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동 사무총장의 한국노총 방문은 지난 8일 한국노총이 보낸 공문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전하기 위한 것이었다. 대선을 앞두고 조합원 총투표를 통한 정책연대를 진행 중인 한국노총은 이에 앞서 민노당의 후보군 포함과 관련해 '선(先)사과'라는 조건을 내걸기로 결정했었다.
이날 15분 간 진행된 양측의 만남은 묘한 대비를 이뤘다. "대단히 늦었다"고 말을 뗀 김선동 민노당 사무총장은 여러 차례 한국노총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지만 제주도 현장대장정을 떠난 이용득 위원장을 대신해 이들을 맞은 장대익 한국노총 정치기획단장은 "우리도 고민이 많다"며 사무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민노당 "사과의 뜻 진작부터 갖고 있었다"
양측의 이 같은 만남은 표면적으로는 한국노총의 정책연대에서 시작됐다.
"한국노총이 노사발전재단과 노사관계 로드맵을 바꿔 먹었다", "노총 위원장인지 경총 위원장인지 모르겠다" 등의 민노당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과 지방의회 예산편성을 둘러싸고 민노당 의원들과 한국노총 지역본부가 지역에서 상당한 마찰을 일으키고 있어 "정책연대 후보군에서 민노당은 빼자"는 내부의 강한 반발이 있기 때문. (☞관련 기사 : 이명박과 민주노동당, 한국노총의 고민)
김선동 사무총장은 이날 "연초부터 오늘과 같은 자리를 마련하려고 했었다"며 "(한국노총이 문제제기한 것들 가운데 이미 몇 가지는 당에서 조치를 한 바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에서 심각한 한국노총 지역본부와 민노당 의원들의 갈등과 관련해 "지방의회 예산안에서 한국노총과 관련된 사안이 있을 경우 반드시 한국노총 지역본부 관계자들과 먼저 상의해야 한다는 것을 내부 지침으로 공유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합의된 노사관계 로드맵을 노사발전재단과 연관시킨 문성현 당대표의 발언과 관련해서 김 사무총장은 "사과의 뜻을 진작부터 갖고 있었으나 어떤 형식과 방법이 적절할지가 충분히 협의되지 않아 지체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연대와 별개로 연대·협력 강화하자"에 "중앙정치위원회에서 검토할 것"
김 사무총장은 이날의 방문이 "정책연대를 위한 조합원 총투표와 관련이 없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이후에 양측의 연대와 협력을 강화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단 한국노총의 반응은 심드렁해 보인다.
민노당의 이 같은 공식 사과와 관련해 장대익 한국노총 정치기획단 단장은 "민노당의 후보군 포함은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오늘 가져 온 공문을 중앙정치위원회에서 검토하겠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하는 데 머물렀다.
한국노총은 다시 내부 검토를 통해 민노당의 정책연대 후보군 포함에 대한 문제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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