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사회복지시설은 복지재벌의 사유재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사회복지시설은 복지재벌의 사유재산?

[대선에 묻힌 인권법안·④] 사회복지사업법 일부 개정안

2004년 '개혁국회'라는 꼬리표를 달고 시작했던 17대 국회가 이제 마지막 정기국회를 열었다. 하지만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당파적 이익을 따지기에 급급한 정치권이 국회를 공전시킬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제대로 된 토론조차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회기만료와 함께 폐기될 위기에 처한 인권 관련 법안들을 살펴봤다. 다음은 사회복지사업법 일부 개정안에 관한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 활동가 김정하 씨의 글이다. 이 글은 인권운동사랑방이 발행하는 <인권오름> 최근호에도 실렸다. <편집자>

- 대선에 묻힌 인권법안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안] "7개월 전 여수 참사, 벌써 잊었나"
[에이즈 예방법 개정안] "'죽어 마땅한 자'는 어디에도 없다"
[학생인권법]억압의 교육을 넘어 인권의 교육으로

"시설은 내가 사람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게 해주는 곳이었다. 각자의 개성이 무시된 채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밥 먹고 자야한다면, 이런 생활이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똑같은 생활의 반복이라면, 어쩌다 장애인의 날과 같은 특별한 날에만 선심 쓰듯 평소에 나오지 않던 특별한 음식에, 놀이동산에 데려가 놀게 해주는 삶이라면, 이게 과연 사람의 삶일까?" (강원도의 한 장애인요양시설에서 7년 동안 생활한 박 씨의 글 중에서)

'사회복지시설의 비리와 인권유린'이라는 단어들이 한 세트가 되어 우리 귀에 익숙해진 것은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1987년, 전국은 6월 항쟁으로 들끓고 있는데, 부산의 형제복지원에서는 감금과 강제노역, 각종 폭력에 시달리다 탈출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노숙인이라는 이유로 길게는 십수년을 시설에 갇혀 노예 같은 삶을 살아야 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사회는 민주화과정을 통해 절차적 민주주의라도 쟁취한 반면, 사회복지시설은 비리와 인권유린, 족벌운영과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해고 등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1996년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말 그대로 비참한 생활환경과 강제노동, 인권유린, 시설 비리에 저항하는 농아학생들의 농성을 시작으로, 기나긴 에바다 투쟁의 서막이 올랐다.

그로부터 7년, 이제 에바다 복지회는 100%의 공익이사로 구성되어 있고, 농아학생들은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로, 농아학교는 노동착취가 아닌 배움의 장으로 바뀌었다.

마찬가지로 연간 100억 원이 넘는 국고를 지원받는 성람재단의 산하 시설도 12년간 249명의 사망, 폭행사망사건, 생활인과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비인간적 처우, 횡령 등에 맞서는 노조원들의 투쟁과 사회단체들과의 연대의 힘으로 비리재단을 몰아낼 수 있었다.

이제 성람재단이 운영하는 철원지역의 시설들은 시립시설이 되었고, 조만간 운영법인도 바뀌게 된다. 이외에도 수심원, 양지마을, 청암재단, 광주인화원, 성실정양원, 은혜사랑의집 등 수많은 사건들이 사회복지시설의 개혁 필요성을 증명하고 있다.

100% 국고지원 받는 '사유재산'

사회복지시설의 반복되는 비리와 인권유린의 해결책으로, 시설장 개개인의 도덕성과 양심만을 믿어야 할까? 정부는 사회복지시설에 1970년대 후반부터 국고를 지원하기 시작했으며, 현재 장애인생활시설의 경우는 100%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민간부분에서 조성되는 기금에서도 60~70%가 사회복지영역으로 지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단체연대회의는 2006년 민간부분에서 조성된 기금이 전체 6조 원이며, 이중에 4조 원이 사회복지영역으로 지출되었다고 밝힌바 있다.

그런데도 법인장들은 비민주적인 족벌 독점운영을 일삼으며, 사유재산이므로 간섭하지 말라는 입장이다. 사회복지시설의 이용자 또는 거주자들은 사회적 빈곤과 장애로 인해 적절한 주거 및 생활환경을 보장받지 못해서 사회복지시설을 찾는다.

이들 중 약 80%가 스스로 인권을 확보하기 어려운 치매노인이나 지적장애인, 정신장애인이어서 이들에 대한 각별한 인권감수성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현재 사회복지시설의 구조와 형태는 사회가 만든 감옥의 또 다른 형태일 뿐이라는 비판이 있다. 이는 자기결정권과 프라이버시, 외부소통권 및 존엄할 권리 자체가 부정된 채 종신 수용되는 현재의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다. 더욱이 폭행이나 성폭력, 재산 갈취 등의 행위가 일어난 곳은 말할 나위가 없다.
▲ 지난해 11월 2일 성람재단 비리척결과 공익이사제 도입을 요구하는 활동가들이 이순신동상에서 고공시위를 벌였다. ⓒ인권오름

2006년 11월, 그동안 사회복지시설의 비리와 인권유린에 맞섰던 사회복지노조와 사회단체들은 구조적 비리와 인권유린을 제어할 기본적인 장치로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과 함께 발의하였다.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운영위원회가 추천하는 공익이사 1/3 도입 △임원의 임기제한 및 법인장의 재산공개 △임원과 시설장의 자격요건 강화 △시설운영위원회 강화 △생활인 인권 개선을 위한 장치 마련 등이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는 광주인화원 사건을 계기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권고하였으며, 국가청렴위원회에서도 빈번한 비리들을 지적하며 개방형이사제를 골자로 한 사복법 개정을 권고하였다. 이어 정부는 2007년 1월, 공익이사제를 포함한 개정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사회복지법인대표이사회와 기독교계는 공익이사제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면서 한나라당을 앞세워 결사반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익이사제 저지에 사활 걸린 복지재벌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에서는 이 법안의 쟁점이 되고 있는 공익이사제는 쏙 빼버린 채 일부의 내용만으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사회복지시설의 민주성과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 생활인의 인권보장을 위한 기본적인 내용조차 포함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법인의 규제를 약화시키는 내용으로 상임위를 통과시켰다.

어느 의원들보다도 사회복지 현실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할 보건복지위 의원들이 얄팍한 정치적 계산속에서 오히려 복지재벌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으니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모지역의 시설장은 같은 지역 국회의원의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내년 총선에서 떨어지고 싶으냐고 당당하게 협박전화를 했다고 하니, 더 말해서 무엇하랴.
▲ 지난해 11월 28일, 공익이사제 도입과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요구하며 진행된 48시간 연속 삼보일배. ⓒ인권오름

그러나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 17대 국회가 열리는 동안, 공익이사제와 법인의 회계감사 및 재산공개, 시설운영위원회 강화 및 생활인 인권보장 등의 내용을 포함시킨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 다시 논의되어야 한다.

지난 20여 년 동안 시설 비리와 싸워왔던 수많은 노력들이 국회의 직무유기 앞에 주저앉을 수는 없다. 사회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12만 명의 인권 또한 국회 앞에서 멈출 수는 없다. 17대 국회는 자신들이 누구의 편에 서야 할 사람들인가를 명심하길 바란다.

국민들의 혈세가, 시설 생활인의 인권이, 복지의 공공성이 당신들의 정치적 야욕 때문에 발목 잡힐 순 없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