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 후보는 29일 <프레시안>이 보낸 질문지에 대한 답변에서 "그 동안 정부는 일자리 문제를 시장에만 맡겨 오거나, 철저히 기업의 편에 서서 국정을 운영해 왔다"며 "이제 정부의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각종 사회 문제가 발생하는 큰 원인이 정부의 국정 기조에 있다는 지적이다.
이랜드, 코스콤 등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풀기 위해 권영길 후보는 "대선후보 비상시국회의와 중재단 구성"을 제안했고, "비정규직법의 전면 재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은 지난 22일 이 후보를 포함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민주당 이인제 후보, 창조한국당(가칭) 문국현 후보 등 5명의 대선 후보들에게 '일자리' 등 노동문제와 관련된 질문지를 보낸 바 있다. 이 가운데 이명박 후보 측이 28일 가장 빨리 답변을 보내왔고, 29일 권영길 후보 측의 답변이 왔다. 다른 후보들의 답변도 도착하는 순서대로 보도할 예정이다.
"대선 후보 비정규직 토론회 하자"
|
비정규직법 시행 직전부터 불거져 아직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랜드 노사갈등과 관련해 권영길 후보는 "끊임없이 인건비 인하와 착취를 통해 이윤을 확대하려는 박성수 자본과 이를 용인해준 정부의 합작품"이라고 전제한 뒤, "원인 제공자인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수 회장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지난 7월 시행된 비정규직법에 대해서도 권 후보는 "이미 '비정규직 해고 및 확산에 관한 법률'임이 확인됐다"며 △기간제 사용 사유제한 △파견 철폐 및 용역·도급에 대한 엄격한 규제 △원청 사용자성 인정 등을 골자로 재개정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별시정제도 역시 △노조 대표권 인정 △간접고용까지 확대 적용 등의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산별노조 법제화 적극 찬성"
권 후보는 산별 노조의 법제화에 대해 "적극 찬성" 입장을 내놨다. 산별노조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반대 입장을 밝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반대 입장이다.
권 후보는 "이미 현실은 산별질서로 급속히 개편되고 있지만 법과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법제화를 위해 △사용자단체 범위 확대 △초기업단위 단체교섭에서의 교섭 의무 부과 △단체협약 효력확장제도 개선을 제안했다.
권 후보는 산업별 임금체계의 통합에 대해서는 "원칙적인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직무급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권 후보는 "현재 제기되고 있는 직무급 도입은 그 동안의 차별을 고착하는 데 활용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큰 정부라서가 아니라 너무 작은 정부라 문제"
청년 실업 및 정규직의 명예퇴직 등 정년 축소와 관련해 권 후보는 신자유주의 노동 정책을 원인으로 꼽았다. "기업규제 완화와 노동시장 유연화"를 핵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은 "소수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노동시장 분배 기능을 악화시키고 고용 불안을 가중시켜 경제 전반의 성장 동력을 잠식한다"고 권 후보는 주장했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해법으로 권 후보는 "시장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후보는 "너무 큰 정부가 아니라 너무 작은 정부라서 문제"라며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공공부문이 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권 후보는 '40대 정년'이 회자되는 원인으로 "정리해고의 요건인 경영상의 이유에 대한 사법부의 보수적 해석이 문제"라고 지적한 뒤 정리해고 사전합의제와 산별질서 확립을 통해 풀어야 하며, 임금피크제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다음은 권영길 후보가 보내 온 답변의 전문이다. ● 이랜드 문제 관련 질의 1) 이랜드 그룹의 비정규직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이랜드 사태는 잘못된 비정규법이 부른 최악의 사태입니다. 애초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현재 대통합민주신당)이 비정규법을 강행 처리하려고 할 때 민주노동당은 계약해지, 외주화, 분리직군제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지요. 이랜드 사태에는 민주노동당이 우려했던 비정규악법의 문제점이 모두 응축돼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부 비정규법은 '비정규직을 늘리되, 차별을 형식적으로 일부 시정하겠다'는 것인데, 아무리 차별을 시정하려고 해도 해당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리 목숨'처럼 수시로 해고 또는 외주화된다면 모두 소용없는 것입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이랜드 사태는 끊임없이 인건비 인하와 착취를 통해 이윤을 확대하려는 박성수 자본과 이를 용인해준 정부의 합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이랜드 비정규직의 매장 점거농성에 대해 정부는 '공권력 투입을 통한 강제 해산'이라는 방침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세 차례에 걸친 이런 결정에 대해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귀 후보 측의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이나 그 때나 반대 입장입니다. 근로기준법을 어긴 박성수 회장은 요새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정부는 근로기준법을 어기고 노동자들의 고혈을 빨아먹은 당사자에게는 아무런 처벌을 가하지 않으면서 80만원을 벌기 위해서 하루 종일 서서 일해야 했던 이랜드 노동자들만 잡아갔습니다. 이는 노무현 정부 정책을 성격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이랜드 노동자들이 농성을 하는 원인도 대부분 정부가 제공한 것닙니다. 정부가 원인을 제공했으면서 정작 그 원인에 대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한 채 억울한 피해당사자만 탄압하는 것은 제대로 된 방법이 아닙니다. 정부는 공권력을 투입하기 이전에 이랜드 노동자들 앞에서 백배 사죄부터 하는 것이 순리에 맞다고 봅니다. 3) 현재 이랜드 노사가 교섭을 거듭하다 지금은 그마저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갈등을 풀기 위해 정부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첫째, 박성수 회장에 대한 처벌이 필요합니다. 이랜드 문제가 수개월 지속되고 전국적 사안이 되도록 막무가내 노동탄압을 벌여 놓고서는 국회의 국정감사 증인 신청에도 응하지 않고 행방을 감추었습니다. 97년, 2000년에도 노동자 해고, 노동조합 탄압으로 물의를 일으키고는 해외여행을 떠났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박성수 회장이 그 동안 저지른 불법과 탈법을 바로 잡지 않는다면 이랜드 문제는 영원히 풀 수 없을 것입니다. 둘째, 이랜드측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정부가 만든 비정규법을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1차적인 원인은 법안과 그 법안은 만든 노무현 정부에게 있다는 것이지요. 원인 제공자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합니다. 노동부에만 맡겨놓은 결과 상황은 더욱 악화되기만 했습니다. 이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합니다. 셋째, 대선후보 비상시국회의와 중재단 구성을 제안합니다. 이랜드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하겠지만 그게 힘들다고 한다면 다음 정권을 위해 출마한 대통령 후보들이 책임지고 나서야 합니다. 만약 다른 후보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과 애환을 이해한다면, 이랜드 문제에 대해 다들 많은 책임감을 느끼실 것이며, 제 제안에 적극 동참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책임지고 나서야 합니다. 다시 한 번 '대선후보 비상시국회의'와 '중재단'구성과 '대선 후보 비정규직 토론회'개최를 제안합니다. ● 비정규직 문제 일반에 관한 질의 1) 이랜드 문제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비정규직 문제의 한 단면일 뿐입니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비정규직의 비율은 급격히 확대됐습니다. 과거에 비해 고용 불안이 심화된 것은 외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만, 한국의 경우 유독 그 진행속도가 빠릅니다. 그리고 비정규직이 느끼는 불안과 고통 역시 비슷한 경제 규모의 외국에 비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왜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유독 심각해졌는지, 이에 대한 귀 후보 측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 세계에서 비정규직이 가장 많은 나라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2007년 3월) 분석 결과(김유선)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879만 명으로 전체 노동인구의 55.8%에 달합니다. OECD평균인 27.1% (기간제 16.3%, 파트타임 10.8% ; OECD 2005) 수준과 비교해볼 때 2배 이상이나 되는 셈이지요. 국제통화기금(IMF)조차도 2004년 연초에 한국 정부와 연례정책협의를 가진 뒤 발표한 '한국경제 주요 현안 보고서' 통해 노동시장이 과도하게 비정규직화되는 것을 경고하고, 비정규직 노동자 수를 줄이라고 요구한 바 있습니다. 당시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의 노동자 비정규직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OECD가입 30개국 중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다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를 줄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보고서는 "2002년에 이뤄진 신규 고용의 70%가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지적하면서 이 같은 이중구조의 한국 노동시장은 2003년 한국 경제를 저해했고, 향후 발전도 제약할 것"이라고 준엄한 경고까지 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이 부른 결과 비정규직의 증가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기업들 전략과 이를 뒷받침 또는 부추긴 역대 정권의 정책 때문입니다. 즉, 기업들이 기술경쟁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작업방식 개선 등에 의존하기보다 끊임없는 인건비 절감에 우선적으로 기대어 이윤을 확보해 왔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상시적인 구조조정, 다운사이징, 외주화 등 수량적 유연화 전략이 지속되어 왔고, 역대 정부 역시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대변되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국정 운영 목표로 삼았던 것입니다. 거기다가 그 동안 우리 노동 진영에서도 기업별 질서에 갇힌 채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던 점도 하나의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향후 산별 질서 정착 및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 끌어안기가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나서고 있는데, 권영길은 이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새로운 노동운동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2) 비정규직 문제가 불거지면서, 여러 전문가들이 다양한 진단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다양한 진단의 공통점은 비정규직 문제를 풀기 위해선 개별 사회 주체들이 적극적인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주체라 할 수 있는 기업 경영진, 정부, (정규직) 노동조합은 각각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기업 경영진의 역할, 정부의 역할, 노동조합의 역할을 구별해서 듣고 싶습니다. ○ 경영진 역할 경영진은 너무 손쉽게 돈 벌 생각을 그만해야 하며, 비정규직 활용을 통해서 초과 이윤을 획득할 생각을 한다면 기업을 운영하지 말아야 합니다. 동시에 그 동안 직간접적으로 비정규직 활용, 하청과의 불공정거래 등을 통해서 이윤을 획득한 대기업은 이에 응당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민주노동당과 저는 이미 400만 정규직 전환을 제안한 바 있고, 대기업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정규직 전환을 실행시킬 것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존경받는 기업인이 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 정부의 역할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국정 기조를 '노동하기 좋은 나라'로 바꾸어야 합니다. 그 동안 정부는 일자리 문제를 시장에만 맡겨 오거나, 철저히 기업의 편에 서서 국정을 운영해 왔습니다. 이제 정부의 역할이 바뀌어야 합니다. 노동하기 좋은 나라를 실현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하며,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고 조절과 통제를 강화해야 합니다. 민주노동당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ⅰ) 비정규법 전면 재개정을 통한 법질서 확립, ⅱ)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경제적 유인책 마련 (정규직전환특별법 및 정규직전환기금 설치) ⅲ) 공공부문의 선도적 조치 (공공부문 최우선 정규직 전환)을 제시합니다. ○ 노동조합의 역할 노동조합 역시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연대와 조직화가 노동조합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산별질서를 확립하여 산별교섭을 정착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아름다운 연대를 통해서 명실상부한 1500만 노동자들의 대표체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3) 일부 전문가들은 비정규직의 해법으로 산업별 임금체계의 통합을 들고 있습니다. 동일 업종, 동일 노동에 대해서는 같은 임금체계를 적용하자는 주장입니다. 유럽 일부 국가들이 적용하고 있는 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독일 등과 같은 산업별 임금체계는 향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연구해야 할 과제입니다. 민주노동당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당론으로 하고 있으며,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유력한 방안으로써 산업별 임금체계에 대해서 원칙적인 찬성 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 기업과 정부 등에서 제기하고 있는 직무급 도입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현재 제기되고 있는 직무급 도입은 그 동안의 차별을 은폐하거나 앞으로의 차별을 고착하는 데 활용될 소지가 크기 때문입니다. 만약 노동자들과의 공동 연구 및 결정을 전제로 한다면 적극적으로 받아서 추진할 수 있을 것지만, '눈가리고 아옹'하는 식으로 직무급 도입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할 수 없습니다. 4) 그리고 '산업별 임금체계 통합'을 이야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게 산별노조의 정착입니다. 노동계 일각에서 '산별 노조 법제화'를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산별 노조 법제화에 대해서 적극 찬성합니다. 이미 현실은 산별질서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지만, 법과 제도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진정으로 노사관계의 발전과 노동시장내의 평등과 연대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산별노조 질서 확립을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방향으로 첫째, 사용자단체 범위 확대, 둘째, 초기업단위 단체교섭에서의 교섭의무 부과, 셋째, 단체협약 효력확장제도 개선을 제시합니다. 특히 초기업단위 단체교섭에서의 교섭의무 부과는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최근의 사례를 보면 사용자 단체들이 계속해서 교섭을 회피함으로써 사실상 산별질서 정착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행 기업별 노사관계에서도 교섭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부당노동행위가 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산별 교섭에서도 교섭의무가 명확히 사용자의 법적 의무임을 명시하고 그에 따라 교섭 회피 시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할 것입니다. ● 비정규직법 관련 질의 1) 2007년 7월 1일 비정규직 관련법이 시행됐습니다. 그런데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이 법이 비정규직의 계약해지 및 해고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비정규직법을 다시 개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행 비정규직법에 대한 입장, 재개정 필요성에 대한 입장 등을 듣고 싶습니다. 비정규직법의 전면 재개정이 필요합니다. 현행법이 통과되고 시행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피눈물을 흘렸습니까! 그리고 얼마나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피눈물을 흘려야 지금과 같은 야만적 행위가 멈춰지겠습니까! 이미 비정규법은 "비정규직 해고 및 확산에 관한 법률"임이 확인되었고, 차별시정제도 역시 해고 및 외주화 앞에서 힘 한번 못 쓰는 무기력한 제도임이 확인되었습니다. 최근 발표된 정부 통계만 봐도 비정규직법이 실패했음을 알 수 있고, 노동계 분석 결과를 보면 그 결과는 더욱 명확합니다. <참고>비정규법 통과 이후 비정규직 규모 변화 * 비정규 규모 변화 추이 737만명('01.8월)→772만명('02.8월)→784만명('03.8월)→815만명('04.8월)→840만명('05.8월)→844만명('06.8월)→879만명('07.3월) * 매년 비정규 증가 규모 36만명('01→'02)→12만명→31만명→25만명→4만명('05→'06)→34만명(7개월) * 지난 5년간 ('01년에서 '06년까지) 매 년 평균 21만명 정도 증가했는데, 법 통과 이후 불과 7개월만에 그것보다 많은 34만명이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2) 만약 재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다음과 같은 내용을 골자로 재개정되어야 합니다. ○ 비정규직법 재개정의 방향 - 기간제 사용 사유제한 - 파견철폐, 용역· 도급 엄격한 규제, 원청 사용자성 인정 - 특수고용노동자 노동자성 및 노동3권 보장 - 동일가치 노동 동일임금 - 명예근로감독관 제도 ○ 간접고용 규제 방안 - 직접고용 업무, 상시업무 도급· 용역화 대체 엄격히 규제 - 원청사용자성 책임 확대 (단체교섭 의무, 부당노동행위 주체) ○ 비정규직 차별처우 개선 -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실현 - 차별시정 노조 대표권 인정 - 차별시정 간접고용(용역, 도급, 외주)까지 확대 적용 - 차별시정 시정명령 이전 근로계약 해지 금지 - 차별시정 시정명령시 사업장내 비정규직 동일 적용 3) 사회적 주목을 받은 비정규직 문제 가운데 KTX 여승무원 문제가 있습니다. 이 문제는 원청회사에 직접고용된 비정규직이 아니라 간접고용된 외주용역의 사례에 속합니다. 이처럼 외주용역을 통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현행 비정규법은 아주 형식적이고 개별적인 일부 차별시정 방안을 넣으면서, 사실상 비정규직의 대량 해고 및 간접고용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따라서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방안을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간접고용 규제 방안으로, 첫째, 직접고용 업무, 상시업무 도급· 용역화 대체 엄격히 규제, 둘째, 원청사용자성 책임 확대 (단체교섭 의무, 부당노동행위 주체) 등이 필요합니다. 그 밖에 일방적인 납품단가 인하 금지 등 원하청 불공정거래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원하청 불평등 개선을 위한 원하청 이윤공유제 등이 필요합니다. ● 청년 실업 관련 질의 1) 20대 청년 실업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청년을 위한 일자리의 총량도 부족하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더욱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 역시 앞서의 문제들과 마찬가지로 최근 10년 동안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이 문제의 원인과 배경에 대한 귀 후보 측의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아울러 귀 후보 측에서 준비한 해법이 있다면, 함께 듣고 싶습니다. 고용불안의 가중과 이로 인한 사회 양극화의 1차적 책임은 지난 15년 간 정권을 유지해 왔던 두 보수정당의 신자유주의 노동시장 정책에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정책의 핵심은 기업규제 완화와 노동시장 유연화입니다. 대기업은 외주와 파견, 비정규직 고용을 늘이면서 고용을 대폭 축소했습니다. 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는 원하청 관계를 악화시켜 고용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 고용능력을 저하시켰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소수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으나, 노동시장 분배 기능을 악화시키고 고용 불안을 가중시켜 경제 전반의 성장 동력을 잠식합니다. 두 번째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낮은 노조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입니다. 아시다시피 노동시장은 분배가 일어나는 1차적 장소입니다.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여럿이 있으나 그 중 노사관계는 매우 핵심적 요소입니다. 그런데 시장의 불균등한 권력관계를 보완해야 하는 노사관계가 협소하게 제한되어 그 기능을 충분히 발휘되지 못 했습니다. 그 결과 미조직 부문의 고용조건이 갈수록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지 못 했습니다. '더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장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강화해야 합니다. 단기적 이윤을 목적으로 움직이는 기업들에게는 규제 완화와 노동시장 유연화(비정규직 확산)가 유리한 것으로 인식이 되겠지만, 이러한 개별적 기업들의 활동은 결국 고용불안을 가중시키고 인적자원 개발을 악화시켜 성장 동력을 잠식합니다. 청년실업에 따른 미래 국가적 소득손실이 최대 3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조세 연구원의 연구 보고는 이를 잘 보여줍니다.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 일자리와 관련한 적절한 사회적 통제의 핵심은 비정규직 문제입니다. 이는 앞부분에서 충분히 언급하였습니다. 두 번째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공공부문이 선도해야 합니다. 한국의 공공행정 및 사회서비스 비중은 OECD 국가의 최하위입니다. 물론 그만큼 복지 수준도 열악합니다. 너무 큰 정부가 아니라 너무 작은 정부라서 문제입니다. 사회서비스를 확장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있으며 노무현 정부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의 사회서비스 확대 방안은 수요 창출을 위해 정부 지원을 하되, 공급은 전적으로 시장에 의존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책은 사회서비스마저 양극화 시키게 될 것이며, 무엇보다 불안정 일자리를 대량 생산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사회적 일자리 사업이나, 간병서비스, 장애인 활동보조인 등에서 이미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사회서비스와 양질의 일자리를 동시에 확대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공공부문의 서비스 공급 비중을 높이는 것입니다. 공공 보육시설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고, 각종 사회서비스 인력 공급을 고용지원센터 등을 통해 관리함으로써 서비스의 보편성 확보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산별노조 질서를 확립해야 합니다. 정부는 청년실업자들이 월급 20만원 더 받으려고 취직을 망설인다는 식으로 질타하곤 했습니다. 구직자에게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 중 하나는 미래 직업 비전입니다. 지금의 노동시장 구조에서 초임 20만원의 차이는 10년 뒤 20년 뒤 몇 배, 몇 십 배가 됩니다. 첫 직장이 비정규직일 경우에는 10년 뒤 비교할 직장을 유지할 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이같은 고용 격차를 줄이는 데 핵심은 산별교섭입니다. 산별노조로 전환할 경우 소득양극화가 최대 20%까지 축소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2) 청년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다고 보십니까? '더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라는 경제 정책의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경제가 성장해야 일자리가 나오는 것은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성장 정책은 '묻지 마 성장'이었습니다. 성장의 내용과 상관없이 성장 그 자체만을 목표로 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경제는 나아지는데 고용은 늘지 않고 양극화는 심각해지고, 대다수 국민의 살림살이는 나빠졌습니다. 두 번째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합니다. 앞 서 얘기 했듯이, 첫째, 시장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강화하고, 둘째,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선도하며, 셋째, 고용양극화 해소를 위해 산별 노사관계 질서를 적극 확립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실업에 따른 사회적 위험을 줄여야 합니다. 개인에게 실업의 경험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닙니다. 정부로서는 최대한 고용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지만, 산업의 발전과 경기 침체 등에 따른 실업은 늘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청년층의 경우 노동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과정에서 실업과 구직의 경험을 거칠 수밖에 없습니다. 20대 신규실업자가 평균 12~13개월 정도 이러한 과정을 거칩니다. 그런데 한국의 실업급여 제도는 급여 기간이나 수준이 매우 낮을 뿐만 아니라, 고용보험을 통해 포괄할 수 있는 인구가 전체 취업인구의 1/3 밖에 되지 않습니다. 특히 청년층은 취업 경험이 없거나 짧기 때문에 실업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개인이 져야 합니다. 실업급여는 단순히 실업기간 내 소득 유지뿐만 아니라 직업훈련, 취업알선 등 다양한 노동시장 정책으로 실업자를 연계하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민주노동당은 청년층 실업급여 지급을 핵심으로 하는 청년 일자리 와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상시적 고용 불안 관련 질의 1) IMF 외환 위기를 거치며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졌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아울러 '사오정', '삼팔선' 등의 표현이 종종 회자됩니다. 비정규직에 비해 고용 안정성이 높은 정규직 회사원의 실질 정년이 크게 앞당겨 졌다는 뜻입니다. 이는 평균 수명의 연장과 맞물리면서 큰 사회적 불안을 낳고 있습니다.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짧아진 반면, 남은 수명은 길어졌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비해 고용 안정성이 낮아진 것은 세계적 추세라고도 합니다만, 비슷한 경제 규모의 외국과 비교해도 한국은 유독 이런 경향이 심각합니다. 그 배경과 원인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귀 후보 측이 준비한 해법이 있다면, 함께 듣고 싶습니다.
우선 한국사회에 평생직장 개념이 실현되었던 적은 없습니다. 1990년 평균 근속년수는 채 5년이 안 됩니다. 가장 최근의 통계 역시 비슷한 수준을 보여줍니다. 이 통계가 의미하는 바는 평생직장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공무원을 제외하고는 대기업 정규직을 포함해 전체 노동자들의 고용이 사실상 매우 불안정하며, 노동시장이 매우 역동적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오정', '삼팔선' 등의 표현은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화되고 국민의 체감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근속년수는 매우 짧고 40대 정년이 회자되지만, 실제로 한국 사람들이 은퇴하는 연령은 평균 68세입니다. 40대 자신의 주요 직종에서 강제 퇴출되어 주변부 노동시장으로 전락, 대다수의 노동자들이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20년을 넘게 일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경향의 근본적 원인은 앞 서 언급했듯이 신자유주의 노동시장 정책이 그 주범입니다. 이에 대한 대안 역시 앞서 이야기 했습니다. 두 번째 문제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사법부의 보수적 노동법 해석 문제입니다. 노동법에서 정한 정리해고 요건 중 '경영상의 이유'를 사법부가 너무 광범위하게 해석하고 있어, '미래에 발생할 지도 모를 위험'까지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해석은 사실상 모든 상황에서 정리해고가 가능하다는 것이고, 노동법의 취지를 반대로 해석하는 꼴입니다. 사법부는 입법이나 행정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방법은 현행 노동법 상의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는 것과 노사가 자율적으로 규칙을 만들어 나가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이 제시하는 해법으로는 정리해고 사전 합의제와 산별질서 확립 등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령화 시대에 따른 노동시장 해결 문제로 크게 주목받고 있는 임금피크제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한국의 평균 근속년수나 장기근속자 비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습니다. 다시 말해 임금피크가 필요할 만큼 장기근속의 비중이 크고, 노동시장이 정체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두 번째로 대다수 기업이 채택하고 있는 연공서열 임금체계는 숙련 노동자의 조기 이직을 방지하고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초반의 저임금을 이후에 보장하겠다는 일종의 약속인 셈입니다. 임금피크는 이러한 임금체계 이면에 깔린 사회적 약속을 위반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고령화에 따른 장기근속 유도를 위해 임금피크제의 장점은 있다고 판단이 됩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정년 연장형 임금피크에 한해서 도입을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2) 이처럼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생겨난 변화는 다양합니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을 뜻하는 '공시족(公試族)'의 급격한 증가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고용 안정성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젊은이들이 상대적으로 고용 안정성이 높은 직장이나 직업으로 쏠리는 현상입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데 지나치게 많은 사회적 자원이 소비된다는 점, 고용 안정성이 직업 및 직장 선택의 주요 척도가 되면서 창의적 혁신이 계속 이뤄져야 하는 분야에 대한 젊은이들의 기피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점,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현재의 직장이나 직업에 애착을 갖지 못 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점 등이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힙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 귀 후보 측이 준비한 해법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노동시장의 불안정이 커질수록, 그리고 고용양극화가 심화될수록 상대적으로 고용 안정성이 높은 직장이나 직업으로 쏠리는 것은 개인의 지극히 합리적 선택입니다. 특히, 직종/고용형태/기업규모 등에 따른 임금 및 고용안정성의 격차가 더욱 커지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낮을수록 이러한 현상을 더욱 커집니다. 문제는 이에 따른 부작용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실업 기간이 장기화될수록 경제적, 심리적 부담감이 가중될 것이며, 사회적으로는 각종 사회비용의 증가 및 잠재적 성장 동력의 감소라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양극화의 문제와 분절화현상을 해결해야 합니다. 비정규직 규모를 줄이고 차별을 철폐하고, 산업내/산업간 고용격차를 축소하고, 저임금 노동시장을 해소해야 합니다. 이는 결국 앞서 말씀드렸던 모든 정책들의 종합적 처방이 될 것인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산별 질서 확립을 통한 고용격차 해소,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노동자 평균 임금 50% 이상) 및 공정임금 제도 확립 등이 그 구체적 정책 대안입니다. 마지막으로 고용에 관련된 각종 차별을 규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근거 없는 취업 연령 제한이나 학력 제한, 성별이나 성적 취향, 장애여부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 등을 해소할 수 있는 사회적 차별 금지법을 제정할 것입니다. ● 직장인의 노동강도에 관한 질의 1) 과로로 사망한 직장인의 증가 추이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만약 이런 추이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면 어떤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과로사(돌연사) 문제는 90년대 초반부터 우리나라에서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노동자건강권운동의 노력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과로로 인한 질병이나 사망'을 직업병에 포함하고 언론을 비롯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과로사는 계속 증가하면서 과로사를 유발하는 심각한 노동조건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과로사의 대표적인 질환은 협심증과 심근경색으로 대표되는 관상동맥질환이며, 이 관상동맥질환이 1992년에 인구 10만 명당 12.5명에서 2002년 25.2명으로 2배로 급증한 것에서도 과로사 문제의 규모를 추측할 수 있습니다. 노동부의 산재통계에 따르면 과로·스트레스 등에 따른 뇌심혈관질환 사망자도 2000년 545명에서 2003년 820명, 2004년 788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최근 발생하는 과로사 중에는 구조조정으로 인한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경우가 많습니다. 과로사를 유발하는 요인이 절대적인 노동시간이나 노동강도 뿐 아니라 직무 스트레스(긴장도)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IMF 이후 매해 10여 명씩의 과로사망이 발생하고 있는 증권업의 경우도 그 원인은 증권사간 과당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인력감축으로 인한 노동강도의 강화입니다. 구조조정이나 상시적인 고용불안 속에서 이제 과로로 인한 사망은 버스운전, 경비업무, 제조업, 은행·증권업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면서 노동자와 그 가족의 삶을 빼앗아 가고 있습니다. 과로사는 수치로 드러나는 사망건수 아래 수십, 수 백 배 규모의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 우울증, 정신질환, 과로질병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더욱 크며 노동자 건강권 문제의 주요한 부분입니다.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과로사의 원인은 상시적인 구조조정과 고용불안, 성과주의의 확산, 장시간 노동, 작업속도의 증가, 단위시간당 생산량의 증가, 비정규직의 급증 등입니다. 따라서 그 해결 역시 노동자의 고용안정, 노동시간 단축, 적정인력확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금지 등으로 이는 민주노동당의 핵심적인 노동정책이기도 합니다. 과로사(과로질병)는 최근 노동자들이 처하고 있는 불안정하고 열악한 상황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정확한 실태파악부터 제대로 되어야 합니다. 2) 일반적으로 산업재해는 '작업장 안전'에 관한 문제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과로로 인해 발생한 산업재해가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과로와 산업재해와의 관련성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만약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본다면 과로가 산업재해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산업구조의 변화, 고용형태의 변화, 노동환경의 변화에 따라 산업재해의 유형도 변화합니다. 과거 산업재해라고 하면 광부의 진폐증이나 제조업의 손가락 절단을 떠올리겠지만 최근에는 자동차제조업의 근골격계질환이 다발 산업재해(직업병) 중 하나인 것과 같습니다. 이처럼 환경의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위험에 대해 파악하고 신종 직업병이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과로로 인한 뇌·심혈관계질환은 이미 80년에 일본의 심각한 직업병문제로 부각이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90년대 이후 사회 문제화되면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상에 '직업병'으로 규정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과로사로 인정받은 경우만도 1만 여 건에 이르며 그 외 과로로 인한 질병은 더욱 많아 과로사(과로질병)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업재해(직업병)으로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과로사를 막기 위해서는 그 원인인 '과로' 상황을 없애야 합니다. 현대자동자 노동자들은 일주일에 60.6시간, 한 달 평균 282.4 시간을 일하고, 매일 잔업 2시간, 일주일에 서너번 특근이 기본입니다. 대기업 정규직이 이러한데 영세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의 상황은 오죽하겠습니까?IMF 이전 2명이서 하던 일을 1명이 하게 되니 금융업에서 과로사가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한국은 몇 년에 걸쳐 OECD 국가 중 최장의 노동시간을 가진 나라라는 불명예를 갖고 있습니다. 국민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프랑스의 2배가 넘습니다. 실질 노동시간을 단축해야합니다. 이를 위해 적정인력을 확보하고 노동강도를 완화해야 합니다. 또한 영업직의 과당경쟁을 부르는 성과급제, 언제 짤릴지 모르는 고용불안, 작업장 곳곳에 설치된 노동자 감시체계도 스트레스와 과로의 원인으로 이러한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3) IMF 외환 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이 활발해지면서 직장인의 평균 노동강도가 높아졌다고 합니다. 인력을 줄이면서 적은 인력이 과거보다 많은 업무를 감당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평균 노동강도의 증가 정도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또 이런 현상에 대한 평가도 조금씩 다릅니다. 별 문제가 없다고 여기는 경우도 있고 심각한 문제라고 여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심각한 문제라고 여기는 경우에도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귀 후보 측은 어떤 경우에 속하는지 만약 평균 노동강도가 매우 높아졌으며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고 여긴다면 어떤 해법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노동 강도에 대한 체감 정도는 산업이나 직종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며 같은 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라 할지라도, 성별/연령/직위 및 직장 내 관계 등에 따라 주관적 체험은 모두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저는 최근의 노동강도가 매우 높아졌으며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하지만, 이러한 주관적 판단은 정책 입안에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객관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최근 들어 과로에 인한 질환이 늘고 있다는 것과 노동생산성 향상을 들 수 있습니다. 과로사 유발 질환은 앞에서 이야기 했으니 여기서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노동생산성 향상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소에 좌우되는데 하나는 기술력의 향상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강도의 증가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술력 향상은 설비 투자의 증가나 숙련의 증가 혹은 작업 조직의 전환 등의 결과로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경제위기 이후 한국경제와 관련하여 꾸준하게 제기된 것 중 하나는 설비 투자가 정체되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최근 10년 간 노동생산성 증가의 핵심 원인은 노동강도 및 노동시간의 증가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바로 앞서 제기한 것과 중복되어 여기서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 안전하고, 쾌적한 조건 조성에 관한 질의 1) 업종별 산업재해 증감 추이에 대해 어느 정도로 파악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만약 파악하고 있다면 어떤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60년대 이후 경제성장 지상주의는 노동자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것이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사회문제가 산업재해·직업병 문제입니다. 1980-1990년대 불려 지던 노동가요에 등장했던 '손무덤'이라는 가사는 하루에도 수명의 손가락이 절단되던 피의 역사를 딛고 대표적인 주방용품 업체로 성장했던 S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야만적이고 원시적인 산업재해 문제는 80-90년대 민주노조 운동의 역사 속에서 그 실태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정부 역시 1991년 '제1차 산재예방 6개년계획'을 시작하는 등 관련 정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결과 산재통계는 완만한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산업재해는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를 전후해 가속화된 정부의 노동, 노동안전보건 규제의 완화를 포함한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의 결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2006년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의 수는 9만 여 명으로 재해율은 0.77%입니다. 참여정부는 출범 직전인 2002년 재해율 0.77%를 2007년 까지 0.5%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었으나 재해율은 전혀 줄지 않았으며 이는 참여정부의 노동안전보건정책이 실패했음을 의미합니다. 미국의 재해율 0.5%, EU 평균인 0.37%, 일본의 0.26%와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재해율 0.8% 수준은 끔찍합니다. 특히 사망만인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중대재해 실태는 더욱 심각한 상황입니다. 제조업, 농업의 비중이 줄어들고 서비스업의 비중이 늘어나는 산업구조의 변화를 반영해 산업재해 유형 역시 변화하고 있습니다. 한국 산재 유형의 특징은 제조업, 광업에서의 추락, 낙하, 절단 등 재래형 산재도 감소하지 않는 가운데 서비스업, 금융관광업 등에서 새로운 유형의 근골격계 질환, 스트레스(과로)로 인한 질환 등 신종 직업병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산재의 위험이 해결되지 않고 영세사업장, 이주, 비정규 노동자 등의 약자에게로 이전되고 있음을 각종 통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노동과정의 위험으로 인한 산업재해 문제는 기술적 규제만 강화한다고 해결될 수 없습니다. 이것이 그간의 '산재예방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이유입니다. 이보다는 노동과정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업주가 책임지고 위험을 관리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의 부분적인 사업주 책임 조항을 일반적, 포괄적 사업주 책임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이렇게 될 때만이 사업주가 산재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조치, 안전장치, 안전점검, 안전시설, 안전교육을 위해 노력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ILO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이며 글로벌 스탠다드입니다. 민주노동당은 현재의 심각한 산업재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ⅰ)반복·악질·고의적인 산업재해에 대해서는 기업의 살인죄를 부과하는 '산업재해 처벌에 관한 특별법' 제정과 함께 ⅱ)노동안전보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것을 막고 비정규직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원청 사업주의 포괄적인 안전보건 책임'을 부여할 것입니다. 또한 산재 노동자 중 산재보상보험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많은 경우가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ⅲ)일하다가 병들거나 다친 경우 일단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고 이후 근로복지공단에서 세부적인 산재판정을 하도록 하는 '선보장·후평가' 제도를 도입하도록 하겠습니다. 2) 만약 귀 후보께서 작업장 안전시설 및 안전교육 부실에 따른 문제로 산업재해를 당한 사람의 호소를 접한다면 어떤 대답을 들려줄 것인지 궁금합니다. 하루하루 성실히 일하던 직장에서 산업재해를 당해 하루아침에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노동자를 만나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부상이나 질병으로 인한 고통 외에도 가족에 대한 책임과 걱정, 생계 문제로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산재는 개인의 문제가 아님에도 우리 사회는 산재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뒤집어씌우면서 그 해결도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산재보상보험법과 그 집행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노동자들에게 대해 너무나 부족한 서비스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처럼 우리나라도 '산재현장->원직장 복귀'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더 이상 산재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떠넘기지 말아야 합니다. 억울하게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이 최선의 치료를 받고 직업·사회재활을 통해 원직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합니다. "산업재해는 개인의 책임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산재는 기계의 안전장치 미비처럼 사업주가 안전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가 70% 이상입니다. 그리고 산재로 인한 부상이나 질병을 제대로 치료받고 원직장에 복귀하는 것은 노동법에 명시된 노동자의 권리입니다. 어려움이 있겠지만 마음을 굳게 먹고 몸을 회복해서 다시 예전처럼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노동조합이나 민주노동당이 산재보상절차에 대해 도움을 드리고 혹시 발생할지 모를 불이익에 대해서도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꼭 건강을 회복하셔서 예전처럼 일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민주노동당은 산재노동자의 치료권을 보장하고 원직장복귀를 의무화하기 위해 산재보상보험법이 개정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3) 직장에서 안전하고 쾌적한 근로조건을 만들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다양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생각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귀 후보 측에서 이런 과제를 세 가지만 꼽는다면 어떤 것을 고르겠습니까? 또 이들 세 가지 가운데 우선 순위를 매겨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안전하고 쾌적한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한 우선적 과제부터 제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 사업주에게 노동자의 안전보건에 대한 포괄적 책임 의무 규정을 부여해야 합니다. 산재를 예방하고 안전보건관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고 그에 대한 처벌을 현실화할 때 안전보건관리의 실효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최근에는 안전보건관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면서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6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이들 비정규직은 산재 사망율이 정규직의 2배에 달하는 등 노동안전보건관리의 사각지대에 심각하게 방치되고 있습니다. 원청 사업주(지배적 사업주)에게 고용 형태에 상관없이 안전보건에 대한 포괄적 책임을 부여함으로써 원천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노동자가 위험한 작업환경으로부터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이 사용하는 물질이나 환경에 어떤 위험이 있고 어떤 주의조치를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작업환경측정과 건강검진은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한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정확성에 대한 계속되는 문제제기와 함께 외부기관에 의해 1년에 1-2회 실시되는 관리로 상시적인 사업장 안전보건관리가 확보되기 어렵다는 근본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이 제도들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진행이 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나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자가환경측정지원서비스'를 공공서비스로 제공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신이 일하는 작업환경에 의문이 있을 때 노동자가 자가환경측정지원서비스를 신청하고 간단한 절차를 통해 환경위험을 알 수 있는 공공서비스체계를 구축한다면 노동자들이 직업병으로부터 건강을 지키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셋째, '노동자안전대표제'를 도입하여 안전보건의 당사자인 노동자들이 자신의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안전보건관리는 주로 외부기관(작업환경측정기관, 건강검진기관, 안전보건관리대행기관)에 의존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전문적 역량은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에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나 상시적인 안전보건관리를 담당하지는 못합니다. 안전하고 쾌적한 노동환경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시적으로 작업이 이루어지는 현장과 현장노동자들의 참여가 중요합니다. 작업단위(공정)별로 노동자안전대표를 선출하고 이들이 상시적인 안전점검과 위험요인의 파악, 개선대책마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겠습니다. |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