성에게 조금 더 위협적이어야 로비도 오고 할 거 같다. 민노당에 대한 로비는 삼성에 대한 또 다른 독이 될 수 있어서 로비의 대상이 안 됐다고 생각한다.
국회 들어와서 4년차를 맞고 있는데, 삼성에 대한 의원들의 목소리가 해마다 얼마나 급격하게 위축됐는가를 보면 국회에서 삼성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첫 해에는 이건희 회장의 증인 채택이 쉽게 됐다. 2년째는 치열하게 부딪혀서 이건희 회장이 외국으로 나간 다음에야 뒤늦게 결정이 됐다. 그 다음 해는 이 회장의 증인채택이 절대 다수로 부결됐고, 올해는 취급도 안 됐다.
제가 초기에 삼성 개혁을 얘기하니까 삼성 관련자가 이건희 회장을 만나게 해줄테니 직접 얘기하는 게 어떠냐는 얘기는 있었다. 민노당이 삼성에 대한 문제제기로 증인 채택을 완강하게 요구할 때 삼성 측에서 증인 채택돼서 나오면 거의 범죄자 취급을 하는데 하실 말씀이 있으면 자리를 주선하겠다는 제안이 왔었다. 당시 민노당에서는 국민들의 의혹을 받는 문제에 대해선 국민들 앞에서 떳떳하게 의견을 내고 평가를 받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내가 삼성 관련 안건에 대해 서명을 받을 때 의원들 중에 어떤 분은 삼성한테 돈을 너무 많이 받아서 양심상 서명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하더라.
프레시안 : 재경위에서 삼성 비자금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재경부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에 대한 문서검증을 추진키로 했다던데?
심상정 : 나를 포함해 재경위 소속 의원 10명이 오늘 '금융정보분석원 문서검증 요청' 안건을 제출했다. 금융정보분석원에 대한 금융기관의 보고내용을 분석하면 삼성의 차명거래 실체를 밝히는 단서를 얻을 수 있고 삼성과 거래한 금융기관들의 금융실명제 위반 여부도 쉽게 규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경위원장이 이 안건을 처리하지 않고 비공개 보고를 받는 것으로 절충하자는 역제안을 했다. 하지만 비공개 보고라는 것을 많이 해봤지만 재경부에서 윤색해서 애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서를 직접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鄭의 '반부패연대', 삼성유착세력 은폐 위한 것"
프레시안 : 앞서 특검이 성사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사실 이 문제는 한두달 안에 의혹이 해소될 게 아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선거국면이라 각 후보들이 특검을 주장하고 있지만 결국 흐지부지 되는 건 아니냐는 우려도 일고 있다.
심상정 : 지금 정동영, 문국현, 권영길 후보 등이 특검을 주장하고 있는데, 결국 삼성으로부터 자유로운 권력을 지향할 수 있는지 가늠자가 될 것이다. 이달 안에 신속하게 특검이 가동돼야 한다. 그래야만 그 진정성이 확인될 수 있다.
프레시안 : 지금 선거 국면에서 부패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정동영 후보가 반부패 연대 제안을 하고 문국현, 권영길 후보가 동참하는 '3자 연대'가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심상정 : 그 관측은 잘못됐다. 정동영 후보가 '반부패 미래사회 연석회의'를 제안했는데 그건 실질적으로 부패 척결하기 위한 의지라기보다 범여권 후보단일화를 위한 정치공학적 제안이다. 민노당은 재벌로부터 돈을 받은 정치세력이나 재벌과 결탁했던 정치세력과는 반부패를 한 자리에서 논할 수 없다. 정동영 후보는 참여정부의 적자로 반부패를 논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 정 후보가 제안한 연석회의는 참여정부와 삼성의 결탁을 은폐하고 여권 단일화를 위한 테이블이다.
반부패는 재벌-관벌 해체, 곧 경제민주화를 의미하는 것이고, 새로운 경제주체를 형성해 나간다는 의미인데, 그 주체는 양심적인 시민사회와 재벌의 독식구조에서 피해당한 노동자, 농민, 서민들이 돼야 한다. 반부패가 실패한 정치세력의 면피용이나 그늘막이 돼선 안 된다.
프레시안 : 현실적으로 특검 등 정치권에서 풀어야할 문제들이 있는데 이를 위해선 연대가 필요한 거 아닌가.
심상정 : 정치권의 과제를 풀어내는 것을 위한 연대는 이미 제안을 했다. 민노당이 삼성 특검을 위한 연석회의도 제안을 했고, 이미 세 후보가 특검을 다 얘기했다. 그 진정성은 국회 원내대표단에서 검증해나가면 된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으로 국회 내에서 절차를 거치는 것이다. 반부패연대의 문제와 삼성 특검을 위한 연대는 별개의 문제다. 정동영 후보의 제안은 삼성유착세력을 은폐하기 위한 전선이다.
프레시안 : 반부패문제에서 실질적으로 민노당이 함께할 수 있는 정치세력은 문국현 후보 정도라고 봐야 하나.
심상정 : 문 후보는 검증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는 삼성의 전횡을 감시해왔던 양심적인 시민사회세력과 노동자, 농민, 서민들이 재벌해체 경제민주화의 주체로 나서야 하고, 민노당은 이분들과 함께 하겠다.
프레시안 : 대선구도가 삼성문제와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로 판이 확 바뀌고 있는 양상이다. 민노당의 경우 후보 선출 이후 낮은 지지율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가?
심상정 : 이회창 출마는 수구보수세력의 위기이자, 실패한 민주개혁세력의 위기이기도 하다. 민노당 권영길 후보가 기대만큼 지지율을 못 올리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기는 보수의 총체적 위기로 시대가 교체되는 과도기라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는 시대를 교체하라는 요구다. 그런 점에서 이런 민노당은 이런 시대적 소명을 굳건히 부여잡고 일관되게 나가야 한다.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민노당의 독자적 가치로 독자적인 대오를 강화하는 본연의 임무에 흔들림이 있었던 측면도 있다.
프레시안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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