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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기사는 넘치는데, '삼성 비자금' 기사는 적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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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기사는 넘치는데, '삼성 비자금' 기사는 적은 이유

언론개혁시민연대, '1등 광고주 삼성' 눈치 보는 언론 비판

삼성의 핵심에서 일했던 변호사가 삼성의 비자금 운용 사실을 공개했다. 이와 함께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삼성이 두터운 인맥과 정보를 이용해 정부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폭로했다. 검사 출신으로 1997년부터 2004년까지 7년간 삼성 구조조정본부(구조본)의 재무팀과 법무팀에서 일했던 김용철 변호사가 최근 언론에 전한 내용이다.

1면 머리기사 거리가 쏟아졌지만…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등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고비마다 굵직한 역할을 해 왔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까지 가세했다. "삼성에 있는 동안 알게 모르게 저질렀던 잘못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며 사제단을 찾아온 김 변호사를 보호하는 한편, 기자 회견을 통해 "삼성이 최근까지 김용철 변호사의 동의 없이 은행, 증권사 등에 계좌를 개설한 뒤, 이를 이용해 비자금을 관리하거나 자금 세탁용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쯤 되면, 누구든 취재진으로 북적이는 풍경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삼성', '비자금' 등의 낱말이 신문 1면 머리기사에 굵은 글씨로 인쇄된 장면도 머리에 그리게 된다.

삼성의 그림자, 언론의 침묵…"진실에 대한 '합리적 무시'" 주장까지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잘 눈에 띄지 않는 위치에 기사를 싣거나 아예 보도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31일자 <매일경제신문>은 "불편한 진실, 불량한 폭로"라는 칼럼을 통해 김 변호사 측을 비판했다.

"문제는 진실이 항상 모두를 위해 필요한 건 아니라는 점이다. 요즘 우리 주변에는 진실게임이 난무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꼬리를 무는 폭로와 해명 속에 한국사회는 온통 난장판이 됐다.…모든 진실은 공개되는 것이 옳다는 착각이다. 신정아 씨 누드사진이 각계 반발을 초래한 것처럼 진실에는 공개할 가치가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진실은 누구 입에서든 나올 수 있다는 오해다. 진실성이 부족한 사람에게서 제대로 된 진실이 밝혀지는 걸 본 기억이 없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때론 사회의 흠집처럼 보이더라도 불완전한 인간이 모여 사는 곳엔 '합리적 무시'가 필요하다. 도무지 양보와 인내를 모르는 폭로꾼들이야말로 사회를 위협하는 '한국판 탈레반'이라고 나는 폭로한다."라는 문장으로 끝나는 이 칼럼은 김 변호사를 '삼성에서 호의호식하다 배신한 폭로꾼' 정도로 묘사했다.

신정아 사태는 시시콜콜 다루더니…신정아는 광고주가 아니니까!

신정아 사태 당시에는 "신 씨가 새우깡과 짱구를 먹고 싶어 한다"는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보도하던 언론이 왜 이번에는 '합리적 무시'를 택한 것일까.

이런 질문에 대해 31일 언론개혁시민연대(언개련)가 답변을 내놓았다. '1등 광고주'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것, 삼성은 이미 언론이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 돼 있다는 것이다.

언개련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전 국민을 술렁이게 만드는 큰 의혹임에도 '삼성X파일'에서도 그러했듯이 대부분의 언론은 애써서 '삼성 비자금'을 눈감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성명 전문 : "삼성의 광고 협박에 휘둘리지 말고, 언론은 정론직필에 나서라")

이어 언개련은 "언론이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벌떼 같이 일어나 기사화하고 언론의 본질까지 논란을 벌이며 보도했던 '신정아 관련 사건'과는 너무나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러한 언론의 태도는 '신정아 관련 사건'은 광고가 붙고, '삼성 비자금'은 광고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는 권력으로부터는 독립했지만, 자본에게는 휘둘리는 언론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관련 기사 : "'삼성 정부'가 '삼성 언론'과 싸우는 코메디")

자본에 고개 숙인 언론의 죽음,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다

언개련은 "공공의 영역이 무너진 언론의 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밖에 없고, 언론개혁의 사명을 지닌 시민사회연대 단체로서의 자괴심도 있다"며 "국제적 기업으로서 건강한 기업 삼성을 만들고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를 끊는 첫 걸음으로서 언론은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개련의 성명은 "언론이 힘들고 어렵지만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당당히 독립할 때 국민과 시민사회는 언론을 살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설 것이다. 권력과 자본의 협박에 굴복하는 언론은 언론으로서 존재할 수 없다. 언론은 '삼성 비자금' 보도에 정론직필 해라"라는 문장으로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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