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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핵심은, 이재용이죠"

[인터뷰] 김상조 "그를 쓰레기 위에 올려놓은 이학수ㆍ김인주 물러나야"

"이번 사태의 핵심이 뭐라고 봅니까?"

원래 질문하는 게 기자의 역할인데, 이번에는 순서가 바뀌었다. 7일 한성대 교정에서 만난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무역학과 교수)은 기자를 보자마자 질문부터 던졌다.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의 양심선언으로 불거진 삼성 비자금 파문에 관한 질문이다. 대중의 관심은 삼성에서 뇌물을 받은 검사가 있는지, 있다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에 쏠려 있다. 그런데 김 소장은 '사태의 핵심'을 굳이 물었다. 그가 생각하는 '핵심'은 다른 데 있다는 뜻이다.

'이재용 총수 만들기 계획'이 핵심

"핵심은 이재용이죠."

기자가 미처 대답을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스스로 답을 던졌다. 최근 불거진 문제의 대부분이 이건희 삼성 회장이 외아들인 이재용 전무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벌어졌다는 뜻이다. 지난 1995년, 일본 게이오대 대학원생이던 이재용 씨에게 이건희 회장은 61억 원을 줬다. 이 과정에서 증여세 16억 원을 냈다.

이렇게 남은 돈, 45억 원으로 시작했다. 이 문장의 목적어는 '이재용 씨의 삼성 경영권 장악'이다. 그렇다면 주어는? 김 소장에 따르면, 그 자리에 들어갈 이름은 이학수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인주 삼성 전략기획실 사장이다. 이 두 사람의 지휘로 진행된 과정은 이렇다.

이재용 씨는 삼성 계열사의 주식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방식으로 2년이 채 못 되는 기간 동안 45억 원을 563억 원으로 불렸다. 그리고 이 돈으로 삼성 계열사 BW, CB를 헐값에 샀다. 이재용 씨가 1996년 12월 96억 2000만 원에 산 삼성 에버랜드 CB도 그 중 일부다. (☞CB, BW 용어 해설)

지난 5월 법원은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인 허태학, 박노빈 씨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를 저질렀다고 판결했다. 최소 1만 4825원의 가치가 있는 에버랜드 CB를 7700원에 넘겼다는 것.

에버랜드는 비상장 회사이므로, 주식 가치를 정확하게 추산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어떤 기준을 적용해도, 1만 4825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게 당시 법원의 판단이었다. 이재용 씨가 에버랜드 CB를 매입할 무렵, 세법 상 평가액은 12만 7750원이었다. 이재용 씨가 에버랜드 CB를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샀다는 점은 이제 명백해졌다.

경영진은 회사의 재산을 불리기 위해 애쓰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에버랜드 경영진은 이와 반대로 회사의 재산을 헐값에 넘겼다. 에버랜드 경영진이 유난히 무능했던 걸까. 그렇지 않다. 김 소장은 이 모든 과정이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의 지휘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소장의 말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이 부회장과 김 사장이 이끈 삼성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이 개입했다는 정황은 종종 드러났다. 또 "에버랜드 CB 발행을 결정한 이사회 역시 정족수에 미달(총 17명의 이사 가운데 8명 참석)했으므로, 무효"라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이런 이유로 지난 5월 에버랜드 사건 2심 재판부는 당시 이사회는 무효라고 밝혔다.

'S급 인재' 아닌데 왜 파격적인 대우로 판·검사 영입했나

그런데 이처럼 새롭지 않은 사실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을 비롯한 재벌의 지배구조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 온 김 소장 역시 바빠졌다. (☞ 관련 기사 : "'삼성 정부'가 '삼성 언론'과 싸우는 코메디")

김용철 변호사가 에버랜드 사건 재판에서 자신이 포함된 삼성 법무팀이 증인과 증거를 조작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또 김 변호사는 이제까지 알려진 것과 달리 1996년 에버랜드 CB 발행 당시 이사회가 아예 열리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비록 정족수는 채우지 못했지만, 이사회는 열렸다"라는 기록 자체가 허위라는 것.

이런 내용이 사실이라면 현재 3심 재판을 앞두고 있는 에버랜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게다가 김용철 변호사와 같은 판·검사 출신 법조인들이 대거 삼성에 입사한 것도 에버랜드 CB 발행 이후다. 그리고 전직 고위 관료들을 영입한 것도 같은 시기다.

김용철 변호사의 2차 기자회견이 열린 지난 5일, 삼성이 배포한 자료에 명시된 것처럼 이들 법조인이나 관료는 경영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소위 'S급 인재'가 아니다. 당시 삼성은 "S급 인재는 세계적인 엔지니어나 마케팅 전문가 등에 해당되는 것이지 김 변호사와 같은 스탶은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굳이 이런 설명이 아니어도 법조인이나 관료 출신이 기업 경영에 대해 문외한인 경우가 많다는 점은 상식에 가깝다.

그렇다면 'S급 인재'도 아닌데, 또 기업 경영에 필요한 전문성이 검증된 것도 아닌데, 삼성은 왜 파격적인 대우를 하며 김 변호사를 비롯한 전직 판·검사들을 영입했을까.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이재용 씨에게 삼성의 경영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법률적 논란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정상적인 기업 활동에 따른 필요에 의해 이들을 채용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최근 김 변호사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거듭 밝힌 것과 같은 설명이다.

실제로 에버랜드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인 1996년 10월 초, CB방식의 '실질적인' 증여에 대해서도 세금을 부과하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다. 삼성이 에버랜드 CB 발행을 서두른 데는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이렇게 해서 삼성은 합법적으로 세금을 피할 수 있었지만, 에버랜드 경영진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배임죄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리고 김 변호사의 주장대로 에버랜드 경영진에게 유죄를 선고한 재판에서 증인과 증거를 조작한 게 사실이라면, 그리고 에버랜드 경영진의 배임 행위가 그들의 뜻에 따라 이뤄진 게 아니라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의 조종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 부회장과 김 사장은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그 배후에 이건희 부자가 있다면, 그들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까지가 최근 언론을 통해 공론화된 내용이다. 그런데 "핵심은 이재용이다"라고 말하는 김 소장은 새로운 쟁점을 덧붙였다. 다음은 이에 대해 김 소장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이건희 형사 처벌만으로도 부족하다"…"소액 주주 손해까지 배상해야"

프레시안 :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이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에 거액의 비자금을 은닉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런 비자금이 어떻게 조성됐고,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해 관심이 뜨겁다.

김상조 : 지금 쟁점은 삼성의 불법 로비다. 또 금융실명제 위반, 에버랜드 사건 당시의 증거 조작 등도 쟁점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 외에도 중요한 쟁점이 많다.

에버랜드 사건의 경우, 경영진이 배임 행위를 했다. 지금 밝혀진 것은 여기까지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형사 재판의 대상이다. 그런데 경영진의 배임 행위는 결국 주주의 손해다. 에버랜드 주식을 헐값에 넘긴 행위는 에버랜드와 상호 출자 관계로 얽혀 있는 다른 삼성 계열사 주식 가치에 '물타기'를 한 것과 같다. 경영진의 배임 행위로 이재용 씨가 얻은 차익만큼 다른 삼성 주주들이 손해를 봤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런 손해에 대해 삼성이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형사 사건이 아닌 민사상의 문제다. 그리고 이런 문제가 제대로 부각되지 않고 있다. 안타까운 상황이다. 익명의 다수에게 손해를 입히고도, 그냥 넘어갈 수 있다면 같은 잘못이 계속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이건희 부자, 이학수, 김인주 등에 대한 혐의가 드러났을 때, 이들을 형사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말로 들린다.

김상조 : 그렇다. 최태원, 정몽구 등의 경우를 봐도 재벌 총수를 단지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유죄가 확정돼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게 보통이다. 설령 감옥에 가더라도 보석으로 금세 풀려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될 경우, 이들 총수들은 가벼운 처벌을 받는 것으로 경제 구조를 왜곡한 것에 대한 면죄부를 받게 된다.

이건희 회장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감옥에 가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물론 가능성이 극히 낮은 시나리오다. 이 회장이 감옥에 있다 해도, 계열사에 대한 지배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곧 출감해서 역시 탈법적인 방법으로 경영권을 아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김 변호사가 공개한 것과 같은 불법 사례가 또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재벌 지배 구조를 바꾸기 위한 제도적 대안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

"단독주주권, 이중대표소송제 도입이 절실하다"

프레시안 : 앞서 언급한 익명의 다수에 대한 손해 배상의 문제, 즉 민사적 문제가 공론화돼야 하는 이유라는 생각이 든다. 소액주주들의 참여로 이런 문제가 공론화된다면 좋겠지만, 그 방법이 막연하다.

김상조 : 물론 현재의 법체계 하에서는 이런 문제를 다루기 어렵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이중대표소송제이다. 자(子)회사의 부정행위가 드러났는데도 모(母)회사가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지 않을 때 모회사 주식의 1%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직접 자회사 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그리고 주주대표소송에서의 '단독주주권'을 명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에버랜드 사건에서와 같은 이사의 위법 행위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수단으로 주주대표소송제가 도입됐다. 도입 당시 재계는 소송이 남발될 것이라며 우려했지만, 현실은 그 반대였다. 지난 10년간 이뤄진 주주대표소송은 판결이 나지 않았거나 판결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사건을 모두 합해도 총 44건에 불과하다. 그나마 여기서 법인이나 시민단체가 진행한 소송을 뺀, 소액주주들이 낸 소송은 14건에 그쳤다.

현행 상법은 발행주식총수의 1% 보유 주주에 대해, 상장법인을 대상으로 하는 증권거래법에서는 0.01% 이상의 주식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에 한해 원고적격을 인정하고 있다. 반면 '단독주주권'을 인정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경우, 단 한 주만 보유하고 있어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게다가 소송을 제기한 원고가 증거자료를 확보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원고에게 증거자료를 공개하는 제도, 원고가 아닌 피고가 결백을 입증하도록 규정한 제도가 필요하다.

재벌 경영진 핵심부에서 벌어진 불법 사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지금, 기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 도입을 공론화해야 한다.

"자금세탁 방지 기구인 FIU, 있으면 뭐하나"

프레시안 : 기업 회계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런데 더 기초적인 금융 거래의 투명성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게 지금 상황인 듯하다.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대로라면 우리은행은 본인 확인도 없이 거액의 비자금을 관리했다. 명백한 금융실명제 위반이다. 이런 현실에서 금융과 회계의 투명성은 한참 먼 이야기처럼 들린다.

▲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연구실에서 만난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프레시안

김상조 :
정상적인 시장경제를 구현하기 위해 금융과 회계의 투명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우리은행은 단지 금융실명제만 위반한 게 아니다.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도입된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비춰볼 때도 문제가 있다. 이 법에 따라 지난 2001년 재정경제부 산하에 설립된 기구가 금융정보분석원(Korea Financial Intelligence Unit, FIU)이다. 이 법에 따르면 '혐의거래'에 해당하는 금융거래 금액이 2000만원이 넘는 경우, 혹은 5000만원이 넘는 '고액현금거래'에 대해서는 반드시 FIU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는 약 5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이 본인도 모르는 우리은행의 차명계좌에 입금되어 있었고, 지난 8월 27일에는 17억 원이 입금되었다가 다음날 삼성 국공채 매수자금으로 인출되었고 밝혔다.

우리은행이 법에 규정된 보고의무를 성실히 이행했다면, 이런 거래 내역은 '혐의거래'로서 FIU에 보고해야 했다. 설령 '혐의거래'가 아니라고 여겼다 해도, 5000만원이 넘는 '고액현금거래'에 해당하므로 역시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 1일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이 우리은행이 삼성의 금융거래에 대해 '혐의거래'로 보고했는지 밝히라고 이철환 FIU 원장에게 요구했으나, 이 원장은 "개인 신용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관련 법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납득할 수 없는 답변이다. 심 의원이 확인을 요구한 것은 김 변호사가 스스로 공개한 계좌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개인 신용에 관한 문제인가.

만약 우리은행이 FIU에 신고하지 않았다면, 우리은행은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셈이다. 그리고 우리은행이 신고했는데 FIU가 그 내용을 분석·검사하고 검찰 및 금융감독위원회 등 관련 기관에 자료를 전달하지 않았다면, 이는 FIU가 직무를 유기한 것이 된다.

이번 사건이 이런 두 가지 가운데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리고 법을 위반한 기관이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 불법적인 자금 세탁 방지를 위해 설립된 FIU가 제 구실을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절차는 필수적이다.

"'삼성' 아닌 '이건희 가문' 위해 일하는 이학수·김인주, 이제 물러나야"

프레시안 : 이번 사건을 우리 사회에서 기업 활동과 금융 거래에 대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검증하는 기회로 삼자는 뜻으로 들린다.

김상조 : 그렇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야 한다. 김 변호사가 공개한 각종 불법 사례는 이건희 회장이 무리한 방식으로 이재용 전무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지휘한 인물이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이다.

'경영권'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상은 '지배권'에 가깝다. 그리고 이런 지배권을 주고받는 과정은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과 무관한 작업이다. 이처럼 온갖 불법으로 얼룩진 상태에서 지배권을 물려받은 총수가 거대 기업들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까. 어렵다고 본다. 이병철 회장은 '사카린 밀수' 사건의 얼룩을 평생 지우지 못 했다. 이건희 회장에게는 '삼성 자동차 실패'라는 멍에가 따라 다닌다. 그런데 이재용 전무는 아예 총수가 되기 전부터 '불법'의 낙인이 찍혔다. 이런 상태로 경영권을 물려받아서 무엇 하겠는가. 오히려 불법 사례를 감추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더 큰 불법을 저지르는 악순환만 이어질 따름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사회적 비난을 무마하기 위해 무리수를 둬야 한다.

한 칼럼에서 나는 "이학수와 김인주가 이재용을 쓰레기 통 위에 올려놓았다"라고 적었다. 이 말을 다시 하고 싶다. 이재용 씨가 쓰레기를 딛고 올라서서 삼성의 총수가 된다면, 이재용 개인에게나 삼성에게나 불행한 일이다.

그리고 이런 불행한 일을 기획한 이학수, 김인주 씨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게 옳다. 이는 사법적인 처벌과는 별개다. 이 두 사람의 최대 관심사는 삼성을 더 좋은 기업으로 만드는 게 아니다. 이건희 부자의 지배권을 유지하고 관철하는 것이다.

삼성 내부 문건이 입증한 사실, "이건희 없어도 삼성은 문제 없다"

하지만 이제 총수의 부당한 지배권으로부터 재벌을 해방시킬 때가 됐다. 물론 '기업가 정신'으로 충만한 대주주가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기업 지배에 연연하는 경우라면 누가 보기에도 해악이 더 크다.

정몽구 회장이 구속돼 있는 동안 현대 자동차는 오히려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 대우 계열사 가운데는 김우중 회장의 손에서 벗어나면서 과거보다 더 높은 실적을 거두는 경우도 많다.

삼성은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기업이다. 이런 기업을 창업주 가문의 그늘 안에만 가둬둬야 한다는 논리는 잘못이다. 오히려 이건희 부자가 삼성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을 이끌어가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은 최근 언론에 공개된 삼성 내부 문건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회장의 관심사는 대부분 시시콜콜한 내용들이다. 이 회장의 취미는 영화 감상이다. 이런 취미와 관계가 있는 DVD기기에 대한 내용이 지시 사항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무리한 로비는 경제에 부담, 정상적인 기업 활동으로 대가 얻는 구조 만들자"

프레시안 : 김용철 변호사의 발표 이후, 그가 삼성에서 받은 파격적인 대우도 화제가 됐다. 그런데 냉정하게 따지면 김 변호사가 삼성에서 높은 연봉을 받으며 한 일 가운데 상당 부분은 사실 기업 경쟁력과 무관한 것이다.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더 많은 소비자에게 제공한 대가로 수익을 올리는 게 기업의 목적인데, 삼성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운용한 로비 인력은 이런 목적에 별 도움이 안 된다. 경영진이 생산과 판매라는 정상적인 기업 활동보다 로비에 치중하는 상황은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짐이 되리라는 우려가 있다.

김상조 : 지난 10여 년 동안 삼성이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무리한 로비를 벌인 이유는 경영권 승계 때문이다. 배타적인 기업 지배권을 총수 가족에게 물려주려다 기업 경쟁력에 부담을 준 셈이다. 따라서 이제는 총수 일가의 지배구조를 개혁하는 게 더욱 절실한 과제가 됐다.

그리고 비생산적인 로비 활동에 지나치게 많은 인력과 비용이 투입되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더욱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경제학자들은 문제에 부딪혔을 때, 항상 '인센티브'를 중심에 놓고 생각한다. 이 문제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이 불법행위에 따른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로비에 치중하는 것은 그 대가가 비용보다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로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대가를 줄이거나, 불법적인 로비가 적발됐을 때 치러야 하는 비용을 늘리면 된다.

이번 사건을 경영자들이 로비보다 정상적인 기업 활동으로 수익을 올리도록 유도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수사와 책임 규명,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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