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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과 민주노동당, 한국노총의 고민

대선 정책연대에 '넣어도 문제, 빼도 문제'

이명박과 민주노동당.

대선을 앞두고 정책연대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한국노총(위원장 이용득) 관계자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두 단어다. 고민의 지점과 방향은 다르지만 한국노총이 정책연대와 관련해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이명박 후보가 고민인 이유는 단순하다. 노동운동 사상 처음으로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지지후보를 결정하겠다는 '역사적인' 사업이 전체 대선 판도 속에서 "이명박 지지로 가려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에 관한 한국노총의 고민은 그보다 더 복잡하다.

당초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동당을 제외한'이라는 전제를 달고 시작했던 정책연대였다. 그런데 최근 한국노총의 입장이 다소 변했다. "원천적으로 배제하지는 않겠지만 정책연대 대상에 넣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 그 조건은 민주노동당이 과거 한국노총에 대해 해 왔던 비난 등의 각종 '근거 없는 공격'에 대해 먼저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노총 관계자들은 "사과를 해도 문제고 안 해도 문제고, 정책연대에 넣어도 안 넣어도 곤혹스럽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사과하면 넣어준다"지만…
▲정책연대에 대한 조합원들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현장순회중인 이용득 위원장. ⓒ프레시안

지난 4일 열린 한국노총의 중앙정치위원회에서 민노당의 조건부 포함을 결정했다. "과거의 한국노총에 대한 언행에 대해 사과 및 재방 방지를 공개적으로 하라"는 것이었다.

한국노총은 "민주노동당의 당 책임자가 직접 한국노총을 방문해 사과문을 전달하고 언론을 통해서도 이를 공개적으로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이를 알리는 공문을 지난 8일 민노당에 전달했다. 기한은 오는 16일까지로 못 박았다.

민주노동당은 이 같은 한국노총의 요구에 "사과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의 정치기획단은 "오는 15일 김선동 민노당 사무총장이 사과문을 들고 오겠다고 알려 왔다"고 설명했다.

한국노총의 공식적인 입장은 "사과하면 넣어준다"는 것이지만 민노당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사과하는지에 따라 상황은 또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치위원들 내에서 민노당을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 강력한 반발이 있었던 만큼, 사과 수위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주장이 내부에서 힘을 받을 경우 또 한 번 이 문제를 놓고 논란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한국노총이 문제삼고 있는 것은 민노당 지도부 및 의원들의 몇 가지 발언이다. 지난해 민주노총을 제외한 노사정 대표들이 합의했던 '9.11로드맵 합의'와 관련해 문성현 당 대표가 '한국노총이 노사발전재단과 로드맵을 바꿔 먹은 것'이라고 비판한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한국노총과 민주노동당의 관계는 이미 그 전부터 껄끄러웠다. 여기에는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입장이 갈릴 때는 언제나 민주노총의 편을 든다"는 해묵은 불만이 내재돼 있다.

따라서 민노당의 사과에 담긴 내용을 두고 다시 한 번 한국노총은 고민을 시작해야 할 판이다. 강익구 한국노총 홍보선전본부장은 "사과의 내용에 대한 판단 여부는 지도부가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넣자니…"민노당이 이명박 도와주는 꼴일텐데"
▲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연합뉴스

일단 15일 민노당이 어떤 내용물이 담긴 사과문을 가지고 오느냐가 중요해 보이지만, 대외적으로는 일단 '조건부 포함'을 결정한 만큼 총투표 후보군에 넣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들도 대외적으로는 그렇게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민노당의 포함 여부에 대한 더 복잡한 고민은 사실 다른 곳에 있다.

현재의 한국노총 조합원들의 정치적 스펙트럼과 특정 후보가 주도하다시피하는 현재의 대선 구도 속에서 민노당이 포함될 경우, 이미 높은 확률을 가지고 있는 '이명박 후보 지지'라는 결론에 더 힘이 실리지 않겠냐는 우려다. 쉬운 말로 '반(反)한나라당 표'가 분산되지 않겠냐는 것.

한국노총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게 될 경우, 그 파장은 만만치 않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지지 선언'은 군사독재 정권과 비슷한 길을 걸었던 한국노총이 과거에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애 썼던 지난 20년을 물거품으로 만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관련 기사 : 이명박-한국노총,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빼자니…"명분 없고 취지에도 안 맞고"

하지만 민노당이 찾아와 사과까지 한 마당에 정책연대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한 마디로 명분이 없다.

조합원들에게 전권을 주겠다며 조합원 총투표로 정책연대 대상을 선정하기로 한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자칫하면 "원천적으로 특정 정당을 배제하고 진행한 총투표"라는 비난 속에 그 의미에도 흠집이 가기 십상이다. 두고 두고 여러 말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정책연대를 고민한 초기부터 민노당 배제를 강력하게 주장해 왔던 이용득 위원장이 오히려 지난 4일 중앙정치위원회에서는 "기회는 한 번 줘야 하지 않겠냐"며 일부 '격앙된' 표현까지 쓰면서 민노당이 포함되는 것을 반대하던 지역본부장들을 설득한 것도 이런 고민에서 나온 '변화'로 해석된다.

한국노총의 '위험한 도박', 그 끝은?

이용득 위원장은 정책연대와 관련해 "누가 이기든 우리는 좋다"고 말해 왔다. (☞관련 기사 : "대선, 누가 이기든 우리는 좋다") 지지 후보가 승리하면 금상첨화고 패배하더라도 5년 간 정책연대는 유효하며 설사 배신당하더라도 조합원들의 정치의식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과 민노당'이라는 이번 정책연대를 둘러싼 핵심 키워드를 들여다 볼수록 한국노총의 새로운 시도가 아슬아슬한 줄타기처럼 보이는 것은 왜 일까.

한국노총은 당초 11월 초로 계획했던 조합원 총투표를 11월 하순으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리고 12월 대선에서 그 '위험한 실험'의 결과가 일단 나오게 된다. 그 끝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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