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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갖고 튀어라! 김용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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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갖고 튀어라! 김용철 변호사"

[기자의 눈]삼성 비자금 논란에서 떠오른 영화

이런 사람이 있었다. 예비군 훈련 대신 나가주고 수고비를 챙기던 백수 천달수 씨. 어느 날 친구의 예비군 훈련 대타를 다녀오다 외상술값 갚으라는 카페 여종업원 은지에게 뒷덜미를 잡혀 친구가 보내준 일당 5만 원을 찾으러 은행에 갔다. 그런데 현금인출기에 통장을 넣었는데 통장에는 무려 100억5만 원이 잔고로 찍혀 나왔다.

달수는 긴가민가하며 3억 원을 찾았다. 현찰 3억 원과 97억5만 원이 담긴 통장을 들고 여종업원과 함께 호텔방에서 침대에 돈 다발을 깔아 놓고 헤엄을 친다. 어떤 정치세력이 금융실명제를 피해 돈세탁을 하려고 휴면계좌에 잠시 예치했던 돈이 우연히 달수에게 들킨 것이다.

꿈 얘기는 아니다. 12년 전 개봉된 <돈을 갖고 튀어라>(감독 김상진)라는 영화 얘기다.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을 모티브로 한 사회풍자 코미디다. "로또(당시에는 1억 원짜리 주택복권이었겠지만) 당첨되면 뭘 할까"라는 몽상 같은 궁상을 떨 듯이, 이 영화를 본 뒤에는 "어느 눈 먼 비자금 내 통장에 들어오지 않나…." 라는 헛꿈의 레파토리가 하나 더 늘었다.
▲ 영화 <돈을 갖고 튀어라> 포스터.

이런 영화 같은 이야기를 실제 경험했다고 주장하는 이가 나타났다. 바로 삼성그룹 재무팀과 법무팀에서 근무했던 김용철 변호사다. 삼성에 가기 전 특수부 검사시절에는 '전두환 비자금'을 찾아내 유명세를 탔던 인물이다. '비자금'과 인연이 많은 인물인 것 같다.

그런데 김용철 변호사가 영화 속 주인공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돈을 갖고 튀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 주장에 따르면 계좌 존재를 몰랐다는 것인데, 수십억 원의 돈이 입금돼 있었던 알 수 없었을 테니, 돈을 갖고 튀지 못하는게 당연하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지금은 계좌의 존재를 안다. 계좌번호도 확인했고 이자 소득세 명세서를 통해 50억 원가량이 들어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했다. 하지만 돈을 갖고 튀려고 해도 튈 수가 없다. 은행 측에서 본인에게도 계좌의 존재를 확인시켜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이번 의혹의 가장 큰 의문점이자, 의혹의 자물쇠를 풀 수 있는 열쇠다. 삼성 주장처럼 김 변호사의 동의를 얻어 김 변호사의 동료가 만든 계좌이건, 김 변호사 주장대로 김 변호가 몰래 만들어진 계좌이건, 계좌 명의가 김 변호사이기 때문에 김 변호사는 자기 계좌를 확인할 권리가 있다. 돈을 갖고 튈 권리도 있는 것이다.

문제의 우리은행 삼성센터 지점에서는 "언론에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한다. 그래서 본점에 확인했더니 "보안계좌라고 하더라도 본인이 지점에 직접 가서 확인을 요청하면 계좌확인이 가능하다"고 한다. 당연한 얘기다.

해법은 간단하지 않은가. 은행에서는 김 변호사 명의의 계좌를 계좌 개설에 사용된 도장은 물론 서류에 사용된 필적부터 이후 계좌 거래 내역까지 낱낱이 공개하면 된다. 김 변호사는 은행에서 얻은 자료를 토대로 부정한 거래가 있었다면 검찰에 고소를 하면 된다.

마침 검찰도 "수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계좌에 의심스러운 거래가 있었다면 자금 추적을 실시해서 '돈의 주인'을 찾아내면 된다. 비자금 추적에는 일가견이 있다는 대한민국 검찰이다. 하루빨리 논란이 되고 있는 계좌의 정체에 대해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밝혀내야 한다. 앞으로 폭로할 내용이 줄줄이 남아 있다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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