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전 임원의 명의를 도용한 차명 계좌를 개설하고 이를 불법 비자금 조성에 이용했다는 김용철 전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의 양심선언이 29일 공개되자 이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 관련 기사: "삼성, 김용철 명의 도용해 불법 비자금 조성" )
"또 '꼬리 자르기'…철저한 수사 이뤄져야"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그룹의 핵심 관계자에 의해 제기된 이번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한치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비자금 조성은 필연적으로 정치권과 정부로 흘러들어간다"며 "이를 통해 재벌들의 불법과 탈법을 가리는 데 사용되기 때문에 그 폐해가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더구나 삼성그룹은 '삼성장학생'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비자금 관리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왔다"며 "이를 기반으로 최근 불거진 금산분리원칙의 훼손 논란 등 삼성공화국을 더욱 공고히 해 왔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삼성은 이번 의혹에 대해 그룹이 개입하지 않은 개인들 간의 거래에 의한 것이라며 전형적인 '도마뱀 꼬리 자르기'에 나서고 있다"며 "검찰이 이번 사건의 몸통을 철저히 수사하지 않을 경우 지난날 제기됐던 '삼성 X파일' 의혹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산, 쌍용, 그리고 삼성…금융실명제 개정 시급"
또 심상정 의원은 "최근 계속되는 두산그룹, 쌍용그룹 비자금 의혹 등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재벌그룹들의 비자금 조성을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타인명의의 차명거래 금지를 골자로 한 금융실명제 관련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현행 금융실명제는 타인 명의의 금융거래를 직접 금지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심상정 의원은 지난 2004년 타인명의에 의한 금융거래를 금지하고 그 위반행위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의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차명거래를 증여행위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하는 '상속 및 증여세법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안들은 발의된 지 3년이 지나도록 재경위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17대 국회의 사실상 마지막 회기인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처리되지 않을 경우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심 의원은 "연례행사처럼 터지는 재벌들의 비자금 조성 관행을 막고 금융질서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서는 비자금 조성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 못지않게 관련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삼성이 명명백백하게 진상 밝혀야"
한편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을 내고 "이번 의혹 제기에 대해 삼성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사건의 진상을 공개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한다"며 "차명계좌를 통한 비자금 운영 의혹뿐 아니라 삼성에버랜드 사건과 관련된 의혹의 진상 또한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안기부 X파일 사건 당시 삼성그룹이 1997년 대선 당시 정치권에 수백억원의 대선자금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2002년 대선에서도 불법대선자금을 제공한 바 있다"며 "그동안 이런 사건때마다 삼성은 이학수 부회장 등 임원 개인만 처벌받도록 하거나 그 자금의 출처에 대해서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 사건의 진상이 제대로 드러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사건을 통해 그동안의 비자금이나 불법자금의 관리방식의 일각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에도 삼성그룹이 내부 임원을 희생양 삼아 사건의 진상을 덮고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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