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8% 달성, 환동해벨트 구축, 중소기업에 뉴 패러다임 도입 등 문 후보 경제공약의 알짜를 조목조목 비판하며 "(집권하면) 초기 2~3년간 기초 작업만 하다가 8%라는 수치에 발목을 잡혀 무리수를 두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지었다.
정 본부장은 또한 "문 후보의 경제정책은 참신하고, 이명박 후보 등에 비하면 진일보한 것이지만 거시적 정합성이나 실현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며 "기업가로서 성취하거나 배운 몇 가지 지식이 곧바로 정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책수단과 결과 사이의 전달경로나 실현 가능성을 검증했다면 이렇게 정책을 발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본인이 얼마나 엄청난 얘기를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정책을 수행한다면 과연 그 결과, 그리고 그에 따르는 부작용은 누가 감당해야 하는 것이냐"고 논박했다.
정 본부장은 조만간 경제성장률 7%와 6%를 각각 제시한 이명박, 정동영 후보의 경제정책 검증도 시리즈로 이어갈 계획이다.
시리즈를 시작하며
5년 전 이맘 때 귀를 의심할 만한 소식이 들려왔다. 노무현 후보가 경제성장률 7%를 약속했다는 것이다. 그해 3월 경선까지 후보를 도왔던 나는(봄부터 방송을 시작했기에 나는 대선 캠프에 들어가지 않았다), 지금은 청와대 비서관으로 있는 후보의 측근에게 전화를 걸어 화를 냈다. "이런 말도 안되는 공약을 만든 사람이 누구냐?"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이회창이 6%를 내세우니 1% 더 얹으라는 주문을 후보 스스로 한 모양인데, 이 공약은 두고두고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 원래 5% 정도였다가 추가된 2%는 여성의 경제참가율을 높이는 것 등으로 채워졌다. 그 자체로는 옳은 소리였지만 임기 5년 내에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는 애초에 아니었다.
5년 후 역시 대통령 후보들은 성장률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과연 5년 단임 대통령이 이뤄낼 수 있는 목표인가, 그 방법은 무엇인지 꼼꼼히 짚어 보는 것이 이 글을 쓰는 이유다. 순서는 8%를 제시한 문국현 후보, 7%의 이명박 후보, 그리고 6%의 정동영 후보 순이다. 권영길 후보의 정책에 대해서는 내가 민주노동당 소속이니 다른 분이 비판적으로 검토해 주시기 바란다. 이 글을 계기로 비판과 반비판이 실증적으로 이뤄져 이번 대선이 정책선거가 되기를 바란다. 무슨 무슨 정략 때문이라든가, 정치 공세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쓸 요량이다. 만일 여전히 그런 비판을 받는다면 그건 전적으로 나의 경제 지식과 글쓰기의 한계 때문일 것이다.
그 때 그 때 달라요
5년전과 마찬가지로 귀를 의심했다. 현 정부 위원회에서 같이 일했기에 문 후보를 어느 정도 안다. 참으로 깨끗하고 겸손한 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에서 노동시간 단축, 평생학습, 산업재해 추방을 실현한 분이다.
그런데 8%라니…. 줄곧 경제학을 공부했고 또 실제 정책 세계를 경험한 나로서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그가 말한 8% 성장의 내역은 다음 <표1>과 같다. 현재 언론이나 문 후보 홈페이지에서 구할 수 있는 내용이다. 서로 내용이 다르다. 1~2%라고는 하지만 돈으로 따지면 무려 10조원 안팎의 어마어마한 크기이다. 몇 개의 아이디어를 즉흥적으로 조합했다는 인상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 항목 별로 차근차근 살펴보기로 하자
............................<표1>
잠재성장, 추세성장?
첫 번째 항목은 기존 성장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 잠재성장율과 추세성장율이 돌아가면서 쓰이고 있는데 일관되게 추세성장율(5%)이 잠재성장율(4%)보다 높다. 흥미롭다. 추세성장율이란 최근 몇 년간 실현된 성장률, 즉 현실 성장률(real growth rate)을 뜻할 것이다. 잠재성장율(potential growth rate)은 일정한 가정 하에(인플레이션의 억제 목표와 자연실업률의 유지) 최대 성장률(이른바 NAIRU)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잠재성장율이 추세성장율보다 높아야 정상이다. 물론 호황기에 가동율이 100% 이상이 된다든지 해서 현실 성장률이 잠재성장율보다 높을 수는 있다. 그러나 실업과 비정규직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문 후보가 현재의 상황을 초호황기로 보지는 않을 것이다. 정치가에게 정확한 용어 사용을 주문하는 것은 무리일까?
기사 중 한 곳에서는 잠재성장율 자체를 7%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한겨레신문 9. 17). 이 점 역시 검토가 필요한데 예컨대 문후보가 종종 비교 대상으로 삼는 선진국 어느 나라의 잠재성장율이 7%나 되는지 의문이 든다. 괜한 시비가 아니다. 예컨대 우리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선진국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으니 이를 배가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 그것이야말로 잠재성장율의 상승을 의미할 텐데 그렇게 선진국이 된 나라의 잠재성장율은 얼마나 될까? 이 점은 유일하게 일관된 수치로 제시되고 있는 중소기업 재창조론에서 다시 살펴보기로 하자.
외국인 직접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의 놀라운 증가, 그 효력은?
외국인 직접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것도 문 후보의 독창적 주장 중 하나이다. 매년 FDI 200억 달러 유치는 9월 11일에는 1%의 성장 요인으로, 10월 13일에는 환동해경제벨트와 함께 1%의 성장요인으로, 10월 21일에는 FTA와 함께 2%의 성장 요인으로 제시되었다. 즉 FDI는 그의 성장론에서 대략 0.5%에서 1% 남짓 차지하는 요인이다.
2007년 OECD 통계로 우리나라의 외자유치는 43억달러(2005년 실제 유입액)였으니 이 주장은 과연 '획기적'이다. 부정부패 청산 등 투명성을 개선하면 약 2배(신고액으로 말한 것으로 간주할 경우)에서 5배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증적인 근거는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다만 푸틴과의 면담에서 러시아의 투자유치가 1400억달러에 달한다는 소리를 듣고 우리의 외자유치도 대폭 증가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이나 영국을 제외하고 외자유치 1, 2, 3위를 다투는 중국, 인도, 러시아가 과연 투명성이 그렇게 높은 사회일까.
어떤 방식으로든 떼돈을 벌 수 있다면 우리 자본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자본도 들어온다. 시장이 넓다거나 노동의 생산성이 특별히 높다거나, 산업 클러스터가 잘 발달돼 있어서 네트워크 외부성이 크면 외국인 투자는 오지 말라고 해도 스스로 찾아온다. 반면 세금 인하나 임금 억제, 값싼 땅의 제공 등은 부차적 요인이다. 부정부패 척결 등 투명성도 하나의 요인이기는 할 테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외국인투자가 그렇게 급증할까? (나는 현 정부에서 1년 6개월가량 외자유치를 총괄하는 비서관이었다)
200억 달러의 외자유치는 어느 정도나 효과가 있을까? 만일 그 200억 달러가 공장설립형(greenfield)여서 GDP의 투자항목에 그대로 잡힌다면 20조원이 증가하므로 그 자체로 2.5% 정도(20조/800조) GDP가 증가할 것이다. 물론 유발효과(투자가 다시 추가 투자를 부르는 효과)까지 고려하면 훨씬 더 클 것이다. 문 후보의 이 가정이 실현된다면 성장률은 3% 정도까지 추가되어야 한다.
현재 FDI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도 고려한 발언이라고 하면 80%는 증권 등 포트폴리오 투자로 잡아야 한다. 이러한 투자가 전혀 생산을 자극하지 않고 소유권만 이동시킨다고 가정하면 20조원 중 4조원만 투자에 잡힌다. 이 경우 약 0.5%가 될 텐데 문 후보는 이런 사실을 고려해서 어떤 때는 0.5%, 또 어떤 때는 1% 이상의 효과를 말한 것일까?
지금까지 발표된 정책에 비춰보면 문 후보는 외자주도성장(FDI-led development)의 긍정적 측면만 고려하고 있다. 전 세계의 금융화, 생산자본 국제화가 가져올 폐해에 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다. 김영삼, 김대중, 그리고 한미 FTA의 노무현으로 이어지기까지 이른바 신자유주의 경도, 시장만능의 현상은 조금도 비판되지 않는다. 다만 양극화가 문제인데, 과연 문 후보의 머릿속에서처럼 양극화는 세계화와 완전히 별개의 사실일까?
단순한 억측이 아니다. 문 후보의 한미 FTA에 대한 태도 역시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한미 FTA가 한국의 법과 제도를 모두 바꿔 결국 시장만능의 세계, 즉 그가 비판해 마지않는 양극화를 반영구적으로 제도화한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아니면 애써 외면하는 것일까. 개성공단에 도움이 되니 찬성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나중에는 바로 그 개성공단이 얻는 바가 별로 없으니 유보한다는 것은 한미 FTA를 단순한 무역의 문제로 보고 있다는 방증 정도는 될 것이다.
환동해벨트를 임기 내에?
이 항목은 대체로 1%의 성장요인으로 설정돼 있다. 북한을 관통하여 러시아와 연결하는 구상은 그리 새롭지 않다. 블라디보스톡 재건 사업(2012년 35억 달러)을 제외한 철의 실크로드(TSR-TKR 연결), 동시베리아 파이프라인 건설 사업, 나진선봉지역 개발 구상 등은 국민의 정부 시절부터 모색돼 온 사업들이다.
그러나 10-20년은 족히 걸리는 장기 사업들이어서 당장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 모두 러시아 정부와 끊임없이 논의는 해 오고 있지만, 예컨대 동시베리아 가스 파이프라인 사업은 아직도 러시아 내의 노선도 확정되지 않았다. 가장 실현될 가능성이 높은 철도연결 사업의 경우도 북한 철도 현대화, TKR 노선 문제가 난제이다. 특히 문 후보의 주장대로 동해선을 연결하는 경우 남한의 끊어진 철로, 100Km가량의 복구부터 큰 문제를 낳는다.
블라디보스톡 재건 사업도 어느 정도나 이야기가 된 것인지 의심스럽다. 김대중 정부 시절 블라디보스톡 부근의 나홋카 공단 공동 개발을 대통령끼리 약속했지만 현재는 사실상 중단상태인 것에 비춰 보면, 조금 더 지켜 볼 문제이다.
중소기업의 재창조, 문 후보의 겸손?
드디어 문 후보 경제정책의 백미에 다다랐다. 문 후보에 따르면 우리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선진국 생산성의 3분의 1에 불과하다(어디서 나온 통계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임기 중에 100%의 생산성을 향상시켜서 선진국의 3분의 2 수준까지 쫓아갈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전가의 보도인 노동시간단축과 평생학습, 실현 수단으로서 4조 2교대제가 위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돼 있다.
우선 중소기업 생산성이 매년 20%(20×5=100) 향상되면 GDP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놀라지 마시라. 추가 성장 10~20%, 이를 더하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약 15%~25%가 된다. 왜 문후보가 2%의 추가성장만 이야기했는지 정말 의문이다.
중소기업 범주를 어떻게 설정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일반 예에 따라 300인 미만 고용 업체(서비스업은 100인)로 정의한다면 중소기업에 들어갈 수 있는 분야와 GDP 기여는 각각 다음과 같다.
............................<표2> 중소기업의 GDP 생산
문 후보가 말하는 중소기업은 어느 범주를 말하는 것일까? 2000만명을 고용하는 중소기업을 언급한 걸 보면 위 세 범주 모두 상정했을 것이다. 매년 무려 80조원 이상의 GDP가 증가한다(415조×0.2). 이것만으로도 10% 이상이다. 2006년 중소기업청은 통계를 재조합하여 중소기업이 전체 GDP의 60% 가량을 생산한다고 발표했는데 이 통계를 적용하면 약 12% 의 경제성장률에 해당한다. (제조업만 따로 떼어내면 20조원 정도 GDP가 증가하므로 2.5%에 해당한다. 문 후보는 이 범주만 염두에 둔 것일까?)
현실 경제에서 그 효과는 이보다 훨씬 크다. 중소기업 생산성이 뛰어 오르면 당연히 산업연관을 통해 추가 경제성장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거시 효과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거대 경제모델을 돌려야 한다. 한미 FTA 논란으로 유명해진 CGE 모델이 그 예일텐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경제성장 효과를 뻥튀기하기 위해 각 부문 1% 생산성 향상을 추가로 가정해서 5%의 추가 경제성장을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GDP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범주의 생산성이 20% 향상된다면? 아마 어마어마할 것이다. 문 후보는 겸손해서 이런 엄청난 결과를 숨긴 것일까? 아니면 가정 자체가 지극히 비현실적인 것일까?
전가의 보도, 뉴 패러다임
이런 희대의 대사건을 일으킬 주역은 바로 뉴 패러다임이다. 그 핵심은 4조 2교대(또는 그 변형) 노동방식을 통해 노동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학습 프로그램을 도입해서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에 비하면 훨씬 진보적이고 동시에 실현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유한킴벌리를 비롯한 여러 사례에서 고용이 늘어나고 생산성이 향상되는 결과를 증명했기에 더욱 기대가 크다.
과연 이 패러다임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중소기업에 얼마나 적용될 수 있을까? 중소기업의 규모별 통계를 보자.
............................<표3> 기업의 고용규모별 분포
표에서 보듯이 50인 이하 고용업체가 무려 96.9%에 달한다. 현재 뉴 패러다임센터에서 발표한 실험사례를 보더라도 대체로 4조 2교대제(혹은 4조 3교대제)는 50인 이상, 고가의 설비를 사용하는 장치산업, 24시간 근무가 필요한 기업 등에서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다. 뿐만 아니라 생산성 향상이 곧바로 매출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조건이다. 현실에서 중소기업가들은 판로 확보와 인력 부족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는다. 97%에 이르는, 말 그대로 절대 다수의 중소기업은 위의 조건을 대부분 만족시키지 못한다. 극소수 기업의 생산성이 20% 향상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국민경제를 좌우할 수는 없다.
문 후보의 중소기업정책은 그의 말대로 실현된다면 어마어마한 성장을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별로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20% 가까운 성장을 2%로 줄여 잡은 것일까? 정책은 몇 조각 지식이나 감으로 밀어붙이고 선전하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 정책이 실현 가능한 것이 되려면
뉴 패러다임의 핵심은 노동시간 단축과 학습 프로그램에 의한 생산성 향상이다(현재의 성공사례는 설비 가동율 극대화와 노동력의 질 향상이 동시에 작용하는 것이니 후자의 효과를 따로 측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당장 민주노동당사가 자리 잡은 영등포구 문래동 주위에 있는 수천 개의 금형제조업체(일명 마치코바)에 이 패러다임을 적용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문 후보의 정책이 실제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업의 사례를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 산업별로 적용하는 모델을 설정해야 한다. 예컨대 영등포에 아파트형 공장을 설립해서 마치코바들을 모으고 고가의 설비 공동사용, 정보의 교환, 판로의 공동 개척, 나아가서 브랜드화를 꾀한 후에야 비로소 '뉴 패러다임'은 시작될 수 있다. 다름 아닌 제3 이탤리 모델을 적용한 클러스터화가 해법이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산업별 특성에 따른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문 후보의 일부 참모는 영세기업을 뉴 패러다임에 참여시키기 위해 보조금 지급 정책을 언급한 바 있지만 정부가 재정으로 이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역재투자법에 의한 지역금융의 활성화, 은퇴자를 활용한 컨설팅업 지원 등이 필요하다. 한국의 중소기업 정책에는 세계의 온갖 것이 다 망라돼 있다. 그럼에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뉴 패러다임이라는 '강철검'을 몰라서 그랬던 것은 분명 아니다. 무릇 중소기업 정책의 실현가능성은 이런 문제를 얼마나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건전한 정책 논쟁을 기대하며
이상에서 보았듯이 문 후보의 경제정책은 참신하고, 이명박 후보 등에 비하면 진일보한 것이지만 거시적 정합성이나 실현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기업가로서 성취하거나 배운 몇가지 지식이 곧바로 정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 후보의 경제정책은 몇가지 아이디어를 정치적으로 바람직한 거시지표에 연결한 것으로 보인다. 정책수단과 결과 사이의 전달경로나 실현 가능성을 검증했다면 이렇게 정책을 발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특히 거시정책이 그러하다.
7% 잠재 성장률 달성을 주장한다거나 1%의 경제성장이 30만의 고용을 가져온다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다. 7%라니, 문후보가 모델로 상정한 어느 선진국 경제의 잠재성장율도 턱 없이 못 미칠 것이다. 그의 말대로 1%의 경제성장이 30만명의 고용을 가져온다면 문 후보의 일자리 공약은 1000만개 이상(30만명×8%×5년)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증자료를 보면 1% 당 7-8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정도이며 지난 몇 년의 실적도 대체로 그러하다. 중소기업 정책에서도 그랬듯 어김없이 거시경제에 관한 감이 형편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본인이 얼마나 엄청난 얘기를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정책을 수행한다면 과연 그 결과, 그리고 그에 따르는 부작용은 누가 감당해야 하는 걸까.
문 후보의 국제경제관계에 관한 정책은 생략돼 있거나 근거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예컨대 북미수교가 일어나면 경천동지의 사태가 벌어진다는 주장이 그러하다. 당장 투기적 국제자본의 움직임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지, 또 IMF 등 국제금융기관의 민주화에 대한 견해, 아시아 지역화에 관한 견해도 없다. 세계화와 외자유치 성장전략을 지금처럼 털끝만큼도 의심하지 않는다면 양극화 심화는 필연이다. 양극화를 소리 높여 비판하지만 문 후보의 정책으로 양극화를 극복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것이다.
다음에 실을 이명박 후보의 정책이 불러올 파국에 비하면 문 후보의 정책은 지극히 건전하다. 그러나 실현가능한 정책목표와 그에 걸맞은 구체적인 정책수단을 갖춰야 한다. 현재의 수준으로는 초기 2~3년간 기초작업만 하다가 8%라는 수치에 발목을 잡혀 무리수를 두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참여정부 초기, 신용카드 위기 탓에 부진한 경제를 갑자기 7% 성장시킬 방법은 없었다. 그러나 내외의 비판에 휩싸이자 대통령은 그예 2만불론을 내세우고 분양원가 공개를 거부했으며, 지방의 땅값이 오르는 것은 괜찮다며 지방 개발 붐을 일으켰다. 이러한 오류가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문 후보가 국제관계와 기업을 모른다고 민주노동당을 비판한 것은 선입견이나 단순한 인상을 오만하게 표현한 데 불과하다. 적어도 경제정책에서는 그렇지 않다. 문 후보의 뉴 패러다임이 적용되기 위해서도 산업별, 지역별 학습체계, 클러스터, 지역 금융시스템을 먼저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은 노동자 등 국민 대다수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정책은 종합적이어야 하며 신비의 강철검이 외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기준에 비춰서 민주노동당의 경제정책을 실제로 들여다 본 후 위 발언을 되짚어 보기 바란다. 물론 더 구체화하고 갖춰야 할 정책은 아직도 부지기수이다. 새롭게 만드는 문 후보의 정당이 생산적인 정책 토론에 적극 참여해서 이러한 정책 개발에 서로 도움이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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