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개혁 성향의 소장학자 27명이 17일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문국현 후보, 민주노동당을 향해 '진보개혁세력의 후보단일화'를 공식적으로 촉구했다.
신당의 정동영 후보, '창조한국'(가칭) 창당을 추진 중인 문국현 후보 진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온 학자그룹을 중심으로 전개돼 온 이 같은 움직임이 수면 위로 떠오름으로써 후보단일화 논의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모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창조한국당, 나아가 민주노동당 등 진보개혁 세력이 후보단일화에 적극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진보개혁세력의 각 정당과 후보가 정책과 지향에 있어 일정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과거 민주화운동에 동참했던 진보개혁세력이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을 이끌 공동의 책임을 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며 "따라서 진보개혁세력의 각 정당과 후보는 민주주의 발전의 대승적, 거시적 관점에서 후보단일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이들은 다만 "진보개혁적 정치세력의 후보단일화는 단지 대선 승리만을 위한 정치적 야합이나 선거공학이 돼서는 안 된다"며 "이념적, 정책적 거리가 가까운 정당 간의 연합을 가능케 할 결선투표제와 같은 제도적 장치가 없다고 할지라도 후보단일화 과정은 정당한 절차와 과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정동영 후보의 평화정책과 문국현 후보의 경제정책은 상호 보완적일 수 있고 그것은 정책연합으로 결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들은 △정책 경쟁을 통한 후보단일화 △정책연합에 대한 적극적 고려 △투명하고 공정한 후보단일화를 위한 중립적 후보단일화 기구 구성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어 "생산적인 정책경쟁을 위해 곧 '27대 진보개혁 정책의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이들은 "정책경쟁의 민주적이고 아름다운 후보단일화의 추진만이 2007년 대선에서 진보개혁세력이 다시 살아나고 결집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진보개혁세력이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패러다임의 형성과 구축에 적극 기여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정책 경쟁'을 통한 진보개혁진영의 후보단일화를 촉구한다
2007년의 대통령선거는 1987년 민주화 이후 20년의 역사를 결산하는 한편 이에 바탕하여 새로운 시대를 여는 전환적 계기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특히 대내적으로 절차적, 정치적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진전시켜 국민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고, 대외적으로 세계화의 물결에 적극 대처하는 한편 남북 화해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의 기반을 구축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시대적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야 할 정치권은 과연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 그렇지 못하다. 사회와 괴리된 채 권력만을 추구하는 정당은 세간의 불신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고 시민들의 정치 혐오와 무관심은 더욱 더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가 이렇듯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재벌과 언론 그리고 검찰 등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정치적 영향력은 급속히 커지고 있다. 즉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politics by other means)가 정당과 정치를 압도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정치권이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 같은 현실에서 진보개혁적 정치세력 역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오지 못했다. 그들은 사회적 양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근래의 상황에서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특히 2007년 대선을 맞아 대통합 민주신당이 보여주었던 졸속의 창당과 경선 과정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민주주의 발전의 기대에서 진보개혁세력을 지지해왔던 유권자와 시민들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점차 자포자기의 심정에 빠져들고 있다.
우리는 진보개혁세력이, 특히 대통합 민주신당이 그 동안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고 특히 이번 경선의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마저 제대로 지키지 못한 점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며 그 점을 통렬히 지적하고자 한다. 과거 민주화운동의 전통을 이어받았고 집권에까지 이르렀던 그들이 대선 경선의 민주적 절차마저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우리 민주주의의 허약성을 다시 한번 절실히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대선에서 진보개혁세력에게 모든 기회가 사라졌다고 보지는 않는다. 민주적 경선조차 제대로 치루지 못한 점을 뼈저리게 반성하며 앞으로 남은 후보단일화의 과정을 민주적으로 그리고 아름답게 진행시킬 때, 그리고 이를 통해 진보개혁세력의 진정성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때 그것은 그들로부터 돌아선 국민의 관심을 되돌릴 수 있다고 본다. 그것만이 이번 대선에서 진보개혁세력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한다.
이에 우리는 대통합 민주신당과 민주당 그리고 창조한국당, 나아가 민주노동당 등 진보개혁세력이 후보단일화에 적극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물론 진보개혁세력의 각 정당과 후보는 그 정책과 지향에 있어 일정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과거에 민주화운동에 동참했던 진보개혁세력이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을 이끌 공동의 책임을 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진보개혁세력의 각 정당과 후보는 우리 민주주의 발전의 대승적, 거시적 관점에서 후보단일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진보개혁적 정치세력의 후보단일화는 단지 대선 승리만을 위한 정치적 야합이나 선거공학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념적, 정책적 거리가 가까운 정당간의 연합을 가능케 할 결선투표제와 같은 제도적 장치가 없다 할지라도, 진보개혁진영의 후보단일화 과정은 정당한 절차와 과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후보단일화 추진을 촉구한다.
첫째, 후보단일화 과정은 '정책 경쟁'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만이 후보단일화의 정당성과 명분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선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지금의 시점에서 진보개혁세력의 정책과 비전은 국민에게 충분히 개진되지 못했다. 따라서 진보개혁세력의 대선 후보들은 자신들의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토론함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그것을 검증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후보단일화에 동참하는 진보개혁세력의 각 후보가 참여하는 정책토론회가 개최되어야 한다.
둘째, 정책 경쟁을 통한 진보개혁세력의 후보단일화가 이루어질 경우 그들간의 '정책 연합'이 적극 고려되어야 한다. 그것은 후보단일화가 단지 대선후보 선출의 단일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공통된 기반에 바탕하여 그들 사이의 정책 연합으로 발전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대통합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평화정책과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의 경제정책은 상호 보완적일 수 있고, 그것은 정책 연합으로 결합될 수 있다.
셋째, 진보개혁세력의 후보단일화 과정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신망있고 중립적인 인사들로 구성된 후보단일화 기구' 구성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1997년의 제15대 대선과 2002년의 제16대 대선에서도 후보단일화 과정이 이루어진 바 있다. 그러나 그것은 밀실의 정치적 거래에 의해, 또는 상황 논리에 따른 편의적인 방식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제 후보단일화 과정은 정책 경쟁을 통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생산적인 정책 경쟁을 위해 우리는 곧 '27대 진보개혁 정책 의제'를 발표할 예정이다.
다시 한번 강조컨대, '정책 경쟁'의 민주적이고 아름다운 후보단일화의 추진만이 2007년 대선에서 진보개혁세력이 다시 살아나고 결집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정책 경쟁을 통한 후보단일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매진할 것이며, 단일화에 참여하는 후보간 투명하고 민주적인 정책 경쟁이 가능하도록 2007년 대선의 정책의제 개발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이를 통해 진보개혁세력이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패러다임의 형성과 구축에 적극 기여하고자 한다.
2007년 10월 18일
<진보와 개혁을 위한 의제27> 일동
(가나다 순): 고동현(연세대, 사회학), 김근식(경남대, 정치학), 김연철(고려대, 정치학), 김영범(한림대, 사회학), 김정훈(성공회대, 사회학), 김종걸(한양대, 경제학), 김태일(영남대, 정치학), 김하수(연세대, 국어국문학), 김호균(명지대, 경제학), 김호기(연세대, 사회학), 문진영(서강대, 사회복지학), 박용수(서강대, 정치학), 박은홍(성공회대, 정치학), 박준식(한림대, 사회학), 서동만(상지대, 정치학), 서보혁(이화여대, 정치학), 손혁재(경기대, 정치학), 안병진(경희사이버대, 정치학), 오현철(전북대, 정치학), 이상이(제주대, 예방의학), 이태수(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사회복지학), 임채원(서울대, 행정학), 조현옥(이화여대, 정치학), 정상호(한양대, 정치학), 정해구(성공회대, 정치학), 최태욱(한림대, 정치학) 홍종학(경원대, 경제학) 이상 2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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