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전방위 로비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의 기자회견은 6일 주요 신문의 1면에 관련기사가 실렸다.
하지만 삼성과 '특수관계'인 <중앙일보>는 이 기사를 1면에 실었다고 하기엔 다소 민망하다. <중앙>은 1면 오른쪽 맨 하단에 "김용철 변호사-삼성 공방…누구 말이 맞나"는 제목으로 9줄 분량의 단신 기사를 실었다.
기사를 1면 톱에 배치한 <한겨레> 등 진보성향의 언론 뿐 아니라 해당기사를 1면 오른쪽 상단에 실은 <조선일보>, 톱기사 바로 아래에 실은 <동아일보>와도 비교되는 '소심한' 편집이다.
<중앙>, 8면에 김 변호사-삼성 '진실 공방'으로 보도
<중앙>이 '소심한' 1면 기사에 이어 관련 기사를 8면에 배치한 것도 두드러지는 대목이다. <동아>도 관련기사를 8면에 배치했지만, <조선>을 비롯한 대다수 언론이 관련 기사를 2-3면에 실었기 때문.
8면에 실은 기사에서 <중앙>은 김 변호사의 기자회견과 삼성 측 해명을 기계적 균형에 맞춰 똑같은 분량의 지면을 할애해 보도하려 애썼다. 하지만 기사의 제목과 중간 제목에서 김 변호사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읽을 수 있다.
<중앙>은 김 변호사의 기자회견 기사의 제목을 "에버랜드 재판장에게 30억 주라는 지시 거부…예고와 달리 떡값 준 검사 명단을 공개 안 해", 이 기사에 딸린 김 변호사에 대한 소개 기사의 제목을 "삼성 근무 7년 동안 102억 원 받아"로 뽑았다. 김 변호사가 삼성으로부터 고액의 연봉을 받았다는 점은 삼성이 해명 자료를 통해 김 변호사가 '양심 고백'을 한 이유 등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면서 줄곧 강조해온 사실이다.
<중앙>과 마찬가지로 8면에 기사를 배치한 <동아>도 김 변호사와 삼성 간의 '진실공방'에 초점을 맞췄다. <동아>도 김 변호사와 삼성의 주장 사이에서 '기계적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다.
<조선>, 사설 통해 삼성 대응 비판하기도
보수언론 중 이 사건에 대한 사설을 실은 것은 <조선>이 유일하다. <조선>은 이날 "'삼성사태'의 공방을 지켜보며"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삼성 역시 김 변호사의 개인적 약점을 들추는 식이 아닌, 좀 더 당당한 대응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전날 배포한 25쪽 분량의 해명자료에서 김 변호사와 부인과의 관계 등 사생활까지 들춰내며 김 변호사의 폭로가 거짓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조선>은 이 사설에서 "김 변호사가 제기한 비자금 불법 조성, 국기기관에 대한 전방위 로비, 에버랜드사건 증언 조작은 하나하나가 커다란 폭발력을 갖고 있다. 한국 대표 기업 삼성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워질 수도 있는 심각한 내용"이라면서 "문제의 성격이 중대한 만큼 김 변호사는 말로만 주장을 펼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는 객관적 증거를 공개해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조선>은 1면과 3-4면에 걸쳐 관련기사를 싣는 등 <중앙>ㆍ<동아>의 '면피성 편집'과는 다른 보도태도를 보였다. 그간 <한겨레>, <경향> 등 진보성향의 매체에 비해 소극적 보도 태도를 보였던 <조선>이 이처럼 방향을 선회한 것은 이번 사건이 갖는 폭발력과 이 사건에 쏟아지고 있는 관심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6일 참여연대와 민변이 이 사건을 검찰에 고발할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검찰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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